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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4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4

SooyangLim 2021. 4. 13. 17:00

 믿기 힘들지만, 미경은 젊어졌다.



 미경은 볼 따귀를 한 대 쳤다. 얼얼했다. 분명 꿈은 아니었다. 잠이 덜 깬 것도 아니었다. 미경은 분명히 젊어져 있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미경은 한참 동안이나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저 경악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채 서있었다.
 미경은 천천히 거울 앞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거 때문인가?"

 얼굴에 겹겹이 쌓인 두꺼운 각질 덩어리들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사실 그건 각질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가죽처럼 보였다. 피부가 아예 탈피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미경이 얼굴에 손을 갖다 대자 마른 것들은 가뭄에 말라붙은 땅바닥처럼 부서져 떨어졌다.
 눈가에 손을 대니 눈곱들도 만져졌다. 딱딱히 굳은 부스러기 같은 눈곱이나 찐득하고 가득히 들러붙은 눈곱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덕분에 시야가 아직도 뿌옇게 보였다. 

 '그래. 지금은 눈이 뿌얘서 그런 거겠지. 그리고 이거, 이 때, 때 때문이야. 때 벗기면 똑같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경은 바로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곤 몸에 덕지덕지 붙은 두터운 각질 덩어리들을 때수건으로 박박 벗겨내기 시작했다. 거의 피부를 다 벗길 기세였다.

 그러나 두어 시간 뒤, 미경은 더 한 현실을 마주했다.
 거울에 비친 미경은 얼굴은 물론 목주름도 없었다. 그야말로 피부가 탄력 있게 매끈했다.
 게다가 근래에 상처가 난 부위들까지 죄다 아물어 있었다. 물론 예전에 생긴 흉터는 여전했지만, 적어도 최근에 생긴 상처들은 그랬다. 그리고 멍이 든 부위도 없어졌고, 부서진 손톱도 상당 부분 복구되어 있었다.  재생력까지 증진된 모양이었다.

 '확실히 젊어졌다.'

 미경은 그제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거의 20대 초반? 10대 후반? 그때 정도로 보이는 것 같아. 대체 왜 이런 일이······.'

 미경은 젊어진 자신의 모습을 향해 거울로 손을 뻗었다. 거울 속에 젊은 여자도 자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이상한 용액 때문인가?"

 미경은 백일제약 공장에서 익사할 뻔 했던 일을 떠올렸다. 이런 현상이 일어날만한 일로 짐작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일 밖에 없었다. 

 '그럼 그 시체들은 뭐였지?'

 미경은 일단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생각했다. 실험실이나 다름없던 그 공장에서 봤던 시체들을 떠올렸다.

 '왜 내가 젊어진 거지? 혹시 젊어지는 약을 개발하고 있었나? 내가 그 약의 성공 사례인가? 아니, 그럼 그 시체들은 왜 생긴 거야? 대체 왜 숨어서 비밀 연구를 하고 인체실험을 한 거지? …대체 백도경 목적이 뭐지?'

 여러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다 결국은 백도경에게까지 의문이 뻗쳤다.
 미경은 이 사태에 대해 믿을만한 사람과 의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일을 의논할만한 이들 중에 믿을 만한 사람도 몇 없거니와, 이렇게 젊은 모습으로 대화를 시도했을 때 자신이 김미경이라고 알아보고 진지하게 임해 줄 상대 또한 거의 없었다.

 "그래도 당장 알아봐야겠지만… 근데 누가 이걸 알아주지?"

 미경은 혼잣말을 하면서도 이미 누군가 생각난 듯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띵동-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에서 초인종 소리가 났다.
 미경은 현재 자신의 팀의 반장의 부인이자 과거 자신의 선배인 현숙을 찾아갔다.
 잠시 후 인터폰에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선배 나야, 미경이."

 미경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목소리를 듣고 바로 미경임을 알아챈 그녀가 후다닥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반장의 아내는 한껏 반가워하며 문을 열었다.

 "어머, 미경이니? 너 휴대폰 고장 나서 안된다며? 안 그래도 찾아가 볼 참······."

 미경은 모자를 벗었다.
 현숙은 미경의 얼굴을 본 순간 말을 멈췄다. 그리곤  잠시 동안 눈만 껌벅였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듯했다.
 그녀는 몇 초 뒤 말을 꺼냈다.

 "…보톡스 맞았니?"



 집에 들어가서 자초지종을 다 들은 현숙은 반장에게 급히 연락했다.

 "곧 온데."
 "고마워, 선배."

 반장의 아내가 커피를 타서 들고 오며 활달하게 말했다.

 "근데 어떻게 보면 좋은 거 아니니?"
 "응?"
 "난 아무리 리프팅 마사지해도 안되더라, 얘~"

 그녀는 마사지하듯 손으로 쭉쭉 얼굴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하하……."

 미경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반장의 아내가 옛날을 그리워하며 말했다.

 "나도 한 때 한 미모 했었는데 말이야~" 
 "맞아. 난 그때 괄괄하고 퉁퉁한 촌뜨기였는데 선배는 정말 이뻤지."

 미경은 아직도 경찰들 사이에 회자되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그때 온 경찰서가 난리였는데……. 정말 전 경찰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최고 미녀 경찰한테 훈장 받자마자 청장님 앞에서 프러포즈할 줄이야……."

 과거 트로이카라 불리던 연예계 최고 미녀들 중 하나를 닮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현숙이었다.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던 단발머리의 현숙. 그녀는 역시나 경찰서 내에서 많은 여경들의 뜨거운 눈빛을 받던 서글서글한 높은 콧대, 눈매에 날렵하고 강인한 턱을 가졌던 지금의 반장과 결혼했다. 당시 선남선녀의 만남이라고 다들 칭송했었다.



 "…미경이라고?"

 그러나 그 잘생긴 미남 형사는 지금은 늘어난 나잇살과 중력의 힘을 이기 못하고 쳐져버린 피부 덕에 턱선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높은 콧대는 범죄자와의 사투로 몇 번이나 부러졌다가 복구되어 묘하게 휘어 있었다. 얼굴 곳곳에는 아문 상처들인 남긴 흉터들이 남아있었다. 서글서글한 그 눈매는 이젠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세월을 직격으로 맞은 미남 형사는 이제 그저 인상 센 아저씨가 되어 미경의 앞에 앉아있었다. 

 "아닌데. 젊었을 때 더 촌스럽고 뚱뚱했는데."

 반장은 그들이 알고 지낸 오랜 세월만큼 가감 없는 디스를 했다.

 "아니, 그동안 살 뺐잖아요! 예전에 강력팀에 들어갔었을 때! 쫙!"

 미경은 생각 못한 디스에 흥분하며 반박했다.

 "확실하게 아는 거 보면 김미경이가 맞구만."

 반장은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였으면 여기 어떻게 왔겠어요? 제 젊었을 때 모습부터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니 여기 온 거지."

 그 말에 반장은 콧웃음을 쳤다.

 "허이구? 말은 잘한다, 잘해."

 반장은 쌓인 게 많은 듯 연이어서 폭격을 가했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신삥한테 들어봤는데 아주 답이 없더만? 수사권도 없는데 독단으로 쳐들어가, 윗선에 보고도 안 하고 불법 잠입. 심지어 들키기까지 한 데다 증거물은 없고 공장은 폭파됐고, 언론엔 저쪽 뜻대로 공표돼서 네가 뭘 하든 뒤집어쓰기 딱 좋게 됐지! 넌 도대체 나이가 몇 인 데 그따위로 행동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죄송합니다아……."

 미경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반장이 체념한 듯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어휴……. 됐다, 됐고. 이제 어떡할 거야? 휴대폰 먹통이라며? 증거 없이는 못 움직이는 거 알잖아?"
 "…일단은 휴대폰 하고 제 모습과 저의 목격 증언밖에 없으니 더 조사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증거물이나 최측근 증언 같은……. 휴대폰은 복구해볼 거고요."
 "복구되는 거 확실해?"
 "일단 시도는 해봐야 안 되겠어요? 그리고 다른 증거물도 더 찾아봐야죠."
 "아니, 근데 증거물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른 사람한테 보냈어야지! 안 보내고 뭐한 거야?"

 반장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기가 차고 화가 난 듯 언성이 높아졌다.
 미경은 변명하듯 웅얼웅얼 말했다.

 "그게… 용량도 크고 사진도 많고 동영상도 많고 배터리도 얼마 없고 긴박했고……."
 "어휴!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아주 그냥… 어?"

 반장은 얼굴이 벌게져 가며 열을 냈다.
 미경은 자신의 초보적인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송함에 시선을 피했다.

 반장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 사건 은폐된 거 알지? 쉽지 않을 거다. 윗선에도 뭔가 있다는 뜻이야. 수사권은 보나 마나 힘들 거고."

 반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미경에게 당부했다.

 "증거 꼭 가져와라. 그거 외엔 안 돼. 내가 어떻게든, 아니, 최대한 힘써볼 테니까 증거 꼭 가져와. 알겠어?"
 "반장님…! 감사합니다!"

 미경은 그제서야 표정이 좀 환해졌다.

 "아참, 너 당분간 우리 집에 있으면서 신분 좀 숨겨."
 "네?"

 너무나 의외의 말에 미경이 화들짝 놀랐다.

 "넌 위기의식도 없냐?"
 "예?"
 "사람 막 죽이는 놈들이 널 가만 놔둘 것 같아? 지금 못 찾아서 놔둔 거지 찾는 건 시간문제야. 당분간은 숨어있어."
 "아……. 근데 그러면 반장님도 위험해지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당분간' 숨어 있으라고. 그 모습이니 잠깐은 눈치 못 챌 거다."
 
 반장의 말의 의미를 진짜로 이해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미경은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불 탄 백일 제약 공장이 있던 곳의 관할 경찰서의 교통과에 내선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교통과 ㅇㅇㅇ입니다. 네? cctv요? 아아… 네. 네네 그럼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죠."

 잠시 후 손님이 찾아왔다.

 "아, 직접 오셨습니까?"

 담당 경찰관은 대수롭지 않게 백일제약 공장이 폭발하던 날 근처의 교통 cctv를 보여줬다.
 영상에는 폭발 후 미경이 엠뷸런스에 실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하. 제 회사 일인데 당연히 제가 와야죠."

 경찰서에 찾아온 손님은 영상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백일제약 사장이 아닌 백진회 집안의 차남, 백일 식품 사장 백도현이었다.

 '백일제약은 백도경이 사장 아닌가…?'

 경찰관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스치는 찰나, 백도현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 '제 회사' 가 아주 피해가 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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