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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고양이 생일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고양이 생일

SooyangLim 2022. 12. 1. 19:01

 아직 저물지 않은 여름의 어느 날, 방에서 자던 고양이는 에어컨 소리가 아닌 말소리에 잠에서 깼다. 고양이가 문틈으로 거실 쪽을 바라보니, 집을 찾아온 안다미로와 밀 메이커가 흉흉한 기운을 풍기며 뭔가 소곤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는 왠지 불편한 한쪽 눈을 앞발로 비비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 뭐하는 것일까옹?'

 고양이가 자세히 들을려고 다가가려는데, 안다미로가 자리를 이탈했다. 어디로 갔는지 모습이 사라졌다.

 "고양이야."

 마침 밀 메이커가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가 밀 메이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무슨 얘기 했냐옹?"

철컥

 그때 갑자기 고양이의 목에 목줄이 채워졌다.

 "뭐, 뭐냐옹!?"

 고양이가 놀라 버둥거렸다. 

 "고양이 납치했다."

 안다미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심하면 안 돼. 언제나 주변을 경계를 해야지."

 밀 메이커가 말했다.
 그 말에 고양이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버둥거렸다. 그 상태로 고양이는 끌려나가듯 밖으로 나갔고, 밀 메이커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다미로는 밖에 수상한 차를 세워두고 밀 메이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양이를 데려 나가고 있었다.
 고양이가 째지는 목소리로 화를 냈다.

 "무슨 짓이냐옹! 날 팔아치우는 거냐옹!?"
 "안녕."

 밀 메이커가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다미로는 고양이에게 목줄을 채운 채로 차 안의 이동장에 넣었다.

덜컹
부르릉

 차문이 닫히고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내 시동이 걸리더니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쉬지 않고 울었다. 

 "이, 이게 다 무슨 짓이냐옹? 날 납치하는 거냐옹?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옹? 장난이냐옹? 그래, 장난이라고 말하라옹!"

 하지만 운전을 하고 있는 안다미로는 대답이 없이 담요로 이동장을 덮어버렸다. 시야가 차단되자 고양이는 체념을 하고 울기를 멈췄다.

 "왜 나한테 이러는 것이냐옹……."

 고양이는 구슬픈 소리를 냈다. 고양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고양이는 밀 메이커와 있었던 좋은 시간들을 떠올렸다. 처음 만난 날, 맛있는 음식을 주던 때, 밖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수상한 쥐돌이 인형을 물어왔을 때도 탐탁잖아하면서도 그러라고 하던 날, 언제나 쓰다듬어 주는 손길……. 

 "끼잉……."

 고양이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속았다옹! 난 널 좋은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고양이가 크게 소리치며 울부짖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끼익

 차가 멈추는 소리가 났다. 안다미로가 차 문을 열고 이동장을 담요가 덮인 채로 들어서 어딘가로 옮겨서 놓아두는 게 느껴졌다. 

 "후후."

 안다미로가 담요를 살짝 들어 안을 바라봤다. 고양이는 안다미로가 수상하게 웃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캬옹!"

 고양이가 용기내어 발톱을 세워 이동장 너머로 그런 안다미로를 공격했다.

 "고양이 화났네."

 그렇게 말하며 안다미로는 다시 이동장에 담요를 덮었다. 이내 무언가 배관 같은 것이 이동장 안으로 들어오는 듯했고, 이내 고양이는 저항할 틈도 없이 잠이 들어버렸다.

 "…캬웅?"

 고양이가 정신을 다시 차리니 시야가 안보였다. 고양이는 눈이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목줄에 달린 긴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이야우우우웅~~~"

 고양이는 낮고 긴 소리를 냈다. 어쩐지 온 몸에서 이상한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듯했다. 그리고 얼굴이 묘하게 얼얼한 것도 같았다. 눈이 가려진 고양이는 이대로 잡아먹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머릿속으로 온갖 무서운 상상이 다 들었다.

찰칵 
서걱 스르륵

 고양이의 목줄이 풀리고 눈을 가리고 있던 붕대가 풀렸다. 서늘한 쇠붙이의 감촉이 느껴졌다. 고양이는 바들바들 떨며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펑!

 갑자기 작은 폭죽이 터지는 소리에 고양이는 놀라 눈을 떴다. 

 "고양이야 생일 축하해!"

 안다미로의 목소리였다. 안다미로와 밀 메이커가 꼬깔 모자를 쓰고 작은 생일용 폭죽을 터뜨려서 작은 색종이 조각이 떠다녔다. 그리고 안다미로는 케이크를 들고 오고, 밀 메이커는 방금 자신의 붕대를 자른 불필요하게 긴 칼을 들고 케이크를 자를 준비를 하기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있었고, 집은 서툴고 소소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생일파티를 위해 꾸며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맛있는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고양이는 넋이 나간 채로 놀라 휘둥그레진 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고양이야. 이제 눈에난 혹도 없어졌고 피부병도 다 나았네."

 라고 말하며 밀 메이커가 고양이에게 꼬깔모자를 씌워줬다. 덕분에 고양이의 한쪽 귀가 살짝 눌렸다.

 고양이의 입꼬리와 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고양이의 눈에 전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 천천히 맺혔다.

 "누구든 따라가거나 납치당하면 안 돼. 항상 경계해야 돼. 알겠지?"

 밀 메이커가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날 팔아버린 줄 알았다옹! 원망했다옹! 잡아먹는 줄 알았다옹! 너무하다옹! 이런 깜짝카메라인 줄 몰랐다옹!"
 
 고양이가 심했다는 듯 발톱을 꺼내지 않은 앞발로 밀 메이커를 탁탁 두드리며 찡얼거렸다.

 "사진!"

 안다미로가 밀 메이커의 카메라로 예약을 걸어놓고 재빨리 뛰어왔다. 

찰칵

 사진 속에서 무표정한 밀 메이커, 만족스러운 표정의 안다미로와 함께 고양이는 생일 선물로 받은 새 박스 안에서 행복하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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