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3부. 책 반납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책 반납

SooyangLim 2022. 11. 3. 19:01

 "…뭐냐옹? 병원 가냐옹?"

 밀 메이커가 고양이 케이지를 꺼내자 고양이가 경계를 하며 물었다.
 고양이가 경계하거나 말거나 밀 메이커는 케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아니.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갈 거야."
 "도서관? 네가 전에 일했던 곳 말이냐옹?" 
 "응."

 도서관이라는 말에 고양이는 안심하며 케이지로 들어갔다. 아마도 밀 메이커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일했던 모양이다.
 고양이는 케이지를 잠그는 밀 메이커에게 물었다.

 "그냥 걸어가면 안되냐옹? 아니면 고양이가 아닌 것 같은 모습이라던가……."
 "안 돼."
 
 밀 메이커의 단호한 대답에 고양이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불만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내 고양이는 흔들거리는 케이지 속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조용해졌다. 그리고 흔들거림이 멎자-



 "더 빌릴 거야?"

 도서관 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서관 관장은 친히나와서 밀 메이커의 책 반납을 도와주며 말했다. 그녀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밀 메이커가 말했다.

 "엑스칼리버가 왔어."
 "그래?"

 도서관 관장은 놀라는 기색이 없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아마 알고 있는 모양이다. 도서관 관장은 반납한 도서를 확인하며 물었다.

 "경고야?"
 "……."
 "아님 알려주는 거야?"

 밀 메이커는 이쪽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글쎄. 어느 쪽일까?"

 관장은 책을 고양이가 들어 있는 케이지 앞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덕분에 고양이의 시야가 꽤나 많이 가려졌다.

 "아참. 네가 준 거는 잘 들고 왔더라."

 도서관 관장은 엑스칼리버라고 이름 붙여진 막대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상한 이름을 붙였놨던데."

 밀 메이커는 엑스칼리버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말했다. 도서관 관장은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웃긴 듯 빙긋 미소 지었다.

 '맘에 안 든다옹.'

 고양이는 자신이 이 대화에서 빠진 것도, 그리고 밀 메이커와 도서관 관장이 지금 자신을 신경도 안 쓴다는 것도, 또한 많이 변해서 낯설어진 도서관의 모습도, 그리고 지금 자신의 시야를 가린 책들까지, 전부 다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고양이는 케이지의 뚫린 부분에 발을 뻗어서 책 위에 앞발을 올려놨다. 그러더니-



 그대로 책에 발톱자국을 내버렸다. 

 "…물어내."

 찢어진 책을 본 도서관 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변상해. 구하기도 힘든 책을……."
 "어휴."

 밀 메이커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책을 가져온 가방에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 놈한테 얘기해서 새로 구해달라고 해."
 
 밀 메이커의 말에 고양이는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 놈?'

 밀 메이커는 나가려고 채비를 하며 말했다.

 "아, 그리고 잊지 말고 들리라고 전해 줘. 시계는 내가 갖고 있으니까. 다른 일도 있고."
 "알았어. 잘 가."

 도서관 관장이 인사를 했다.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밀 메이커가 도서관 문을 나서는데,

 "……."

 그들이 있던 곳 서가 안쪽에서 선글라스 뒤 시선이 밀 메이커와 고양이를 따라갔다. 밀 메이커는 마치 못 본 것처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그리고 그런 그들의 엇갈리는 모습을 도서관 관장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납치범의 선글라스 뒤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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