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3부. 리모컨 쟁탈전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리모컨 쟁탈전

SooyangLim 2022. 11. 28. 19:02

 "어, 좋다."

 밀 메이커가 여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뜨뜻한 아랫목에 깔아 둔 이불 밑으로 들어가 누우며 말했다. 
 
 "아주 좋다옹."

 뜨뜻한 아랫목을 좋아하는 건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는 식빵 자세로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음악 방송에 나오는 샤인 데이를 보고 있었다.
 밀 메이커가 텔레비전을 불만스럽게 쳐다보다가 리모컨으로 다른 채널로 돌리며 말했다.
 
 "…저 광대 놈……."
 "하악! 샤인 데이한테 감히 그런 불경한 소리를 하냐옹! 무례하다옹! 사과하라옹!"

 밀 메이커의 말에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면서 맹렬히 화를 냈다. 
 밀 메이커가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

 "비하발언 말고 너 괴롭히는 놈 말하는 거야."
 "그것도 비하발언이다옹! 그 놈을 어떻게 샤인 데이에게 갖다 댈 수가 있냐옹!"

 고양이가 노발대발하며 화를 냈다. 고양이는 아직 텔레비전에 나오는 샤인 데이와 가끔씩 집에 들르는 광대가 같은 존재라고는 매칭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복장과 머리색, 무대 화장, 장신구 때문에 못 알아보는 듯했다. 그리고 고양이가 그를 실물로 볼 때는 언제나 그가 얼굴을 어느 정도 가린 모습이었기에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했다.
 
 고양이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밀 메이커는 태연하게 채널을 돌렸다.

 「이어서 다큐멘터리 위인 탐방…」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밀 메이커가 리모컨을 내려놓자,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리모컨을 내려놓기 무섭게 리모컨을 발로 꾹꾹 밟기 시작했다. 금방 채널은 다시 음악방송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다시 리모컨을 가져가서 채널을 돌려버렸다.

 "언제는 저 놈 싫다며."
 "무슨 소리냐옹!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라옹! 어서 리모컨에서 손 떼라옹!"

 고양이를 발톱을 세워 밀 메이커의 손을 빠르게 할퀴었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그런 고양이의 공격을 요리조리 잘 피하며 채널을 돌렸다. 



 고양이는 할퀴는 대신 밀 메이커의 손을 팍 쳐서 리모컨을 떨궜다. 고양이는 재빨리 리모컨을 차지하고는 밀 메이커가 리모컨을 못 잡게 좀 떨어진 곳에 가서 채널을 돌렸다. 다시 음악방송 채널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밀 메이커가 효자손 들고 팔을 뻗어 채널 버튼을 눌렀다. 채널이 휙휙 바뀌기 시작했다.

 "캬옹!"

 「…오늘의 우주 정세입니다. …대형 추돌 사고가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지난 몇 건의 살해 사건 용의자인 부랑자가…」

 뉴스 채널쯤 갔을 때 고양이가 리모컨을 다시 뺏으려 했다.

 "잠시만."

 밀 메이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리모컨을 안 뺏기려고 힘을 주고 버텼다. 밀 메이커는 텔레비전을 보며 가만히 앉아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언제나 무표정이라 어떤 생각인지 어떤 감정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텔레비전 화면의 빛이 밀 메이커의 얼굴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 것 같았다.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심각하게 텔레비전에 매우 집중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 모습은 또한 이쪽을 보고 있는 듯했다.

 '…잘 안 보인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옹.'

 고양이는 광대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의아하게 밀 메이커를 바라봤다. 어쩌면 밀 메이커는 소리를 집중해서 듣는 것일 수도 있었다.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옹.'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뭐 때문에 이런 태도가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뭐냐옹?"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집중하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양이도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뉴스 내용에 집중했다.

 「…부랑자는 현재 전 우주에 수배 중입니다. 그에게 달린 현상금은…….」

 가만히 있던 밀 메이커가 갑자기 말했다.

 "헌터."
 "…뭐라고 했냐옹?"

 고양이가 밀 메이커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저 부랑자, 아니, 수배자. 저 수배자가 헌터라고."
 "헌터? 사냥꾼?"
 "응."
 "저 놈을 알고 있냐옹? 살해 용의자라는데옹. 나쁜 놈 아니냐옹?"

 고양이의 말에 밀 메이커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고 고양이를 바라봤다. 밀 메이커가 고양이를 바라보고 말없이 가만히 있자 고양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냐옹?"
 "…아냐."

 밀 메이커가 다시 텔레비전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는 사이야. 한 때 동업자였지."

 밀 메이커의 말에 고양이가 수상쩍다는 듯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왜 주변이 죄다 흉흉한 놈들 밖에 없냐옹?"
 
 고양이가 말하는 사이 뉴스는 다른 내용으로 넘어갔다.

 "너 보고 싶은 거 봐."

 밀 메이커는 리모컨을 고양이에게 주고는 자리에 누워버렸다.

 "나 잔다."

 밀 메이커는 그렇게 말하고는 시선을 등지기라도 하듯 돌아누워버렸다.
 






반응형

'소설(Novel) > 캣츠비안나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부. 안다미로의 비밀  (1) 2022.12.05
3부. 고양이 생일  (0) 2022.12.01
3부. 또 봐  (1) 2022.11.24
3부. Mama's cloud (마마스 클라우드)  (0) 2022.11.21
3부. 토끼와의 재회  (0) 2022.11.1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