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Quiet? Quite! 2부 17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7화

SooyangLim 2023. 11. 30. 19:02

 "뭐?"

 주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주현은 호흡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내가 변해? …그래, 내가 변했으면. 변했으면 뭐? 그게 너한테 뭐 얼마나 피해를 줬다고? 내가 너네한테 그런 소리 들을 만큼 잘못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주현이 말하는 중에도, 뒤로 갈수록 점점 언성을 높였다.
 진우는 그 말에 또 욱해서 말했다.

 "이거 봐요. 누나가 다친 건 다 까먹었죠? 다이아가 다친 것도 까먹었죠?"
 "그, 그, 그건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다이아는… 다이아는……. 근데 왜 네가, 진우 네가 걸고 넘어지는 건데?"

 주현이 죄책감 때문인지 살짝 말을 더듬었다.

 "미안하면 다에요?"

 진우는 주현에게 한 발 짝 다가서며 소리쳤다. 진우는 기관총처럼 말을 빠르게 말을 쏘아댔다.

 "미안하다는 사람이 그래요? 미안하다고 말만 하면 다예요? 책임은 져요? 책임도 안 지고 이렇게 나르려고(도망가려고) 하면 뭐 어쩌라는 건데요?"
 "내가 언제…!"
 "우릴 위해서라고요? 뭘 위하는 건데요? 형이 우리한테 약이라도 만들어줘요? 형이 제가 항암치료 받을 때 제 목숨이라도 살렸어요? 도대체 누가 누굴 더러 위하자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진우가 뭐라 말하려는 주현의 말을 자르고 아주 싹퉁바가지 없는 말투로 비꼬며 마구 쏘아붙였다. 진우는 주현에게 바짝 붙으며 소리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요. 개쌉소리 그만하고."

 그 말에 주현이 마지막 인내심을 당겨 써서 진우를 밀치고 가며 말했다.

 "그만 하자."
 "어딜 가요? 뭘 그만하라고요? 온 세상이 형 편 들어주니까 ㅈ대로 해도 되는 것 같아요?"

 진우가 자신을 지나쳐 가려는 주현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고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때문에 주현의 몸이 휘청거렸다.
 주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우뚝 멈춰 섰다. 
 수현이 두 사람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말렸다.

 "야 그만해."

 그 말에 진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 두 사람 사이에 빗소리만이 가득 채웠다. 그러다 결국 진우가 다시 입을 떼고 짜증을 내며 꿍얼거렸다.

 "하……. 요즘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나태하게 변한게 자랑이라고 우리한테 이러는 건지……. 진짜 개 ㅈ같아서…"

 거칠어지는 빗소리를 뚫고 진우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 순간, 평소라면 바닥나지 않을 주현의 인내심이 바닥나버렸다.






 주현이 진우의 멱살을 붙잡고 솟구치듯 뛰어서 날아올랐다. 그렇게 발을 구른 덕분에 굉음과 함께 병원 건물이 통째로 흔들거렸다. 

번쩍

 동시에 비바람 속에서 저 멀리서 친 번갯불이 하늘 위로 번쩍했다. 

 "뭐, 뭐야!? 지진?"

우르르 쾅

 병원 사람들은 놀라서 허둥지둥 했으나, 때마침 친 천둥 번개 때문에 묻혀버렸다.

 "와, 천둥이 심하게 치면 건물이 흔들리는 구나."

 병원 안밖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긴 했지만, 일시적인 일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삐삑-

 "네, 박사님. 맞아요."
 
 유일하게 이 소동이 누구 때문인지 눈치챈 김두원에게서 걸려온 수현이 전화를 받았다. 수현은 자신과 주현이 싸우는 게 아니라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아뇨, 저 아니에요. 아, 왜 시비만 걸면 다 저라고 생각하세요? 전 이제 안 싸운다니까요? 지금 진우랑 주현 오빠랑 싸우는 거예요. 오늘 둘 다 안 맞는 날인가 봐요. 뭐, 서로 쌓인 게 보이긴 했지만요."

 수현은 전화 중간중간 한숨을 쉬며 이 갈등을 단순하게 표현했다. 그러고는 산쪽에서 들려오는 어마무시한 싸움 소리와 땅울림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산을 바라봤다. 수현을 두 사람을 바로 말려야 할지, 아니면 좀 치고박게 놔둬야 할지 고민했다.
 수현은 전화를 계속 하며 병원 옥상을 살펴봤다. 수현은 옥상 바닥 일부분에 데미지가 간 걸 보고 비가 새지 않을까 걱정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 병원이 내진 설계가 잘 된 건물이라 다행이에요. 전에 소속사 건물은 아예 아작을 내놨었는데……. 그때 직원분들이랑 송즈 오빠들이 놀라서 대피하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다니까요. 수류탄 터지는 줄 알았다니……."

 수현은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게임이 아니라 실제 수류탄을 경험했던 직원들이 그렇게 얘기했을 정도로, 주현과 수현은 시끄럽게 싸워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수현은 아까 주현이 한 말을 곱씹어 생각하며 김두원에게 물었다.

 "근데 박사님, 오빠랑 싸우셨어요?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들을게요."

 수현은 다시 한 번 산 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수현은 오늘이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치는 날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시끄러워지면 곤란해지겠다고 생각했다. 수현은 이젠 진짜 말려야겠다 생각했다.

 "네네. 그래야죠. 아, 이제 그만 말려야 겠어요. 이러다 들켜서 헬기 뜨게 생겼어요. 자칫하다간 산사태 일어날지도 모르겠어요. 적어도 지형 바꾸는 건 막아야죠. 아, 박사님. 나중에 저랑 따로 얘기 좀 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수현은 전화를 끊었다.

 "요즘 주현 오빠 진짜 이상하다니까."

 주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싸움판이 벌어진 둘을 따라 산으로 갔다.



 주현은 진우를 병원 뒤쪽의 산의 땅바닥으로 그대로 처박았다.

 'x발 x나 진심으로 하네.'

 진우가 속으로 욕을 했다. 몇 년에 걸쳐 묵은 낙엽이 켜켜히 쌓여있어서 나름 푹신했지만, 그래도 진우는 등과 뒤통수가 얼얼한 걸 느꼈다. 진우는 아프다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때문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물론 보통 사람은 이 정도로 데미지를 입으면 즉사 수준이었다. 그것도 그냥 즉사를 넘어 꽤나 처참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진우니까 몸 어디가 터지지도 않고 지금 아프다고 생각만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게 어느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냐면, 위에서 내리꽂은 높이와 힘 때문에 그들 주변이 마치 폭발물이 떨어진 것 마냥 물을 머금은 묵은 낙엽이 헤쳐진 작은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누가 보면 죽일 생각이냐고 기함을 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주현은 누구 하나 잡겠다고 작정하고 여기까지 일을 벌인 건 아니었다.

 "…말 함부로 하지 마."

 주현이 호흡 때문에 띄엄띄엄 말했다.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쓴 탓에 주현의 호흡이 평소보다 커졌다.



 진우가 자신을 산바닥에 처넣은 주현의 팔을 잡았다.
  
퍼억

 그러더니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함께 그대로 옆으로 던져서 매쳤다. 주현이 바닥에 처박히자 또 다른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건 묵은 낙엽이 아니라 땅바닥 자체가 제법 파일 정도였다. 이 크레이터는 적어도 주현은 작정하고 싸운 게 아니라는 반증이었다.

 진우도 평소보다 에너지를 많이 쓴 탓에 거칠게 호흡을 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점차 올라오는 짜증을 목소리 크기를 통해 크레셴도로 드러냈다.

 "형이 요즘 이러는 거 우리한테만 이러는 거 아닌 거 다 알거든요?"

뿌득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발치의 쓰러져서 홧김에 빗물 먹은 나무 토막을 밟았다. 그 나무는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진우는 부서진 조각을 축구공 차듯이 차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주현에게 맞췄다.



 그 나무토막에 가슴팍을 맞아 주현이 다시 뒤로 넘어졌다. 
 진우가 소리쳤다.

 "제가 모르는 줄 알아요?"
 "……."
 "형 팬들도 뭐라 그러는 거 내가 인터넷에서 다 봤다고요!"
 "인터넷?"

 주현이 비꼬듯 말하고는 콧웃음을 쳤다. 



 어느새 주현이 진우 곁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머리 쪽으로 손바닥을 뻗었다.

 "!"

 진우가 다급히 머리를 피했다.



 진짜로 머리를 칠 생각은 아니었는지 진우의 머리 옆, 뒤쪽(대각선 뒤쪽)에 있던 나무가 박살났다. 주현은 그래놓고는 자기가 놀라서 흠칫했다. 아마 그냥 나무에 손을 짚을 생각이었는데, 힘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주현은 멀쩡한 진우의 머리를 봤다가, 화로 인해 제어가 제대로 안 되는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하."

 진우는 그 공격에 머리를 맞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현을 바라봤다.



 진우가 좀 전에 뻗었던 주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욱하는 심정을 담아 그대로 잡아던졌다. 땅이 또 훅 파이면서 산이 울렸다. 그리고는 어느새 쓰러져 있는 주현의 옆에 다가와 멱살을 양손에 쥐고 들며 소리쳤다.

 "하기 싫고 쉬고 싶은데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거면 거기서만 그러라고요. 네?"

 주현이 고통으로 인해 미간을 찌푸리고, 빗물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뜬 상태에서 눈빛이 이글거리는 진우를 바라봤다. 

 "놔." 
 
 그리고는 진우의 손목을 잡아 떼내려 하며 말했다.

 "아."

 진우는 손목에 통증을 느끼며 바로 손에 힘을 풀었다. 



 주현의 몸이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진우가 한쪽 다리를 땅에 대고 앉고, 다른 한쪽 다리에 팔을 기대고 그 위에 이마를 댄 체 호흡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에너지를 평소보다 과하게 쓴 탓에 호흡으로 산소를 끌어오는 게 모자람을 느껴졌다.



 주현이 일어나려 팔을 땅바닥에 짚자 땅이 울렸다.

 "하."

 힘 조절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진우는 그가 여전히 화가 나있다고 생각했다. 

 "비켜."

 주현도 호흡이 안정적이 못해서 헉헉거리며 진우를 옆으로 살짝 밀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살짝 민게 아니게 됐다.



 진우의 몸이 뒤쪽으로 붕 떴다.



 그리고는 그대로 땅에 등으로 떨어졌다.

 "아, 씨."

 진우가 짜증을 냈다. 그래도 살짝 민 게 맞긴 했는지 땅이 울리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치밀어 오르는 분을 느끼며 옆의 나무를 잡고 일어났다.



 잡은 나무가 터지고, 일어나기 위해 내디딘 발이 있던 자리가 파이며 큰 소리가 났다. 진우가 헉헉거리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진우도 화가 나서 힘이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걸음마다 산을 울리게 하면서, 주현에게 소리치며 다가왔다.
 
 "대체 왜 우리한테까지 이러는 건데요? 왜 그렇게 하기 싫어하는 건데요!?"
 "네가… 네가 뭘 알아? 어? 내가 언제 하기 싫다고 했는데?"

 주현이 찔리는 게 있는 지 말을 살짝 더듬으며 일어났다.
 진우가 주현에게 가까이 바짝 다가와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요즘 이러는 건 뭔데요? 이게 하기 싫은 게 아니면! 뭐냐고요!"



 진우가 욱해서 주현의 가슴팍을 퍽 하고 쳤다.

 "윽!"

쾅 콰쾅 쾅쾅 쾅
우지끈

 주현은 그대로 뒤로 밀려서 등을 소나무에 갖다 박았다. 나무는 주현의 몸이 박을 때마다 차례로 여럿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후드드드득

 솔잎과 솔방울들, 도토리, 고로쇠나무 잎사귀 등이 우수수 쏟아져내렸다.

 "진짜 실망스럽네요, 형. 제가 형을 얼마나 믿고, 아니, 저한테 형은……."

 진우가 힘을 많이 쓴 탓에 숨을 몰아쉬며 말하다 다음 말을 삼키며 멈췄다. 말했어야 하는 말이었지만 그만 멈춰버렸다. 그리곤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주현은 고통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부딪힌 나무에 기대어 미끄러지듯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리곤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 물었다.

 이제 진우는 몇 달 전에 주현이 알고 있던 진우가 아니었다. 사춘기의 성장기에 들어선 진우는 이제 몸의 내구도 뿐만 아니라 힘도 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해졌다.

 반면 주현은 독소에 절여진 뇌 때문에 여느 때 보다 몸에 힘이 빠져있고, 또 몸에 힘을 줄 수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진우도 주현 스스로도, 주현의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주현은 방금 전의 경합으로 인해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서 힘겹게 나무에 기대어 섰다. 

 진우는 그런 주현의 모습에 실망감과 안타까움이 함께 밀려왔다. 진우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이상이자 자신의 아이돌(직업 뿐만 아니라 우상의 의미로서)이었던 주현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주현은 지금까지 보던 모습도 아니었고, 이상 속의 아이돌도 아니었다.
 진우는 주현에게 다가가며 그런 주현의 모습에 더 모질게 소리쳤다.

 "할 꺼면 제대로 해요. 시작했으면 대충 하고 넘기려 하지 말고요."
 "……."

 주현은 손으로 날카롭게 부서진 나무와 수액 채취기에 걸려 찢어진 허리 쪽 옷가지 사이를 만졌다.

 '이런.'

 주현은 고통과 함께 빗물이 아닌 뜨뜻한 액체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나무에 설치된 수액 채취기에 여러 번 걸리면서 다쳐버렸다. 그 때문에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강해진 뒤로 입은 상처 중에는 꽤 치명적인 상처였다. 
 튼튼해진 몸은 충격과 재생에는 굉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날카로운 날붙이나 광물을 이용해서, 진우 같이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한 자리에 여러번 상해를 입히고 베이게 하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주현의 옆구리는 가차 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그나마 겉옷이 있고 밤이라서 출혈을 겨우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을 끌면 좋은 꼴 보긴 힘든 상황이 되었다. 아마 컨디션적으로는 외관보더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주현은 앞으로 노출있는 옷을 못 입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물론 주현의 생각으로만 그럴 뿐, 며칠 뒤면 거의 다 낫고 조만간 흔적 조차 남지 않겠지만.

 진우는 주현이 그러고 있거나 말거나 계속 다가오며 소리쳤다.

 "해이해져서 피해 줄 거 다 줘놓고 돕지 말라니, 무슨 개쌉소리를 하고 있어요? 대답해 봐요, 형. 그건 누굴 위해서인데요? 말 해 봐요. 누구 위하자고 그러는 건데요? 진짜 짱나게 하지 말라고요."

 진우가 주현의 상처를 눈치 챌 만큼 다가오자 주현은 그대로 진우의 배를 발로 밀듯이 찼다.



 "욱!"

 진우는 그대로 몸이 붕뜨는가 싶더니 소나무에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나무 하나가 두 동강이 났다. 그리고 역시나 솔방울과 솔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오 x발……."

 진우가 고통 때문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진우는 아파서 비틀거리며 천천히 일어났다. 진우는 이쯤 되니 다른 놈들에게 대할 때처럼 힘조절을 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야. 민폐래.'
 '팀에서도 민폐'
 '회사에도 민폐'
 '드라마 촬영에도 민폐'
 '애들한테도 민폐'

 "으아악!"

 주현은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진우가 귀를 막고 주저앉아 소리 지르는 주현을 보고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가가려고 발걸음을 떼는데,

 "!?"

 진우가 주현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멈칫했다.
 주현은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아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렇게 이상반응을 보이던 주현이 벌게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진우를 바라봤다.

 "……."

 진우는 먼 발치에서 그 모습에 놀라 얼어버렸다.
 주현의 눈꺼풀은 파르르 떨리며 약간씩 감기고 있었다. 앞서 그렇게 비명을 지르더니, 이제는 갑자기 힘이 빠져서 숨만 겨우 붙인 채로 힘들게 말했다.

 "난 최선을 다했어……. 힘들었어도,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을 때도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었어……. 내가 노력한 건 없는 거야…? 민폐라고? 내가? 내가? 난 정말 최선을 다 했는데……."

 진우는 주현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느 정도로 이상한지는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 주현을 보니 혼자 중얼중얼 횡설수설 숨넘어갈 듯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니, 뭔가 문제가 있다고 확실히 느끼긴 했다. 적어도 지금 눈앞의 광경은 진우에게 소름 끼치는 광경임이 확실했다. 진우는 아까 수현이 이상하다고 말 한 의미를 지금에서야 확실히 체감했다. 

 '진짜 그렇긴 했어?'
 "내가 뭘 더 해야 돼? 나도 힘들다고……. 소리치고 싶어도 소리치지도 못했고, 털어 놓고 싶어도 아무 말 안 했어…….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쉬고 싶었을 때, 그래, 그래도 최선을 다 했어……. 어떻게든 하려고 했잖아…?"

 주현은 다시 고개를 떨구고 점점 더 크게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리며 절규하듯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손을 멈췄다. 

 "…!"

 진우는 갑자기 떨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활짝 웃는 주현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긴장과 공포로 완전 굳어버렸다. 진우는 순간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네 할 일이지. 여기까지 온 건 네 잘못이지.'
 "왜 모든 건 다 내 잘못이야? 응?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다 내 책임이야? 나도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를 때가 있는데, 왜 남의 문제까지 내가 해결해야 하고, 내가 책임져야 돼?"

 주현은 아까와 달리 날카롭고 힘 있는 목소리로 누구에게 하는 지 모를 소리로 신랄하게 비꼬고 있었다. 

 '그럼 네 잘못 아냐?'
 "내 잘못? 그래, 내 잘못 맞을 지도 모르지. 근데 왜 내가 잘한 건 아무도 안 봐주는 건데? 내가, 내가 몇 년을 노력했는데? 거짓말 하고 이용하고. 난 뭐야? 그동안 내 인생은 뭐야? 난 뭘 한 거야?"

 주현의 목소리가 이제 알아들을수 없을 만큼 작고 빠른 소리에서 진우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느려지기 시작했다. 

 "형, 무슨 소릴…?"

 진우가 놀란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 

 '난 모르겠는데? 뭘 했어?'
 "내가 뭐 했는 지 몰라? 그럼 네가 뭘 안다고 그딴 식으로 말하는 건데? 배신당한 건 난데? 난 애들을 보호하려고 그랬다고."

 진우는 눈빛와 태도가 완전히 변해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주현을 보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형. 뭘 제가 배신을 했다는 건데요? 힘든 건 알겠는데요, 전 배신은 안 했거든요? 변했다고 했다고 배신이라뇨?" 
 '결국 어차피 다 네 잘못아냐? 이렇게 된 것도?'

 하지만 주현은 이제 진우의 목소리보다 주현의 자신의 귀에 속삭이듯 들리는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질문에 주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닌데? 다 김주현 잘못이지."

 주현은 이제 자신의 인격을 분리해버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주현은 그 마지막 말이 주현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말이라고 착각했다. 다만, 진우는 그래도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우는 지금 주현의 모습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저 감정이 격해져서 질질 짜면서 개인사까지 얘기하고 있다가, 이제는 뻔뻔하게 회피까지 한다는 쪽으로 생각해버렸다.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고 그냥 혼자 빠져요. 싸울 때 멍 때리고 질질 짜는 사람은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진우는 더 욱했다. 그리고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주현을 그대로 밀어 찼다.






철퍽

 얼마나 세게 찼으면, 주현의 몸이 두어번 크게 튕기며 날아가서 떨어졌다. 그리고 튕긴 곳마다 켜켜이 쌓인 빗물을 잔뜩 머금은 낙엽과 산 바닥을 헤치고 땅바닥이 푹푹 파여버렸다.
 몇 번 튕기는 사이 주현은 탈력 발작 때문에 힘이 다 빠져버렸다. 하지만 주현은 비틀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주현의 몸을 차지한 다른 인격은, 주현의 몸에 들어가지도 않는 힘을 짜내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랐다. 그런데 지금 발을 구른 곳에는 아까 진우가 떨어질 때 만든 것처럼 상당히 크게 구덩이가 파였다. 하지만, 그게 주현이 짜내는 힘의 마지막이었다. 튀어 오르면서 에너지가 순식간에 빠져버렸다.

 "아, 진짜!"

 진우는 또 싸우러 튀어오는 주현을 보고 짜증을 냈다. 진우는 그 와중에 자신에게 달겨드는 주현이 확연히 스피드와 힘이 날아간 게 보였다.

 진우는 방금 전에 주현을 차면서 상태를 조절하는 약을 무시하고 에너지를 과하게 끌어쓴 탓에 혈당 저하가 오기 시작했다. 슬슬 어지러움을 느껴졌다. 진우는 이제 그만 싸우고 싶었다. 그래서 주현의 주먹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냥 손으로 잡아버렸다.



촤아악

 발을 딛고 서 있는 주변 땅과 땅 위의 잔해물과 나무들, 공기, 그리고 빗방울까지 궤적을 그리며 발산된 에너지가 퍼져나갔다.

 "!"

 자신의 주먹이 그대로 잡힌 것에 대한 놀람, 그리고 막혔을 때 부딪힌 충격으로 팔을 타고 오는 고통에 주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흐헉"

 진우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주현의 주먹을 잡은 진우는 손, 팔, 어깨, 전신 등에 엄청난 충격에 전해오는 걸 느꼈다. 시야가 번쩍하고 아찔해졌으며 숨이 턱 막혔다. 얼마나 아픈지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고통 때문에 감각 이상으로 인해 일순간 정신마저도 멍해졌다. 아무리 주현이 힘이 빠져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계속 제어한 공격과, 고삐 풀려서 대놓고 한 공격은 차이가 컸다.

 때문에 진우는 주먹을 막은 건 성공했지만, 동시에 막은 걸 후회했다. 진우는 진심으로 자신의 뼈, 관절, 인대, 근육, 장기 등이 죄다 박살 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그러다 진우는 갑자기 일순간에 고통이 싹 사라지는 걸 느꼈다. 진우는 아직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시야와 호흡과 정신으로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분명 엄청난 데미지를 입은 걸 알고 있는데 고통이 싹 사라지자 이해할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전혀 의도하지 않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진우는 웃고 있지 않은데 웃음(표정만)이 얼굴에 걸리는 걸 느꼈다.

 "흫헣ㅎ헣."

 과거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진우는 이 현상이 뭐 때문인지 바로 눈치챘다.

 '엔돌핀.'

 진우는 기분 더러운 웃음을 멈추려고 하다 보니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젠장. x됐네.'

 진우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엔돌핀의 효과를 자각했다. 그리고 뇌와 신체가 제발 아프지 말라고 발버둥 치는 게 느껴졌다. 뇌는 기억으로 저장된 행복하고 기쁠 때의 작용을 끄집어내서, 생존하기 위해 고통 덮으려 애쓰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사이 주현의 눈빛도 슬슬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어?"

 주현은 스위치가 끊겼다 돌아온 것처럼 분리해버린 인격에서 다시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내 빠르게 상황파악을 했다.
 
스르륵

 주현의 주먹과 팔에 힘이 천천히 풀렸다.
 진우도 그걸 느끼고 손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이제 그만하지는 의미로 주현의 손을 감싸 쥐었다.

 "더 싸울 거에요?"
 "……."

 주현은 좀 전의 일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온몸과 손에 느껴지는 고통과 상황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파악했다. 주현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완전히 끝났다고 파악해버렸다. 그렇게 주현은 이제 진우는 많이 성장했고 자신은 더 이상 강하지 않구나 하고 체감했다(사실 주현은 그 정도로 약하지 않지만).

 동시에 주현은 얼마 전 실력이 뛰어난 후배 가수와 마주쳤던 일이 떠올랐다.

털썩

 주현은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땅에 무릎이 닿았다.
 그리고 워낙 힘을 쎄게 끌어낸 탓인지 진우도 슬슬 한계가 찾아왔다. 진우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욕을 한 마디 뱉었다.

 "아 젠장."

 진우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완전히 힘이 풀린 주현의 손을 잡고 옆으로 밀어냈다. 진우는 더 이상 싸움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끌어 썼는지, 싸우기 전보다 눈에 띄게 말라버렸다. 진우는 혈당 저하 때문에 점점 더 어지러워지는 정신으로 말했다.

 "저 죽을듯……."

 진우가 말 하거나 말거나 주현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진우는 가만히 있는 주현에게 느릿하게 막은 손이 아닌 반대쪽 손을 뻗어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지 걱정을 하며 말했다.

 "…얼굴 안 다쳤죠? 정신없이 싸워서 얼굴 팬 건 아닌지 모르겠네……. 어…이거… 내일이면 낫겠…죠? 형 얼굴 상처 내면 살해당할 텐데……."

 주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주현은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려는 진우의 손과 시선을 피했다. 빗물 때문인지 그 모습은 진우의 눈에는 주현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형?"

 진우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주현을 불렀다. 주현은 진우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대로 쓰러지듯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형? 괜찮아요?"

 진우가 물었지만 주현은 대답이 없었다. 주현은 그 상태로 멍한 표정으로 비를 맞으며 가만히 있었다. 주현은 공허함과 어지러움을 느끼며 생각했다.

 '난 더 이상 필요 없구나……. 여기도…….'

 "주현이형?"

 진우가 다시 한번 불렀지만, 주현은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젠 공허와 함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땅이 울렸다.
 
 "이제 그만 싸워요. 너도."

 하늘에서 떨어지듯 수현이 나타났다. 덕분에 산에는 크레이터가 또 하나 생겼다. 오늘 산사태가 안 일어나는 게 기적일 정도로 잠깐 사이에 산은 데미지를 심하게 받았다. 그나마 두 사람이 조절하는 약을 먹은 상태로 자제를 하면서 싸워서 산사태까지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조금만 더 싸웠더라면 수현의 말처럼 진짜 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다.

 수현은 주현과 진우의 사이에 서서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너 어지럽지?"
 "엄청요."

 진우는 비와 함께 식은땀이 폭발하듯 나는 걸 느끼며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세상에! 피! 언제부터 다친 거예요!? 수혈해야 되는 거 아냐!? 그래도 얼굴 거의 안 다쳐서 다행이다."

 수현은 주현과 진우의 상태를 살피다가 주현이 숨긴 허리 상처를 보고는 기겁했다. 그리고는 주현의 얼굴을 보고는 급격하게 안심을 하며 말했다.

 주현은 뭐라 말하려고 입을 뻥긋거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주현은 깨진 유리가 모래가 되어 스러지듯이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근데 너 진짜 싸가지 없더라."

 수현이 그대로 기절한 주현을 들쳐매고 진우에게 말했다.

 "들었어요?"

 진우가 저혈당 증세 때문에 바닥에 퍼질러진 채 누워서 비를 맞으며 말했다.

 "통신 기기 끼고 있었잖아. 다 들었어. 녹음도 했고." 

 수현이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우는 엔돌핀 때문에 계속 나오는 헛웃음에 또 다른 헛웃음을 더하며 힘 없이 말했다.

 "ㅎㅎ녹음까지 했다고요?ㅎㅎ"
 "근데 주현 오빠 진짜 엄청 이상하네."

 수현이 말했다.

 "그러게요. 혼잣말하던데."

 진우가 흐려지는 의식을 겨우 붙잡은 채로 말했다.
 
 "요즘 되게 힘들었나……. 그렇지만 뭔가 그거 이상으로…"

 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건 그래도! 개짜증난다고요! 아까 책임 회피하는 거 들었어요?"

 진우는 그 와중에 다시 분이 올라오는지 수현의 말을 끊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내 심해지는 저혈당 증세 때문에 축 쳐졌다.
 하지만 수현은 진우의 말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주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요즘 이런 일 많다던데 설마 오빠도 안좋은건가? 너 들어봤지? 뉴스에 뇌나 신경이라던가 그런 거에 영향 받아서 정신적 작용이 이상해진 사람들이 급증…"

 수현이 요즘 뉴스에 자주 들려오는 정신질환들과 관련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진우는 이제 더 이상 대꾸할 수가 없었다. 수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누나, 나도 병원에 좀……."
 "어휴."

 수현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나도 그랬으니 참는다."

 수현은 두 사람의 옷의 목덜미를 붙잡고 두 사람에게 혈당과 피를 공급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박사님. 주현 오빠가 이상한 것 같아요."

 수현이 어느새 병원에서 소속사 건물로 진우와 주현을 데려와서 치료중인 김두원에게 말했다. 김두원은 혈액형이 같은 주현을 위해 피를 약간 뽑았기 때문에 한 쪽 팔을 좀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현의 말에 진우가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진우는 어깨부터 팔 전체에 깁스를 하고, 반대쪽 팔은 링거를 꽂은 상태였다. 부딪혔을 때 뭐가 문제가 생겼는지 진우의 손과 팔, 그리고 어깨까지 잔뜩 부어 있었다. 진우는 좀 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멍하게 있던 중이었다.
 
 "맞아. 막 헛소리를 하던데요. 배신이니 어쩌니……."

 진우의 말에 김두원이 주현이 맞고 있는 링거를 다른 걸로 교체 하던 손을 살짝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수현은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놈들이 만든 가스에 오빠가 당한게 아닐까요? 신경 가스가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못 알아내셨다면서요? 이게 그 영향 아닐까요?"
 "…그렇게 보였어? 무슨 증상이 있었는데?"
 
 김두원이 손을 멈추고는 수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그래보였어요. 행동도 그렇고 말 하는 것도 이상하더라고요. 최근에 주현 오빠에 대해서 들리는 말도 좀 그렇고요. 제 짐작이지만, 요즘 뉴스에 나온 거 보면 놈들이 퍼뜨리는 게 이런 쪽과 관련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어요. 주현 오빠도 마음이 약해진 틈을 타서 당한 게 아닐까요?"
 "이런 쪽? 마음이 약해진 틈?"

 수현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요?"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매니저가 사장과 김두원의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자다 깨서 바로 왔는지 머리가 엉망이었다.

 "주현이는요!?"
 "아까 수혈 끝냈고, 안정 중입니다. 좀 전에 집에 갈 수 있게 다른 링거로 교체했습니다."

 김두원의 대답에 매니저는 비틀거렸다.

 "수혈요…? 어, 얼마나 심각한 건데요?"
 "피를 흘린 것 빼곤 괜찮습니다. 어차피 피도 금방 복구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수혈한 것이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멍도 벌써 사라지는 중이고 상처도 이미 아물고 있습니다. 운 나쁘면 흉터가 남겠지만, 아마 안 남을 겁니다."
 
 진우는 김두원과 매니저가 말하는 동안 조용히 눈치만 살폈다. 본인도 다치긴 했지만, 연예인을 저 꼴로 만들어놨으니 책임을 물을까 무서운 모양이었다.

 뭔가 소리치려는 매니저에게 김두원은 매니저에게 애들이 있으니 나중에 말하자는 눈치를 주며 말했다.

 "일단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다들 이만 쉬러 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매니저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는 폰을 꺼내서 새벽 3시임을 확인했다.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이를 악물고는 대답했다. 매니저는 일단 아이들과 주현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주기로 했다. 



 다들 나가고 나자 김두원이 휴대폰에서 메시지를 입력하며 중얼거렸다.

 "이거 빨리 신 회장님 하고 얘기 해봐야겠는데……."

 그런데 김두원은 메세지를 보내다 짜증 난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어쩐지 아까 주현에게 한 말과 달리, 죽었다며 부정하던 사람의 이름을 너무나 쉽게 입에 올리며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김미경씨는 주현이랑 만났을 때 잘 해결했다더니 왜 이 사달이 난 거야……."



 매니저가 주현을 새벽에 개인 집으로 데려다놨다. 아침이 될 때 쯤, 주현이 맞고 있던 링거는 바닥을 드러냈다. 

 "으음……."

 주현은 링거 교체하러 가겠다는 김두원 메세지와 매니저의 몇 번의 전화, 그리고 진우의 메시지에 잠에서 깼다. 이제 좀 괜찮냐는 사장의 메시지도 왔다. 하지만 주현은 전부 수신 거절하거나, 와 있는 메시지를 열어 보지도 않고 씹었다.

 주현은 다 된 링거는 그냥 자신의 손으로 잡아 뜯듯이 뽑아버렸다. 핏방울이 이불에 묻어났지만, 주현은 신경도 안 쓰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주현은 그렇게 거의 열 몇 시간을 잠들었다. 그 사이 여러 번의 전화와 여러 사람의 메시지가 왔지만, 주현은 그냥 다 수신거절을 누르거나 씹고 자버렸다.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니 휴대폰은 잠잠해졌다.

 주현이 오랜시간 상처부위를 제외한 곳은 씻지 않고 잤더니 온 몸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났다. 비를 맞고서 씻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여간 찝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주현은 몹시 찝찝해서 잠에서 깨자마자 샤워부터 하러 일어났다.

 "으……."

 주현은 온 몸의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많이 나아졌지만,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주현은 손으로 허리의 상처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잘 치료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주현은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는 보지도 않고, 휴대폰으로 시간만 확인하고는 욕실로 향했다. 주현이 샤워를 시작한 시간은 늦은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쏴아아

 샤워기 물소리가 주현의 개인 아파트에서 났다. 주현은 멍하니 물을 맞으며 공허를 느끼며 서있었다. 그렇게 샤워를 하는데,

띵동-

 하고 대문 벨소리가 났다. 주현은 아까 나갈 때 매니저가 푹 쉬라고 하고 나간 걸 기억했다. 그리고 모든 연락을 씹었기 때문에 자신이 자고 있는 줄로 알거라 생각해서 때문에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띵동-

 다시 벨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조심스럽게 샤워기 물을 끄고 혹시나 매니저가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주현은 몸을 대충 닦고 매니저가 예전에 사다 놓은 샤워가운을 꺼내 입었다.

띵동-

 또 벨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어쩌면 또 스토커들이 붙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현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폰을 집어들었다. 주현은 증거 수집을 위해 폰 카메라를 켜고 인터폰 쪽으로 다가갔다.

 "어?"

 주현은 인터폰 화면을 본 순간 아까와 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띵동-

 현관 너머에 주현이 아는 사람이 와 있었다. 이곳에 전혀 올 일이 없는, 그리고 이 집을 전혀 몰라야 될 사람이 와 있었다.

 "어떻게…?"

 주현이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중얼거렸다.
 현관 너머에는 미경이 와있었다. 










반응형

'소설(Novel) > 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Quiet? Quite! 2부 19화 (삭제판)  (1) 2023.12.07
Quiet? Quite! 2부 18화  (1) 2023.12.04
Quiet? Quite! 2부 16화  (3) 2023.11.27
Quiet? Quite! 2부 15화  (2) 2023.11.23
Quiet? Quite! 2부 14화  (1) 2023.11.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