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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Novel) (192)
수양림
"뭐?" 주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주현은 호흡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내가 변해? …그래, 내가 변했으면. 변했으면 뭐? 그게 너한테 뭐 얼마나 피해를 줬다고? 내가 너네한테 그런 소리 들을 만큼 잘못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주현이 말하는 중에도, 뒤로 갈수록 점점 언성을 높였다. 진우는 그 말에 또 욱해서 말했다. "이거 봐요. 누나가 다친 건 다 까먹었죠? 다이아가 다친 것도 까먹었죠?" "그, 그, 그건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다이아는… 다이아는……. 근데 왜 네가, 진우 네가 걸고 넘어지는 건데?" 주현이 죄책감 때문인지 살짝 말을 더듬었다. "미안하면 다에요?" 진우는 주현에게 한 발 짝 다가서며 소리쳤다. 진우는 기관총처럼 말을 빠르게 말을 쏘아댔다. "미안하다는..
"안 돼!" 라는 소리와 함께 진우가 튀어나갔다. "잠깐…!" 수현이 그런 진우를 붙잡으려 했으나 늦었다. 진우가 막무가내로 돌진해버렸다. "으아아악!" "크헉!" "꺄악!" "아악!" "윽!" 진우가 사이비놈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잡아서 던져버렸다. 그리고, 발에 걸리는 대로 차서 저 멀리 날려버렸다. "급소 치지마! 급소!" 수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진우는 어느새 능숙하게, 하지만 주현보다 훨씬 강해진 출력으로 날려버리며 말했다. "안 죽여요!" 이런 아수라장과는 대조되게, 다이아가 있는 쪽은 그저 고요했다. 사이비놈들은 행동을 정지한 채로 굳어있었다. 그들은 마스크와 우비가 벗겨진 다이아의 모습을 보고 잠깐 침묵을 했다. 그러고 몇 초가 지나서야 상황 파악을 하고 입 밖에 말을 꺼냈다. "…애잖아..
미경은 주현을 발견하고 놀란 듯 흠칫했다. 그러더니 다시 모른 척 시선을 돌려 다시 앞에서 설교하는 사람을 바라봤다. 하지만 주현은 미경을 발견하자 마자 다급히 신도들을 헤치고 미경에게로 다가갔다. "저, 저기…!" "뭐야?" "아, 뭐야?" 신도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밀치며 미경에게로 다가가려는 주현 때문에 짜증을 내곤 했다. 미경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현을 발견했다. 미경은 슬쩍 다른 쪽으로 이동하며 망토 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입력하고 또 휴대폰을 가만히 보고 있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주현을 피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주현은 점점 멀어지려는 미경에게 다가가려고 인파 속을 헤엄치듯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급하게 다가가려 애썼다. 결국 주현은 미경 옆까지 다가가 팔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
"일시적인 증상입니다." 주현의 귀에 구급차 대원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하게 들렸다. "네? 이게요? 하……." 매니저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눈을 뜨지 않고 눈치를 살폈다. "참 나……." 매니저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약간 의식이 돌아왔지만, 의식이 돌아온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이 참에 자자 하는 생각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여기 계셔도 됩니까?" 얼마 후, 주현의 귀에 소속사 사장의 목소리도 흐릿하게 들렸다. 자고 있는 사이에 구급차에서 내려서 1인실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안 될 건 뭐 있습니까?" "바쁘신 분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쪽도 바쁜 사람 아닙니까?" "그렇지만…"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되니 애나 잘 돌보십시오. 좀 쉬게도 하고요...
"……." 화장실 문 뒤편에서 주현은 문을 방패 삼아 가만히 스스로를 보호한 채 숨어있었다. 스텝들이 가버리고도 땅에 박힌 듯 미동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더니 점점 숨이 가빠졌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는데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아! 어딨어?" "……." "주현아!" 매니저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매니저는 두리번거리다가 화장실 문 뒤에서 숨어 있는 주현을 발견했다. "아 깜짝이야! 너 여기서 뭐 해?" "……." "…왜, 왜? 무슨 일이야?" 매니저는 문 뒤에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 주현을 보자 당황했다. "…형." "어?" "지금 들어가야 돼요?" "아니, 아직…? 한 10분 있다가?" "그럼 조금 더 있어도 돼요?" 매니저는 주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화장실에서?"..
주현은 한동안 머릿속에 자신의 팬이었던 사람이 자신을 욕하고, 자신과 관련된 물건들을 부수고, 자신과 관련된 것들을 지우고 치우는 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고, 양치를 할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떠올랐다. 어떤 일상생활을 해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현은 이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틈 날 때마다 개인 인터넷 방송을 수시로 켜기 시작했다. 주현은 평소에도 자주 방송을 켜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젠 팬들마저도 '왜 또 하냐' 또는 '어떻게 이렇게 길게 하냐' 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자주, 길게 했다. 몇몇 팬들 사이에는 우스개 소리로 이쯤 되면 같이 사는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주현은 강박적으로 이것저것 활동을 하면서 팬들과 접..
그날 밤. "…형. 이 시간에 뭐 해? 도둑 든 줄 알았네." 새벽에 숙소 주방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놀라 방 밖으로 나온 멤버들 중에 하나가 물었다. "오전에 사전녹화인 거 몰라?" 그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심각한 얼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주현이 이 새벽에 배달음식을 잔뜩 시켜서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이 뭐라 하든 말든 입에 음식을 계속 쑤셔 넣고 있었다. 게다가 매운 음식을 먹는지 옆에 휴지를 갖다 두고 눈물 콧물 빼가면서 먹고 있었다. "맨날 붓기 관리한다던 양반이 무슨 일이야~?" 춤 담당 멤버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형, 이거 다 먹을 수 있어요? 암만 잘 먹어도 그렇지 이렇게 많이 먹어요?" 막내 멤버가 아직 잠에 취해 눈도 제대로 못 떴으면서도 젓가락을 가져오며..
"누나!" 진우가 놀란 눈으로 수현에게 다가갔다. 수현은 잠깐 마스크를 내려 입에 피가 고인 침을 바닥에 퉤 하고 뱉고는, 다시 마스크를 올리고 자세를 잡았다. "괜찮아." "아니!? 피가…! 왜 이렇게 다쳤어요!?" "의자랑 테이블에 맞았어." 그 말이 증명하기라도 하듯 수현의 몸 곳곳에는 피가 튄 자국이 묻어있었다. "나무면 그냥 부숴졌을 텐데 여긴 죄다 철제 의자랑 테이블이더라고. 어디 걸려서 베였나 봐. 그리고 입 안에 피가 좀 고여있던 것 뿐이야." 그들의 대화와 수현의 상처를 보면 심각한 상황 같지만은 실상은 좀 달랐다. 사이비 신도들 대부분 얼굴에 수현의 손자국을 새긴 채로 기절 해 있었고, 수현에게 묻은 피도 대부분은 사이비 신도 놈이 서로 어설프게 싸우다 터진 피가 수현에게 튄 것이었다...
"아아." 녹음실에서 주현은 목을 풀었다. 프로듀서가 말했다. "a파트부터 불러볼까?" "네." "일단 한 번 쭉 불러보자. mr줄께." 보컬이 없는 노래가 나오고 주현이 연습해온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 프로듀서는 주현이 갑자기 이상한 가사로 부르자 당황한 얼굴로 녹음실 안에 있는 주현을 바라봤다. "잠깐만. 멈춰 봐." 프로듀서는 엔지니어에게 손짓을 해서 급히 노래를 멈췄다. "주현아, 지금 뭐 불러?" "네?" "가사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지?" "네. 하라고 하시는 대로 불렀는데요…?" "어? 잘못 전달 됐나?" "네에?" 주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녹음실 창 밖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프로듀서가 말했다. "가사 읽어 볼래?" 주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사를 읽어나갔다. "한 발 ..
주현은 무대를 하러 갔다. 멤버들과 스텝들은 다들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현을 쳐다봤다. 주현은 괜히 과하게 밝은 척을 하며 주변을 안심시켰다. "형,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갑자기 긴장이 확 되더라니까? 내가 또 이런 날은 올라가면 더 잘하는 거 알지?" 그런 주현에게 매니저가 물을 건네며 말했다. "물 한 모금 더?" 주현은 약간 떨리는 손으로 물병을 잡았다. 그리고 그 떨리는 손을 본 다른 멤버는 괜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마이크 체크 했어?" 그 멤버의 배려로는, 이럴 때 괜히 뭐라고 말 하는 것보다 다른 데 집중하게 하고 싶어서였다. 긴장을 의식하지 않게 해주는게 낫다고 생각 때문이었다. "당연하지~" 주현은 평소의 긴장 상태와 달리 또 과장된 밝은 톤으로 말했다. 그 멤버는 뭔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