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2부. 탐사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탐사

SooyangLim 2022. 9. 2. 19:01

 학생과 학생 친구가 나가자 고양이가 숨어있다가 나왔다. 밀 메이커는 시계를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나 왔다옹."

 고양이는 그런 밀 메이커에게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어필하며 다가갔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그런 고양이를 잠시 돌아봤다가 다시 수건으로 시계를 닦는데 몰입했다.

 "나 돌아왔다옹."
 "응."
 "내가 돌아왔다옹!"
 "어."

 밀 메이커의 그런 담담한 모습에 서운해졌다. 고양이는 부루퉁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

 "나 집 나갔다가 돌아왔다옹!"
 
 고양이의 말에 밀 메이커는 별 반응 없이 계속 시계를 닦다가 멈칫했다. 밀 메이커는 얼마 전 안다미로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상기했다. 밀 메이커는 납치범을 생각하며 말했다.

 "위험하니 나가지 마. 요즘 위험한 놈이 근처에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밀 메이커는 다시 시계를 닦았다.

 밀 메이커의 말에 고양이는 가냘픈 삼색 고양이에게 들은 소문을 떠올렸다. 고양이는 동네에 새로 왔다는 놈에 대한 소문을 기억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긴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는 이상한 놈에 대한 얘기를 밀 메이커에게 꺼냈다.

 "이상한 놈이 이사 왔다는 얘길 들었다옹."
 "……."
 "파란 지붕집이라고 들었다옹. 한 번 탐색해 보는 게 어떨까옹?"

 하지만 밀 메이커는 묵묵부답이었다. 고양이는 눈을 반짝이며 밀 메이커에게 말했다.

 "그 집에 들어가보는 거다옹. 긴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고 들었다옹. 궁금하지 않냐옹?"
 
 밀 메이커는 시계를 닦던 손을 잠시 멈추고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귀찮아. 그리고 그거 범죄야. 주거 침입죄라고."
 "쳇."

 고양이는 밀 메이커 꼬시기에 실패하자 부루퉁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고양이는 재밌는 계획이 좌절되자 눈에 띄게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뭔가 방법이… 아!'

 고양이는 다시 생기 있는 표정으로 꼬리를 휙휙 움직였다. 그리고는 밀 메이커 몰래 조용히 집 밖으로 빠져나갔다.

 

 "염탐하러 가자옹!"
 "싫어."

 고양이의 생기발랄한 제안에  안다미로는 단칼에 거절했다. 안다미로는 끝이 말린 긴 단발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실험 가운을 입고 선반을 정리 중이었다. 안다미로는 고양이의 제안에 영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런 고양이를 보며 약간은 장난스럽게 중얼거렸다.

 "나쁜 고양이……. 염탐하려 해……."

 하지만 고양이는 굴하지 않고 데스크 위에 매달려서 안다미로를 꼬드겼다.

 "그치만- 거기에 흥미로운 게 있다옹."
 "귀찮아."
  
 안다미로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뒤돌아섰다. 고양이는 그런 안다미로에게 비장의 한 수를 꺼냈다.

 "…회 대자로 두 개 어떠냐옹?"
 
멈칫

 생선회를 좋아하는 안다미로에겐 아주 매혹적인 딜이었다. 

 "냐오옹~"

 고양이는 그런 안다미로를 보며 미소와 함께 긴 소리를 냈다.



 안다미로는 눈 깜짝할 새에 은밀히 잠입할 복장을 갖췄다. 그리고는, 

 "장착 완료."

 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고양이는 그런 안다미로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양이도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깐 기다리라옹."
 "왜?"
 "밀 메이커를 설득하려면 좀 더 알아봐야 될 것이 있다옹."



쏴아아

 어느새 비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빗소리를 뚫고 안다미로의 목소리가 밀 메이커와 고양이의 집에서 흘러나왔다.

 "가자아~"
 "가자옹!"

 하지만 밀 메이커는 이불 안에 돌아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매몰차게 거절하며 말했다.

 "싫어. 난 노쇠해. 아니, 젊긴 해도……."

 밀 메이커는 비가 오니 영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밀 메이커는 오락가락 말을 번복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난 젊고 어려. 그렇지만 노쇠해. 아니, 젊긴 한데……. 비 오잖아. 그래, 비 오니까. 빨래도 걷어야 되는데……. 에고고……."

 그런 밀 메이커를 보며 안다미로가 짐짓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오락가락 하는 거 보니 갈 때가……."
 "뭔 소리야. 난 젊어. 어쨌든 안 돼."
 "아냐. 염탐 할 수 있어."
 "난 노쇠해."

 이번에는 고양이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방금 젊다고 하지 않았냐옹?"
 "맞아. 난 젊어. 열아홉이야."

 밀 메이커의 기도 안 차는 소리에 고양이가 다시 얘기했다.

 "그럼 염탐하자옹."
 "그런 걸 하기에는 난 노쇠해."
 "방금 열아홉이라고 하지 않았냐옹?"
 "그건 아마 진실일 걸."
 "아마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이미 글렀다옹."

 고양이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밀 메이커를 보며, 이번에는 밀 메이커가 좀 더 관심을 가질만한 말을 꺼냈다.

 "누구 집인지 알면 생각이 바뀔 거다옹."
 "누군데?"

 안다미로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검은 그림자."
 "뭐야? 그 판타지나 추리물에 나올 것 같은 이름은?"
 
 밀 메이커가 빈정거렸다.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알아낸 소문과 안다미로가 조사한 이야기를 꺼냈다.

 "베일에 쌓여 알 수 없는 놈이라고 들었다옹. 그림자 속에서 긴 막대기를 지팡이처럼 짚고 다니면서 흉흉한 기운을 풍긴다고 했다옹. 마치 모든 것을 끝내버릴 것처럼 말이다옹. 다른 고양이들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지는 기운이라고 했다옹. 수상하지 않냐옹?"
 "도대체 뭐 하는 자인지 알 수가 없고,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르겠고."

 안다미로가 설명을 덧붙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밀 메이커가 얼굴만 뒤로 휙 돌리더니 말했다.

 "그거 설명이 난데?"

 그런 밀 메이커의 모습을 본 안다미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목만 돌아갔어!"
 
 고양이는 그런 밀 메이커의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가까이 가봤는데 뭔가 흉흉한 게 밀 메이커랑 느낌이 비슷하다옹."
 "그거 너무 악담……."

 안다미로가 고양이 이야기에 중얼거렸다.
 악담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말거나 밀 메이커는 그제야 흥미가 생기는지 말했다.

 "나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갑자기 동하는데?"



 밀 메이커는 머리를 원래대로 휙 돌리며 말했다.

 "좋아. 간다."
 
 밀 메이커의 말에 고양이와 안다미로가 환호했다.

 "꺄오옹~" 
 
 고양이가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전문가가 간다니 든든해졌어."

 안다미로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전문가라니. 난 그런 거랑 거리가 멀어."

 밀 메이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는 옷장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준비해 볼까."



 "…꼬리에 빗자루는 왜 다는 거냐옹?"

 고양이가 밀 메이커가 갈아입힌 복장에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밀 메이커는 옷장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뒤적거렸다. 그 잡동사니 중에는 아까 닦아놨던 시계도 있었고, 낫도 있고, 낡은 일기장도 있고, 피 묻은 카드 조각도 있었다. 밀 메이커는 계속 뒤적거리며 말했다.

 "발자국 없애야 되니까. 지금 비 와서 크게는 필요 없겠지만."
 "역시 전문가."

 안다미로는 신뢰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미로는 어느새 밀 메이커의 집에서 따듯한 음료를 한 잔 꺼내 마시며, 밀 메이커가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밀 메이커는 옷장에 딸린 서랍을 뒤지며 안다미로에게 물었다.

 "참, 자동 주사기 있어?"
 "그게 왜 필요해?"
 "쓸 데가 있어."

 그렇게 말하며 밀 메이커는 잘 밀봉된 속이 보이지 않는 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가?"
 "…수상한데? 그거 어디서 난 거야?"

 안다미로가 밀 메이커 손에 들린 병을 보고 눈을 가린 선글라스를 반짝이며 말했다.



쏴아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이제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파란 지붕, 꽤 늦은 시간이 되었지만 파란 지붕의 단독 주택은 불이 꺼져 있었다. 파란 지붕의 집은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집이다. 덕분에 그 집은 언제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끼익

 그 어두운 집의 창문이 열렸다.



 열린 창문이 다시 닫혔다. 하지만, 집 안에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들어왔다. 고양이가 밀 메이커와 안다미로의 도움을 받아서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집 안을 살폈다. 그야말로 캣워크를 이용해 기척을 숨긴 고양이가 어둠 속을 이곳저곳 둘러봤다. 그리고 집 안의 냄새를 맡아봤다.

사사삭

 이 집안의 기운을 느낄수록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역시 내 촉이 맞았다옹. 확실히 이질적이다옹. 그리고 이 느낌……. 흉흉하기 그지 없다옹. 그런데 뭔가 묘하게 익숙한 것이…….'

톡톡

 창문을 살짝 두드리는 소리에 고양이가 깜짝 놀라 눈이 커지고 털이 곤두섰다.

 "아."

 고양이는 창문을 두드린 것이 밀 메이커와 안다미로임을 알고는 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고양이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대문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대담하게도 대문을 열어줬다. 

 "아무도 없다옹."
 "다행이네."

 밀 메이커는 집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밀 메이커는 우산을 밖에서 털고 우비를 벗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다미로도 우비를 벗으며 말했다.

 "없는 거 확실하지?"
 "그렇다옹."
 "뭔가 느껴지는 거 없어?."

 안다미로의 물음에 고양이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딱 밀 메이커 같다옹."

 그 말에 안다미로가 선글라스를 반짝이며 물었다.

 "어떤 점이?"
 "흉흉한 느낌이 드는 게 아주 밀메이커 같다옹. 흉흉한 게 우리 집 같이 익숙하다옹."

 그 말에 안다미로가 밀 메이커를 보며 킥킥 웃으며 말했다.

 "고양이한테 이미지가 너무 좋은데?"
 "난 아주 온화한데."
 
 그 말에 고양이가 신뢰가 전혀 없는 은은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온화가 다 얼어죽었냐옹."



 "인테리어가 아주 훌륭하네."

 안다미로가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한껏 비꼬아 말했다. 가구와 물건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었고, 뜯다만 박스와 테이프가 아무 데나 내팽개친 상태로 있었다. 게다가 이사 온 지 얼마나 되지도 않았는데 먼지가 곳곳에 내려앉아 있었다.

 "이것보라옹."

 고양이가 가로로 쓰러져 있는 옷장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옷장은 자물쇠가 잠긴 채 굳게 닫혀있었다.

 "동네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원인이 여기 있을 지도 모른다옹."

 심드렁하게 집 안을 둘러보던 밀 메이커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고양이를 바라봤다.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밀 메이커의 질문에 고양이는 자물쇠를 톡톡 건들며 말했다.

 "그렇다옹. 잠긴 것이 아주 수상해 보이니 이거 좀 열어보라옹."
 "언제부터?"

 밀 메이커가 순순히 다가와서 자물쇠를 살펴보며 물었다.

 "오늘 나갔다가 들었다옹. 얼마 전에 대장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져서 싸움이 났다옹."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자물쇠를 여는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다른 고양이들도 사라지고 있다옹. 아까 더 알아보니 온 동네 고양이들이 다 사라질 판이다옹."

찰칵

 자물쇠가 열렸다. 밀 메이커는 옷장을 열고 안에 든 물건을 하나씩 살폈다. 그 모습을 보고 안다미로가 다가왔다.

 "책이 많네."

 안다미로가 신기한 문자로 쓰인 책들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책 말고도 물건들이 많았다. 밀 메이커는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이거 수상하지 않냐옹? 먹을 거에 이런 걸 타지 않았을까옹?"

 고양이가 옷장 안에 들어 있는 크기가 각기 다른 유리병들을 보며 말했다. 밀 메이커는 여러 개의 빈 병과, 신기하게 생긴 금속 세공품들을 몇 개 꺼냈다. 그리고 밀 메이커의 방 안의 책상 위에 놓인 물건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꺼냈다.

 "이건… 익숙하네."

 밀 메이커가 어느새 다가온, 어둡지 않은 평소라면 그들의 뒤에 드리워졌을 긴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굿 이브닝."

 밀 메이커의 귀 바로 옆에 대고 집 주인이 말했다.







반응형

'소설(Novel) > 캣츠비안나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1  (1) 2022.09.07
2부. 엑스칼리버  (0) 2022.09.05
2부. 기형 - 나를 위한 / 학생의 보은  (0) 2022.08.31
2부. 기형 - 마지막 선택  (0) 2022.08.29
2부. 기형 - 돌고 돌아  (0) 2022.08.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