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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12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2화

SooyangLim 2023. 11. 13. 19:01

 주현은 한동안 머릿속에 자신의 팬이었던 사람이 자신을 욕하고, 자신과 관련된 물건들을 부수고, 자신과 관련된 것들을 지우고 치우는 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고, 양치를 할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떠올랐다. 어떤 일상생활을 해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현은 이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틈 날 때마다 개인 인터넷 방송을 수시로 켜기 시작했다. 주현은 평소에도 자주 방송을 켜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젠 팬들마저도 '왜 또 하냐' 또는 '어떻게 이렇게 길게 하냐' 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자주, 길게 했다. 몇몇 팬들 사이에는 우스개 소리로 이쯤 되면 같이 사는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주현은 강박적으로 이것저것 활동을 하면서 팬들과 접촉을 하려고 하려고 애썼다. sns를 좀 더 하고, 사진도 자주 올리는 등의 활동을 했다. 좋은 말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하려고 애썼다. 간혹 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또는 깜짝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주현은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심하게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주현의 휴대폰에 한 번 고정된 알고리즘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주현 또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한 걸 관두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주현의 행보는, 주현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쓴다
-요즘 여론 안 좋은 거 알고 괜히 무마하려고 그럼
-발악 하는 거 뻔히 보이구요

 여기까지 오자 주현은 자신이 빼달라고 했던 활동들을 스스로 나서서 죄다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하지 않기로 했던 공연을 나서서 하자고 말을 꺼냈다.

 "형, 쉬어야 되지 않아?"
 "오랜만의 휴식기인데 좀 쉬자."

 멤버들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휴식기에 공연을 하자는 주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형은 진짜 좀 쉬어야 돼."

 막내 멤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뭐 하나라도 하면 좋잖아. 작은 거 하나라도 하자. 응?"

 주현의 설득에 그들은 결국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하나만 하기로 수락했다. 일정 팀은 급하게 난치병 환우 돕기 기부를 위한 자선 행사인 무료 봉사 공연 일정을 하나 잡았다. 

 그러나 봉사 일정이 잡히자 인터넷의 일부에서는 또 난리가 났다. 활동은 안 하면서 행사는 간다는 것이 그들의 논란 주제였다. 이것은 사이버 렉카들, 일부 호사가, 그리고 주현이 속한 그룹인 송즈를 안 좋아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소재가 되었다. '돈 안 되는 스케줄은 안 해도 돈 되는 행사는 밝히는 아이돌'로.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ㅇㅇㅇ입니다!"
 "안녕하세요~ 화이팅입니다~"

 주현은 그 행사에서 다른 신인 아이돌도 만나서 인사를 했다.

 "와, 쟤네 잘한다. 좀 위기감 느껴지네."

 주현은 무대 아래에서 멤버들과 신인 아이돌의 무대를 보며 감탄했다. 

 "쟤네 곧 뜨겠다. 진짜 열심히 준비했네."

 막내 멤버가 그들의 무대를 보며 말했다.

 "쟤네 지난 주에 막 데뷔 했어. 그리고 이번이 첫 행사래. 좀 전에는 음악 방송 다녀와서 세팅도 풀로 다 하고 왔나 봐."

 매니저가 멤버들에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 

 "갓 데뷔했다고요? 엄청 잘하는데? 우와 성량 좋은 거 봐! 곡도 좋은데요?"
 "춤도 완전 잘 추네~"
 "쟤들은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

 송즈 멤버들은 그렇게 말하며 물을 마셨다. 



 그런데 얼마 뒤.

 그들이 다녀온 행사에서 다른 이유로도 욕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볍게 준비해서 간 행사인데, 그곳에 출연한 다른 아이돌과 비교 영상이 인터넷이 돌기 시작했다. 

-신인은 저렇게 준비해와서 빡세게 하는데ㅋㅋㅋ
-설렁이는 거 보소
-신인은 기합 빡! 송즈는 이게 여…유?
-와 신인 가창력 무엇? 개 열심히 부른다
-송즈는 팬들한테 계속 마이크 넘김 아ㅋㅋ

 주현의 휴대폰 알고리즘에 비교 영상과 욕이 달린 댓글들이 점령을 했다. 편향되고 부정적인 알고리즘은 주현에게 그런 것들만 계속 보여줬다.

 게다가 그들이 인사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과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도 논란이 되었다. 인사하고 다시 고개 들었을 때 찍힌 사진이었는데, 그 잠깐의 찰나가 찍힌 사진으로 고개 뻣뻣하게 후배의 인사를 씹고 엿먹이는 선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들보다 무대를 잘해서 라는 명목이었다. 후배를 백안시하고 꼴아보는 사진으로 이름 붙여져 인터넷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빌미로 또 다른 루머와 소설을 마구 양산해내고 있었다.

 "아니, 위기감 느꼈던 건 맞지만……."

 주현은 연말 무대 연습을 하러 소속사 건물을 들어서는 동안 폰을 보고 있었다. 주현은 폰을 보며 억울해하며 중얼거렸다.

 "넌 또 뭘 보냐?"

 매니저가 그런 주현을 보고는 주현이 보고 있던 휴대폰을 뺏었다. 그리고 화면을 끄고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정정 기사 내줄 테니까 그런 쓸데없는 거 보지 마."
 "하……."

 매니저의 말대로 신인 아이돌에 대한 건 그저 오해일 뿐이며, 그 행사는 그저 봉사 차원으로 간 것이며 팬들과 소통을 위한 무대였다는 걸 알리는 정정기사가 나갔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은 그런 정정기사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씁쓸하네."
 "이런 건 다들 관심 없지 뭐~"
 "맞아."
 "어쩌겠어. 적어도 정정기사는 나갔으니까……."

 연습하다가 정정기사가 나갔다는 매니저의 말에 해당 기사를 보던 멤버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주현은 이 일로 더 의기소침해져버렸다. 이젠 뭘 하든 하기만 해도 욕을 먹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아예 시무룩하게 풀이 죽어버렸다.

 "됐어. 보지 마. 휴식이나 좀 취해. 모처럼 얻은 휴식기인데 안 쉬고 뭐 해?"

 매니저가 나쁜 것을 쫓듯이 손을 저으며 그만 보라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인터넷이나 sns 같은 거에 신경 쓰는 거 안 좋아. 뉴스 못 봤어? 요즘 이런 것들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난리다."
 "우리가 그런 걸로 홍보하는데 보긴 봐야죠."

 멤버 중 하나가 말했다.
 그러자 막내 멤버가 말했다.

 "그래도 조심해야 된다구요. 형들, 그거 봤어요? 요즘 자살률이 급증한대요."
 "그건 늘 하는 얘기 아닌가?"

 다른 멤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막내 멤버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요즘 갑자기 정신과적 질환이랑 같이 늘어났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늘 있는 일 아냐?"
 "아이~ 내가 그 정도면 얘기하겠어요? 얼마 전에 뉴스에도 나왔다니까요? 요즘 신경 정신… 뭐더라? 암튼 그런 증상이 급증한다고 나왔어요. 한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이거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예요!"

 막내 멤버가 어쩐지 열변을 토했다.
 매니저가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야야, 그 얘긴 그만 해. 자, 주현아, 너도 그거 그만 보고. 이제 슬슬 찍으러 가야지."
 "그… 우리 리더 형은 우리한테 정정할 거 없나?"

 매니저의 말에 열애설이 난 멤버가 자신이 보던 폰 화면을 끄고 주현에게 물었다.
 그 말에 주현이 화면에서 눈을 떼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응? 뭐?"
 "형이 힘들어서 쉬자고 했던 것 같은데 어째 스케줄이 많네."

 그 말에 갑자기 연습실의 공기가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주현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것도 있지만,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꼈다. 주현은 흔들리는 눈으로 다시 되물었다.

 "어…?"
 "야, 얘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냐. 그냥 간단한 거라 홍보 때문에 일 들어온 거야. 까메오야, 까메오. 자, 가자, 주현아."

 매니저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는 주현을 재촉했다. 그리고 주현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주현은 매니저가 그러는 사이에 멤버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걸 두 눈으로 지금, 두 눈으로, 분명하게, 똑똑히 포착을 했다.
 스캔들이 난 멤버는 폰으로 다시 시선을 내리고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 뭐 그렇겠죠, 당연히. 처음은 작은 단역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 형, 잘 갔다 와~ 하고 싶지 않다는 연기 자알 하고~"
 "아니, 형. 잠깐…!"

 막내 멤버가 당황한 표정으로 스캔들이 난 멤버를 툭툭 치며 말했다.

 "어? 아니, 아니 나는…!"

 주현은 뭔가 해명하려 했지만, 매니저가 시간이 없다며 서둘러 끌고 나갔다.

 "가자. 시간 다 돼 간다. 너네는 연습 마저 하고 난 뒤에 들어가. 들어가면 바로 푹 쉬고."
 "예이예이~ 당연히 푹 쉬어야죠. 저희는 가수라서 연기할 일은 없으니까요~"

 분명히 비꼬는 의도가 들어 있는 말에 주현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일단 가자. 내가 얘기해 놓을게."

 라고 만류하며 데려나갔다.



 "…애들도 그렇게 생각해요?"

 차 안에서 주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과 눈가는 어느새 새빨개져있었다. 
 매니저는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대수롭지 않게 반문했다.

 "뭐?"
 "제가 이제 노래 안 하고 배우 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리더인데 이런다고? 제가 송즈 나가려는 줄 아는 거예요? 이제 저 버리려는 거예요? 애들이?"
 "무슨 소리야? 어쩌다 보니 드라마 스케줄이 잡히니까 애들이 오해하는 거지~ 무슨 송즈를 나가고 버리고 하는 말도 안 되는…"
 "흐윽……."

 뒷 좌석에서 주현이 흐느끼는 소리에 매니저가 당황해서 재빨리 갓길에 차를 멈췄다.

 "너 울어?"
 
 주현은 옆에 같이 타고 있던 메이크업 의상과 메이크업 스텝이 당황해서 매니저와 주현을 번갈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휴지, 휴지……."

 매니저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휴지는 꺼내서 주현에게 건넸다.

 "아니, 넌 왜 이런 걸로 울고 그러냐? 아니라고 말 하면 되는 문제를?" 
 '넌 이런 걸로도 우냐? 진짜 노답이네.'

 "흐윽"

 주현은 떨리는 손으로 휴지를 받아 들었다.

 '나가 뒤지지 그래?'
 "괜찮아?"
 '진짜 쓸모없다'
 "오늘 촬영 괜찮겠어?"
 '사실은 가수 하기 싫은 거 아냐?'
 "차 밀려서 좀 늦는다고 할까?"
 '애들 말이 맞아'
 "물 좀 마셔, 주현아"
 '송즈에서 필요 없는 리더니까 나가라는 거 아냐'
 "주현아"
 '리더는 무슨 그냥 나가고 싶어 하는 멤버겠지'
 "주현아!"

 "헉"

 정신 차리니 주현은 어느새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던 상태였다.

 "무슨 소리야! 왜 그래?"
 "네?"
 "살려달라고 했잖아!"
 "네?"

 주현이 한 적이 없는 말을  매니저가 했다며 진정시티고 있었다. 매니저는 병원을 가야 되니 어쩌니 하면서 스케줄을 취소해야겠다고 말했다.

 "괜찮, 괜찮아요."
 "괜찮긴!"
 "아니에요. 갈 수 있어요. 잠깐, 잠깐 충격이라……."

 주현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옆을 보며 말했다.

 "메이크업 선생님도 여기 왔으니까 화장도 수정할 수 있고……."
 "뭐?"

 매니저는 갑자기 귀신 본 사람 마냥 겁먹은 표정으로 주현을 바라봤다. 매니저의 표정에 주현은 옆을 바라봤다.

 "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부터.



 "주현씨~ 안녕하세요~"
 "너무 팬이에요~"
 "요즘 노래 너무 잘 듣고 있어요~"
 "와줘서 고마워요~"

 그들은 결국 드라마 촬영장에 도착했다. 배우들과 스텝들, 그리고 감독들 등등이 반갑게 주현을 맞이했다.

 "…어? 울었어요?"

 감독이 주현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 얘가 대본 보고 감동 먹어서……."

 옆에 있던 매니저가 말도 안 될 것 같은 소리로 적당히 둘러댔다.

 "아이고~ 감수성 풍부하구나~"

 좀 전에 사망 씬을 찍은 나이 지긋한 배우가 진심으로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어쨌든 변명이 먹힌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눈이 부은 채로 들어가면 안 되니까 어떻게 해야 될 것 같은데…….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붓기 가라앉혀 봐요."

 감독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좀 가라앉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님한테 부탁해서 메이크업으로 가리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메이크업해주시는 분 같이 왔어요? 아, 그래요? 같이 안 왔어요? 그쵸. 짧은 씬이니까……. 그럼 우리 메이크업 아티스트님한테 부탁해 볼게요."

 연차는 높지만 최근에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여배우가 그렇게 얘기하고는 자신의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렀다.

 "감사합니다."

 주현과 매니저는 고개를 꾸벅하고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눈에 차가운 팩 올리고 그 다음에 메이크업 수정 해드릴게요~"

 여배우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주현의 눈을 감게 하고 팩을 올리며 말했다. 

 "메이크업 받고 있어. 나 잠시 나갔다 올게."

 매니저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매니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주현의 화장이 끝났다.

 "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근데 화장실 어디 있나요?"
 "바깥으로 나가셔서 복도가 교차되는 곳에서 오른쪽 모퉁이 돌면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주현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치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던 주현은 복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주현은 소속사에서 꽂은 거 맞지?"

 주현은 교차되는 복도를 지나가려다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멈칫했다. 주현은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서 문 뒤로 숨었다.

 "그럴껄?"
 "연기는 갑자기 왜 한다고 난리야?"
 "걔 집안 좋아서 아닐까? 아이돌보다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어? 얼굴도 괜찮겠다, 역시 아이돌보다는 배우라고 생각하겠지."
 "집안? 그걸 어떻게 알아? 알려진 거 없지 않나?"
 "내가 또 찐팬이잖아. 나 예전에는 걔 전화번호도 알고 있었어."
 "뭐!?"
 "난 걔 가족 관계도 다 알고 있어. 걔네 부모님 집에 가서 인사했던 적도 있어. 걔 진짜 집안 장난 아니게 좋아. 이 정도로 떴는데 안 알려진 이유가 있다니까."

 그 말을 들은 주현은 누군지 짐작이 가는 듯, 문 뒤에서 흠칫했다.
 두 스텝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뭐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주현이랑 너 원래 아는 사이야?"
 "응. 내가 맨날 찾아갔거든. 전에는 나한테 인사도 잘 했는데, 요즘에는 팬이 늘어서인지 바빠서인지 인사 잘 안 해주더라고. 매니저도 자꾸 막고. 그래서 요즘은 계속 얼굴 비춰주려고 하는 중이야."
 "…아는 사이 맞아…?"
 "맞다니까. 여튼 내가 주현이 번호도 알고 있었는데 좀 지나니까 바꾸더라고. 전화도 계속 걸어보고 메신저 프사도 지켜봤……. "
 "야, 너 주현 때문에 여기 알바 지원한 거지?"
 "당연하지! 아니면 내가 여기서 일을 왜 해? "
 "……."
 "갑자기 휴식기니 뭐니 한다고 요즘 밖으로 잘 나오질 않더라니까? 숙소에서도 잘 안 나오고……. 물론 숙소도 바꾼 뒤로는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거기 못 들어가게 하는 거 ㅈㄴ 짱나. 예전엔 종종 들어갔는데……."
 "……."
 "하여튼, 소속사랑 방송국에서 계속 대기해 봤는데 휴식기가 맞긴 한 건지 진짜 아예 안 오긴 하더라. 한동안 못 볼 것 같아서 기분 거지 같았는데…"
 "아~ 너 사생이구나?ㅋㅋㅋ"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렇게 말하며 비웃는 소리에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맞아. 내가 걔 진짜 잘 아는 찐 팬이지. 어쨌든 여기면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공고 뜨자마자 바로 지원했지."
 "미친x이ㅋㅋㅋ"
 "아까 메이크업 아티스트년 죽이고 싶었다니까. 지가 뭔데 담당도 아니면서 남의 얼굴에 손 대?"

 주현은 스토킹 범죄자의 뜻밖의 취업 소식에 입술을 깨물었다.
 자칭 팬이라는 스토커와 다른 스텝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난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 주현 정도면 완전 인기 아이돌이잖아. 노래나 하지 왜 연기를 왜 하지?"
 "어쩌면 진짜 나가고 싶은 걸 지도? 걔 집안이면 현타 제대로 왔을걸? 최근에 다른 멤버가 클럽에서 여자 끼고 난리 났었잖아. 요즘 Bad에 누구랑 자주 만나더니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그 고고한 애가 그걸 어떻게 보고 있겠어."
 "아아. 그 사진. 그러면 그럴 만도 하네. 그 사진 개 더럽더라."
 "그리고, 말이 리더지 왕따설 있거든."
 "왕따? 누구?"
 "주현이. 걔 자주 혼자 다니더라고. 스케줄도 따로 오는 경우 많았고. 다른 멤버들이랑 잘 안 맞나 봐. 전에도 막내 멤버랑 크게 싸워서 병원 갔다는 말도 있고."

 스텝 두 명은 무거운 박스들을 복도에서 계속 천천히 옮기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화장실에 주현이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대화를 계속했다.

 "어머. 그래서 배우 되려는 건가 보다. 아니, 근데 하고 싶으면 밑바닥부터 올라오던가……. 아이돌 위치 이용해서 갑자기 이런데 꽂아 넣고! 말이 돼? 솔찍히 그렇게 잘 생겼는 지도 모르겠던데."
 "야, 얼굴은 솔찍히 ㅇㅇ(드라마에 출연하는 남자 배우 이름)보다 주현이 더 나아."
 "지랄ㅋㅋㅋ 솔찍히 노래도 걔 같은 아이돌보다 ㅇㅇ가 더 나을 걸? 뮤지컬 오래 했잖아. 주현, 걔 평소에 라이브는 되나?"
 "야, 닥쳐어~"
 "그래봤자 아이돌이잖아. 하하하"

 그들은 깔깔거리며 복도 저편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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