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3부. 또 봐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또 봐

SooyangLim 2022. 11. 24. 19:01

 "…하늘에 그런 곳이 있었다니, 참 신기하다옹. 예전에 만난 새들은 그런 얘기를 안 했었는데 말이다옹.직접 여행을 가본 건 아니지만, 바다 속이나 하늘은 들을수록 신기한 곳이다옹. "

 토끼의 이야기를 들은 고양이가 말했다.
 토끼가 사람처럼 앞발로 옆에 있는 덤불의 잎사귀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보통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네가 날 봤었을 때 놀랐었오!"
 "신기하다옹. 역시 세상은 넓다옹. 그나저나 마마라는 녀석은 참 온화한 녀석 같다옹."

 고양이의 말에 토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치? 근데 마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봐."
 "그게 무슨 말이냐옹?"

 고양이가 갸우뚱 하며 물었다.

 "마마는 스스로를 온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야. 언제나 자신은 마마도 아니고, 빠빠도 아니라고 했어.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공포라고 했어."

 토끼의 말에 고양이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들어본 바로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옹."
 "그러게 말이야. 가끔은……."

 토끼는 잠시 주저했다.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가끔은?"
 "위험하다고 했오."

 토끼의 말에 고양이는 눈이 동그래졌다.

 "알 수 없는 일이다옹."

 그때 고양이의 눈에 빛이 적게 들어오자 동공이 커졌다. 고양이와 마주 보고 있는 토끼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림자가 졌기 때문이었다.

 "토끼야. 집에 가자. 다들 먼저 갔단다."
 "웅?"

 토끼가 자신을 데리러 온 존재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고양이는 그제서야 토끼와 호랑이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에겐 그림자가 없었다.

 "마마!"

 토끼는 자신에게 손을 뻗은 존재에게 사람처럼 앞발을 양팔처럼 벌려 안아달라는 표시를 했다. 마마는 그런 토끼를 마치 사람처럼 안아 들었다.

 고양이는 이 자가 토끼가 말한 마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마의 모습을 살폈다. 마마는 동네의 여느 할머니나 아줌마들처럼 파마머리에 푸근한 인상과 몸매를 갖고 있었다. 마마는 따뜻한 미소로 토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어쩐지 마마라는 자가 밀 메이커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마마! 내가 말한 고양이!"

 토끼가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양이야, 안녕?"

 마마가 고양이에게 인사했다.

 "반갑다옹. 토끼에게 들었다옹." 

 고양이의 인사에 마마가 말했다.

 "그랬구나. 나도 네 얘기를 들었단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마마를 보자 고양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요즘 예외적인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옹."  

 고양이의 말에 마마는 만면에 미소가 어린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 그런데 고양이야. 벌써 해질녘이야. 어서 집에 들어가렴."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냐옹?"
 "요즘은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단다, 고양이야. 위험하거든."
 
 마마의 말에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다옹. 요즘 고양이들이 사라진다고 들었다옹."
 "그래. 납치범이 너를 데려가버릴 수도 있잖니. 해코지라도 하면 위험해."

 마마의 말에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빵 자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납치범이라니. 무섭다옹."
 "그래. 어서 들어가렴, 고양이야. 우린 이만 가볼게."
 "잘 가라옹."
 "안녕, 고양이야. 다음에 또 봐."

 마마는 토끼를 안고 어딘가로 걸어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고양이가 집으로 돌아오니 마당의 문간에서 광대와 엑스칼리버가 서있었다. 광대 옆에는 싸가려고 놔둔 반찬을 담은 밀폐용기가 여러 개 가득 담긴 장바구니 가방들이 있었다. 

 "이런."

 고양이는 그 모습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집 앞에서 서성였다.

 "어! 왔다!"

 하지만 광대가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다가가 고양이를 안아들었다.

 "이야우우우우웅"

 고양이는 맘에 안드는 듯 낮은 목소리를 길게 냈다.

 "우리 귀여운 고양이 보고 가려고 기다렸는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광대가 고양이를 안아들고는 말했다.

 "네가 고양이 싫어하는 짓 하니, 네가 가고 난 뒤에 들어오려고 늦게 왔겠지."

 밀 메이커가 냉담하게 말했다.

 "매정해 매정해~"
 "하하."

 그 말에 광대가 괜히 칭얼거리고, 엑스칼리버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 이제 고양이 봤으니까 어서 꺼져."

 밀 메이커는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한 태도로 말했다.

 "그래도 간만에 만나니까 좋았어. 간만에 동업자였던 사람을 만나서 동업자 시절 얘기도 하고."

 엑스칼리버가 동업자라는 단어에 웃음을 참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일부러 힘주어 말했다.

 "시끄러. 어서 고양이 내려놓고 꺼져."

 밀 메이커가 이제 그만 고양이를 내려놓으라는 듯 손을 뻗으며 말했다.

 "캬오오오옹"

 고양이는 광대에게 과한 스킨십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내려놓으라는 소리에 광대는 쓰다듬을 넘어서 볼을 부비기 시작하며 말했다.

 "싫어싫어~"

 고양이는 기겁하며 몸을 빼려고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캬오옹!"

휙 휙

 결국에야 고양이는 발톱을 세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하악질을 시전 했다.

 "하악!"
 "아이, 알았어. 알았어."

 광대는 그제서야 고양이를 자신의 얼굴에서 떼고는 들어서 고양이 보며 말했다.
 고양이는 허공에 앞발질을 맹렬하게 했다.
 광대는 고양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눈웃음이 가시지 않고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은 얼굴로 고양이에게 말했다.

 "위험하니까 집에 있어. 알겠지?"

 광대는 난데없이 의미심장한 경고를 하고는 그제야 밀 메이커에게 고양이를 건넸다. 

 "우린 이만 갈게~ 밖에 좀 다녀, 밀 메이커. 왜 그렇게 칙칙하게 살아? 나가는 김에 고양이 병원도 좀 데려가고 해~. 그럼 또 봐~"
 
 밀 메이커가 고양이를 안은 채로 말했다.

 "당장 나가."
 "반찬 또 가지러 올게~ 또 봐~"
 "썩 꺼져."
 "츄~"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밀 메이커에게 광대는 손키스와 함께 윙크를 날리며 떠났다.
 
 밀 메이커가 집 안으로 들어와서 고양이를 내려놓자 고양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저 놈 다시는 못 오게 하라옹!"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밀 메이커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고양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폭풍이 지나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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