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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8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8

SooyangLim 2021. 4. 21. 19:01

 성준은 출근을 위해 샤워하고 나오는데 휴대폰에 반장의 이름으로 전화 온 것을 발견했다. 출근도 안 했는데 일이구나 싶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가라앉은 목소리로 스피커 폰으로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

 성준의 반장 목소리가 아닌 여자 목소리라서 당황했다.

 "아 미경 누나?"

 성준은 그 목소리가 미경임을 깨닫자 급격히 밝아졌다.

 "누나, 휴가 받았다더니 목소리 좋아졌네. 못 알아듣겠어. 아참, 전에 보자더니 언제 볼 거야? 휴대폰 다 고쳐야 볼 수 있는 거야? 결과 내기 전에는 안 돼?"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약간은 투정 부리듯이 말했다.

 "오늘? 괜찮아."

 성준은 일정 확인도 안 하고 말했다.

 "응? 뭐라고? 수강신청? 수강신청을 도와달라고? 웬 수강신청? 누구껀데?"

 성준은 미경과 통화하며 옷을 입다가 이상한 부탁에 멈칫했다.

 "누나꺼라고? 갑자기? 대학? 잠깐만, 누나 대학원 나왔잖아? 아 알았어. 나중에 설명해줘."

 성준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지…? 대학?"



 「ㅇㅇ대학 입학을 축하합니다」

 "오늘부터 우리 진짜 선배다!"

 ㅇㅇ대학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바라보며 과잠을 입은 학생이 말했다. 오늘부로 ㅇㅇ대학 신문방송학과(신방과) 2학년이 된 학생들이 입학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 들뜨지마."

 일자 앞머리가 있는 긴 머리의 동그란 안경을 낀 여학생이 핀잔을 줬다.

 "…근데 원래 입학식에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왔었나? 선배들이 너무 많이 왔는데?"
 "엥? 너 모름? 올해 우리 과에 재벌 딸 온다고 소문 쫙 남. ㅇㅇ제약 딸."

 인터넷 말투를 현실에서도 그대로 쓰는 바가지 머리를 한 남학생이 말했다.

 "쭉 해외에 있었다던데 왜 그 나라 대학 안 가고 여기 온 건지 모르겠어."
 "어! 선배 오셨네요!?"
 "후배들 얼굴은 봐야지."

 펌한 단발머리에 세련된 복장을 한 여자 선배 한 명이 다가오며 말했다.

 "기사엔 비리가 아니고 외국어 특기생으로 들어왔다는데, 이해가 돼? 20년 가까이 외국에 산 사람한테 외국어 특기생이라니! 차라리 외국인 전형으로 들어와야 되는 거 아냐?"
 "그만 열 내. 우리 과에 외국에 특기생 많잖아."

 그녀의 과 선배이자 남자 친구가 다가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어? 자기 언제 왔어?"
 "막 도착했어. 어쨌든, 우리 동기인 동원이도 외국어 특기생이잖아."
 "응? 과대 선배? 동원 선배도 특기생이야?"
 "몰랐어? 그러니까 카츄사 갔지. 걔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따라다녀서 약간씩이지만 4개 국어까지 할 걸?"

 남자친구의 말에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와 대단하다, 동원 선배."
 "부정입학 아니면 뭐……. 하기 나름 아니겠어? 지내보면 알게 되겠지." 

 그는 단호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가짜면 다 들통나니까."

 

 "…이건 아닌 것 같아."

 미경이 걱정으로 인해 머리를 마구 쥐어뜯어서 엉망인 채로 침울하게 말했다. 미경은 전날부터 걱정으로 잠을 못 자서 눈가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바로 들킬거야. 심지어 난 수능 세대도 아니라고."
 "얌마! 이제 와서 그딴 소릴 하고 있어?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엄청 애 먹었어! 불평불만 그만하고 전략이나 잘 세워!"

 가만히 듣고 있던 반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공권력 사찰로 의심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첨강 기간 얼마 못 준다고 했으니까 얼른 알아내!"
 "…경찰대였으면 좋았을 텐데. 모교도 한 번 가보고 얼마나 좋아."
 
 미경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중얼거렸다.

 "경찰대면 선배님은 교수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뭔 교수래? 되겠냐? …석사 학위는 있지만."
 "워우."

 나이 때문에 그냥 던져본 말이 진짜인 걸 알게 되자 지훈은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훈은 나름 위로랍시고 말을 건넸다.

 "그럼 공부하시는 것도 금방 적응하시겠네요. 원래도 잘 없는 여자 경찰대 출신에 석사학위까지 있으시니."
 "그거 20년 전이야. 이쪽으로 들어오려고 일 하다가 딴 거라고. 이제 와서 공부는 무슨 공부."
 "20년……. 죄송합니다."

 지훈은 빠른 사과를 했다.
 그 때, 방에서 반장의 딸인 혜지가 나오며 말했다.

 "아줌마, 근데 좀 대학생처럼 하고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러네."

 지훈이 혜지의 말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그 꼴로 가면 폭망이에요."

 혜지가 큰일이라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설거지하던 미경의 선배이자 반장의 아내인 현숙이 부리나케 부엌에서 나와 혜지의 등짝을 한 대 치며 소리쳤다.

 "왜 또 나왔어! 아니, 너는 왜 말도 없이 휴학해 가지고! 어!?"
 "아, 엄마! 아파!"
 "뭐!? 너 휴학했어!?"

 그제서야 알게 된 반장이 놀라 소리쳤다.
 반장의 아내가 등짝을 한 대 더 때리며 말했다.

 "맨날 대낮까지 자고! 어!?"
 "오늘은 일찍 일어났잖아! 아빠도 맨날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자잖아!"
 "네가 아빠랑 같아!? 어이구!"
 "하하……."

 지훈이 갑자기 시작된 집안 싸움에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아, 어쨌든 아줌마 잠깐 와봐요. 가기 전에 봐드릴게요. 대신 용돈도 조금만……."

딱콩

 "너 어디서 돈 뜯을려고!"

 미경의 선배가 딸을 쥐어박으며 혼냈다.

 "아야! 아, 그럼 대가 없는 게 어딨어!?"



찰칵
찰칵
찰칵

 백일제약 일행의 차가 들어오자 기자들이 벌떼처럼 차 근처로 몰려가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온 것 마냥 바글거렸다.

 "뭔데?"
 "뭐야?"

 영문을 모르는 입학생들과 손님들이 웅성거렸다. 백일그룹의 회장의 손녀이자 백일 그룹 사장의 딸이 입학한다는 이유 때문에 취재진이 몰린 거라는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졌다. 이유를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신방과 치고도 많은 언론인이 몰린 이유가 납득 간다는 듯 끄덕이며 대화를 나눴다.

 "우리과가 신방과라서 기자들이 많은 게 아니었네."
 "당연히 아니지. 신입생 중에 기자가 몇이나 될지도 모르는 데 기자들이 여기 왜 와? 다 백일제약 사장 딸 때문이지."

 친구로 보이는 신입생 두 명이 김칫국을 거하게 마셨다는 걸 깨닫고 낄낄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원래 입학식에 이만큼 기자 못 들어오는데 우리 과라서 사정 봐줬다던데?"
 "미친. 그러고보니 하마터면 신방과. 걔는 언론 노출 제대로 됐네."

 두 사람은 계속 킬킬거리며 말했다.
 한 명이 갑자기 차분하게 말했다.

 "야, 근데 이 정도로 주목 받는 거 보니까 좀 불쌍하다. 강제 인싸 행인가?"
 "반대아냐? 이 정도면 아싸 될 것 같은데."



 창문 바깥의 소란과 달리 차 안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 많은 카메라 플래시들과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차의 얄팍한 창문으로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백제인은 차 안을 가득 채운 침묵 속에서 익숙지 않은 세상의 시선과 스포트라이트에 엄청난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하얗게 질린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무릎 위에 얌전히 놓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많이 긴장되지?"
 "네?"

 침묵을 뚫고 다정한 목소리가 백제인에게 들렸다.
 백 사장의 세련된 머리 스타일과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매엔 따뜻한 걱정이 서려있었다. 

 "미안하다. 자꾸 힘들게 하는 것 같구나."

 그 사과엔 진심이 서려 있었다.

 "…사장님. 이제 진짜 내리셔야 됩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백일제약 부사장 신현석이 뒤를 살짝 돌아보며 말했다. 그는 방해하는 게 미안한 듯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신 부사장 전속 운전기사도 말은 안 할 뿐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알겠네. 신 부사장 먼저 내리게."

 신 부사장은 말이 떨어지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문을 열었다.

찰칵찰칵찰칵찰칵

 신현석 부사장이 내리는 순간, 플래시 세례가 눈이 멀 것 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많이 쏟아졌다.

 "뭐야, 신현석?"
 "신현석 부사장도 같이 온 거야?"

 백씨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실권이 강하다고 알려진 신현석 백일제약 부사장의 등장에 다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신현석 부사장은 백일그룹 백진회 회장의 최측근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진 인물이었다. 실제로 백도경에게 위임하기 직전까지 임시로 백진회 회장의 업무 대리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백도경의 개인적인 일정에 자리를 함께 했다는 사실은 백도경의 승계에 한층 더 힘을 실어 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었다.
 이런 좋은 기사거리를 놓칠리 없는 기자들은 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바쁘게 녹음기에 뭔가를 말하고 노트에 적어나갔다.

 하지만 기자들이 뭔가 더 적기 이전에 뒷좌석 문이 열렸다.

 "백도경이다"
 "백도경"
 "나왔다 백도경" 

 재빠르게 다음 타깃을 향해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반대쪽 차문도 뒤이어 열렸다.

 "누구야?"
 "딸?"
 "딸 일 껄. 나 기사 본 적 있어. 백제인? 맞나?"
 "딸 맞지?"
 "딸이야, 딸."
 "어휴~ 아빠가 너무 동안이야. 역시 외국물 먹어야 돼."
 "오 국내에 들어올 때 보다 더 성숙해졌네."

 국내에 들어올 당시 공항 기자회견에서 잠시 얼굴을 비춘 적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 중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되게 이쁘네. 조회수 좀 나오겠다."

 기자 중 한 명이 기분 좋게 말했다.

 "아빠도 그렇지만 엄마 유전자도 있어서 그런가? 엄청 이쁜데?"
 "그러고보니 엄마는? 안 온 건가?"
 "이혼 했는데 오겠냐? 이혼 때문에 백도경하고 들어온 거란 말도 있는데."

 백도경 전 부인은 과거에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한창 활동 때는 무명에 가까울 정도로 세간에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혼 후 백도경 입국 기자회견 후에 연예인 출신이었다는 소식이 이혼 소식과 함께 파다하게 알려졌다. 덕분에 활동 때 보다 몇 배는 더 유명해져버렸다.
 
 덕분에 백제인은 지금 수 많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면전에서 고스란히 다 듣게 되어버렸다.

 "해외 동포 사회에서 말 좀 있던대."
 "누구?"
 "전 부인. 백도경은 아예 말이 없고."
 "아 그래? 무슨 말 있는데?"
 "좀… 안 좋아."
 "왜?"
 "그게……."

 대화 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약간 주저했다.

 "남자관계가 엄청 문란하다고 하던대."
 "진짜?"
 "그런 말이 한 두 개가 아냐. 나이, 돈, 유부남 가리지 않고 벌려댔다고……."
 "뭐?"
 "소문이 파다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올라온 게 한 둘이 아냐."
 "에이 설마. 구라 아냐? 인터넷이잖아."
 "아냐. 진짜 당했다고 해야 하나? 피해 사례? 그런 사람들이 꽤 있던데."

 언론의 질문 공세를 대처하고 있는 신 부사장과 백도경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유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고개가 숙여졌다.

 "와 아줌마가 자유분방하네. 외국이라 그런가? 아니면… 백도경이 좀 별로였나?"
 "모르지. 어쩌면 백도경 하나로는 영 만족이 안 됐을지도? 엄청 사치스럽게 다녔다는 말도 많아. 재벌가에 시집가서 팔자 고치고 뒤로는 딴 남자들 만나면서 놀아난 게 아닌가 하는 말도 있더라고."
 "어휴."
 "나중에 한 번 봐봐. 진짜… 장난 아냐. 엄청 더럽게 놀았더라고."
 "미쳤네. 아니, 근데 그 정도면… 쟤도 그런 거 아냐?"

 백제인은 더는 참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가슴 속에 뭔가가 와장창 깨지는 기분이었다. 눈물을 참으려 눈을 부릅뜨고 아래를 내려봤지만 소용없었다. 귀를 못 닫으니 시야라도 닫으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텁 

 갑자기 소리가 먹먹해졌다.
 백제인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 때문에 흐릿해진 시야에 백유진의 귀를 막고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얼굴이 보였다. 

 "끝날 때까지 뒤에 있을테니까 잘하고 와. 알았지?"
 
 백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쓰듬는 척 티 안 나게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곤 기운 나게 어깨도 한 번 탁 쳐줬다.

 백제인은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백제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입생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갔다.

 백 사장이 신입생들 무리로 섞이는 백제인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신 부사장이 쓱 다가왔다. 그리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말했다.

 "일정 때문에 입학식 끝까지 있기 힘듭니다."
 "…가끔 가다 보면 자네가 어떻게 부사장, 아니 부회장까지 됐었던 건지 모르겠네."
 "회장님이 앉힌겁니다."
 "쯧!"

 백 사장은 혀를 찼다.
 신 부사장은 그러거나 말거나 덤덤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성과급 주시면 일정 조정해 드리죠."



 이런 모습들을 미경이 입학생 무리에 섞여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학과장의 시끄러운 연설이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로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지만, 미경의 시선은 계속 그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무슨 얘길 하는 중이지?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미경은 입학식에 모인 언론인들을 눈동자만 쓱 돌리려 잠깐 훑어보며 생각했다.

 '과도하게 언론에 노출 하는 게 수상해. 언론에 일부러 흘렸다던데…….'

 미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런 식으로 해서 얻을 이득이 뭐지? 단순한 이미지 장사? 승계 구도?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굳이? 왜? 도대체 백도경은 무슨 속셈인 거지?'

 그 때 단상에 2학년 학생이 올라가 마이크를 쥐고도 크게 소리치는 통에 미경의 생각이 끊겼다.

 "신입생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이제 수강신청할 겁니다. 다 같이 컴퓨터가 있는 디지털 전산실로 이동할 겁니다. 옆에서 우리 선배들이 도와줄 거예요~ 수강신청 끝나면 신입생 환영회도 준비되어 있어요~"

 '수강신청!'

 미경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백제인한테 접근하기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해.'

 그 생각을 하며 미경은 머리카락 밑으로 숨긴 이어폰 마이크에 대고 비장하게 중얼거렸다.

 "곧 시작될 것 같습니다."



 "잘 안보여……. 안경을 바꿔야지 원."

 반장은 미경을 연락을 받고도 준비됐다는 말을 못 했다. 노안 때문에 안경을 끼고도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이거 오랜만에 해보네."

 지훈은 과거의 향수에 젖으며 대기하고 있다가 미경의 연락을 받고 바로 준비됐다고 답했다. 


 "뭐해요?"

 성준의 후배 법의관이 보고서를 들고 왔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기하는 걸 발견했다. 그리곤 뭔가 싶어서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수강신청?"
 "부탁 받아서. 바빠 죽겠는데……."
 "부탁? 부탁이라고요? 내가 잘못 들었나?"
 "뭐?"
 "누구? 조카? 주변에 대학생이 있어요?"
 "그거 여기 놔두고 나가."
 "귀찮은 거 절대 안 들어주는 양반이 무슨 일이래."
 "하……."

 성준은 짜증나서 머리를 짚었다.
 후배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성준을 바라봤다.
 
 "누군데요?"
 "거기 올려놨으면 나가."
 "혹시 어린 애 만나요?"
 "아냐. 아니니까, 빨리 나가."
 "엄한 짓 하고 다니는 건 아니죠??"
 "닥쳐. 닥치고 나가라고."
 "대학생은 너무한데?"
 "아 제발 좀 나가라고. 가! 가라고!"

 성준은 낄낄거리는 후배한테 보고서를 집어던지며 내쫓았다.


 "…엄마 눈 안 보인다. 네가 좀 해 봐."
 "뭔데? 수강신청?"
 "잘하면 용돈 줄게."

 반장의 집에서 미경의 선배가 안경 끼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글씨 탓에 결국 보기를 포기하고 딸인 혜지에게 맡겼다.

 "진짜 용돈 주는거지? 꺄핳핳핳핳핳"
 "눈떼지 말고!"


 사이트 서버 시계를 보며 미경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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