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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오래 전의 고양이 2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2

SooyangLim 2022. 9. 9. 19:01

 고양이는 난생 처음 보는 아주 거대한 고양이와 마주치게 되었다. 고양이는 거대한 고양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온 몸이 굳었다. 그 고양이는 소리를 낼 때마다 꼼짝 못 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거대한 고양이가 말했다.

 "방금 식사를 해서 배가 고프지 않으니."

 거대한 고양이가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고양이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는 너무 작아서 배가 안 고파도 먹지 않을 것 같지만."
 "너는 고양이냐옹?"
 
 그 말에 거대한 고양이는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그르렁 거리며 웃었다.

 "고양이라니! 아기 고양이인가 했더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고양이구나! 난 고양이가 아니다."
 "그럼 넌 뭐냐옹?"

 고양이의 물음에 거대한 고양이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두 발로 걷는 털이 부족한 동물들은 나를 호랑이라 부른다."
 "호랑이? 호랑이……."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고양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잠시 호랑이를 찬찬히 살펴보고는 말했다.

 "너는 나와 다르구나옹."
 "그렇지."
 
 배가 부른 호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양이가 말했다.

 "난 네가 부럽다옹."
 "왜?"
 "덩치가 크니까 언제든 자기만의 영역 가질 수 있을 거 아니냐옹."

 고양이의 말에 호랑이가 서글픈 표정을 하고 말했다.

 "나도 영역 싸움을 한다."
 "너 같이 큰 데도 영역 싸움을 한다는 말이냐옹?"
 "다른 호랑이들이 있으니까."
 
 호랑이의 말에 고양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호랑이는 너만 있는 게 아니냐옹!?"
 "아니다. 다른 호랑이들도 많다."
 
 호랑이의 말을 들은 고양이는 놀란 얼굴로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세상은 참 넓은 것이다옹. 그렇지 않냐옹?"
 "그렇지."
 "그렇게 많이 여행을 했는데 아직도 새로운 것이 많다옹."
 
 고양이의 말에 호랑이가 물었다.

 "너는 여행을 다니는 것인가?"
 "나는 내 영역을 찾고 있다옹."
 "너 같은 아기 고양이가 영역을 찾기엔 너무 이른 것 같은데."
 "난 아기 고양이가 아니다옹."

 고양이의 대답에 호랑이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얼마나 살았길래?"
 "수십, 수백 번의 계절을 지나왔다옹."
 "수십, 수백 번의 계절? 그게 몇 년인데?"
 "년이 뭐냐옹?"

 고양이의 질문에 호랑이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추운 계절에서 다시 추운 계절이 돌아오는 것을 '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발 달린 털이 부족한 동물들, 그래. 그것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하지. 그 인간들이 그리 부르더군." 
 
 호랑이의 대답에 잠시 생각하던 고양이가 말했다.

 "세 본 적은 없지만 수백년은 지난 것 같다옹."
 "거짓말!"

 호랑이는 우레와 같은 소리로 호통치듯 말하더니,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재밌다는 듯 말했다.

 "넌 정말 재밌는 아기 고양이구나!"
 "거짓말이 아니라옹. 나는 지쳤다옹. 여행을 그만하고 내 영역을 갖고 싶다옹. 뺏기기만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옹."
 "하하!"

 하지만 호랑이는 고양이가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자 곧 웃음을 그쳤다. 그리고는 위로하듯 말했다.

 "걱정마라, 아기 고양이야. 너도 크면 다른 고양이들과 싸워서 너의 영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로해 줘서 고맙다옹. 오늘은 네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됐다옹."
 
 고양이의 말에 호랑이가 물었다.

 "무엇을?"
 "년이란 것을 가르쳐주지 않냐옹. 그리고 나는 너무 오래 산 것 같다옹."
 "하하."
 "나와 같이 여행 했던 두 발로 걷는 동물이 죽고도 나는 한참을 살았다옹."
 "두 발로 걷는 동물?"

 호랑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물었다.

 "원숭이 말이냐?"
 "원숭이가 뭐냐옹?"
 "털이 얼굴에는 없고, 나무 위를 타고 다니고……."
 "아니다옹."
 
 호랑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럼 새를 말하는 것이냐?"
 "새는 아니다옹."

 고양이는 자신과 여행을 같이 다닌 두 발로 걷는 동물에 대해서 설명했다.

 "몸에 털이 거의 없고, 먹을 것을 주고, 똑똑하고, 말을 잘 하고, 수레를 타고 다니고, 가끔 다른 동물들도 타고 다닌다옹."
 "인간!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너는 인간과 같이 다녔구나."

 호랑이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고양이가 물었다.

 "두 발 달리고 그 두 발로 걷는 동물들을 인간이라고 하냐옹?"
 "털이 없어서 몸에 무언가를 감싸고 다니는 동물들 맞지?"
 "그렇다옹. 옷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옹."
 "그 동물들은 인간이라고 한다. 그들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지."

 고양이는 호랑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을 인간이라고 하는 지 몰랐다옹. 나는 그 말이 인간이 다른 인간들을 부를 때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옹.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옹."
 "다행이라고?"
 "나와 함께한 동물을 어떻게 부르는 지 알았으니까."

 호랑이는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는 인간을 좋아하는구나."
 "그렇다옹."
 "인간은 위험하다."
 "그렇다옹. 하지만 나에게 잘 해 주는 인간도 종종 있다옹. 그런 인간들은 안전하다옹."

 고양이의 말을 들은 호랑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게 인간을 좋아하면 인간의 영역 안에서 같이 살면 되지 않느냐?"
 "그런 때가 있었다옹. 나와 같이 여행한 인간이 나의 영역인 적이 있었다옹."
 "그럼 지금은 왜 영역을 찾아다니는 것이냐?"

 호랑이의 물음에 고양이는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들은 너무 빨리 죽는다옹."
 "인간들이?"

 호랑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래 살던데?"
 "아니다옹. 인간들은 아까 네가 말한 년이란 것으로 헤아리면 얼마 못 산다옹. 나와 함께한 인간은 20년을 채 못 살았다옹.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나이가 많은 인간인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옹."
 "…너는 몇 년을 살았느냐?"
 "수십, 수백 년은 산 것 같다옹."

 고양이의 대답을 들은 호랑이는 고양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이 아니구나."
 "난 거짓말 하지 않았다옹."
 "그럼 네가 겪은 인간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

 호랑이의 요청에 고양이는 인간과 같이 여행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대화는 점점 길어지고, 처음부터 인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호랑이에게 해주었다.
 이윽고,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은 호랑이가 말했다.

 "넌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구나."
 "그런 것 같다옹."

 우울하게 대답하는 고양이를 바라보던 호랑이는 차분하게 말했다.

 "작지만 오래 산 고양이야, 나는 10년을 가까이 살았다. 나는 내가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 같다옹. 너는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동물 같다옹. 호랑이라는 것은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동물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옹. 너는 현명하다옹."
 "아니다. 오늘 너와 대화를 하고 보니 나는 그렇지 않다." 

 호랑이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갈고리가 같은 것이 가득한 혀로 고양이를 한 번 핥아주었다. 고양이는 깜짝 놀라 기겁했다.

 "캬옹!"
 "하하. 작고 오래 산 고양이야. 언젠가는 너의 여행이 끝나서 영역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은 넓지 않느냐? 오래 사는 동물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고맙다옹."
 "아마 네가 좋아하는 인간들이라면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들은 똑똑하니까."

 고양이는 현명한 호랑이와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또 길을 나섰다.

 

 

 또 한참을 걷고, 영역을 만들기 위한 거친 여정을 한 고양이는 인간들이 많은 곳에 도착했다.

 "여기 인간들은 왜 눈이 하나씩 더 있는 것일까옹?"

 고양이는 눈썹 중간에 표식이 있는 인간들이 많은 곳에 도착했다. 고양이는 틈이 날 때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은 관찰했다. 고양이는 아주 오랜 시간 그 지역에서 인간들을 관찰하고 돌아다니며 지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양이는 인간들이 하는 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신? 다시 태어나는 고통마저 없애는 신? 영생?"

 고양이는 꼬리를 휙휙 저으며 중얼거렸다. 고양이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듣고는 혼자 앉아서 가만히 생각했다.

 '혹시 나는 영생이란 것을 사는 것일까옹?' 

 고양이는 유난히도 오래 사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그런 영생을 사는 동물이 또 있다면 영역을 찾아다니는 일을 안 해도 되는 것일까옹? 친구가 돼서 영역을 만든다면……. 그리고 만약 영생을 사는 신이란 게 있다면…….'

 고양이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같이 지내면 외롭지 않을텐데……."

 고양이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 때 길 한가운데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던 소가 그런 고양이를 느릿느릿하게 불렀다.

 "외로운 작은 고양이야."
 "날 불렀냐옹?"
 "그래."
 "왜 불렀냐옹?"

 소가 물었다.

 "왜 외롭느냐?"
 "나는 영역을 찾아다니는데, 몸이 작아서 언제나 싸움에서 진다옹."
 "영역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냐?"
 "영역도 없고 같이 할 동물이 없어서 슬프다옹."
 "같이 할 동물?"
 
 고양이는 소 옆에 식빵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
 
 "나는 아주 오래 살았다옹. 다른 동물들은 모두 일찍 죽어서 나만 혼자 남게 돼서 외롭다옹."
 "얼마나 오래 살았길래?"

 소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물었다.
 고양이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이제는 몇 백년, 아니 수백 년은 산 것 같다옹."
 "너는 허풍이 심한 고양이구나."
 "맘대로 생각하라옹. 예전에 만난 현명한 호랑이도 처음에는 내 말을 안 믿었다옹."

 그 말에 소는 놀라며 물었다.

 "호랑이를 만났다고?"
 "그렇다옹. 배가 부른 호랑이였다옹."
 
 잠시 생각하던 소가 말했다.

 "외롭고 작은 고양이야. 너의 영역은 네가 해결해야겠지만, 오래 사는 동물이 사는 곳은 알고 있다."

 그 말에 고양이는 귀가 쫑긋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그게 어디냐옹!?"
 "옛날에 바다를 가로질러 여행을 다니는 새가 내게 해 준 이야기가 있다. 바다 근처에 가면 아주 오래 사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진짜냐옹!?"

 소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 새가 해준 말로는, 바다에 있는 동물들 중에는 아주 아주 오래 사는 동물들이 있다고 들었다."
 "바다로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되냐옹!?"
 "저기 남쪽이다."
 "남쪽?"
 "저 쪽이다."

 소가 고개를 돌려 방향을 알려주었다.

 "고맙다옹!"

 고양이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고양이는 오래간만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대에 부푼 꿈을 안고 여행을 떠났다.

 '오래 사는 친구와 함께 다닐 수 있을까? 바다라는 곳을 어떤 곳일까? 영역으로 삼기에 좋은 곳일까?'

 고양이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갖은 위협을 피하고 맞서면서도 신나게 바다로 향했다.

 종종 지나가는 동물들에게 바다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동물들은 그곳이 물과 모래가 많은 곳이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고양이는 들으면 들을수록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왜냐하면 듣기로는 이따금씩 물이 범람하고, 모래가 많았던 고양이의 고향과 비슷한 곳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참만에 고양이는 드디어 바다에 도착하게 됐다. 그곳은 설명대로 모래가 많은 백사장이었다. 하지만 상상하던 것과는 영 달랐다.

 "…물…이 너무 많은 것 같다옹."

 고양이는 일단 1차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물이 짜다옹!!!"

 고양이는 너무나 짠 물에 기겁했다.

 "바다를 처음 보냐옹?"

 바다 근처에 사는 치즈색 고양이가 물었다.

 "그렇다옹. 바다가 이런 짠 모래인지 몰랐다옹."
 "모래? 바다는 저 물을 보고 하는 말이라옹."
 "저 물이 바다!?"

 고양이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기운없이 축 쳐져버렸다. 바다 근처에 사는 치즈색 고양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왜 그러냐옹?"
 "나는 오래 사는 친구를 찾아왔다옹……. 오래 사는 동물은 바다에 산다고 들어서 그 동물과 친구가 돼서 영역을 만들고 싶었다옹. 그런데 바다라는 게 저 짠 물이라니……."

 그 말에 바다 근처에 사는 고양이가 말했다.

 "너는 이상한 꿈을 꾸는 고양이다옹."
 "이상한 꿈……."
 "음……. 그래도 너무 상심하지 말라옹."

 치즈색 고양이가 상심한 고양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위로를 하며 말했다.

 "힘내라옹. 네가 기뻐할 얘기를 하나 하자면, 거북이라는 오래 사는 동물이 가끔 바다 밖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옹.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에는 바닷속에 있다옹. 거북이한테 한 번 물어보라옹."

 바다 근처에 사는 치즈색 고양이의 말에 고양이는 눈이 반짝했다.

 "거북이!? 바다 밖으로 나온다고 했냐옹!?"
 "그렇다옹. 하지만 대부분 바다 안에서…"
 "거북이는 어디서 만나 볼 수 있냐옹?!"
 "기다리다 보면 나올거다옹."

 바다 근처에 사는 치즈색 고양이가 거북이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둥글고 딱딱한 것을 등에 지고 다니고 아주 느리게 걷는 동물이 거북이다옹."
 "고맙다옹!"

 생선 같은 것을 잡아먹으며 기다리던 고양이는 수일 만에야 거북이를 만나게 됐다.

 "기다렸다옹!"
 "…넌 무엇이냐? 혹시 내 알을 노리는 녀석이냐?"

 거북이가 천천히 목을 빼서 고양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거북이는 방금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거북이의 몸집은 상당히 컸다.
 고양이는 거북이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다옹! 나는 고양이다옹. 나는 너의 알을 노리러 온 게 아니다옹."
 "그러면 고양이가 나를 왜 기다렸느냐?"
 "나는 오래 사는 동물을 기다렸다옹!"
 "어째서?"
 "나처럼 같이 오래 사는 동물과 친구가 되고 함께 영역을 만들고 싶었다옹."

 그 말에 거북이는 대답없이 고양이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말했다.

 "…너는 육지 동물이지 않은가?"
 "그렇다옹."
 "나는 바다에서 살고 바다 속에서 여행을 한다. 그것도 아주 먼 거리를 말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오래 살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나는 아니다옹. 나는 수백 년을 살았다옹."
 "수백년?"

 거북이는 가만히 눈을 깜박이고는 말했다.

 "오래 살았구나."
 "너는 내가 오래 살았다는 사실에 별로 안 놀라는 것 같다옹. 믿어주는 거냐옹?"
 "나도 오래 살았으니까. 그리고 바다 안에는 나보다 더 오래 사는 동물도 있다. 추운 바다에 사는 거대한 상어라던가, 조개라던가……. 어쨌든 바다에는 오래 사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더 오래 사는 동물도 있다고!?"

 고양이는 그 말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그 동물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옹!?"
 "그렇지만 너는 고양이이지않느냐?"
 "그렇다옹."
 "너는 물 속에서 살 수 없을 텐데? 나야 가끔 이렇게 밖에 나와서 만날 수 있지만, 다른 바다 동물들은 물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럼 내가 물 속에 들어가면……."
 "너는 죽겠지."

 거북이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 말에 고양이는 생각하다가 말했다.

 "…인간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옹."
 "무슨 말을 들었느냐?"
 "영생을 사는 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해는 것을 들었다옹. 그리고 영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들었다옹. 그리고 죽고, 다시 또 태어나 살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들었다옹."
 
 거북이는 조용히 고양이의 말을 계속 들어주었다. 고양이는 서글픈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죽으면 더 이상 안 살아도 되니 더 이상 영역도 안 찾아도 되고, 외롭지도 않을 것 같다옹. 그러니 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옹."
 "……."
 "다른 고양이가 이상하다고 했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건 이제 내 꿈이 되었다옹. 오래 사는 동물을 만나서 친구가 되고 내 영역을 갖든지, 아니면 바다에 들어가서 오래 사는 친구를 만나고 죽든지……. 어쨌든 그게 내 소원이다옹. 그러니 나는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옹."
 "그래서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냐……."

 고양이의 말은 들은 거북이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말했다.

 "고양이야. 너는 특이한 고양이다. 어쩌면 네가 생각하는 대로 영생을 살 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옹."
 "고양이야, 나도 오랜 세월을 산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는 죽는다. 그리고 어쩌면 너도 영생을 사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옹."

 고양이의 빠른 수긍에 거북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여행을 계속 해보면 어떻겠느냐? 네가 살지 못하는 물에 지금 당장 뛰어드는 것보다, 살 수 있는 곳에서 네가 아직 모르는 곳을 여행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네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는 네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리 있는 말이다옹."

 납득하는 고양이를 보며 거북은 말을 이었다.

 "고양이야. 나도 너처럼 오래 살고 먼 거리의 바다를 여행하지만, 늘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새로운 동물들을 보고 산다. 바다는 정말 너무나 넓은 곳이다. 그리고 네가 언제나 발 딛고 마주하는 육지도 바다만큼이나 큰 곳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여행을 해봐라. 어쩌면 육지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잖느냐? 땅의 끝까지 가서, 그 때 바다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
 "땅의 끝?"

 거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고양이야?"
 "나는… 바다를 찾아 남쪽으로 왔다옹." 
 "그 전에는 어디에서 왔느냐? 네가 여행한 곳을 말해다오."

 고양이는 거북이에게 자신이 여행한 곳들을 얘기해주었다. 고양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거북이 말했다.

 "…고양이야. 너는 서쪽에서 온 것 같구나. 내 생각에 너는 동쪽으로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하지만 여기서 바로 동쪽으로 가봤자 어차피 바다이다. 그러니 지금 네가 서 있는 뒤 방향이 북쪽이니, 더 북쪽으로 올라 간 이후에 동쪽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
 "동쪽은 어디냐옹?"
 "저쪽이다. 해가 뜨는 곳. 아침이 시작되는 곳."

 거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방향을 일러주었다.

 "고맙다옹, 현명한 거북이야."

 그 말에 거북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연륜이 있는 거북이라고 불러주면 고맙겠구나."
 "알겠다옹, 연륜이 있는 거북이야."
 "잘 가게, 오래 산 고양이 친구."

 거북은 허허 웃으며 바다 안으로 돌아갔다.

 고양이는 친구가 된 거북이를 뒤로 하고 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넓은 강을 지나 높은 산맥이 가깝게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저긴 어딜까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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