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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토끼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토끼

SooyangLim 2022. 11. 7. 19:01

 책을 반납하려다 변상만 하고 나온 밀 메이커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공원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아이고."
 "늙었다옹."

 추임새를 넣으며 앉는 밀메이커에게 고양이가 가차 없이 디스를 했다.

 "난 젊어."
 "헛소리 그만하고 쉴 거면 좀 열어달라옹. 답답하다옹."

 밀 메이커의 반박에 고양이는 케이지를 열어달라고 찡얼거렸다.

 "너무 멀리 가면 안 돼. 곧 갈 거야."
 "알겠다옹."

 밀 메이커가 케이지를 열어주기 무섭게 고양이는 팍 튀어나갔다. 그리고 고양이는 날아다니는 나비를 따라 푸르른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조그만 돌 뒤에 쉴 겸 숨어 있던 고양이는 의외의 동물을 발견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니고…….'

 고양이의 눈 앞에 옷을 입은 토끼가 바쁘게 두 발로 깡총거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이제 이 공원에 토끼도 있나옹?"

 깡총거리며 바쁘게 뛰어가던 토끼가 고양이의 말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모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옹."

 고양이가 두 발로 뛰어가는 토끼의 행색을 보고 물었다. 고양이가 그리 의문을 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토끼는 인간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토끼는 정말 놀란 토끼눈으로 고양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날 알아봤어! 너 모야!?"

 토끼가 정말로 많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라니까옹. 넌 뭐냐옹? 어디 사는 토끼냐옹? 공원에 사는 토끼냐옹? 인간들이 여기 놔둔거냐옹?"

 고양이의 물음에 토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여기 안 살아. 잠시 들린 거야. 난 지금 바쁘거든. 넌 어디 사는 고양이야?"
 "난 큰 쟁반이 달린 집에 살고 있다옹. 그나저나 인간 옷 입더니 하는 짓도 인간 같다옹."

 고개를 저어서 의사표현을 하는 토끼를 보며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는 흥미로운 듯 꼬리를 휙휙 움직이며 물었다.

 "근데 왜 바쁘냐옹?"
 "아! 맞아! 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왜 바쁘냐는 고양이의 물음에 토끼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나중에 봐!"

 토끼는 그 말을 남기고는 다시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가버렸다.

 "…이상한 토끼다옹. 언제 어디서 만날 줄 알고 나중에 보자는 거냐옹?"

 고양이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린 토끼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방금 겪은 이 이상한 일을 얘기해주려고 밀 메이커에게 갔다.

 "방금 이상한 토끼를 봤다옹."
 "이상한 토끼?"

 밀 메이커는 케이지를 열어서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며 말했다. 고양이는 케이지로 들어가며 말했다.

 "인간 옷 같은 것을 입고 두 발로 뛰어다니는 바쁜 토끼였다옹. 날 보더니 알아봤다고 신기해 했다옹. 내가 더 신기했는데 말이다옹."

 고양이의 말에 밀 메이커는 케이지를 잠그던 손을 멈칫 하고는 물었다.

 "…지금은 갔어?"
 "바쁘다며 나중에 보자며 뛰어가버렸다옹."
 "……."
 "이상한 토끼라고 생각하지 않냐옹?"

 밀 메이커는 뭔가 잠시 생각하는 듯 멈춰있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며 말했다.

 "…신기했겠네. 다음에 만나면 잘 해줘."
 "난 누구에게나 잘 해준다옹."

 고양이의 말에 밀 메이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집에 가자."

 밀 메이커는 더 이상 토끼에 관해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리고 밀 메이커는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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