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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11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1화

SooyangLim 2023. 11. 9. 19:03

 그날 밤.

 "…형. 이 시간에 뭐 해? 도둑 든 줄 알았네."

 새벽에 숙소 주방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놀라 방 밖으로 나온 멤버들 중에 하나가 물었다.

 "오전에 사전녹화인 거 몰라?"

 그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심각한 얼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주현이 이 새벽에 배달음식을 잔뜩 시켜서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이 뭐라 하든 말든 입에 음식을 계속 쑤셔 넣고 있었다. 게다가 매운 음식을 먹는지 옆에 휴지를 갖다 두고 눈물 콧물 빼가면서 먹고 있었다.
 
 "맨날 붓기 관리한다던 양반이 무슨 일이야~?"

 춤 담당 멤버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형, 이거 다 먹을 수 있어요? 암만 잘 먹어도 그렇지 이렇게 많이 먹어요?"
 
 막내 멤버가 아직 잠에 취해 눈도 제대로 못 떴으면서도 젓가락을 가져오며 말했다. 그럴만 한 것이 시킨 양이 너무 많았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어차피 이 형은 많이 먹어도 살 거의 안 찌잖아. 죄다 소비되는 데 어쩌겠어."

 스캔들이 난 멤버도 젓가락을 가져오며 말했다.
 춤 담당 멤버는 부스스하게 눈을 뜨고는 배달 음식 중에 하나를 집에 들어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아직 뜯지 않은 배달 음식들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춤 담당 멤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왁! 이거 뭐야!"

 그 와중에 한 입 집어 먹은 막내 멤버가 먹자마자 기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겁하거나 말거나 주현은 말 없이 입에 음식을 집어넣고 있었다.
 스캔들 난 멤버가 태연하게 막내 멤버가 먹지 않은 음식을 입에 집어 넣었다가,

 "왜? 뭔데? 뭐 먹… 으악! 와! 뭐야!" 
 
 하며 역시나 기겁했다.
 막내 멤버는 켁켁거리며 옆에 뜯지도 않고 놓여있는 탄산음료를 재빨리 따서 들이켰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전부 다 매운 거예요?"
 "……."

 하지만 멤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주현은 여전히 말 없이 음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여지껏 조용하게 바라보고 있던 한 멤버가 물었다.

 "형."
 "……."
 "주현이형."
 "…왜?"

 주현은 그제서야 한 마디 했다.
 그가 물었다.

 "요즘 약빨이 잘 안 들어요?"
 
 그 말에 그제서야 주현이 음식에서 시선을 돌려 멤버를 바라봤다.

 "무슨 소리야?"
 "힘이 폭주해서 칼로리가 많이 소비되나 싶어서요."
 "몰라. 그냥 먹고 싶어서 먹는 건데."
 
 주현은 대충 대꾸하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입에 음식에 집중했다.
 막내 멤버와 함께 탄산음료를 먹던 스캔들이 난 멤버가 말했다.

 "이 형은 먹방을 했어도 성공했을 거야."

 막내 멤버가 매워서 아직도 벌게진 얼굴로 물었다.

 "근데 원래 이렇게 매운 건 잘 안 먹지 않았어요?"
 "그러게~?"

 춤 담당 멤버가 주현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의 의아함은 당연한 것이, 주현도 매워서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먹고 있었다.

 "활동기 빨리 끝나야겠네……."
 
 약빨 안 듣냐고 물었던 멤버가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에 들어갔다.



 다음 날.

 주현은 폭식과 과도하게 매운 음식의 여파 때문에 속이 불편한 걸 느끼면서도 자신의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심지어 주현은 곧 스케줄을 하러 가야 되지만  한참이나 침대 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제 주현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몸이 무겁고 무기력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아니, 심지어 숨 쉬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왈왈'

 어쩐지 숙소 안에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개?"

 주현이 중얼거렸다. 고개를 돌려 침대 아래를 보니 개소리를 내는 고양이가 있었다.

 '야옹'

 이번에는 그게 고양이 소리를 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거위였다.

 "뭐야."

 주현은 눈을 깜박였다.
 아무 것도 없었다.

 주현은 꿈인가 생각하다가,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마저도 귀찮아졌다. 어쩌면 숙소에 누가 동물을 들여왔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주현에게는 요즘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생각하는 게 귀찮아졌다.

 "…왜지?"

 주현은 자신이 왜 이렇게 늘어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왜 모든 것이 힘들고 귀찮고, 가끔 죽을 것 같이 숨을 쉬기가 힘들고, 또 가끔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궁금해졌다.

 "왜?"

 또 어떤 날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죽겠다' 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말 조차 하지 않았다. 

 "왜?"

 힘겹게 스케줄을 하는 동안에도 그 질문은 주현의 머리 속을 가득 메웠다. 잠은 너무 많다가, 또 어떤 날은 아예 안 오기를 반복했다.

 "왜?" 

 주현은 뭐가 문제인지 궁금했다. 그러다 주현은 자신이 지금 좀 처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사 귀찮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어쩔 때는 어떤 느낌이나 감정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늘은 또 자꾸만 잠이 왔다. 

 "왜?"

 주현은 자꾸만 잠이 오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가끔은 자신이 어색할 정도로 들뜨기도 했다. 

 "왜?"

 그러고 싶지 않은데 과하게 상기된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고 싶지 않은 말들도 했다. 호르몬이 폭발하는 것처럼 들떠서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하고 말이 빨라지고, 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했다. 그런 때에는 자신감이 넘쳐서 온갖 일을 벌이곤 했다.

 "왜?"

 주현은 이건 내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주현은 직업상 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다른,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왜?"

 주현은 '왜'에 집착했다. 그리고 때때로 말 걸어주는 누군가와 대화하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기겁하기도 했다. 또는 그것이 동물도 되거나, 이상한 생명체가 물체이기도 했다.

 "왜?"

 저것들은 무엇이고, 또 누구일까? 가끔은 아는 사람이었고, 아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것들은 좀 시끄러웠다. 속삭이기도 하고, 뭐라고 부르기도 했다. 때로는 말을 걸기도 하고 무언가를 시키기도 했다.

 "왜?"

 날이 갈수록 표정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그걸 알아채는 사람은 적었다. 그저 좀 철들고 차분해졌다고만 사람들은 생각했다. 주현은 이제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줄어들고 있었다. 마비되는 것처럼 감정이 사라지고 있었다.

 "왜?"

 주현은 점점 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감정이란 존재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고, 느낌이란 인지가 소멸되어 가는 듯 했다. 

 "어?"

 주현은 어느 날, 한참만에야 자신 스스로 뭔가 이상함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 뒤, 이상한 상태에 사로잡혀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신곡을 위한 몇 주 간의 방송 활동기가 끝났다. 비슷한 시기에 주현의 머릿속의 질문은 이제 다른 걸로 바뀌어 있었다.

 "어떻게?"

 주현은 이 이상한 상태를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인가?

 "헉"

 주현은 차 안에서 갑자기 또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다. 

 "헉헉헉"

 갑자기 차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심장이 이상했다.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았다.

 "…형 형! 형형!"

 누군가가 주현을 잡고 흔들었다. 
 주현은 숨이 조금씩 돌아왔다.

 "형, 괜찮아?"

 멤버들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들은 갑자기 이상한 증세를 보이는 주현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막내멤버가 말했다.

 "차 세웠어."
 "차?"

 주현은 멍한 얼굴로 얼떨떨하게 말했다.

 '차 세우라며. 죽는다고.'

 주현이 물통을 건네받았다.

 "그랬었나?"

 주현은 떨리는 손으로 물을 마셨다.
 
 "안 좋은 꿈 꿨어?"

 운전하던 매니저가 차를 세워두고 뒷좌석으로 와서 주현의 상태를 체크하며 말했다.

 "아뇨. 아까부터 계속 깨있던데요."

 막내 멤버가 매니저에게 말했다.
 매니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어딘가에 메시지를 보내며 물었다.

 "지금은 괜찮아?"
 "네."

 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쉬다 갈래? 아님 바로갈까?'
 "바로 가죠."

 주현이 물을 다시 한 번 꿀꺽 마시고 뚜껑을 잠그며 말했다.

끼익

 그 때 그들의 차 뒤로 다른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에요?

 그 차의 문이 열리고 멤버들이 우르르 내리는 게 보였다.

 "아, 갑자기 몸이 좀 안 좋아서."

 주현이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누구랑 말해?"

 매니저가 다시 앞좌석 쪽으로 가고 막내 멤버가 차 문을 닫으며 주현에게 물었다.

 "어? 아니, 멤버들."

 주현의 대답에 막내 멤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응?"
 "응?"
 "어?"
 "왜?"

 두 사람은 서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문을 주고받았다. 



 매니저가 운전석에 타고 앞좌석 문이 닫혔다.

 '안전벨트 다시 매고."
 "네."

 막내 멤버가 다시 물었다.

 "형, 누구랑 말해?"
 "매니저 형."
 "아…?"

 막내 멤버가 의아한 얼굴로 주현과 매니저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 때 매니저가 말했다.

 "뭐?"
 "아, 아니에요."  

 막내 멤버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까 주현이 뭐라고 말하던 출발하는 차의 뒤쪽을 봤다.

 그들의 차 뒤엔 아무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멤버들은 다른 차로 앞서 먼저 갔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막내 멤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현과 차 뒤쪽을 번갈아 쳐다봤다.



 "주현이가 이상하다고?"

 매니저의 보고에 사장의 눈이 커졌다.

 "네. 아무래도 이전의 무반응 공연 여파 같습니다."

 매니저의 추측에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말인데 애들 좀 쉬게 하는 게 어떨까요? 당분간 공연 스케줄이라도 좀 빼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휴식기니까 큰 일정은 다 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현이도 저런데 다른 애들도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사장은 서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 가는 길에 스케줄 팀한테 말해 놔. 연말 공연까지 휴식기라고 하고 얘기 하고. 그럼 연습만 하고 쉬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사장실 밖으로 나가서 일정 관리팀에 갔다. 그는 주현의 스케줄을 가능한 빼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근무하던 재무 팀이 말했다.

 "어? 안 되는 데요?"
 "왜요?"
 "재정에 빵꾸나는데요. 그리고 그렇게 오래 쉬면 팬들 떠나요."
 "계속 굴리다간 애들 큰일 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쉴 때는 쉬어야죠."
 "쉴 때 쉬더라도 돈은 벌어야죠."
 "…가능한 빼주세요."
 
 매니저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들은 '가능한' 빼달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듯 했다.



 "연기요?"
 "응. 조연이야. 그리고 ost 작업. 아, 개인 광고랑 패션쇼 일정도 하나 있어. 방송은 거의 없어. 개인 라디오 게스트 좀 있고. 이건 ost 음악 방송 일주일 정도 도는 거랑 같이 갈 거야. 그 후에 예능 세 개랑 유튜브 출연 스케줄 좀 잡아놨어. 그리고 노래 내고 나면 ost 관련 개인 방송도 두어 개 찍을 거야. 팬들이랑 소통해야지."
 "하아."

 주현은 쉰다고 들었는데 뜻하지 않게 들어온 일에 한숨을 쉬었다. ost까지야 그렇다 쳐도 해보지도 않은 연기까지 들어올 줄은 몰랐기에 절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 이번에 연말 공연 전까지 좀 쉰다면서요." 

 주현이 일정팀 매니저에게 항변했다.

 "이거 다 해야 되는 건 아니죠? 몇 개라도 안 하면 안 될까요? 심지어 연기?"
 "해야지. 뭐 얼마 된다고? 연기라고 해 봤자 몇 씬 안 나온데. 까메오 정도라고 생각해. 드라마 제작사랑 감독님이 너 엄청 원했어."
 "저를요? 왜요?"
 "왜긴? 시청률이 보장되니까. 제작사는 인기 아이돌 효과 때문에 너를 적극 추천했데."

 주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어떻게 해야 이 일을 거절할 수 있을 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일정팀 매니저는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계속 말을 이었다.

 "주현아, 사전제작 드라마니까 부담 가질 거 하~나~도 없어. 네 얼굴로 가수만 하기 아깝다고 전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랬는지 알아? 이 참에 하나 찍어 놓는다 생각해."
 "얼굴은 다른 걸로도 많이 찍는데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뮤비도 있고, 화보도 있고, 사진도 있고, 광고도 있고, 우리 자체 예능도 있고…"
 "그게 이거랑 같아? 다르지. 시간 날 때 찍어놓는다 생각해."
 "이게 시간 나는 거에요? 쉬는 게 아니잖아요?"
 
 주현이 거부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쉰다고 아예 쉴 수는 없잖아? 쉰다고 다 쉬면 회사는 사람들 월급은 누가 주고?"

 경영 재무팀 직원의 말에 주현은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몇 달 쉰다고 우리 회사가 안 굴러갈 정도는 아니잖아요? 다른 가수들도 있고……."
 "송즈가 우리 회사 주력이잖아. 회사 생각해. 완전히 쉬면 회사 주가 떨어져. 개인활동 조금씩은 해야지."
 "하……."
 "구두 계약 다 해놨으니까 뭐 어떻게 해 볼 생각 하지 마?"

 거의 반협박식의 말에 주현은 또 한숨을 쉬었다.

 "따지고 보면 스케줄 하나야."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주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정 팀 매니저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 관련으로 스케줄은 다 묶인거니까! 하나나 다름없잖아? 알겠지? 하나 뿐이니까 잘 해." 
 
 경영 재무팀 직원과 일정 관리팀 직원들은 그렇게 통보에 가까운 스케줄을 잡아놓고는 가버렸다.

 "하아……."

 주현은 어떻게 피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새 스케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은 기존의 송즈 팬들에게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응원하는 팬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인터넷에는 주현을 향한 비판과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연기?
-또 아이돌은 이용 당했죠ㅋㅋㅋ
-아이돌 발판 삼아서 배우 빌드업 들어가네
-쉰다더니 드라마?
-공연은 안 하고 연기는 하고ㅋㅋ
-연기도 못하는 아이돌은 드라마에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돌 출신들 연기력 개망 아닌가
-얘 연기 배운 적은 있음?
-얘 쓸 시간에 신인 배우들이나 뽑아라
-얘도 탈퇴하고 배우한다고 튈 듯

 "하아……."

 주현은 인터넷에 쏟아지는 댓글들과 글들을 보면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휴식기와 맞물려 완전히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버린 격이었다. 

 주현은 지금이라도 그만하자고 하고 싶지만, 이미 계약을 한 마당이라 늦어버렸다.

 "이거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라고 말 하면 안 돼요?"
 "너 뭐 소속사랑 불화라던가 광고사와 불화, 드라마랑 불화, 뭐 이런 걸로 신문기사 도배되고 싶어?"

 소속사 직원이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너 방송이든 어디든 한 마디만 해 봐. 네가 위약금 다 물어내야 돼."

 옆에 있던 다른 소속사 직원이 주현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덕분에 주현은 반 강제적으로 입이 막혔다.

 "하……."

 그러는 사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온갖 말들로 추측성 기사와 루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갖은 상상들이 덧붙여지고, 또 그것이 마치 사실이라는 양 퍼지고 있었다.

 "하아……."

 주현은 또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동영상 사이트를 본 것이었다. 영상 사이트에선 이젠 사이버 렉카들이 이 건을 물고 판을 펼치고 있었다. 논란 때문에 온갖 말도 안 되는 루머들이 양산되고 있었고, 그걸 또 사이버 렉카들은 재생산을 해서 퍼뜨리고 있었다.

-인기 아이돌 리더의 연기 도전의 비밀
-초심을 잃은 멤버가 리더라면?
-송즈 리더 주현, 송즈 떠나나
-가수 소속사 떠나 배우 새속사로 새둥지 틀 예정 
-증권가 찌라시는 사실인가? 아이돌 출신 A씨 탈퇴
-아이돌 출신 리더 A씨의 탈퇴설 
-유명 아이돌 리더 A씨 배우 준비 중
-이제 노래는 그만하려고요... 숨겨진 사연은?
-유명 아이돌 멤버의 연기 도전은 사실 연애 때문?
-소속사와 불화
-멤버들과의 불화로 배우 준비
-몰래 숨겨온 사랑 배우 준비에 이런 비밀이
-속도위반은 연기만이 아니라는 유명 아이돌 리더

 도를 넘은 루머들에 주현은 괴로워했다. 평소라면 신경도 안 썼을 댓글들과 루머들이지만, 지금의 주현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크게 영향을 줬다.

틱틱

 주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혼자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러던 중에 주현은 알고리즘에 따라 또 다른 사진과 영상들을 발견했다. 몇몇 팬들이 송즈의 CD와 상품을 부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이제 관둡니다…….'라는 글과 영상들로 주현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파생 영상으로 주현과 관련된 상품을 부숴 버리는 등의 영상과 사진을 올린 것도 발견했다. 걔 중에는 주현에게 낯이 익은 팬들도 있었다.

 주현은 실이 달린 인형이 엉망진창으로 조종을 받고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인터넷 세상을 헤멨다. 거대한 인터넷 화면들로 만들어진 터널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며 파닥거렸다.

 주현에게 부정적인 모든 것들이 뇌 속으로 파고 들었다. 손가락이 미끈한 휴대폰 액정 위를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컴퓨터를 볼 때면 마우스의 클릭이 멈추지 않았다. 화면을 바라보는 동공 위에는 빠르게 바뀌는 화면들이 비춰졌다.

 하지만 이런 괴로움의 처음과 끝은, 그저 침대 위에서 혼자서만 감내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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