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3부. Mama's cloud (마마스 클라우드)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Mama's cloud (마마스 클라우드)

SooyangLim 2022. 11. 21. 19:01

 멀리서 볼 때는 몽실몽실한 솜사탕 같고, 가까이 있으면 안개 같은 구름. 동화 같기도 꿈 같기도 한 구름들 속에는 숨겨진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그곳을 구름 마을이라고 불렀다.

 구름 마을은 마치 천국과도 같아 보였다. 기이할 정도로 밝고, 환상처럼 아름답고, 뭐든 다 있을 것 같고, 불행이라고는 한 점도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구름 마을은 마치 낙원을 형상화 해놓은 듯했다.

 "잘 보여?"

 옹알거리는 목소리로 두 발로 서서 있던 토끼가 물었다. 역시나 두 발로 서서 토끼 옆에 있던 작은 갈색 곰은 망원경으로 구름 아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토끼의 물음에 이내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망원경을 토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더 잘보이는 망원경이 있어야 될 것 같아."

 작은 갈색 곰의 말에 토끼의 귀가 축 처졌다.
 하지만 기운이 빠진 것은 토끼 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작고 하얀 강아지와 작은 공룡은 토끼를 툭툭 치며 망원경을 달라는 표시를 했다.

 "나두."
 "내가 해 볼래!"

 작은 공룡과 작은 강아지의 발음도 어딘가 옹알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동물들도 모두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동물들은 전부 하나같이 작고 어리고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구름 마을은 마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아 보였다.

 "다른 망원경 생기면 내가 먼저 찜!"

 목에 칼 자국이 있는 기린이 씩씩하게 말했다. 
 기린과 강아지 뿐 만이 아니었다. 딱히 몸에 상처가 없는 동물들도 있었지만, 곳곳에 심각하게 다친 자국이 있는 동물들도 있었다. 

 "나도. 나도 볼래. 찾을 거야!"

 그 때 작은 백호가 망원경을 손에 쥐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다 해도 호랑이라 그런지 토끼는 그만 망원경을 손(앞발)에서 놓쳐 버렸다. 망원경을 놓치면서 토끼는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히잉."

 토끼가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울먹임은 곧 울음이 되었다. 토끼가 울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공룡도 울기 시작했다. 

 "왜 울고 있니?"

 그때 동물들의 뒤로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왔다. 동물들은 그 커다란 그림자에게 달려가서 두 앞발(마치 인간의 양팔처럼)로 착 달라붙어 안겼다.

 "마마!"
 "마마가 아니래도."
 "그럼 빠빠!"
 "하하……."

 마마라고 불린 인간 형상의 거대한 존재는 동물들을 쓰다듬고는 울고 있는 토끼와 공룡에게 다가갔다. 마마는 울고 있는 토끼와 공룡을 안아서 달래줬다. 마마가 동물들과 있으니 동물들의 작은 체구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마마, 우리 온제 내료가(내려가)?"
 "온제 내료가?"
 "온제?"
 "온제?"
 
 쌍둥이 비글이 마마의 발치에서 반짝이는 눈망울로 고개를 양 옆으로 갸웃 거리며 서로 번갈아 가며 물었다. 마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찾았니?"

 마마의 말에 갑자기 동물들 사이에 침묵이 찾아왔다.

 "잘 안 보여."

 망원경으로 아래를 보고 있던 작은 백호가 말했다.

 "그럼 좀 있다 다시 찾고 밥부터 먹자."

 마마가 동물들에게 말했다.
 밥이라는 말에 동물들은 기쁜 얼굴로 후다닥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왜 뱀을 좋아했었을까? 어휴……. 이왕 긴 거 좋아할 거면 용 같은 거나 좋아 했었다면 나았을 텐데."

 작은 뱀이 다른 동물들 처럼 두 발로 후다닥 뛰어가지 못해서 불평을 하면서 밥상으로 다가갔다.


 
 동물들은 구름으로 만들어진 밥상 앞에 앉았다. 저마다 솜사탕 같은 구름으로 만들어진 포크나 수저를 앞발(손)에 어정쩡하게 쥐고 만찬을 먹기 시작했다. 
 이곳에 없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세상 모든 맛있는 음식이 여기에 다 있는 듯했다.

 "맛있어!"
 "너무 좋아!"
 
 동물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행복해보였다.

 "여긴 정말 천국 같아!"

 목에는 커다란 손 자국과 얼굴에는 멍이 있는 작은 사자가 입에 음식을 가득 밀어 넣으며 말했다. 누가 앞발이나 손을 올릴 때마다 움찔하는 이 소심한 작은 사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은 기뻐 보였다. 작은 사자의 말에 동의하듯 다른 동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천국 '같긴'해!"

 작은 달마시안이 말했다. 옆에 있던 빼빼 마르고 배가 나온 코끼리는 고기건 야채건 우유건 가리지 않고 허겁지겁 입에 넣으며 말했다.

 "매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

 하지만 그 어떤 동물들도 여기서 계속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쌍둥이 비글이 포크를 들고 잘라진 소세지 더미를 휘적거리고 있었다. 소세지 끝부분을 찾기 위해 음식을 휘적이고 있는 듯했다. 비글들이 찾고 있는 와중에 맞은편에 있던 온몸에 붕대를 감은 악어가 소세지 끝부분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앗!"
 
 그 모습을 본 쌍둥이 비글이 동시에 소리치며 아쉬워했다.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악어가 비글들이 소리치는 것에 놀라 포크를 떨어뜨렸다. 정확히는, 포크와 함께 앞발을 떨어뜨렸다. 악어가 앞발을 줍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붕대가 헐거워지며 몸이 조각조각 분리됐다.

 "앗!"

 비글들이 안절부절못하며 악어를 돕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때마침 마마가 다가와서 악어의 조각난 몸을 모두 주워서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소세지 끝부분을 많이 준비해야겠구나."

 마마는 소세지 끝부분을 찾는 모습을 봤는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소세지 끝부분을 많이 먹을 거야!"

 쌍둥이 비글 중에 하나가 다짐하듯 말했다.
 마마는 악어의 조각난 몸을 고정할 수 있도록 붕대를 감아주며 말했다.

 "그래. 여기 이곳에서 나가면 많이 먹으렴. 다시 돌아오지 말고."

 이 천국 같은 풍경에서 실례일 법한 말을 마마가 말했다. 하지만 마마의 말에 동물들은 다시 침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먹고 나자 몇몇 동물들은 낮잠을 자고, 몇몇 동물들은 구름 바닥 위에서 구름을 긁어 모아 쌓아서는 두꺼비 집을 만들고 있었다. 또 몇몇 동물들은 안개 같은 구름을 뭉쳐서 블록 놀이를 하듯 쌓기 시작했다.

 "와!"

 작은 달마시안이 구름 블록들을 자기 키 보다 훨씬 더 높이 쌓아 올리고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물들도 함께 기뻐했다. 환호 소리는 제법 컸다.

 큰 환호 소리에, 근처에서 구름으로 만들어진 동화책을 읽고 있던 토끼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른 동물들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토끼가 앉으려 했던 자리에는 햄스터가 먼저 앉아버렸다. 토끼가 망설이다가 물었다.

 "나도 옆에서 읽어도 돼?" 

 햄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끼가 자리에 앉자 아주 작은 햄스터가 조용히 책을 보다가 말했다. 

 "우리 엄마랑 아빠는 책을 좋아했어요."
 "……."

 책장을 넘기던 토끼의 손이 멈췄다. 책 읽느라 원래도 조용했지만, 지금은 또 다른 분위기의 침묵이 찾아왔다. 주변의 모든 동물들은 숨소리조차 멈추고 침묵하는 듯했다.

 "엄마는 책을 자주 읽었어요. 아빠도 책을 자주 읽어줬어요. 아마 내게 매일 책도 읽어주려 했을 거예요."

 작은 햄스터가 말을 이었다. 작은 햄스터는 몸에 수술 자국과 곳곳에 링거를 맞은 자국을 감추려 긴 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의 링거 자국도 감추디 위해 모자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손(앞발)에도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책을 읽던 붕대를 감은 작은 악어가 말했다.

 "다음에는 꼭 눈을 뜨고 책을 읽을 거야."
 
 악어의 말에 더 조용해지는 듯 했다. 조금 멀리 있던 동물들도 다 같이 멈춰 섰다. 미동조차 없었다. 구름 블록을 쌓느라 환호하던 동물들도 조용해졌다. 마치 공기가 얼어붙은 듯 가라앉았다. 말 그대로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리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악어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작은 고양이, 작은 사슴, 작은 사자와 함께 구름으로 만든 공으로 장난치다가 멈춰서 듣고 있던 백호가 다가왔다. 백호는 갖고 있던 망원경을 내밀며 말했다.

 "엄마 아빠 찾으러 가자. 망원경으로 보고, 구름 밑에 내려가서 찾자."

 그 때 그들 옆으로 큰 그림자가 다가왔다. 마마는 울고 있는 악어를 안아줬다. 악어는 마마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다. 마마의 악어의 몸이 다시 조각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꼭 안아줬다. 마마는 악어가 좀 진정되자 구름을 뭉쳐서 이블처럼 만들어 덮어줬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내려갔다가 오자." 

 그 말에 악어는 이내 훌쩍임을 멈추고 잠에 들었다.

 "마마, 우리 언제 내려가?"

 작은 백호가 물었다.

 "그래, 내가 요즘 바빴구나. 많이 늦어졌어. 새 망원경이 있는 곳에 구름이 멈추면, 거기서 새 망원경을 가져올게. 새 망원경으로 엄마 아빠 찾아보고, 괜찮은 곳에 도착하면 차례대로 잠시 내려갔다 오자."

 마마의 말에 동물들이 환호했다.
 작은 백호는 꺅꺅 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망원경을 다시 토끼에게 돌려줬다.

 그 때 마마가 입을 뗐다.

 "그 전에……."

 갑자기 구름 한 구석이 반짝였다.

 "어……."

 동물들이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반짝이던 부분의 구름이 꿀렁이는 솜처럼 몽실거렸다. 그러더니 구름을 헤치고 작은 백호보다 훨씬 더 작은 백호가 나왔다.

 "아……. 아……."

 그 백호는 아예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몸집이 작은 붕대를 감은 악어보다도 더 작았다. 마마가 방금 온 아주 작은 백호를 쓰다듬자 다른 동물들처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여기 어디에요?"

 아주 작은 백호는 영문을 모른채, 처음으로 눈을 뜨고 똘망이는 눈으로 멀뚱하게 서서 물었다. 

 방금 온 아주 작은 백호를 본 작은 백호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내 작은 백호는 자신보다도 훨씬 작은 백호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목 놓아 울었다.

 "여기 왜 왔어? 왜! 왜애!! 오지 말지……. 왜 왔어……."

 마마는 방금 온 아주 작은 백호에게 다가가 토닥여주고, 작은 백호도 달래주며 말했다.

 "태어나지 못했어."

 그 말에 아주 작은 백호는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더니, 서서히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훌쩍이기 시작했다.

 방금 잠에서 깬,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악어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마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몸이 그대로에요? 왜 안 잘렸어요?"

 아무래도 악어는 몸이 잘린 모양이었다. 
 악어의 질문에 마마는 토끼 손에 있던 망원경을 가져가서 아래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말했다.

 "…그냥 몸이 약해서."
 "내가 몸이 약해요?"

 아주 작은 백호가 마마에게 물었다. 아주 작은 백호는 약간은 체념한 듯, 어쩔 수 없다는 듯 훌쩍임을 멈췄다.
 마마는 여전히 망원경으로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아주 많이. 그런데 엄마 아빠는 본인들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엄마 아빠는 지금 울고 있어. 미안해하고 있단다."
 "우엥"

 그 말에 아주 작은 백호는 결국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작은 백호와 아주 작은 백호는 서로를 끌어안고 같이 엉엉 울었다. 다른 동물들도 훌쩍였다.

 마마는 다시 망원경을 토끼에게 주고는 서로 안고 있는 백호에게 다가갔다.
 아주 작은 백호는 울먹이며 마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 어딨어요? 내가 얘기 할래요. 엄마 아빠 잘못 아니라고 얘기할래요!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할래요!"

 마마가 백호 두 마리를 들어서 안아서 여느 때 처럼 거두어주며 말했다.

 "다음에 엄마 아빠 찾으러 내려가면 얘기하자. 아마 엄마 아빠는 잘 못 듣겠지만……. 여기서 지내면서 다시 엄마 아빠 다시 찾자."

 어느새 동물들이 다들 훌쩍이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 온 아주 작은 백호에게 다가가 토닥이며 위로해줬다.

 마마는 작은 동물들이 추스리는 동안 혼자 조용히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토끼는 그런 마마를 보고는 혼자 마마의 뒤를 따라갔다. 그 때 토끼의 귀에 마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토끼는 구름으로 몸을 가리고 숨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저 멀리서 마마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웠다. 토끼는 어쩐지 마마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들렸다. 마마는 기도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음에 절대 여기 오지 않길……."







 

반응형

'소설(Novel) > 캣츠비안나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부. 리모컨 쟁탈전  (1) 2022.11.28
3부. 또 봐  (1) 2022.11.24
3부. 토끼와의 재회  (0) 2022.11.17
3부. 광대  (0) 2022.11.14
3부. 신화  (1) 2022.11.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