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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10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0화

SooyangLim 2023. 11. 6. 19:02

 "누나!"

 진우가 놀란 눈으로 수현에게 다가갔다.
 수현은 잠깐 마스크를 내려 입에 피가 고인 침을 바닥에 퉤 하고 뱉고는, 다시 마스크를 올리고 자세를 잡았다. 

 "괜찮아."
 "아니!? 피가…! 왜 이렇게 다쳤어요!?"
 "의자랑 테이블에 맞았어."

 그 말이 증명하기라도 하듯 수현의 몸 곳곳에는 피가 튄 자국이 묻어있었다.

 "나무면 그냥 부숴졌을 텐데 여긴 죄다 철제 의자랑 테이블이더라고. 어디 걸려서 베였나 봐. 그리고 입 안에 피가 좀 고여있던 것 뿐이야."

 그들의 대화와 수현의 상처를 보면 심각한 상황 같지만은 실상은 좀 달랐다. 사이비 신도들 대부분 얼굴에 수현의 손자국을 새긴 채로 기절 해 있었고, 수현에게 묻은 피도 대부분은 사이비 신도 놈이 서로 어설프게 싸우다 터진 피가 수현에게 튄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수현이 문을 잠가서 가둬놓고 패고 있었기에, 그들 중 90%는 살기 위해 싸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겁에 질린 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수현은 주현에게 인사불성이 된 피해자를 넘겨 받으며 말했다.

 "피해자 제가 데리고 있을테니 정리해 주세요."
 
 주현은 자신이 수현을 놔두고 가버려서 이렇게 당해버렸다는 생각에(거의 안 당했지만)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는 죄책감에 하얗게 질린 채 약간은 떨리는 손과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네?"

 수현이 영문을 모르고 되묻기 무섭게 주현은 튀어나가서 그들을 순식간에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형!"

 진우도 주현을 따라 함께 놈들을 기절시키기 시작했고, 이내 상황은 정리됐다. 

 그들은 기절한 사이비 종교 신도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 경찰에 신고를 해놨으니 곧 상황을 정리하러 올 것이다. 

 폐창고를 개조한 카페이자 비밀리에 종교 시설로 이용되는 곳 밖으로 걸어 나오며 진우가 말했다. 

 "…한 놈은 아까 칼 들고 덤벼서…"
 "칼!? 미쳤네."

 수현이 깜짝 놀라 진우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던게 되게 약해서…"
 "야! 칼 든 놈 앞에 약하니 어쩌니 말이 나와? 우리가 암만 강해도 칼은 위험하다고! 날붙이는 잘못 맞으면 찔리거나 베여!"

 수현이 잔뜩 잔소리 했다. 그러다가 다시 마스크를 내리고 다시 한 번 입에 고인 피를 퉤 하고 뱉었다. 
 그 모습을 흘낏 본 주현은 죄책감이 더 배가 됐다. 주현은 조용히 사과했다.

 "…아까 내가 그렇게 가버려서 미안해. 남아서 같이 싸웠어야 했는데."

 주현의 말에 오늘 내심 여러 가지로 좀 실망했던 진우가 투덜거렸다.

 "그러니까요. 왜 제가 있는 쪽으로 왔어요? 제가 할 수 있었는데……. 누나도 다치고 인질도 다치고, 중간에 인질이 칼에 찔릴 뻔도 하고! 형, 오늘 왜 이렇게 대충 해요?"
 "……."

 진우의 말에 주현은 갑자기 멈춰섰다. 그러고는 주현은 조용히 사과했다.

 "…미안……."
 "……."

 수현은 평소와 다른 주현의 모습에 당황해서 주현과 진우의 눈치를 살폈다. 
 
 "아, 아니……."

 평소 같으면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얘기했을 성격의 주현이 이렇게 나오니 진우가 오히려 더 당황했다.
 눈치를 보던 수현은 재빨리 무마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난 어차피 내일 되면 거의 다 낫는 걸. 그리고 칼 든 놈 있었다면서? 오빠가 갔으니 다행이지, 안 그래? 칼 든 상대를 너 혼자 상대하려면 그것도 일이야. 안 그래도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넌 아직 싸움에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으니까. 보호해야 될 사람까지 있으면 생각할 일도 얼마나 많은 지 알잖아?"

 수현의 말에 진우는 수현이 주현의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했는지 부루퉁 하지만, 납득은 가는 얼굴로 말했다.

 "아, 알았어요, 알았어."
 
삐삑-

 그 때 김두원이 연락이 세 사람에게 도착했다.

 "우린 가면 될 것 같아요. 이분 좀 박사님께 데려다주세요."

 수현이 부축해서 거의 끌고 오듯 같이 걸어가던 피해자를 주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그래. 다들 어서 들어가 봐."

 주현이 피해자에게 아까 얻은 가방을 매게 한 뒤에 자신의 등에 업으며 말했다. 



 "괜찮을까요?"

 주현이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그리고는 소속사에 들어가 안무실로 위장한 김두원의 연구실에 피해자를 눕히며 물었다. 이렇게 주현이 어색한 것은 주현의 마음 속에 자라난 불신 때문에, 김두원과 마주치거나 대화하는 것 자체가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치료해야지."

 김두원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들어가 봐."

 김두원의 말에 주현이 아까 현장에서 가져온 가방을 내려놓고 나가려 하는데,

 "안에 뭐 들었어?"

 가방이 바닥에 닿이며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김두원이 가방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주현은 말 없이 가방 안을 확인했다.

 "유리병 같은 거요. 몇 개 돼요. 한 개는 아까 깨졌고요. 아마 또 다른 병을 퍼뜨리고 있겠죠."

 김두원은 잠시 처치를 멈추고 다가와서 알 수 없는 무색의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진 유리를 보며 말했다.

 "여긴 아무것도 안 들어 있었어?"
 "들어있었는데 다 샜어요. 금방 휘발되더라고요."
 "휘발됐다고?"

 김두원은 그 말에 주현을 보며 물었다.

 "이거 휘발된 가스 마신 건 아니지?"
 "모르겠어요. 아마 마셨을 걸요."
 "음……."

 김두원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앞으로 좀 자주 들러서 상태 체크 하자. 그럼 이제 가 봐."
 "음…… 네."

 주현은 떨떠름 하게 대답했다. 주현은 김두원이 껄끄럽기 때문에 그와 자주 마주쳐야 한다는 일 자체가 영 내키지가 않았다.

 "어서 나가렴. 이분 빨리 치료해야 되니까."

 김두원이 다시 피해자에게로 가며 말했다.

 "네. 가볼게요."

 주현은 어쩐지 오늘따라 김두원이 자신을 자꾸만 빨리 내보내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것은 주현에게 불신을 더 키우는 꼴이었다.

 

 잠시 후, 소속사 건물에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그 차에서는 아까 그 사이비들이 입었던 망토를 입은 누군가가 내렸다. 그리고 그 인물은 관계자 통로를 통해서 소속사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곧장 김두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김두원의 연구실로 들어왔다.

 "아, 오셨습니까."

 김두원이 어느새 잠들어 있는 피해자의 링거줄을 조절하며 말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를 뽑은 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본적인 처치와 시료는 채취했습니다만, 추가 검사와 치료를 더 했으면 합니다."
 "말씀 드려놓겠습니다. 피해자를 확보할 수 있어서 아주 다행이라고 말 전해달라 했습니다."

 망토 쓴 사람이 피해자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김두원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기뻐하신다니 다행입니다."
 "혹시 이분한테 더 들으신 건 없나요?"

 망토 쓴 사람이 잠들어 있는 피해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김두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나 심문은 제가 피해자와 진행하는 것보다 그쪽이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데려가겠습니다."

 망토를 입은 그 사람은 피해자의 링거줄을 건네 받으며 말했다. 
 
 "아참. 이거 가져가십시오."

 김두원이 망토를 입은 이에게 뭔가를 건넸다.

 "혹시 모르니까요."

 그 사람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불법이 아니길 바라죠."
 "처방이라고 합시다."

 김두원이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마 유머라고 한 말인 모양이다. 
 그 말에 망토를 쓴 이가 김두원을 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이 자는 김두원의 말을 유머로 받아들이진 않은 모양이었다.
 김두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시죠. 불법 아닙니다. 신체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몇 가지 약의 칵테일 요법과, 평소 쓰는 약의 농도만 좀 많이 진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믿는 척 하겠습니다."

 "하하."
 
 망토를 입은 자는 믿는 척하겠다는 불신인지 장난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는 잠든 피해자를 조심스럽게 업고 건물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며칠 뒤,

 "이 시간에 웬일이니?"

 주현의 부모님이 의아한 얼굴로 주현을 맞이했다. 주현은 겉옷을 집안 일을 돕는 분께 건네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려고요."
 "그래?"

 주현은 며칠 만에야 힘겹게 녹음을 마쳤다. 그리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부모님을 찾아왔다. 주현의 부모님은 한창 바쁜 활동기 때에, 심지어 뜬금없는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주현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주현의 어머니가 주현에게 손 씻고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너 온다길래 갈비찜 해놨어. 연락 받자마자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장에 직접 가셔서 먹을 거 전부 다 새로 장 봐오셨단다."
 "직접요?"
 
 주현이 손 씻고 나서 한 상 가득 차려진 식탁 앞에 앉으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심지어 이미 상다리 부러지게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음에도 가사 도우미는 음식을 아직도 더 내오고 있었다.

 주현의 아버지가 식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평소에 사소한 것도 사람 시키시더니." 
 
 그 때 마침 주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 손주 왔어?"
 "할아버지! 할머니!"

 주현이 벌떡 일이나 문 간으로 가자 주현의 할아버지가 그대로 앉아있으라는 손짓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주현의 할머니는 나이로 인해 느려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때 보다 빠르게 사부작사부작 속도를 내서 다가왔다. 그리고는 주현의 볼을 붙잡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왜 이렇게 애볐니! 거 회사는 돈도 잘 벌면서 애 밥은 왜 이렇게 굶긴다니?"

 주현은 마음이 확 푸근해졌다.
 주현의 아버지가 식탁 앞에 앉으며 말했다.

 "얘 하는 일이 있는 데 살찌면 안 돼요." 

 주현의 아버지의 말에 주현의 할아버지가 역정을 냈다.

 "너는, 너는 그, 애비란 놈이 지 자식이 저렇게 말랐는데 그게 할 소리냐? 사람 쓸 때도 밥은 먹여가면서 일 시켜야 되는 거야! 너 밑에 사람도 밥 안 먹이면서 일 시키냐?"  
 "아니, 그거랑 다르……."
 "뭐가 달라, 임마! 하여간! 쯧쯧……. 자식새끼 건강하게 키우랬더니 핑계만 대던 놈이니 지금도 뭐가 문젠지 알 지도 못하지. 안 그러냐, 애미야?"
 
 주현의 할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며 주현의 아버지의 말을 끊었다. 주현의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자식이 영 맘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말하는 모양새로 보니, 과거에 주현이 아팠을 때의 일로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주현의 할머니가 서둘러 중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아유, 애 오랜만에 왔는데 또 왜 그래요~ 어서 먹자, 주현아."

 주현은 이런 언쟁이 익숙한 지 여느 때처럼 또 해명을 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많이 먹는데 그냥 체질 때문에 살 안 찌는 거라니까요?"
 "주현이 거 먼저 퍼 줘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신들에게 먼저 덜어주려는 주현이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많이 먹어."
 
 주현의 어머니가 살짝 미소를 띄우고 고기를 잔뜩 덜어주며 말했다.

 주현의 가족들은 간만에 식사를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했다.

 "사돈은 그, 그 나라에 강연 가셨다고?"
 "네, 아버님. 지난 주에 그 쪽 대학에 초청받아서 강연 가셨어요. 한 동안은 안 들어오실 생각이신가 봐요."
 "아니, 왜?"
 "휴양 겸 해서 머무르신다고 하셨어요. 가신 김에 좀 쉬실 모양이신가 봐요."
 "아아. 잘 생각하셨네."

 주현은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저도 좀 쉴까 봐요."
 "응?" 

 주현의 말에 할머니가 동그래진 눈으로 주현을 바라봤다. 주현은 밥을 먹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뭐 그냥……. 쉴까 싶어서요."
 "왜? 신곡 반응이 안 좋아? 잘 되는 것 같던데?"

 주현의 아버지가 물었다.
 주현은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말했다.

 "아뇨, 그건 아니고요. 앨범은 잘 되고 있어요."
 "근데 왜?"
 "그냥 좀 집중력도 흩어지는 것 같고……."

 주현의 말에 주현의 어머니가 물었다.

 "갑자기? 혹시 댓글 때문에 그러니?" 
 "네?"
 "아니, 그 혹시 나쁜 댓글 같은 거 봤나 싶어서."
 "아뇨 아뇨. 그냥……."

 주현의 말에 주현의 아버지는 살짝 나무라며 말했다.

 "갑자기 하기 싫다고 막 그만두고 그러면 안 돼. 열심히 해야지. 나도 보고 있는데, 주현아.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방송에서 사람들이 피곤해 보인다고 하고, 무대에서 춤 대충 춘다고 뭐라 하더라."
 "아니, 그건 그게 아니라… 어? 무대 한 거 보셨어요?"
 "당연히 다 보지. 사람이 하면 끝까지 열심히 해야 되는 거야. 알지? 태만하면 안 돼."
 
 주현의 아버지의 말에 주현은 뭐라고 대꾸하려다가 말았다. 주현의 할아버지가 말했다.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되지만 할 때는 열심히 해야 된다, 알지?"
 "…네."

 주현은 뭔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속마음을 솔찍하게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 때 주현의 어머니도 또 한 마디 거들었다.

 "그래. 오늘 밥 잘 먹고 가서 힘내서 열심히 해."

 주현은 어렵게 시간을 짜내서 마련한 식사자리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니 점점 기분이 안 좋아졌다. 힘들 때 힘들다고 얘기하지 못하게 된 주현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지금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갑자기, 가족들과 거리가 멀어지고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 사이가 절벽처럼 갈라져서 분리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왜 그래?"

 주현의 어머니가 주현이 갑자기 숨을 가쁘게 쉬자 놀라서 물었다.
 주현은 힘겹게 호흡과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아, 아뇨. 괜찮아요. 급하게 먹었나 봐요."

 주현은 물을 마시며 거짓말을 했다.



 "…하. 괜히 왔나."

 주현은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렸다.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밤거리를 보며 주현은 또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퇴근하거나 집에 가서나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주현의 눈에 수 없이 많은 자동차 불빛들이 깜박이는 모습, 서서히 밝혀져 오는 건물들의 불빛들이 비쳤다. 

 "밤에 연습 있는 거 알지?"

 운전하던 매니저가 말했다.

 "네, 알죠."

 주현은 또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폰을 켜서 바라봤다.

 "……."

 수 많은 연락처와 앱이 깔려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기 힘들었다. 어느 병원을 찾아가지도 못 하고, 종교 시설에 의탁하지도 못하고, 팬들에게도 말 못하고, 김두원에게도, 수현에게도, 진우에게도, 다이아에게도, 제이나 콜라보를 같이 하는 가른 동료에게도, 멤버들도, 사장님도, 매니저나 스텝들도, 그 누구도 연락하지 못했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삐삑-

「우리 후배님~ 잘 지내? 나 업장 열었으니 언제 한 번 놀러 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하고!」

 그 와중에 찝찝한 소문이 도는 그룹 Bad의 멤버 엠피(M.P.)의 연락이 왔다. 그는 이따금씩 연락이 왔지만, 주현은 지금까진 적당히 대응하며 넘기고 있었다.

 "…하아."

 주현은 적당히 답장을 하고는 폰 화면을 껐다.

 수백만 명이 함께 있는 도시 한가운데, 같은 차에 사람까지 타고 있는 이 순간. 주현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완벽하게 분리된 느낌을 받았다. 주현은 점점 고립되고 있었다. 

 주현의 옆에 누군가 앉아서 말했다.

 '느낌이 이상해?'
 "……."
 '기분이 어때? 안 좋은 거지?'
 "……."
 '차에서 잠깐 내려 봐'
 "……."
 '잠깐 쉬자.'
 "…안 돼."

 매니저가 주현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백미러를 흘깃 바라봤다.
 뒷좌석에는 주현 뿐이었다. 매니저는 주현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누군가랑 통화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누가 안다고?'
 "당연히 알지 뭔 소리야."
 '지금 당장 뛰어내려도 모를걸.'
 "무슨 소리야."
 '차에 치여 죽어야 누가 좀 알까?'
 "하. 무슨 개소리야……."

 주현은 이제 없는 목소리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철퍽

 이제 가스는 깨진 틈을 잠식하다 못해 농도 짙은 액체처럼 뇌를 흠뻑 적셨다. 뇌는 독소를 뚝뚝 흘리며 절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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