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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

SooyangLim 2021. 4. 8. 18:30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은 미경에겐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하게 흘렀다. 그리고 그 슬로우 모션이 채 끝나기 전에 미경의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당장 잡아!"

 고글을 쓰고 있던 연구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미경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뭐라뭐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보안 요원들과 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젠장! 무음으로 해 놓는 걸 까먹다니……!’

 미경은 무음으로 해놓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자책하며 뛰었다.
 미경은 급히 뛰어나왔지만, 이미 저 멀리 공장 입구의 문이 내려가고 있었다.

 ‘뛰면 저 문 사이로 나갈 수 있…아냐, 안 돼. 이렇게 된 이상 외부로 연결된 창문 빠져나가야…응?’
 
「제한구역」

 다른 곳과 달리 제한구역이라고 써 붙여진 문이 미경의 눈에 걸렸다.
 이 공장 자체가 제한구역 그 자체인데 유독 그곳에만 명패가 붙어있었다.

 미경은 저기 들어가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단, 왠지 그 곳에 들어가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경은 쫓아오는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들어가 문을 닫았다.

삐릭

 다행히 안쪽에 잠금장치가 있었다. 미경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잠금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뒤도는 순간…….

 "헉"

 오랜 형사 생활로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미경은 자신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미경은 사색이 돼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물론 거기엔 놀람과 경악 뿐만 아니라 코를 찌르는 강한 냄새도 한몫했다.

 이곳엔 실험하다 죽은 듯한 시체들이 수술대와 바닥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걔 중엔 형상도 거의 안 남은 채 마구 난도질되어서 약품 냄새에 절어 있는 시체도 있었다. 게다가 바닥엔 피와 알 수 없는 약품이 뒤섞여서 마치 물웅덩이를 밟고 있는 것처럼 신발 밑창을 질퍽하게 물들였다.

 벽쪽에 있는 컴퓨터와 모니터들이 화면은 꺼져 있었다. 하지만 전원은 켜진 채 불빛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방의 중앙에는 아까 백도경이 있던 안쪽의 큰 배관을 따라 옥상 물탱크로 연결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탱크가 있었다. 작은 탱크, 물탱크, 그리고 배관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이 방안의 작은 탱크는 욕조와 비슷하기도 하고 음압 병동과도 비슷하게 생긴 뚜껑 달린 튜브 여러 개와 호스로 연결되어 있었다. 

 미경은 이 코를 찌르는 냄새가 시체의 냄새와 이상한 화학 약품이 섞인 냄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이 미친놈들 도대체…!’

 미경은 이 처참한 광경에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증거를 남기고자 사진을 찍었다.
 
 그 때 밖에서 제한구역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크!"

 미경은 급히 나갈 곳을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문은 미경의 키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달려 있는 데다가 창살이 있었다. 지금 바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이 방안에 숨었다가 사람들이 빠져나가거나 방심할 때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덜컹 덜컹

 "빨리 열어!"

 다급해진 미경은 일단 가까운 튜브 안에 숨었다. 



 숨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찾아!"
 "여기 없는 것 같은데요?"
 "창문으로 도망갔나?"
 "다른 곳에도 찾아보겠습니다!"
 "아니, 일단 자료랑 시체부터 빨리 빼내!"

 사람들은 미경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체를 회수하거나 자료를 회수하는 데 급급했다.
 미경은 그 틈을 타 튜브에 숨어서 지원 요청을 문자를 보냈다.

 ‘이 시간에 될 만한 사람이…….반장님은 오늘 일찍 들어가셨을 거고, 박 형사랑 유 형사는 지금 잠복 중일 거고…….’



띠링

 그 시각, 지훈은 게임 속에서 치킨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m24가 쏜 탄환에 헤드샷을 맞았다. 지훈은 탄식을 하며 문자를 확인했다.

 "뭐야 이 시간에? 카톡도 아니고 문자?" 

 문자를 확인한 지훈은 의자에서 튕겨나오듯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갔다.

 

 "시체는 다 치웠습니다."
 "좋아. 침입자는?"
 "침입자는 아직……."

 제한구역 안에서 연구원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미경은 튜브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역시 이미 밖으로 나간 게 아닐까요?"
 "밖에 분명 아무도 없다고 했어. 몇 번이나 확인 했다고 했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고 했단 말이다. 연락받고 창문 쪽에도 찾고 대기했지만 없다고 했어."
 "그래도 역시 나간 것 같…"
 "아니."

 연구원이 갑자기 말을 막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을 코 쪽에 대며 쉿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네?"

 그는 시선을 돌려 튜브를 바라봤다.
 다른 연구원들도 튜브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 조용하지? 나갔나?’

 미경은 대화하던 연구원들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의아해졌다.
 그들이 나갔나 싶어서 고개를 살짝 들어 동태를 살피려던 순간-



 튜브의 뚜껑에 손자국이 생겼다.

 "무단 침입자가 여기 계셨네~?"

찰칵

 ‘!’
 
 튜브가 잠겼다.
 미경은 튜브를 열기 위해 소리치고 발버둥 쳤다. 

쿵쿵

 하지만 아무리 두드리고 소리치고 발로 차고 밀고 힘줘 봐도 소용이 없었다.
 미경을 발견한 연구원은 옆에 있던 레버를 내리고 바로 자리는 떠버렸다.

쿠르르르르

 탱크 안에 있던 액체가 미경이 있는 튜브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액체는 미경이 들어있는 튜브에만 차오르는 것이 아니라 공장 안 전체에도 퍼져나갔다.

 부그르르르

 미경은 숨을 참으며 튜브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내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이제 신호도 안 갑니다."

 지훈은 미경에게 초조하게 전화를 걸며 말했다. 휴대폰에서는 전원이 꺼졌다는 음성만 흘러나왔다.
 경찰차로 같이 동행하고 있던 김 순경이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말했다. 

 "아마 괜찮을겁니다. 김 형사님이라면…아마도……. 그냥 배터리가 다 된 걸 수도 있어요."

 지훈은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그런거면 좋겠지만… 혹시나 연락을 못하시게 된 상황이라도 된 게 아닐지……."

 차는 어느새 공장지대로 들어섰다.
 김 순경은 운전을 하며 잠시 신중하게 생각했다. 김 순경이 입을 뗐다.

 "…그러면 혹시 모르니까 공장에 바로 들어가지 말고 좀 떨어진 곳에 내려서 잠입할까요?"
 "그게 좋겠…"

 지훈이 김 순경 쪽의 운전석 창문 너머를 보고는 말을 멈췄다. 어느 한 공장에서 불꽃이 환하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불이…!"

 불이 타오르는 위치를 보자마자 줄곧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하던 김 순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 저,저기… 백일제약……."

 잠깐이나마 설마하던 지훈의 불안감이 적중했다. 지훈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부아아아앙

 지훈과 김 순경의 걱정 가득한 고성, 다급한 소방관의 지원 요청, 거칠게 밟는 경찰차의 엑셀 소리와 귀를 찢는 브레이크 소리가 경찰차를 싸고돌았다.

 "김 형사님!"

 지훈은 차가 멈추자마자 경찰차에서 쏟아져 나오듯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지훈은 불타고 있는 공장을 보는 순간, 불길 사이로 건물 위에 달린 물탱크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꺼운 탱크가 갈라지는 소리가 지훈의 귀까지 들렸다.



 탱크가 둔탁하게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안에 있는 액체가 새어나왔다. 주변의 불길은 순식간에 그 액체를 집어삼키며 물탱크 안으로 빠르게 타고 들어갔다. 지훈이 채 한 걸음도 옮기기 전인 몇 초만에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리고…….



 탱크로 들어간 불길은 공장지대 일대가 흔들릴 만큼 굉음 소리를 냈다. 불길은 위쪽으로 큰 불기둥을 만들며 치솟아 올랐다. 탱크는 마치 핵폭발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작은 버섯구름을 만들어내며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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