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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13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3화

SooyangLim 2023. 11. 16. 19:01

 "……."

 화장실 문 뒤편에서 주현은 문을 방패 삼아 가만히 스스로를 보호한 채 숨어있었다. 스텝들이 가버리고도 땅에 박힌 듯 미동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더니 점점 숨이 가빠졌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는데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아! 어딨어?"
 "……."
 "주현아!"
 
 매니저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매니저는 두리번거리다가 화장실 문 뒤에서 숨어 있는 주현을 발견했다. 

 "아 깜짝이야! 너 여기서 뭐 해?"
 "……."
 "…왜, 왜? 무슨 일이야?"

 매니저는 문 뒤에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 주현을 보자 당황했다.

 "…형."
 "어?"
 "지금 들어가야 돼요?"
 "아니, 아직…? 한 10분 있다가?"
 "그럼 조금 더 있어도 돼요?"

 매니저는 주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화장실에서?"
 "대기실에 들어갈게요."
 "그래."

 매니저는 그렇게 말하고는 경계하듯 복도를 한 번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주현의 얼굴을 가리게 하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지만…혹시 마주치면 안 되니까……."
 "형, 죄송해요."
 "……."

 매니저는 대답없이 두리번거리며 대기실 문을 열어 주현을 들여보내고 급히 문을 닫았다.
 주현은 매니저의 겉옷을 다시 돌려주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현아."

 매니저는 다른 의자를 끌고 와서 주현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요즘 왜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주현은 매니저의 그 말에서 짜증을 읽었다. 주현은 그 와중에 매니저도 자신 때문에 스트레스 받겠다고 생각하니 미안해졌다. 주현은 매니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아니에요. 좀, 좀 피곤해서……."
 "정말로 피곤해서 그런 거 맞아?"
 "…모르겠어요."

 주현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 저도 안 그러고 싶은데……."
 "하아……."

 매니저의 한숨에 주현은 눈치를 보며 말을 멈췄다.

 "죄송해요. 더 힘내볼게요."

 또 입을 다물어버리는 주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매니저는 결국 포기한 듯 의자에 편하게 앉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그래. 힘내보자. 오늘 일찍 끝나니까 들어가서 쉬자. ost 작업은 내일이니까 시간 좀 괜찮거든."
 "네."

 매니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찍으러 갈 준비 하자. 대사 다 외웠지?"
 "네."
 "너 첫번째 씬 찍는 동안 우리 소속사에서 다른 스텝들도 오기로 했어."
 "네?"
 "아까 너 차에서 안 좋을 때 내가 준비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부탁했어. 아무리 간단한 스케줄이라도 그렇지 인력을 이렇게 안 보내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썩을 놈의 경영팀 놈들은 돈 밖에 몰라."
 
 매니저는 투덜거리더니 주현의 어깨를 꽉 쥐어서 힘을 주며 말했다.

 "카메오라도 첫 정식 연기인데 힘도 주고! 으쌰으쌰 하고! 기운 받을 수 있게 해야지! 안 그래? 아무래도 사람 더 있는 게 좋지 않겠니."
 "……."
 "첫번째 씬 찍고 중간에 쉬는 동안 더 준비할 수 있게 해놓을게."
 "고마워요, 형."

 주현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장으로 향했다.



 "이쪽으로 보시고 하시면 됩니다. 여기, 더 오른쪽으로, 네. 네네. 좋아요."

 드라마 감독이 카메라 각도를 체크하고, 구도를 체크하며 말했다. 

 주현은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술집 배경의 세트장에 자리를 잡았다. 주현은 평소에 하던 뮤직비디오와는 다른 드라마 현장의 카메라와 스텝들을 보고 있으니 긴장감이 확 몰려왔다. 동시에 아까 뒷담을 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내 앞에서는 웃어도 여기 누군가는 또 내 욕을 하고 맘에 안 든다고 뭐라 하겠지? 누군가는 또 내 팬인 척하고 욕을 할 수도 있고……. 이 중에 또 누군가는 스토킹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주현은 갑자기 속이 뒤틀리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제 곧 연기를 시작해야했다. 

 "자, 슛 들어갑니다~"

 하지만 주현이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대배우는 주현에게 다가가 '극 중 캐릭터 주현'인걸 알아보고 슬픔마저 잊을 정도로 놀라 호들갑 떠는 연기와 대사를 시작했다. 

 "하아……. …어? 우와악!? 주현! 주현씨 맞죠!? 저 완전 팬이에요!"

 주현은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며, 드라마 속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드라마 속 주현의 캐릭터는 사람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는 대스타이며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캐릭터였다. 드라마 설정 속의 '캐릭터 주현 역할'은 가끔씩은 밖으로 나와 소탈하게 노포에 앉아 한 잔 기울이며 사람들과 대화도 하는 인물이었다. 주현은 인기 스타의 여유로운 모습이자, 극 중 스토리를 위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그리고 소품인 서류를 건네면서 대사를 했다.

 "기다렸습니다."
 "네?"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네? 아니, 이건…! 이걸 왜… 주현씨가…?"
 "오영일씨가 남기신 유서… 앗 죄송합니다."

 주현은 유품이라고 대사를 말해야 하는데 유서라고 말이 나와서 NG가 났다.

 "컷! 괜찮아요, 괜찮아. 주현씨 너무 긴장하지 말고."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상대 배우가 얼음을 녹이듯 주현의 양팔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주현씨! 너무 긴장하지 마요. 얼어있잖아~"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주현은 촬영 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집중이 잘 될 리가 없었다. 멘탈이 개박살이 난 상황에서  연기에 첫 도전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 할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짧은 대사와 한 씬이라고 할지라도 영 순탄하지 않았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오늘이 첫 드라마 연기라서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는 정도였다.

 "자, 다시 갑니다~"

 감독이 싸인을 보냈다.

 "하아… 어? 우와악!? 주현! 주현씨 맞죠!? 저 완전 팬이에요!"
 "기다렸습니다."
 "네?"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네? 아니, 이건…! 이걸 왜… 주현씨가…?"
 "오영일씨가 남기신 유품입니다. 예전에 이 가게에서 우연히 뵙게 되었을 때 부탁하셨습니다. 반드시 따로 전해달라고 부탁을 하셨었죠."
 "아버지가요……."
 "그때 어딘가 불안해 보이셨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 배우가 서류를 받아 들며 대사가 끝나자,

 "컷!"

 하고 감독이 싸인을 보냈다.

 "이거 쓰면 되겠지?"
 "개인샷 하나씩 더 찍죠?"
 
 카메라 감독이 말했다.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독은 주현이 여전히 좀 얼어있어서 딱딱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체샷도 포함해서 한 번 더 찍으려 했다.

 "자, 한 번 더 가볼까요? 2번 카메라, 3번 카메라! 많이 들어가주시고~ 4번 카메라! 서류만 클로즈업해주세요!"

 그렇게 감독이 말 하고 스텝들은 분주하게 배우들의 얼굴과 소품을 다시 한 번 체크했다. 그런데 그렇게 분주한 가운데 작은 목소리가 주현의 귀에 꽂혔다. 

 "야, 쟤 나대더니 연기 개 못하네? 도대체 쟤를 왜 꽂은 거야? 돌레기는 쓰는 거 아닌데."

 그 말이 귀에 들린 순간 주현의 안색은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주현은 속이 그대로 뒤집혀서 토할 것 같았다. 주현은 심장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식은땀을 흘리며 주현은 천천히 고꾸라지듯이 상체를 숙였다. 그러더니 이제는 메이크업을 뚫고 보일 정도로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어, 주, 주현씨? 괜찮아요?"
 "주현씨?"

 상대배우와 스텝들이 그런 주현을 보자 깜짝 놀라 우르르 다가와 부축하려 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감독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놀라서 모니터링 화면을 보다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저 뒤에서 구경하러 온 제작사와 제작 지원 기업들의 직원들도 급히 다가왔다.

 "괜찮아요?"
 "주현씨 매니저는?"
 "주현씨!?"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주현의 귀에 꽂히게 한 말을 한 스텝이 있는 곳 주변은 얼음장 같이 조용했다. 그리고 그 얼어붙은 곳의 주변에 있던 스텝들은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근처에 앉아서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여배우도 있었다. 여배우는 말 없이 주현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달려온 사람들 사이로 창백한 얼굴이 된 주현을 봤다. 여배우는 조용하지만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대배우 곁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 상대배우가 잠깐이지만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여배우가 뭐라고 더 귓속말을 하자, 상대 배우는 배우답게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는 입을 다물었다. 
 상대배우의 표정이 바뀐 직후, 여배우는 감독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말씨로 말했다.

 "감독님, 잠깐 쉬었다 가는게 어떨까요? 주현씨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나 봐요."

 감독은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상대배우 조차 감독에게 잠깐 쉬자는 듯한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결국 감독은 일단 끊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요. 5분만 쉬었다 갑시다." 
 
 두 배우의 정리 아래 스텝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주현은 스텝들의 부축 아래 급히 대기실로 이동하려 했다. 밖에서 잠시 통화하고 있던 매니저는 상황을 전달받고 급히 촬영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허둥지둥 주현을 인계받아 촬영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현을 데리고 대기실로 가는 촬영장에서 복도로 나가는데, 방금 전까지 부축해주던 스텝들의 근처에서 작게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웅성거림 중에는 '민폐'라는 단어도 들리는 듯했다. 누구에게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단어를 들은 주현은 숨을 가쁘게 쉬더니 더 상태가 안 좋아졌다.

 "욱, 우웩"

 결국 그 자리에서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
 "휴지!"
 "닦을 거 갖고와요, 닦을 거!"

 스텝들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상대배우와 여배우도 급히 다가와서 수습을 도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옷과 몸이 더러워질 수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치우는 걸 도왔다.

 "ㅇㅇ씨가 주현씨 대기실에 데려다주실래요? 제가 감독님께 말씀드릴게요."

 여배우가 그렇게 말하고 일부러 상대배우와 주현을 먼저 촬영장 밖으로 보냈다. 주현은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대기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상대배우가 주현을 쉬게 하자며 사람들을 전부 대기실 밖으로 보냈다.

 "주현씨, 다른 파트 먼저 찍자고 할 테니까 좀 쉬고 있어요. 알겠죠?" 

 상대배우는 대기실까지 들어와서 따뜻하게 말하며 주현을 의자에 앉혔다.

 "다른 스텝들은요? 아, 오는 중이에요? 아아~ 짧은 배역이라서 매니저님 하고만 오셨구나. 그렇겠네요. 저기에 그, 물 좀 끓여줄래요? 너무 걱정 마세요. 가끔 배우들도 이런 일 있거든요. 그럼요. 촬영 끊어 가는 일이야 뭐, 흔하죠."

 상대배우는 매니저와 대화를 하고는 물을  끓여서 한 잔 달라는 부탁 했다.

 "주현씨."

 상대 배우가 주현의 앞에 의자를 가져와 앉아서 온화하게 말했다.

 "저도 처음에 연기할 때 어려웠어요. 너무 긴장하지 마요. 사람들 말 너무 신경 쓰지 말고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현은 아직 정신이 없어서 상대배우가 무슨 소리를, 어떠한 의도로, 왜 하는 건지 잘 파악 못한 채로, 그저 고개를 푹 숙이며 연신 사과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안 그래요? 세상 속에 나아간다는 게 참, 어려워요. 주현씨, 물 한 잔 마시고 충분히 쉬어요. 괜찮아질 때까지 진정하고 나오면 돼요. 우리가 먼저 찍고 있을 테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요."

 그 말을 남기고 상대배우는 매니저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말을 남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

 매니저가 대기실에 구비되어 있는 커피포트에 끓인 물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아까 배우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말했다.

 "곧 우리 소속사 직원들 올 거야."
 "……."

 주현은 떨리는 손으로 매니저가 건넨 컵을 받아 들었다. 주현은 그 물을 마시지 않고 손에 든 채 말 없이 그저 멍하니 있었다.
 매니저가 차분하게 말했다.

 "ㅇㅇ(상대 배우 이름)씨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도 있고, 그럴만 한 일이었으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말라고 하던데."
 "……."
 "무슨 일이야?"
 "……."

 대답 없는 주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매니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주현아."
 "……."
 "요즘 진짜 왜 그러니."
 "…죄송해요, 형."

 그 말에 매니저는 답답한 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푹 쉬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니야. 사과 안 해도 돼. 그냥 진짜 왜 그런지 묻는 거야. 응? 무슨 일인지 말 해 줘야 우리가 도울 수 있어."

 매니저가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현이 입을 떼려는데, 대기실 문이 열리고 드라마 스텝이 오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20분 후에 다시 가실게요~"

 라고 말하는데 저 멀리 촬영장에서 소리치는 고성이 이곳까지 작게 들려왔다. 그 고성은 감독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스텝은 주현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주현을 한 번 흘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꾸벅하고는 문을 닫았다.

 주현은 그 스텝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과 저 멀리서 들린 감독의 고성 소리에 움츠러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렇게 주현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 죄송해요."
 "하아……."

 매니저는 한숨을 길게 쉬고는 말 없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
 "……."

 침묵이 제법 길게 이어지는가 싶더니, 복도에 누군가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대기실 문이 열리고 주현의 소속사인 잘나가 엔터의 직원들이 뛰어들어왔다.

 "주현씨!"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들어왔다.
 매니저는 잠시 주현이 진정되게 도우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은 상황을 좀 알아보러 나가보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매니저가 나가자 직원들은 호들갑을 떨며 주현을 진정시키고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게 애썼다. 그리고 주현은 그렇게 익숙한 사람들과 북적거리며 있으니 곧 진정됐다.
 주현은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오며 생각했다. 

 '…매니저 형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하는 게 좋겠지? 요즘 형이 너무 고생하니까……. 매니저 형이 날 얼마나 생각해 주고 도와주는데, 내가 이러니 형은 얼마나 힘들겠어. 아참, 촬영장 들어가면 드라마 촬영진들한테도 사과해야지. 그래, 맞아. 민폐 맞지. 암만 생각해도 민폐잖아. 토하기까지 하고.'

 주현은 매니저에게 말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어쩐지 매니저는 근처에 없었다.
 
 "형?"

 주현은 촬영장 근처에도, 복도에도 매니저가 안 보이자 근처를 찾아다녔다. 

 "…어딨지?"

 주현이 두리번거리자, 아까 대기실에 잠시 들어왔던 미묘한 표정의 스텝이 주현을 발견했다. 주현은 그 표정을 또 보자 다시 움츠러들었다. 그 스텝은 주현이 누구를 찾는지 눈치채고는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귀띔해 줬다.

 "매니저님 담배 피러 가신 것 같아요."
 "아! 감사합니다."

 주현은 작은 목소리와 밝은 미소로 감사 인사를 하고는 흡연장으로 향했다. 흡연장 근처로 가니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나 할 말이…"

 주현은 매니저에게 말하며 다가가다가 말과 걸음을 멈췄다.

 "…x발. 나도 몰라. 어. 어어. 아, 갑자기 변했다니까, x발.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아? 알아보고 있다니까. 아니, 뭐? 야, 내가 안 맞춰주긴 x발, 무슨 소리를 하냐? ㅈㄴ 맞춰주는데 얼마나 더 하라고? 진짜 ㅈ같다고. 개 짱나네 진짜. ㅈㄴ 연달아…"

 주현은 거기까지 듣고는 그대로 도망쳐나왔다.



 주현을 매단 줄이 하나씩 떨어져나갔다. 
 과연 그에게는 몇 개의 줄이 남았을까? 



 "…주현씨?"

 어마무시한 표정으로 대기실로 도망쳐온 주현을 보고 직원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디갔었어요? 괜찮아요?"
 "왜 그래요?"
 "화장실에 안 보여서 찾으러 갔었는데."

 주현은 뭐라 말 하려다,

 '이 사람들도 돌아서면 욕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입을 다무는 순간 심장이 말을 안 듣고 이상한 박동 그래프를 그리며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숨도 가쁘게 쉬더니, 비틀거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기절해버렸다. 

 "어어?"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고, 또 다른 고성 소리가 나고,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풍덩

 뇌는 물 속에 빠진 것처럼 완전히 잠겨버렸다.

보그르르

 주현의 의식은 통제를 벗어나 무의식의 늪과 바다로 끌려들어갔다. 그 속에서, 입에서 나온 공기방울이 천천히 수면 쪽으로 올라갔다. 시야는 점점 빛나는 수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주현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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