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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81)
수양림
"입국도 못했어요?" 백도진이 물었다. "못하게만 했을까." "딸내미 입학식도 못 오게 했다고 언론에 흘리면 어떨까요?" "그건 좀 생각해 봐야지. 뭐 때문에 이혼 당했는지는 우린 모르잖아. 섣불리 나섰다가 불리할 수도 있어." "갑자기 왜 못 들어온건지 모르겠네." 백도진이 이해 안 간다는 듯 말했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관리가 잘 되서 부티가 철철 흐르는 미모에 고상한 명품 가운을 입고 이연자가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 "분명 중간에서 손을 쓴 거겠지. 이제 우리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닌 한 움직이지 않을 거야." 이연자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우리가 흔들 패 하나가 사라진 거나 다름없어. 주식 매수량이 저 정도까지 늘어난 상황에선……. 위험해." 그녀의 두 아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소..
긴장된 순간이 지나고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그 찰나의 침묵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탄식과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미경은 원하는 과목들이 다 등록된 성공한 수강신청 화면을 보자 얼굴에 환희로 가득 찼다. '좋았어! 이제 백제인하고 시간표 겹치…' 미경은 기쁜 얼굴로 백제인 쪽으로 돌아봤다. 그런데 백제인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상당히 당황한 듯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목들의 여석을 찾느라 손이 바빴다. '망했구나!' 미경은 소리 없는 절규를 부르짖었다. '네가 망하면 안 되지!!!' 미경은 백제인을 따라 시간표를 바꿔야 되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더 엇갈릴 가능성이 있어서 섣불리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백제인을 위해 바꿔주다간 그 사..
성준은 출근을 위해 샤워하고 나오는데 휴대폰에 반장의 이름으로 전화 온 것을 발견했다. 출근도 안 했는데 일이구나 싶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가라앉은 목소리로 스피커 폰으로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 성준의 반장 목소리가 아닌 여자 목소리라서 당황했다. "아 미경 누나?" 성준은 그 목소리가 미경임을 깨닫자 급격히 밝아졌다. "누나, 휴가 받았다더니 목소리 좋아졌네. 못 알아듣겠어. 아참, 전에 보자더니 언제 볼 거야? 휴대폰 다 고쳐야 볼 수 있는 거야? 결과 내기 전에는 안 돼?"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약간은 투정 부리듯이 말했다. "오늘? 괜찮아." 성준은 일정 확인도 안 하고 말했다. "응? 뭐라고? 수강신청? 수강신청을 도와달라고? 웬 수강신청? 누구껀데?" 성준은 미경과 통화하며 옷..
"그럼 어떡해요? 제가 봐도 그 집안에 있을 것 같긴 한데……." 지훈은 pc방에서 미경의 옆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며 말했다. 미경이 옆에 앉아서 모니터의 기본 바탕 화면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도 몰라. 생각해 봐야지. 젠장, 시간은 가는데!" "오예 치킨각~" 지훈은 어느새 게임에 정신이 팔린 듯했다. 미경은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그 놈 지인을 통해서 그 집에 들어갈 방법은 없나?" "이혼도 했고 가족들도 다 쫒아냈고 고용인도 선별한 데다가 일적으로 만나는 것 외에는 두문불출한 놈인데요?" 지훈의 말에 미경은 절망스런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 도대체가… 그 자식, 사람은 맞나?" "오 파밍 개꿀. 와 진짜 치킨각이네. 풍수지리 메타 간다~" "…야, 너 여기 게임하러 온 것 같다?..
다음 날 미경은 백일제약 공장의 박스 포장 라인에 일용직 대타로 몰래 잠입했다. 미경은 공장 내의 연구실 잠입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연구실을 비롯해 사무실이나 자료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봤지만 관련된 어떠한 증거물도 없었다. 그런 비슷한 자료조차 없었다. 간부의 지문을 채취해서 접근 제한 구역까지 들어갔지만, 별 다른 성과가 없었다. '아니, 이건 보통 회사들보다 더 깨끗한데······? 괴리감이 들 정도야.' 그리고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똑같았다. 연달아 허탕이었다. "다 없어……·." "본사에 있는 게 아닐까요?" "공장에 없으니 그렇겠지. 하 본사는 힘든데……." 미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일제약 소유와 관련된 연구기관들마다 모두 허탕을 쳤다. 미경은 그저 ..
미경은 반장의 집에 있으면서 미리 사전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미경은 자신을 젊어지게 한 그 미지의 약품이 폭파된 공장에만 있지 않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래서 실험을 진행할 만한 다른 곳과 흩어진 연구원들의 행방과 그들의 자료가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봤다. "다른 공장들과 본사에 자료가 있지 않을까요?" 자료를 갖다 주러 반장의 집에 들른 지훈이 말했다. "연구원들은 그 날 이후로 아예 자취를 감춰서 어디로 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미 행색도 바꿨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아무래도 이쪽을 잡는 건 소용없겠어." 미경이 한숨을 쉬며 자료를 건네받았다. 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 "왜죠?" "내가 잠들어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어. 시일이 지날 만큼 지나버렸으니 이미 시체든 연구물이든 자료든 뭐든 간..
믿기 힘들지만, 미경은 젊어졌다. 짝 미경은 볼 따귀를 한 대 쳤다. 얼얼했다. 분명 꿈은 아니었다. 잠이 덜 깬 것도 아니었다. 미경은 분명히 젊어져 있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미경은 한참 동안이나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저 경악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채 서있었다. 미경은 천천히 거울 앞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거 때문인가?" 얼굴에 겹겹이 쌓인 두꺼운 각질 덩어리들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사실 그건 각질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가죽처럼 보였다. 피부가 아예 탈피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미경이 얼굴에 손을 갖다 대자 마른 것들은 가뭄에 말라붙은 땅바닥처럼 부서져 떨어졌다. 눈가에 손을 대니 눈곱들도 만져졌다. 딱..
하늘 위로 높게 솟구치는 거대한 폭발은 한꺼번에 모든 걸 태워버리고 힘이 빠진 듯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선배님!!!" 지훈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가려했다. 지훈은 급한 대로 차 안에 있던 생수를 뒤집어썼다. "뭐하는겁니까?" 김 순경이 지훈의 팔을 잡았다. 김 순경은 여느 때보다 급하고 빠르게 말했다. "진정하세요! 위험합니다! 119도 불렀으니…" "불길이 잦아들었습니다. 한 시라도 빨리……." 지훈도 한 시가 급하다고 생각해서 김순경을 뿌리치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2차 폭발이 있을 수 있잖습니까? 감정에 앞서지 말라고요!" 김 순경의 언성이 높아졌다. "방금 전 폭발은 탱크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터진겁니다. 그래서 지금 다 연소하고 잦아드는 겁니다." 지훈이 먼저 소리지르는 것을 멈추고 김 순..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은 미경에겐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하게 흘렀다. 그리고 그 슬로우 모션이 채 끝나기 전에 미경의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당장 잡아!" 고글을 쓰고 있던 연구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미경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뭐라뭐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보안 요원들과 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젠장! 무음으로 해 놓는 걸 까먹다니……!’ 미경은 무음으로 해놓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자책하며 뛰었다. 미경은 급히 뛰어나왔지만, 이미 저 멀리 공장 입구의 문이 내려가고 있었다. ‘뛰면 저 문 사이로 나갈 수 있…아냐, 안 돼. 이렇게 된 이상 외부로 연결된 창문 빠져나가야…응?’ 「제한구역」 다른 곳과 달리 제한구역이라고 써 붙여진 문..
"자, 하나, 둘, 셋!" 우수 경찰 표창장 수여식이 끝나고, 다들 잘 꾸며진 강당을 배경 삼아 상장을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경도 같은 팀 사람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창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반장의 주머니에서 구수한 트로트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여보. 어어. 그래, 받았어." 반장은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선배인가?’ 미경은 지금은 반장의 아내이자 과거에 자신의 선배인 현숙의 전화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반장은 미경에게 전화기를 건네며 말했다. "받아봐." "어, 나야 선배-" "아이고! 우리 미경이!!!!" 전화기를 뚫고 나오는 엄청난 호들갑에 미경은 순간적으로 놀라서 귀에서 휴대폰은 떨어뜨렸다. ‘와, 귀 멀어버리는 줄.’ "아이고! 세상에, 마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