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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오래 전의 고양이 4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4

SooyangLim 2022. 9. 14. 19:02

 "일어나라옹! 어서 일어나라옹! 도망쳐야 된다옹!!!"
 "으응……. 무슨 일이야, 고양이야…?"

 말은 부시시 눈을 떴다.

 "큰일 났다옹! 방금 주인이 있는 객잔에 갔다가 들었는데, 널 판다고 했다옹! 차를 사기 위해서!"
 "응? 그럼 좋은 거 아냐?"
 "아니라옹! 경주마로 팔거나 고기가 된다고 했다옹!"
 "뭐? 에이. 우리 주인님이 그럴 리가 없어."

 말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 주인님이 오늘 아침에도 사과를 줬는걸?"
 "맞아맞아. 요즘 먹을 걸 많이 주셔."

 옆에 있는 다른 갈색 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라옹! 그거 너희를 살찌게 해서 도살장에 팔 생각일지도 모른다옹!"
 "에이. 거짓말."
 "제발! 내 말을 믿어달라옹! 도망쳐야 된다옹!"

 답답해하던 고양이는 근처에 있는 개와 쥐, 그리고 풀벌레에게 물었다.

 "너희! 너희는 들었지 않냐옹!?"

 말이 개에게 물었다.

 "그래, 주인님의 개가 들었겠구나. 너는 귀가 좋으니 다 들었지? 주인님이 그럴 리 없지?"

 눈치를 보던 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음. 으음……. 그게……. 으음……. 우리 주인님은 우릴 사랑하셔."
 "저 개눔 시키가!"

 고양이가 노발대발했다.

 "충성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니냐옹!"
 "끼잉……."

 개가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어버렸다.

 "야! 쥐! 너 안 잡아먹을테니까 말해 보라옹! 주인이 말들을 어떻게 한다고 했는지!"
 "내가 고양이 말을 어떻게 믿쥐?"
 "진짜 안 잡아 먹을 거다옹! 아니지. 네가 똑바로 실토 안 하면 잡아먹을지도 모른다옹?"
 "내가 협박하는 고양이한테 왜 말을 해줘야 되쥐?"
 "야!"

 쥐가 달아나며 고양이를 약올렸다.

 "약 오르~~~쥐~!"
 "저 쥐새끼가!"

 고양이가 분노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인 풀벌레에게 물었다.

 "너! 너도 들었지 않냐옹? 제발 제대로 얘기해 달라옹!"
 "날 안 먹을 거찌르르르?"
 "물론이다옹. 약속한다옹. 내 친구를 살리고 싶으니 꼭 진실을 말해 달라옹. 나는 말을 풀어주고 싶다옹."
 
 풀벌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고양이 말이 맞찌르르르. 개는 주인을 위한 말만을 하고 있찌르르르."

 그 말을 남기고 풀벌레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고양이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거보라옹!"

 말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고양이야,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아직 1:1이잖아? 풀벌레 말, 개의 말. 고양이야, 난 주인님을 배신하는 게 무서워."
 "배신이 아니라옹! 배신은 주인이 했다옹!!"

 고양이가 답답해 하며 말했다. 그리고 눈치를 보며 기죽어 있는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개를 보라옹! 죄책감을 보이고 있지 않냐옹! 개는 주인을 위해서 거짓말도 한다옹! 개는 주인을 위해 지금 묶어둔 너네를 지키는 임무도 있다옹! 온전히 네 편이 아니라옹!"

 그 때 나무 위에서 숨어서 있던 까마귀가 말했다.

 "까악. 얘들아, 도움이 필요하니?"
 "까마귀야! 안 잤어? 혹시 너는 주인님이 뭐라고 하는지 들었니?"

 말이 까마귀에게 물었다.

 "그럼. 그리고 동쪽으로 가는 고양이야. 난 널 아주 잘 알고 있단다."
 "갑자기 뭐냐옹? 언제 봤다고 아는 척이냐옹? 소름끼친다옹."
 "산양들과 같이 다니는 서부 고원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새들 사이에는 제법 괜찮은 이야기 소재이지. 깍깍깍."

 까마귀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동물들에게 말했다.

 "말아, 고양이 말은 사실이야."
 "뭣!?"

 말은 깜짝 놀랐다.
 까마귀는 냉정하게 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넌 지금 도망칠 수 없어. 네가 도망쳐 봤자 곧 잡힐 거야. 차를 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주인이 가만히 놔둘까?"

 까마귀는 이번에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고양이야. 너는 말을 풀어주고 싶겠지. 하지만 만약에 네가 말을 풀어주면 차를 사고 싶은 주인이 도망친 말을 가만히 놔둘까? 어떻게든 붙잡겠지? 그리고 지키는 임무를 맡긴 개는? 깍깍."
 "그렇지만……."
 "신중해지렴, 고양이야. 그저 네 욕심만 채우는 것은 안 돼. 해결책을 내놔야 해."
  
 그리고 까마귀는 개에게 말했다.

 "충성스런 개야. 맹목적인 충성이 과연 옳은 일이라고 보니? 주인이 네 가치가 없어진다고 느낀 순간 말처럼 되지는 않을까?"
 "끼이잉……."

 개는 귀를 축 늘어뜨렸다.
 고양이는 까마귀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영리하고 신중한 까마귀구나옹. 그래서 해결책이 있냐옹?"
 "있지. 깍깍깍."

 까마귀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맨 입에는 안 돼. 나랑 거래를 하자, 친구들."
 "해결책이랑 원하는 걸 말해보라옹. 들어보고 결정하겠다옹."

 고양이가 말의 등 위에 앉으며 물었다.

 "좋아. 말이 통하는구나, 고양이야. 깍깍깍."

 까마귀는 부리를 깃털로 윤기나게 매만진 후, 거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난 인간들이 만드는 그 자동차라는 것의 가치를 알아. 내가 가진 반짝이는 것들 중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지. 인간들은 이것을 금과 보석이라고 해. 너네를 말들을 전부 풀어줘도 될 만큼 비싼 것들이 내 수중에 있거든. 깍깍깍."
 "자랑이 해결책이냐옹?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옹?"
 "깍깍깍! 내 계획은 간단해. 너네를 전부 풀어주고, 개에게는 내 반짝이들을 입에 물려주는 거지. 그걸 물어다 주면 주인은 개를 얼싸안고 웃을 걸? 말 몇 마리 가치와는 비교도 안 될 테니까."

 까마귀의 말에 고양이가 말했다.

 "그걸 걸 공짜로 내주지는 않을 거 아니냐옹. 넌 대체 뭘 원하는 거냐옹?"
 "나는 최근에 지금 내가 내어주려는 잔챙이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았어. 깍깍깍! 지금까지 내가 본 것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반짝임이야……."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구나옹."

 고양이가 황홀한 표정으로 말하는 까마귀를 바라보며 말했다.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난 매일 밤마다 그 반짝임이 생각났어. 정말 찬란했지. 난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어…… 까-악-. 너네가 가려는 동쪽으로 가는 길에 그 물건이 있어. 문제는 그게 내 능력으로는 가질 수가 없어." 
 "그래서 우리가 도와달라는 거냐옹?"
 "그래.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그러니 나와 거래를 하자고. 그걸 너네가 내게 가져다주면 돼. 깍깍깍."
 "그 반짝이는게 어떤 거냐옹? 보석이냐옹? 정확히 어디에 있냐옹?"

 고양이의 질문에 까마귀가 대답했다.

 "그건 인간들의 물건이야. 까-악-. 아편에 취한 마약쟁이가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서 사들인 황실의 사치품을 빼돌려서 아편굴에 팔아버리고 마약을 샀지. 내가 원하는 건 그 사치품이야. 그걸 내게 가져다줘. 아편굴 지하에 있어서 내가 가지고 나올 수가 없어. 하지만 고양이, 너는 그걸 빼내 올 수 있어. 까-아-악-."

 까마귀의 말을 들은 고양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거 괜찮은 거냐옹? 어떤 인간들은 종종 여간 똑똑하고 잔혹한 게 아니지 않냐옹? 그 마약쟁이가 혹시 그걸 다시 찾는다던가, 이 지역의 인간들의 황실에서 찾는다던가……."
 "깍깍깍! 쓸데없는 걱정! 그놈은 어차피 곧 처형될 거야. 욕심 그득한 황실의 물건을 빼돌렸는데 목숨이 남아있겠어? 분명 어떻게 해서든 찾아서 죽여버릴 거야. 물건을 잃어버리는 거야 그렇다 쳐도 자신의 것을 빼돌린 인간을 놔둘까? 깍깍깍!"

 까마귀는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빼낸 이후에 들킬 걱정은 안해도 돼. 나는 죽을 때까지 그걸 안 들킬 거야, 깍깍. 인간은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에 보관할 예정이거든. 그리고 어차피 황실에서는 조만간 찾지도 못 할 거야. 까아악."
 "어째서냐옹?"
 "그 사치품이 어떻게 나온 거고, 아편굴에 어떻게 흘러들어가게 된 건지 방금 들었지 않니? 까-악. 그런 나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깍깍깍깍! 너라면 잘 알 텐데? 수 천 년간 인간들을 보았잖니? 깍깍!"

 까마귀는 웃으며 말했다.

 "깍깍깍! 인간들은 우리를 더러 불길하다고 하지. 하지만 자신들이 우리를 끌어들일 짓을 해놓고는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깍깍깍! 우리 먹이인 시체가 천지에 널브러져 있으면서 반짝이는 것들이 넘친다는 게 뭐겠어? 깍깍깍! 그게 바로 망조가 아닐까? 깍깍깍!"

 그러고는 까마귀는 웃음을 싹 거두고 물었다.

 "할 거야?"

 고양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해보겠다옹. 위험한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괜찮은 방안인 것 같다옹."

 말과 개들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나도……."
 "끼잉. 끼잉. 어쩔 수 없지. 끼이잉."
 "좋아. 해보자고. 깍깍."

 까마귀가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약속을 지켜, 말, 고양이. 내가 너네를 도와주는 은혜를 배신해서는 안 돼. 까마귀는 은혜도 끝까지 갚지만 복수도 끝까지 하니까. 까-악-."

 말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는 조심스럽게 날아와서 말의 고삐들을 하나씩 끌르기 시작했다.

 "고양이! 말들의 고삐를 풀어. 그리고 고삐가 풀리고나면 말들의 등에 타. 까-악-."
 "알겠다옹."
 "말들! 너네는 내가 나는 방향을 따라가는 거야. 어차피 너네가 가고 싶어 했던 동쪽으로 가는 거야. 알겠어?"
 "알겠어. 히이이잉……."
 
 까마귀는 그렇게 일러두고는 개에게 말했다.

 "개! 보석들을 가져올게. 여분의 귀금속과 보석을 하나씩 가져올 테니, 넌 말들이 전부 도망치고 나면 짖는 거야. 그리고 내가 준 반짝이는 것들을 주인에게 입으로 물어서 가져다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너는 그 어느 때보다 주인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알겠지? 까-악."

 그 말에 개는 아까보다 훨씬 기운이 나보였다. 개는 어느새 눈이 반짝였다.
 
 까마귀가 반짝이는 것들을 가져오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사이 고양이가 열심히 고삐를 물어뜯어 풀고 있자니, 과연 까마귀가 부리와 발에 척 봐도 비싸 보이는 반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기다려. 이걸로는 부족하니까."

 개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까마귀는 연달아 반지와 금조각, 보석 조각, 귀걸이 등을 가져왔다. 까마귀는 보석을 개 앞에 두고는 잠시 숨을 돌리며 말했다.

 "진정해, 지금은 짖으면 안 돼."

 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는 고양이를 도와 말들의 고삐를 풀었다. 그리고 이내 모든 말들의 고삐가 끌러졌다. 까마귀가 다급하게 말했다.

 "고양이! 어서 등에 올라 타!"
 "준비됐다옹!"
 "개! 말들이 다섯 번 발을 굴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때 짖어!"
 
 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는 마지막으로 말들에게 신호를 줬다.

 "말들! 지금 당장 달려! 까아악!"

 까마귀의 신호가 떨어지자 말들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말들의 엄청난 속도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양이는 말의 등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말발굽 소리 뒤에서 개가 컹컹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의 고함 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인간의 기쁨에 취한 웃음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도 같았다.

 자유를 얻은 말들은 히히힝 소리를 내며 맹렬하게 질주했다. 그 소리는 마치 웃음 소리 같았다.

 "고양이야!"
 "캬웅?"

 고양이는 제대로 대답할 정신이 아니었다.
 말은 다시 한 번 히히힝 웃으면서 소리쳤다.

 "나 너무 신나!"

 말은 또 소리 쳤다.

 "동쪽으로 가자! 푸르르르르!" 

 신나서 달리는 말들 위에서 날면서 방향을 잡던 까마귀가 새벽 밤공기를 가르며 소리쳤다.

 "까악- 까-아악! 저 쪽으로 꺾어! 마을 몇 개만 더 건너면 아편굴이야!"

 잠시 후, 말들은 까마귀의 지시에 따라 혼잡한 마을 근처 어귀의 숲 속에서 멈췄다. 그 마을은 새벽이지만 인간들이 북적였다. 그 마을에는 말들, 차들, 인간들이 한 데 다 뒤섞여 있었다. 마을 밖에서부터 술 냄새와 향내, 분내, 사치스러운 음식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저, 저긴 뭐야…?"

 말이 고양이를 등에서 내려주며 까마귀에게 물었다.
 까마귀는 이 늦은 새벽에도 환하게 밝혀진 홍등들을 보며 말했다.

 "환락가. 깍깍깍."
 "이거 어째 사기 당한 것 같다옹."

 고양이가 말의 등 위에서 내려오며 투덜거렸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일에 휘말렸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까마귀가 말들을 향해 말했다.

 "말들! 여기서 기다려. 달려서 피곤할텐데 좀 쉬고 있어, 깍깍. 그리고 배신하지 마, 고양이."
 "저렇게 붐비는데 어떻게 들어가냐옹?"

 말들은 긴장이 풀리는지 저마다 바닥에 주저앉아 금방 잠들어버렸다.
 까마귀가 고양이 머리 위에 앉으며 말했다.

 "누가 정문으로 들어가랬나? 아편굴을 정문을 들어갈 리가 없잖아? 숨겨진 문으로 들어가야지. 깍깍."
 "끝나고 나면 우린 바로 헤어지는 거다옹."
 "물론이지. 깍깍깍."
 "바로 동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그럼그럼. 까-악. 깍."

 고양이는 까마귀가 알려 준 입구 앞으로 갔다. 그곳은 사실, 까마귀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찾기엔 쉬웠다. 마약 냄새가 주변에 새어 나와서 진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자주색에 가까운 보라색 천에 금실이 수놓아진 주머니를 찾아. 원래 인간 황실의 물건이니 엄청 눈에 띄게 생겼어. 내 예상엔 아마 가장 안쪽에 있을 거야. 금과 은, 보석이 쌓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까악."
 "찾아서 갖고 나올 수 있을 지 모르겠다옹. 냄새가 너무 독해서 내가 마약에 취하게 생겼다옹."

 까마귀가 설명을 했지만, 고양이는 입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까마귀는 고양이의 이마를 살짝 쪼며 말했다.

 "정신차려, 고양이. 들키면 넌 인간에게 잡아먹힐 거야. 깍깍."
 "역시 사기당한 것 같다옹. 너무 위험한 일에 휘말렸다옹."
 "까-악-! 시끄럽고, 어서 들어가!"

 고양이는 그 어느 때 보다 발바닥을 폭신하게 만들어서 소리를 죽이려 애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인간들이 만든 지하 아편굴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편굴에 들어간 고양이는 이런 자신의 노력이 딱히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 안에 있는 인간들 중에는 제정신인 인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인간들이 곳곳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보니 숨을 곳이 아주 많았다.

 이따금씩 돌아다니는 코와 입을 가린 관리인들만 그나마 좀 제정신인것 처럼 보였는데, 그들만 조심하면 되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그들의 눈을 피해서 손쉽게 아편굴 중앙으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중앙 무대 같은 곳 위에는 까마귀의 설명대로 금은보석, 돈이 가득 담긴 궤짝과 자루들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아편들도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관리인이 셋이나 감시를 하고 있었다.

 '캬웅! 저걸 어떻게 빼오라는 거야?'

 고양이는 마약중독자들 사이에 숨어서 초조하게 기회를 엿봤다. 덩치도 큰 데 어찌나 눈을 부라리고 주변을 감시하는지, 영 틈이 나지 않았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자꾸만 흘렀다.

 "어어 하,하,한 대만 더… 한 대만……." 

 그 때, 때마침 마약 중독자 하나가 돈도 없이 마약이 있는 중간으로 달려들었다.

 "어허!"

 감시원들이 그를 밀쳤다. 하지만 눈이 뒤집힌 마약쟁이는 막무가내였다. 때문에 둘이나 엉겨 붙어서 밀어내느라 진땀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한 놈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고양이는 순식간에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고양이는 어렵지 않게 마약과 금은보화더미 중간에 놓인 금실이 수놓아진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 주머니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재빨리 그 주머니를 입에 물었다. 고양이는 그 무게에 왜 까마귀가 노리는 지 알 것도 같았다. 굉장히 묵직해서 물고 있는 입과, 무게를 지탱하는 목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보라색 주머니를 확보한 고양이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마약쟁이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로 한 대만 더 달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감시원들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쳇.'

 고양이는 눈치를 보며 자루와 궤짝들 사이로 숨었다.

 "한 대만 달라고!!!"

 마약쟁이가 어느새 품 안에서 칼을 꺼내며 마약으로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이번에는 감시원 세 놈이 한 번에 달려들었다. 고양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중앙에서 뛰쳐나왔다.
 그 때,

 "으응? 복실복실?"

 도망치는 고양이의 몸에 누군가의 손이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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