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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6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6

SooyangLim 2021. 4. 16. 19:01

 다음 날 미경은 백일제약 공장의 박스 포장 라인에 일용직 대타로 몰래 잠입했다.

 미경은 공장 내의 연구실 잠입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연구실을 비롯해 사무실이나 자료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봤지만 관련된 어떠한 증거물도 없었다. 그런 비슷한 자료조차 없었다.

 간부의 지문을 채취해서 접근 제한 구역까지 들어갔지만, 별 다른 성과가 없었다. 

 '아니, 이건 보통 회사들보다 더 깨끗한데······? 괴리감이 들 정도야.'

 그리고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똑같았다. 연달아 허탕이었다.

 "다 없어……·."
 "본사에 있는 게 아닐까요?"
 "공장에 없으니 그렇겠지. 하 본사는 힘든데……."

 미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일제약 소유와 관련된 연구기관들마다 모두 허탕을 쳤다. 미경은 그저 일만 열심히 하다가 돌아왔다. 미경은 자신이 자초한 휴일 없는 노동에 녹초가 된 상태였다.
 미경은 카페에 앉아서 지훈이 들고 온 커피에 빨대를 꽂고 전처럼 또 볼 빵빵하게 불려 가며 커피를 부글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미경은 현재 명목상 외부 출장 처리된 상태였다. 

 지훈은 옆에 앉아 서류를 분류하고 있었다. 원래는 미경이 처리해야 할 서류이지만 미경이 서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자신에게로 밀린 서류와 원래 자신의 서류들이 섞여 있어서 나누고 있었다.
 지훈은 미경이 그러고 있는 모습을 힐끗 보더니 씩 웃더니, 다시 서류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젊어지시니까 그런 거 되게 귀엽게 보이고 좋네요."

 그 말에 미경이 멈칫했다. 그러다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오냐, 그래. 칭찬은 됐으니 빨리 하기나 해. 그거 봐야 내가 네가 따 온 교통 cctv도 볼 수 있으니까."



 미경은 다음 날 이른 아침, 백일 그룹 본사의 청소 직원으로 들어갔다. 미경은 청소하는 척 화장실 천장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곤 천장 안의 좁은 공간에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덜컹

 미경은 밤이 되자 천장 밖으로 기어나왔다. 나와서는 청소 도구 통 안에 몰래 숨겨놨던 직원 복장으로 갈아입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좀비 같은 몰골을 하고 밤샘 야근을 하고 있었다.

 '뭐야? 이 시간에 왜 아직도 일하고 있어? 백도경 이 새끼 근로 노동법 준수 안 해?'

 미경은 포괄 임금제를 충실히 시행 중인 몇몇 직장인들을 보며 당황했다.

 '복장 안 챙겨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미경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경비실의 경비원과 cctv부터 처리하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미경은 생각보다 북적여서 당황했던 백일 유통과 백일 식품이 있던 층을 떠나서 백일 제약 파트가 있는 층으로 계단을 이용해 올라갔다.
 다행히 그곳은 사람이 없었다.
 
 미경은 cctv에 안 걸리게 주의하면서 자료가 있을 만한 곳은 다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관련 자료는 없었다. 그 비슷하거나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진짜 그 사이에 다 없앤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까진…….'

 시간은 어느새 늦은 새벽 시간이 되었다. 미경은 이렇게까지 했는데 찾을 수 없자 초조해졌다. 

 문득, 미경은 어쩌면 백도경 개인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라면……."



 백도경 사무실은 미경이 소지한 청소 카드나 경비실에서 가져온 열쇠로는 열 수 없었다. 심지어 지문 인식에 비밀번호를 이중으로 입력하는 구조였다. 미경은 버튼에 남겨진 자국으로 비밀번호는 금방 추론해서 맞췄다. 하지만 문제는 지문이었다.

 미경은 사무실 문 손잡이에서 겨우겨우 지문 몇 개를 채취했다. 그 중에 몇 개를 지문인식기에 남아있는 지문과 제일 비슷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 그러곤 그 몇 개 중에 하나를 대충 찍어서 갖다 대 봤다.

 삐리릭

 철컥

 "오!?"

 미경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인지 뛸 듯이 기뻤다. 조용히 양 주먹을 쥐고 기쁨을 맛봤다.

 '이게 도둑질 하는 인간들의 기쁨인가!?'

 조용히 즐거워하던 미경은 더 꾸물거리다간 들킬 것 같아서 급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소파 몇 개와 테이블, 책상, 캐비넷과 컴퓨터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 이렇게 뭐가 없어?'

 백도경은 어찌 보면 꽤 큰 기업에 낙하산이나 다름없는 루트로 들어와서 빠르게 능력을 펼치고 사장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게다가 외국물을 먹어서인지 외적으로 엄청나게 세련된 모습을 하고 다니고 언론도 많이 타는 인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미경은 백도경이 있는 공간이라면 꽤나 화려하거나 디자인적으로 감각적이다거나 사치스럽게 꾸며져 있을 것이라 예측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 치고는 백도경의 개인 사무실은 너무 뭐가 없었다. 작은 소기업 사장들의 개인 사무실보다도 보다도 더 단출했다. 심지어 죄다 실용성 사무 기구들 위주였고, 값비싼 물건은 전혀 안보였다. 

 미경은 그런 사무실의 모습에 내심 실망하면서 캐비넷 잠금장치를 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료도 회사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하겠지만, 미경에게는 아무 쓸모없는 자료들 뿐이었다. 미경은 책장 서랍에 있는 열쇠 구멍도 따고 열었다. 하지만 서랍 안에도 캐비넷과 비슷한 결과 뿐이었다.

 미경은 컴퓨터도 켜서 확인했다. 그런데 심지어 컴퓨터마저도 대단한 보안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보안이 금방 풀린 만큼이나, 대단한 자료도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검찰이 와서 컴퓨터를 떼어 간다고 해도 멀쩡히 살아남을 법한 수준이었다.

 미경은 본사까지 들어와서 정말 별 달리 건진 게 없게 되었다.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자신이 찾는 자료는 없었다. 

 '없어.'
 
 미경은 허탈한 얼굴로 가만히 서서 백도경의 책상을 내려봤다.

 '진짜 없다……. 이쯤 되니 무슨 분식회계 자료나 사치 물품이라던가, 아니면 그 잘난 면상이랑 스타일 관리하는 비결 같은 그런 거라도 나오면 좀 재밌기라도 할 텐데……. 그 마저도 없어.'

 이렇게까지 작정하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데 성과마저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미경은 백도경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봤다. 미경은 백도경의 딸로 보이는 백제인과 찍은 가족 사진에서 미소 짓고 있는 백도경의 면상을 노려 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디에?"



 "없어. 공장도 없고 본사도 없어."

 미경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미경은 백일그룹 본사에 다녀온 후 며칠 뒤, 지훈이 용의자를 잡으로 가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미경은 지훈에게 도움 주는 역할로 픽업되어 가면서 그간의 성과를 간략하게 일축해서 말했다. 
 지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

 "확실히 다 살펴보신 건가요?"
 "내가 그 자식 사무실 금고도 확인했어. 진짜 우리한테 필요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 "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시네요."

 미경이 팔짱을 끼고 부루퉁한 얼굴로 불법을 털어놓으며 말했다. 거기까지는 생각지도 못한 지훈이 미경의 능력치(?)에 감탄 반 어이없음 반이 섞인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훈은 미경이 사회적으로 나쁜 생각을 안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백도경 그 놈 어디다 둔 거야!"

 미경이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꽥 지르자 지훈이 옆에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아무래도 가장 보안이 철저하고 믿을만한 데 숨긴 게 아닐까요?"
 "그 보안 잘 된 회사의 금고도 내가 땄잖아? 그런데도 없는 데? 스위스 은행에라도 맡겼나?"
 "그, 그럴지도요? 원래는 선배님한테 들킨 게 이상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사람이라고 하니……."

 지훈의 말에 미경이 머리 쥐어뜯기를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반장님이 한 말이지?"
 "네. 조사한 바로는 그렇다고……."
 "……."

 미경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 앞에 신호 덕에 도로가 죄다 막혀서 차들마다 후미등이 빨갛게 들어와 있었다. 미경은 앞차의 후미등과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 노려보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도 스위스는 아냐. 연구하거나 하면 계속 자료나 보고 사항이 업데이트 될 거잖아."
 "그렇네요."

 미경은 다시 머리를 쥐어뜯다가 갑자기 백도경의 책상에 놓인 사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개인적인 물건이라고는 전혀 없는 책상과 사무실. 아무 것도 없던 깨끗한 책상 위에 딸인 백제인과 찍은 사진만 덩그러니 있던 게 기억났다. 그 공간에 딱 하나 개인적인 물건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던 미경의 손에 힘이 스르륵 풀렸다.

 "…집에 있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백진회도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갔다고 하니."

 신호가 풀리고 다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경은 백진회의 집 근처 길에서 멀찍이 떨어져 곳곳에 배치된 개인 보디가드들을 살폈다.

 높은 담벼락에는 눈에 띌 정도로 cctv가 여럿 달려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각지대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전포고 하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이따금씩 불빛과 함께 고개를 움직이는 cctv는 그저 모형 cctv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그 집은 백도경이 들어간 이후로는 백진회 회장만을 위한 사람만 써. 정말 오래 예전부터 쓰는 사람만 쓰는 거지. 도무지 더 고용을 안 해. 개인 사정으로 빵꾸나도 그냥 오지 말라고 해. 대타도 안 써. 예전부터 그 집 일하던 사람들한테는 아주 최고지.'

 청소 관리 업체 소장의 말이었다.

 '어찌나 아끼는지 즈그 아버지 있는 곳엔 무균실이라며 자기가 관리한다고 청소도 자기가 한디야. 주치의도 옛날에 의사였던, 지금 부사장인 신현석 부사장이 아~주 가끔씩 와서 회장님 봐주고 있어야. 회장님이 옛날에 어릴 적부터 키워서 의사가 되게 해준 사람이거등! 아는 사람이라 믿음직 한가벼. 그 외에 다른 사람은 함부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 대단한 효자여, 효자.'

 힘들게 수소문해서 알아낸 청소업체 직원의 말이었다. 

 '고객님에 관해서는 저희 측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만, 받을 수 있는 한에 관해서는 업계 최고 페이를 주시고 있습니다. 우리 업체는 당연히 그에 걸맞은 보안과 안전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보안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을 요구하셨으니 그에 걸맞은 수준을 우리는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측에서도 고객님께서 주시는 신뢰만큼 가장 믿을만한 친구들로 기용해 보답해 드리고 있습니다. 고객님께서 그 정도 수준의 보안에 대해서 관심 있으시면…….'

 보안 업체 홍보 직원의 말이었다.

 "어디로 보나 보통은 아니군. 여기가 제일 유력하네."

 미경은 자신이 찾던 모든 게 여기 있을 것이라고 반 정도는 확신했다.

 '문제는 저길 어떻게 들어가냐는 거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회사나 공장은 어찌저찌 뚫었는데 저긴 힘들겠는걸. 들켰다고 공장 자체를 폭파시켜서 없앤 놈 집이라니…….'

 미경은 골똘히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땅굴이라도 파야 되나? 하 어쩐데, 이걸?"

 미경은 또 머리를 쥐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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