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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14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4화

SooyangLim 2023. 11. 20. 19:01

 "일시적인 증상입니다."

 주현의 귀에 구급차 대원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하게 들렸다.

 "네? 이게요? 하……."

 매니저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눈을 뜨지 않고 눈치를 살폈다.

 "참 나……."

 매니저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약간 의식이 돌아왔지만, 의식이 돌아온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이 참에 자자 하는 생각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여기 계셔도 됩니까?"

 얼마 후, 주현의 귀에 소속사 사장의 목소리도 흐릿하게 들렸다. 자고 있는 사이에 구급차에서 내려서 1인실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안 될 건 뭐 있습니까?"
 "바쁘신 분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쪽도 바쁜 사람 아닙니까?"
 "그렇지만…"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되니 애나 잘 돌보십시오. 좀 쉬게도 하고요. 노예라도 굴립니까?"
 "아니, 그…"
 "아참. 자주 와서 검사받게 하십시오. 부탁받았습니다. 반드시 확인을 해봐야 됩니다."
 "네!? 심각합니까?"
 "모르니까 하는 말입니다."
 "아……."
 "그럼 전 이만."

 어디서 들어본 냉정한 말투의 의사가 그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휴……."

 사장이 1인실의 침대 옆에 있는 의자 앉았다.  
 주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주현아!"
 "…사장님. 누구예요?"
 "응?"

 어쩐지 사장은 당황한 듯 했다.

 "뭘… 몰라요?"
 "어?"
 "뭐가 심각해요?"
 "어, 어어? 아……."

 사장은 주현이 어디서부터 들었는 지 몰라서 말을 머뭇거렸다.

 "아플 리가 없는데……."

 주현은 자신이 얼마나 튼튼해졌는지 알기에 무언가 심각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장은 머리를 굴리다가 대충 심각하다는 부분 부터 들었겠거니 하고 말을 했다.

 "아, 그 심각하냐고 하는 거 들었구나?"
 "네."

 주현은 그 앞부분분터 들었지만, 사장의 눈을 못 마주치고 링거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행히 사장은 사실을 감추느라 주현의 거짓말을 눈치 못 채고 허둥지둥 말했다.

 "그, 그, 의사가 너 좀 쉬어야겠다는 것 같던데? 건강 검진도 하고."
 "그래요?"
 "그래. 이번 일정 끝나면 좀 쉬자. 아, 일단 드라마는 오늘 씬 그대로 살려서 쓴다고 하더라. 그리고 ost 녹음은 며칠 뒤로 미뤘다.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 아직 여유 있어서 다행이지……."
 
 사장의 말에 주현은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는 말했다.

 "숙소로 돌아가죠?"
 "뭐?"
 "어차피 일정 끝날 때까지는 못 쉬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래도 이참에 좀 쉬고 건강검진도 하고……."

 주현은 뭔가를 숨기는 사장의 태도와, 건강검진이라는 말에 불현듯 김두원이 떠올랐다.

 '…설마.'

 주현은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김두원을 적극적으로 돕는 데는 사장의 역할도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둥글둥글한 사람이라지만, 사장은 주현이 보기엔 꽤나 똑똑하고 촉도 좋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자신보다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과연 사장님 같은 사람이 김두원이 뭔 짓을 저지르는지 모를까?'

 그 생각이 스친 순간 주현은 사장에 대한 믿음 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거짓말이지?'

 주현은 다시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진실인 게 있긴 한가? 어디서부터 속인 거지? 뭘 감추는 거지?'

 사장이 그런 주현의 모습에 놀라 벌떡 일어섰다.

 "주현아?"

 주현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에 꽂힌 링거줄을 잡아뜯었다. 링거줄을 뜯어버린 자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사람들에게 난 뭐지? 이용하기 좋은 도구?'

 주현은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손으로 옆에 놓여진 자신의 휴대폰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

 그런 주현의 무서운 돌발 행동에 사장은 놀라서 어버버 했다.
 주현은 한 번 이를 악물고는, 다음 순간에는 드라마 감독이 봤더라면 환호를 했을 인생 최고의 연기를 했다. 주현은 따뜻하게 활짝 웃는 가면을 쓰고 말했다.

 "숙소 가서 쉴게요."

  

 "가는 동안 좀 자는 게 어때?"

 매니저가 도심 속을 운전을 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도 옆 자리에 앉아서 뒷자리에 탄 주현을 걱정스럽게 흘낏 바라봤다. 

 "괜찮아요."

 주현은 그들의 눈도 안 마주치고는 휴대폰을 하며 대충 대꾸했다. 소속사와 드라마 제작사에서 잘 단속시켰는지 인터넷에는 주현과 관련된 소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메신저를 하나하나 열어서 살펴보던 주현은 그동안 못보던 소식을 잔뜩 접했다. 

 "…어?"

 그러다 주현은 어떤 친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 중에 하나는 결혼을 했다는 것도 몰랐는데 며칠 전에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현은 당연히 청첩장을 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라서 더 섭섭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주현이 더 놀란 건 다른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방금 봤는데, 너 괜찮아? 수술했다고?"

 주현은 차 안에서 급히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주현이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 보여서 일부러 연락을 안 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주현은 기분이 묘했다. 주현은 이 감정이 뭘까 하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결혼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야, 너 언제 결혼 했어? 왜 나한테 얘기도 안 해?"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주현이 요즘 바쁘고 정신없어 보여서 나중에 전하려 했다는 대답이었다.

 "…하아……."

 주현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주현은 전과는 달리 격렬하게 반응을 나타냈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는 와중에 매니저와 사장이 그런 주현의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주현은 이 기묘한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 지 알아챘다. 타인의 배려와 눈치가 자신을 더 괴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서운하다고 쉽게 티를 내지도 못하는 그런 곤란함.

부웅-

 문득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 창 밖을 바라봤다.

 "……."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는 도시가 인공적인 불빛의 아름다운 야경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퇴근시간의 꽉 막힌 도로 너머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북적거리는 수많은 군중 속을 움직이면서도 거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차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그들과 또 다른 단절을 심하게 느꼈다. 

 "…왜? 친구가 아프데?"
 "하……."

 주현의 통화 내용을 들은 매니저가 슬쩍 말을 붙여봤다. 하지만 주현은 대답 대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럴 때 있어. 갑자기 주변에 여러 일이 겹칠 때가 있다니까."

 사장도 스리슬쩍 거들며 말했다.

 "우리 주현이는 왜 그럴까."
 "…왜? …왜… 왜… 왜…….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주현은 '왜'라는 질문에 또 '왜' 라는 글자를 몇 번이고 되뇌며 중얼거렸다. 주현은 또 '왜' 라는 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머릿속에서 하며 밖을 바라봤다. 속이 답답해서 한숨이 자꾸만 나왔다.

 차는 한강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원하게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고 있자니, 잠깐 내려서 걷고 싶었다.

 "…형. 잠깐만 내리죠."
 "응?"
 "잠깐 걷고 싶어요."
 "그래?"

 매니저는 주현이 좀 걸을 수 있게 한강의 공원에 차를 세웠다. 주현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잘 끼고는 차에서 내렸다. 사장은 걷기 귀찮아서 차에 계속 타고 있겠다고 했다.



 주현은 좀 걷다가 벤치에 앉았고, 매니저는 마실 것을 사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주현은 벤치에 가만히 앉았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산책을 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주현은 이따금씩 몇몇 사람들이 자신을 언뜻언뜻 쳐다보는 걸 느꼈다. 주현은 가끔씩 자신을 쳐다보는 그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한강의 멋진 야경을 눈앞에 두고 모자를 더 눌러쓰고, 마스크를 더 올리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구원을 위해 우리는…"

 그 때, 어딘가에서 확성기를 틀고 전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봤다.

 "아."

 그건 주현이 근래에 퇴치하고 다니는 사이비 종교 신도놈들이었다. 한강 다리 아래의 으슥한 곳에서 수상하게 생긴 망토를 쓰고 사이비 신도들이 포교와 집회, 설교를 하고 있었다.
  
 "……."

 주현은 자신이 노력해도 득세하는 사이비 놈들의 모습에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는 한강변을 지나다니는 여느 사람들처럼 사이비 무리들이 떠드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우리는 개인이 느끼는 군중 속의 외로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고통의 밤 속에 놓이게 하고 괴롭게 하며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여러분, 우리는 도울 수 있습니다! 세상과의 소통이…"

 문득 자신의 상황을 꿰기라도 한 듯 언급하는 구절을 듣고 있자니 주현은 갑자기 관심이 생겼다. 주현은 자세히 들어보려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망토 입은 사이비 무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의 뭐라고 떠드는지 지켜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인생은 험난한 파도와 같습니다! 우리의 고통과 불행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왜! 왜 오는 것일까요? 그리고 또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분노와 외로움, 고통에 언제나 몸부림쳤을 겁니다! 세상에 범람하는 sns와 소통의 도구들! 그것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씁쓸하고 가라앉게 만들며 더욱 고립되고 괴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 것들을 끄고 하고 나면 더 적막에 휩싸인 자신의 모습을 보셨지 않습니까? 여러분, 우리는…"

 주현은 자신도 모르게 혹해서 점점 더 그들 무리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사이비 신도들 틈에 스며들려는 찰나,

 "어?"
 
 주현이 그들 틈 사이에 파고들어 오는 걸 느끼고 한 사이비 신도가 고개를 돌려 주현을 바라봤다. 망토 아래로 얼굴 위쪽을 가린 가면 아래, 그 신도는 입과 턱, 그리고 가면 뒤의 눈빛만이 보였다. 그럼에도 주현은 그 신도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봤다.

 물론, 알아본 것은 주현만이 아니었다. 그 신도 또한 망토를 입은 수상한 사이비 신도들 틈바구니에 끼여든 주현을 보자마자 알아차린 것이다. 심지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거의 다 가렸는 데도 말이다.

 그 신도는 미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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