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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10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10

SooyangLim 2021. 4. 26. 19:01

 "입국도 못했어요?"

 백도진이 물었다.

 "못하게만 했을까."
 "딸내미 입학식도 못 오게 했다고 언론에 흘리면 어떨까요?"
 "그건 좀 생각해 봐야지. 뭐 때문에 이혼 당했는지는 우린 모르잖아. 섣불리 나섰다가 불리할 수도 있어."
 "갑자기 왜 못 들어온건지 모르겠네."

 백도진이 이해 안 간다는 듯 말했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관리가 잘 되서 부티가 철철 흐르는 미모에 고상한 명품 가운을 입고 이연자가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

 "분명 중간에서 손을 쓴 거겠지. 이제 우리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닌 한 움직이지 않을 거야."

 이연자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우리가 흔들 패 하나가 사라진 거나 다름없어. 주식 매수량이 저 정도까지 늘어난 상황에선……. 위험해."
  
 그녀의 두 아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이연자는 말을 이었다.

 "이대로면 백일식품과 유통도 위험해. 너네 자리마저도 위험해졌어." 
 "이해를 못하겠다니까·. 진짜 백도경에게 회사를 넘겨버릴 생각인가……."

 백도진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그 망할 노인네는 무슨 생각인지……."

 이연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공장 폭발 났을 때 조금이라도 타격 갈 줄 알았는데 건재한 것도 의문이야."

 이연자가 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도현이 공장이라는 단어를 듣자 말을 꺼냈다.

 "아참. 그거 관련해서 흥미로운 일이 하나 있더라고."
 "흥미로운 일?"
 "그 때 공장에 들어왔던 사람이 형사인데 지금 모든 일이 백도경 때문이라고 의심 중이야. 내 생각엔 이 기회에 백도경을 확실히 묻어버리고 우린 이익만 취하면 될 것 같아. "
 "글쎄…….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니?"

 이연자가 회의적인 듯 말했다.

 "형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할까? 그리고 그 능구렁이 같은 양반이 가만히 있을까?"
 "모든 증거가 백도경을 가리킨다면 아버지도 손 쓸 수 없을걸."

 백도현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흔들면 이렇게 경영권이다 뭐다로 생각할 것도 없어. 한 방에 내려와야 될 테니까."



 "가는 길에 내려다 주면 된다고? 그럼 자료 가져온 거 보여줄게."

 식사를 마치고 나온 미경과 성준이 밖으로 나왔다.
 성준은 이쑤씨개로 이를 쑤시다가 미경이 차키를 드는 걸 봤다.

 "어? 누나 차 갖고 왔어?"
 "당연하지. 그럼 여기까지 걸어오게?"
 "아니, 교통 검문하거나 누나 아는 사람 마주치면 어쩌려고?"
 "아! 맞네? 일이 복잡해 질 뻔 했다, 야~"
 
 미경이 그제서야 깨달은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며 성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가끔 가다 보면 누나가 어떻게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야."

 성준은 그렇게 말하며 미경의 차키를 건네받았다.



 미경은 조수석에 앉아서 백도경의 프로필을 읊었다.

 "백진회의 사별한 부인의 아들이야. 모친과 누나와 같이 사고를 당했는데 혼자 살아남았어. 그 때 사고 후유증이랑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서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지는 않은 것 같아. 그리고 국민학교 이후로는 잠적했어. 아마 심리치료 같은 걸 받으며 검정고시 준비 같은 걸 한 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동창들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 이상했다고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는 일치해."

 미경은 자신이 조사한 프로필을 넘기며 말했다.

 "정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더라고. 결혼도 상당히 조용히 치뤄졌는지 아는 사람이 정말 손꼽을 정도야. 결혼 후 금방 외국으로 나갔고 그동안 조용히 산 것 같아. 그렇게 조용히 산 것 치고는 국내로 들어올 때 상당히 이목을 끌었고."
 "이목?"

 성준이 묻자 미경이 성준의 폰으로 뉴스 영상을 검색해서 틀어줬다.

 '노후하신 아버지의 봉양과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드리기 위해, 그리고 제 딸이 잠깐이라도 국내에서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뜻에 따라…'

 백도경의 공항 기자회견 영상이었다.

 "공항에 들어오는 날 언론에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했어. 뉴스까지 나오고 아주 떠들썩 했지. 그리고는 당장 병원에서 몇 년째 일어나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집에 데려갔어."
 "흠."

 성준이 할 말이 많지만 참는 듯 입을 다물었다.
 미경은 계속 말했다.

 "그러고는 얼마 후에 기자들한테 찍힌 사진 때문에 또 화제가 됐어. 다른 가족들을 쫓아내고 그 집 안방을 차지했다고 말이야. 뉴스에서 그 사진으로 분석 방송까지 했어."
 "뉴스에?"
 "응. 배 다른 동생인 백도현 개인 소유의 아파트에 백도진과 이연자가 드나드는 모습이 찍혔거든. 지금은 뭐, 정설로 여겨지고 있고."
 "왜 굳이 쫓아낸건지 모르겠네. 집도 넓으면서."

 성준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말했다.

 "과거 백일제약에서 근무한 임직원의 말에 따르면,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이연자와 재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백도경이 나와 살았다는 말이 있어. 아마 시기적으로 볼 때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서일 거라고 하더라고. 백진회가 백도경이 어릴 때 상당히 신경 썼다고 해. 근데 저렇게 따로 나와 살게 된 거라면······. 추측이지만 저 일 때문에 앙심을 품은 게 아닐까 싶어. 물론 이건 음모론 같은 거지만."

 미경이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가십거리를 다루는 동영상 채널에서 떠든 내용에서 수집한 정보도 알려줬다.
 성준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에 진짜 그런거라면 무섭네."
 "추측이니 알 수 없지. 아, 그리고 주주들 사이에서는 경영권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처럼 보인다고 해."
 "흠. 가족간의 내부 경영권 다툼과 과거의 앙심이란 말이지. 계모와 동생들을 내쫓고 아버지를 집에 감금시키고……."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이번 사건이랑 어느 정도 일치 하지 않아? 비인간적인 면모들 같은 게."

 미경의 말에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 정도는 그렇네."
 "내 생각이지만 이번 사건도 그런 맥락에서 일어난 게 아닐까 해. 경영권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실적을 위해 그런 인체실험을 강행한 게 아닐까?"
 "일리 있네."

 미경은 차 안이 어둡고 프로필의 글자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지도 않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멀리 띄워서 보지도 않고 있었다.

 "젊어지니까 눈이 잘 보여서 좋네."

 그 때 성준이 저 앞에서 차들이 줄줄이 멈춰 서서 교통 검문을 받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 교통검문하네. 음주 단속 같은데."
 "야, 네 말이 맞네. 내가 몰았으면 큰일 날 뻔."
 "오늘 한 잔 안 하길 잘했지."
 "고맙다, 야." 

 미경이 쾌활하게 말했다. 미경은 잠시 백도경이 나온 뉴스를 청취하기 위해서 성준의 폰 뿐만 아니라 이어폰까지 빌려 썼다.

 잠시 후 성준은 창문을 내리고 음주측정기를 훅 불었다.
 불고 있는 와중에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응?'

 눈 앞의 순경이 굉~장히 의심스럽고 수상함을 느끼는 표정으로 성준과 차 안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왜? 뭔데!?'

 순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음주 측정이 끝났음에도 잡고 있었다.
 성준은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왜 그러시죠? 음주 측정에 문제가 있나요?"
 "아뇨……. 그건 아닌데……."

 순경은 잠시 대답을 안 하고 지연하다가 물었다.

 "두 분 다 성인 맞으시죠?"
 "네, 그럼요. 그런 거 아닙니다, 절대."
 
 순경의 이상한 질문의 의도를 바로 알아챈 성준은 순식간에 얼굴이 벌게졌다. 성준은 미경과 그런 관계로 오해 받아서 동시에 수치스러움과 당황스러움, 착잡함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미경이라서 약간은 두근거리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 몰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이렇게 오해 받는 상황은 전혀 좋을 게 없었다.

 순경은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했는지 무언가를 더 물어보고 싶어하는 눈빛이었다.
 뭘 더 해명하려 하다가는 미경이 난처해질 수도 있었다. 성준은 그걸 알기에 그저 아니라는 확고한 표정만을 보여준 채 급히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미경은 성준의 폰으로 영상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소문 하나 없이 조용히 있었을까?"
 "누나."
 "뭔가 있어."
 "누나, 누나!"
 "어, 응?"

 미경이 그제서야 이어폰을 뺐다.
 성준은 여전히 얼굴색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누나 못 들었어?"
 "뭐? 뭐를?"
 "하."
 "너 뭐 걸렸어? 술 안 마셨잖아."
 "우리 둘 다 성인 맞냐고 물었어. 어쩔 거야, 이거?"
 "뭘??"
 "나 오해 받잖아! 아는 사람이었으면 진짜……."
 "뭐가? 뭔 소리야? 성인 맞잖아? 차가 내 꺼라서? 무면허도 아닌데 뭘."

 미경은 여전히 무슨 소리인지 눈치 못채고 딴 소리를 했다.

 "아, 그 얘기가 아니잖아. 아씨. 저 사람 나 아는 사람 아니겠지? 모르겠지?"
 "뭔 소리 하는거… 아."

 미경은 실컷 헛다리를 짚고 나서야 깨달았다. 
 미경은 그제야 신나게 웃으며 말했다.

 "너 설마 원조교제로 오해 받은건가? 꺄학학학학"
 "웃지마. 누나 때문에 방금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 할 뻔 했으니까."



 성준은 미경이 현재 거주하는 반장의 집에 데려다 줬다. 그리고는 택시를 타고 미경이 말한 곳으로 갔다.

 화려한 도시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슬럼가. 까딱하다가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성준은 내렸다.

「희망전파사」

 "…감성 참 올드하기 그지없군. 시대가 언젠 데……."

 성준도 아는 사람인지라 간판을 보고 아낌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방문 할 거라고 미리 연락한 탓에 가게의 불은 꺼져 있었지만, 문은 열려있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식 미닫이 쇠문을 열고 성준이 들어섰다.

 "계세요? 저 왔습니···"

삑삑삑삑삑삑삑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경고음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 소리?"

쉬익-

 순간 성준의 목 쪽으로 번뜩이는 칼이 들어왔다.

 "으악!"

 성준은 순간적으로 몸을 피했다.



 "윽!"

휘청
 
 오금을 맞고 성준은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릎이 꿇려지기 직전, 성준의 머리채가 잡혀 목이 뒤로 휙 꺾였다.
 목에 차가운 칼날이 경동맥을 정확히 겨냥하고 들이대진 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거칠고 쉰 목소리가 귓가에 바짝 붙어 들려왔다.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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