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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Novel) (192)
수양림
책을 반납하려다 변상만 하고 나온 밀 메이커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공원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아이고." "늙었다옹." 추임새를 넣으며 앉는 밀메이커에게 고양이가 가차 없이 디스를 했다. "난 젊어." "헛소리 그만하고 쉴 거면 좀 열어달라옹. 답답하다옹." 밀 메이커의 반박에 고양이는 케이지를 열어달라고 찡얼거렸다. "너무 멀리 가면 안 돼. 곧 갈 거야." "알겠다옹." 밀 메이커가 케이지를 열어주기 무섭게 고양이는 팍 튀어나갔다. 그리고 고양이는 날아다니는 나비를 따라 푸르른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조그만 돌 뒤에 쉴 겸 숨어 있던 고양이는 의외의 동물을 발견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니고…….' 고양이의 눈 앞에 옷을 입은 토끼가 바쁘게 두 발로 깡총거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
"…뭐냐옹? 병원 가냐옹?" 밀 메이커가 고양이 케이지를 꺼내자 고양이가 경계를 하며 물었다. 고양이가 경계하거나 말거나 밀 메이커는 케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아니.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갈 거야." "도서관? 네가 전에 일했던 곳 말이냐옹?" "응." 도서관이라는 말에 고양이는 안심하며 케이지로 들어갔다. 아마도 밀 메이커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일했던 모양이다. 고양이는 케이지를 잠그는 밀 메이커에게 물었다. "그냥 걸어가면 안되냐옹? 아니면 고양이가 아닌 것 같은 모습이라던가……." "안 돼." 밀 메이커의 단호한 대답에 고양이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불만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내 고양이는 흔들거리는 케이지 속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
고양이는 헤엄쳐서 온 고라니가 뭍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헤엄을 잘 치는 걸 보니 부럽다옹." "그러게. 다행이야. 내 친구는 뭔가를 밟고 다리가 잘려서 강을 넘어오지 못했거든." "다리가 잘렸다고!? 덫에 걸렸냐옹!?" 고양이가 깜짝 놀라며 묻자 고라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인간들이 땅에 설치한 무언가를 밟았어. 뜨거운 불이 터졌지. 다리가 잘리고 몸도 터지고, 큰 화상을 입고……." "그놈의 불! 요즘 인간들은 불을 너무 위험하게 쓴다옹. 예전 인간들은 맛있는 음식을 해먹을 때나 썼는데 말이다옹."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니, 고양이야……. 지금의 인간들은 서로 죽이는데 불을 써." "나는 아주 오래 살았다옹. 내가 예전에 같이 여행한 인간이 그랬다는 거다옹. 불로 맛있는 음식..
고양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허……." 약쟁이가 늘어진 채로 손을 휘적거리다가 고양이를 만진 것이었다. 그는 눈이 풀린 채로 고양이를 한 번 쓰다듬었다. "으어." 턱 그는 그러고는 다시 온몸에 힘이 탁 풀린 듯 축 늘어져버렸다. 고양이는 땡그래진 눈으로 멈춰서 있다가, 감시원들을 다시 한 번 봤다. 그들의 시선이 모두 다른 곳에 향한 것을 확인했다. 상황 파악을 마친 고양이는 재빨리 달렸다. '다시는 이런 짓 하나 봐라!' 고양이는 묵직한 보라색 주머니를 물고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달렸다. 덜컥 고양이는 작게 열린 틈 사이로 몸을 한껏 구겨넣어 빠져나왔다. 철그럭 고양이가 입에서 주머니를 내려놨다. 까마귀는 기쁜 듯 날개를 푸득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머리를 처박고는 물건을 확인했다. "잘했다, ..
"일어나라옹! 어서 일어나라옹! 도망쳐야 된다옹!!!" "으응……. 무슨 일이야, 고양이야…?" 말은 부시시 눈을 떴다. "큰일 났다옹! 방금 주인이 있는 객잔에 갔다가 들었는데, 널 판다고 했다옹! 차를 사기 위해서!" "응? 그럼 좋은 거 아냐?" "아니라옹! 경주마로 팔거나 고기가 된다고 했다옹!" "뭐? 에이. 우리 주인님이 그럴 리가 없어." 말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 주인님이 오늘 아침에도 사과를 줬는걸?" "맞아맞아. 요즘 먹을 걸 많이 주셔." 옆에 있는 다른 갈색 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라옹! 그거 너희를 살찌게 해서 도살장에 팔 생각일지도 모른다옹!" "에이. 거짓말." "제발! 내 말을 믿어달라옹! 도망쳐야 된다옹!" 답답해하던 고양이는 근처에 있는 개와 쥐, 그..
고양이는 근처에서 풀을 뜯던 큰 뿔이 있는 산양에게 물었다. 산양은 그런 고양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겁이 없는 거양?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거양?" "뭘 말이냐옹?" "내 옆에 왜 있는 거양?" "그냥 있는 거다옹. 저길 넘으면 뭐가 나올지 궁금해서 보면서 말을 하는 거다옹." 그 말에 양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겁이 없는 고양이구나양." "겁은 많다옹. 그냥 궁금한 것 뿐이다옹." 고양이의 말에 산양이 대답했다. "저긴 너무 높아서 넘을 수 없다양. 얼마나 높은 지 산꼭대기에는 눈이 언제나 녹지 않는다양. 하지만 저 뒤에 뭐가 있는지는 안다양. 저 뒤에는 높고 풀이 많은 평지가 있다양. 꽤나 좋은 곳이다양." "넘을 수 없는데 너는 어떻게 아는 거냐옹?" "너는 예리한 질문을 하는 거양." 양..
고양이는 난생 처음 보는 아주 거대한 고양이와 마주치게 되었다. 고양이는 거대한 고양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온 몸이 굳었다. 그 고양이는 소리를 낼 때마다 꼼짝 못 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거대한 고양이가 말했다. "방금 식사를 해서 배가 고프지 않으니." 거대한 고양이가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고양이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는 너무 작아서 배가 안 고파도 먹지 않을 것 같지만." "너는 고양이냐옹?" 그 말에 거대한 고양이는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그르렁 거리며 웃었다. "고양이라니! 아기 고양이인가 했더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고양이구나! 난 고양이가 아니다." "그럼 넌 뭐냐옹?" 고양이의 물음에 거대한 고양이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두 발..
다음 날 아침- 집에 돌아온 고양이는 어제 만난 엑스칼리버를 떠올리며 여느 때처럼 밥을 하고 있는 밀메이커를 지그시 바라봤다. '도대체 뭘 하고 다녔길래 하나 같이 주변이 다 수상한 것일까옹?' 고양이가 몹시도 수상해 하는 눈빛으로 밀 메이커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하기야 밀 메이커를 처음 만났을 때는…….' * * *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 주기적으로 강이 범람하는 나라. 모래가 많은 곳. 이곳에서 고양이가 기억하는 첫 기억이 시작됐다. 고양이는 4남매 중에 막내였다. 엄마 고양이는 자신의 새끼들을 열심히 핥아줬다. 열렬한 그루밍 끝에 고양이는 작은 눈을 뜨고 세상을 마주했다. 엄마 고양이는 처음으로 낳은 4남매를 돌보는 것이 서툴렀지만, 그 엄마 고양이의 어미가 엄마 고양이에게 그러했듯 최선을 다..
"캬오옹!!!" 깜짝 놀란 고양이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밀 메이커의 품 안으로 숨었다. 흠칫 놀란 밀 메이커가 천천히 뒤돌아보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여기 살고 있었을 줄이야." 그 말에 집 주인이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피식 웃었다. 그는 짧은 머리에 제법 큰 키의 남자로 보였다. 그리고 그는 소문대로 거대한 막대기를 갖고 있었다. 그는 땅바닥에 막대기를 짚고는 그 막대기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전혀 몰랐던 거야?" "전보다는 나아졌어." 밀 메이커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안다미로를 보고는 물었다. "너는 알고 있었잖아?" "재밌을 것 같아서." 안다미로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아는 사이냐옹?" 숨어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물었다. 고양이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
학생과 학생 친구가 나가자 고양이가 숨어있다가 나왔다. 밀 메이커는 시계를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나 왔다옹." 고양이는 그런 밀 메이커에게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어필하며 다가갔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그런 고양이를 잠시 돌아봤다가 다시 수건으로 시계를 닦는데 몰입했다. "나 돌아왔다옹." "응." "내가 돌아왔다옹!" "어." 밀 메이커의 그런 담담한 모습에 서운해졌다. 고양이는 부루퉁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 "나 집 나갔다가 돌아왔다옹!" 고양이의 말에 밀 메이커는 별 반응 없이 계속 시계를 닦다가 멈칫했다. 밀 메이커는 얼마 전 안다미로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상기했다. 밀 메이커는 납치범을 생각하며 말했다. "위험하니 나가지 마. 요즘 위험한 놈이 근처에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밀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