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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19화 (삭제판)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19화 (삭제판)

SooyangLim 2023. 12. 7. 19:03

(블로그 업로드용 삭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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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엠피가 자신의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 바라봤다.

 "다들 쉿!"

 그는 룸 안의 시끌벅적한 무리에게 소리치고는 검지 손가락을 코 앞에 댔다. 그리고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우리 사랑스러운 후배님~ 오랜만이야~ 그래, 그래. 아, 여기가 어디냐고? 내가 문자로 위치 찍어줄까? 아? 그럼 내가 차 보내줄까? 뭘로 보내줘?"



 "아, 따거."

 주현은 오는 길에 사입은 가죽 자켓 안쪽에 달아둔 샤인 데이의 옷 장식에 찔려서 중얼거렸다. 차에서 내려서 엠피의 업장에 들어서기 직전의 일이었다. 주현은 잠시 주저했으나,

 "들어가시죠."

 왜 연예인이 아닌 이런 일을 하는 건지 의아해 보이는 외모의 직원들이 그를 극진히 대접하며 안내했다. 어스름하면서도 화려한 조명과 매우 잘 어울리는 그들의 아름다운 외모는 그 자체로 유혹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마치 '누구보다 유혹적이어야 하는 존재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질문에 답을 알려주는 듯한 외양이었다.

 그런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직원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주변을 찍어누르는 외모를 가진 주현이 문 앞에서 망설였다. 그러다 자신 앞의 문의 다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주현은 문의 디자인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이건…?"
 "아, 역시 안목이 있으시군요. 사장님이 직접 디자인 하셨습니다. 꽤 신경 쓴 티가 나지 않습니까? 이 문의 제작에만 300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해외에서 재료를 공수해왔거든요."

 직원이 자기가 대리로 우월감을 느끼며 말했다. 그곳의 문은 울타리 같은 문양이 있었다.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 문양은 자기들만의 보호라는 명목의 울타리를 상징하고 있었다. 무엇으로부터의 보호일까? 어쩌면 보호라는 명목으로 방임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현이 느끼기에 그 문양은 마치 주현이 이제껏 살아온 곳이 울타리 안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그곳은, 어쩌면 울타리 밖이었다.

 '이래도 되나?'

 그런 주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직원이 주현의 귀에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속삭였다.

 "괜찮습니다. 성인이시잖습니까? 들어가시죠."
 "……."

 주현은 그 속삭임에 홀린 듯 넘어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 치, 한 끗을 넘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울타리를 닮은 문 밖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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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용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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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주현이 갑자기 벌렁이는 심장고동에 놀라 손으로 가슴 쪽을 쥐었다.




 그 순간 가죽자켓 안쪽에 달아둔 샤인데이가 준 장식이 몸을 깊게 찔렀다. 술에 취해 컨트롤이 무너진 힘으로 날붙이를 이용해 가슴을 찌른 것이었다. 덕분에 옷과 피부를 뚫고 상처가 났다.

 "어?"

 그 생경한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지?'

 그것들은, 어느새 너무 가까이 있었다. 손을 뻗으면 잡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숨만 잘못 쉬어도 닿을 만큼.

 "…술 깼어?"
 "……."
 "깼네."

 마이디의 얼굴에서 은은한 미소가 싹 사라졌다.

 "*발."

 그 말과 동시에 마이디가 갑자기 손을 뻗었다.



 주현이 몸을 피했다.

 "빠르네. 술 취했는데."  

쿠당탕

 그가 주현의 옷깃을 잡아채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주현은 테이블 건너편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하지만 여전히 술기운이 남아있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거의 굴러버렸다. 덕분에 엉망진창으로 넘어지고 테이블 위의 안주와 넘친 술을 뒤집어썼다.

 "와, *발, 뭐냐?"

 마이디는 방금 주현의 동작과 속도에 진심으로 놀란듯 했다. 그가 넘어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주현에게 다가왔다.

휙 

 "와, 너 진짜 뭐야?"
 
 주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자 마이디는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그것도 술에 취했는데 일반인의 몇 배의 속도로 일어났으니 그럴만했다. 사실 신경 가스가 아니었더라면 오늘처럼 이렇게 술이 취할 일도 없었겠지만.

 그리고 분명한 사실 하나.
 그는 주현의 비밀을 모른다.
 
 주현의 눈에 방금전까지 술판이 벌어진 엉망진창인 룸 안이 보였다. 가까이 있지만 가까이 둬서는 안 될 것들. 그런 것들이 도처에 널브러져 있었다.

 갑자기 가슴팍에 파고드는 장식 때문에 고통이 또 느껴졌다.

 "욱"

 갑자기 주현은 그 자리에서 입가를 부여잡았다. 
 과음한 술이 역류하려 하고 있었다.

 "토할려고? 이거 먹으면 개운해질텐데."

 마이디가 그렇게 말하며 다가왔다.
 주현은 공포에 질린 눈을 하고 술기운 때문에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에 있는 문을 열고 튀어나갔다.

 휘청이며 복도로 나왔다. 바로 옆 방이 보였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 방엔 난키 오가 있었고, 여자들이 보였다. 심각한 상황들. 급히 고개를 돌렸다.

 "욱"

 또 구역질이 올라왔다.
 주현은 술기운 때문에 계속 비틀거리며 개인적이고 조용한 복도에서 시끄러운 노래소리가 점점 커져가는 복도 쪽으로 내달렸다. 사람들의 인적이 늘어났다.

 주현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욕구를 느끼면서 비틀거리고 휘청이며 복도를 계속 달렸다. 점점 주변에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복도를 달리는데 어느 한 방이 열려 있었다

 "*발*아, 야이 *발 너 내가…"

 그 안에는 온갖 심각한 욕들을 하며 바이올이 웬 놈을 패고 있었다. 한 놈은 이미 맞아 쓰러져 있고, 한 놈은 붙잡힌 채 맞고 있었다. 맞고 있는 놈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깨진 병이나 둔기로도 팬 모양이었다. 주변에는 예사롭지 않은 문신과 복색을 한 이들이 서있었다. 패싸움이라도 한 걸까?

 "욱"

 다시 또 입을 막고 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와아아"
 "꺄아아"

쿵쿵쿵쿵

 달리다보니 가게에 사람들이 가득한 곳까지 왔다.

 다들 몸을 흔들고 부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라씨니가 한 여자의 몸을 더듬는 척하면서 지갑과 차키를 슥 빼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남자의 폰을 주머니에서 빼내 옆에 있는 휴대폰 결제 기기에 갖다 댔다.

 "예 갑니다~"

 직원이 술을 들고 다가왔다. 남자가 시키지도 않은 술이 그들에게 다가왔고, 라씨니는 마치 자기가 시킨 술인양 여자에게 말했다.

 "마셔마셔~"

 주현은 다시 구역질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욱"

 이제 먹은 거의 술이 목젖까지 올라왔다. 주현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술과 사람들의 체취로 뒤엉킨 냄새가 아닌 도시의 공기가 순식간에 폐속을 가득 채웠다.

빠앙-

 차의 경적소리가 들렸다. 입구에서 삐까뻔쩍한 차가 경적을 울렸다. 차가 움직였다. 주현이 경적과 치일 뻔한 것에 놀라 주저앉았다.

 "흐헤헤!"

 그 안에는 에이엘콜이 한 손에는 술 병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 차는 시동이 걸린 상태였다.

 주현은 그 모습에 놀라 앉은 채 버둥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계속 계속…….

 그때 또 다시,

 "욱"

 주현은 입을 막고  구역질을 했다.



 누군가 어깨를 쳐서 흠칫 놀라 뒤를 돌아봤다.

 "괜찮냐?"

 목소리에 주현이 고개를 들어 뒤에 서 있는 사람을 올려다봤다. 손아르가 담배를 물고 서서 주현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돌아가. 여기 대로랑 통하는 골목길이야. 너 토할 것 같아 보인다. 여기 쓰레기장이라서 자칫하다간 냄새 때문에 진짜 토할걸?"

빠앙-

 다정한 척 말하는 그의 말 끝부분은 경적 소리와 함께 했다.

 "하 *발 웃기는 *끼ㅋㅋㅋㅋ"

 그는 에이엘콜이 술 먹고 운전대를 잡은 걸 그저 낄낄 거리면서 구경할 뿐이었다. 손아르의 얼굴에는 그 어떠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없었다. 그것은 그저 순수한 웃음이었다. 마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일상적인 일을 보는 것 마냥. 

딸깍
딸깍
딸깍

 그는 한 손에는 담배를 피며 구경하면서, 다른 한 손에는 라이터를 계속 딸깍 거리고 있었다. 불길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면서 날름거렸다. 
 그리고 손아르의 입에 물린 담배는 딸깍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주기로 빨간 불빛이 달아올랐다. 불빛이 밝아졌다 흐릿해졌다를 반복하며, 타들어가고 타들어 가고……. 

 그럴수록 주현은 계속 그에게서 멀어져 가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남은 손을 튕겨 주현 쪽으로 담배를 버렸다. 



 불꽃이 주현의 뒤쪽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주현의 몸이 계속 움직이던 방향쪽, 정확히는 주현의 뒤에 있던 쓰레기장에 떨어졌다. 손아르는 거리낌 없이 쓰레기장에 담배꽁초를 그냥 버린 것이었다.

 "욱"

 주현은 입을 막았다.
 다시 또 토할 것 같았다.

 "다 토하고 들어와라~ 욕 보고."

 손아르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다시 주현이 도망쳐 나왔던 곳으로 걸어갔다. 손아르는 들어가기 직전 멈칫하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비웃었다. 그리고 주현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 *따 *끼. 개노잼이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걸음을 옮겨 주현이 도망쳐 왔던 곳의 선을 넘어갔다.

 울타리 너머의 언어로 주현은 그렇게 정의 되는 모양이었다.

 주현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이제 제 발로 쓰레기장으로 비틀거리며, 기어가듯 들어갔다.

 골목길 안 쓰레기장.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대로변이었다. 도시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곳을 목전 앞에 두고 주현은 쓰레기 뭉치들 틈바구니 안에 숨었다.

 쓰레기 뭉치들 옆에는 방금 도망쳐 나온 곳의 주방 같은 곳과 연결된 뒷문이 보였다. 뒷문은 뭐를 숨기려는 지 굳게 닫혀있었다. 그곳에는 페인트도 아닌 쓰다 남은 물감 같은 걸로 조악하게 그려진 울타리 문양이 있었다. 3000만원짜리 문이 있는 가게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페인트 한 통도 아까운 모양이었다.

 주현은 쓰레기 더미들 사이에서 그 울타리 문양을 가만히 보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생각이 들었다. 그 안이 울타리가 아니라, 이 세상 바깥이 울타리 안 같다고. 그래서 세상 때문에 그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너무 감사함을 느꼈다. 

 주현은 쓰레기장 안에 쭈그리고 앉아 다른 쓰레기 더미들처럼 보이게 몸을 웅크렸다.

 "허억허억"

 주현은 마치 자신이 있어야 될 곳으로 돌아온 양 악취를 마치 상쾌한 공기처럼 호흡하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주현은 대로변의 그 큰 세상이 자신을 알아보는게, 그 세상을 마주하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더 몸을 웅크렸다. 

부우웅

 그 때 쓰레기차, 그러니까 트럭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주현이 대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쓰레기차들이 도시의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가게를 준비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온 가게 상인들이 분주히 걸어가고 있었다. 새벽 경매나 도매 시장을 위해서는 이 시간에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근처 기사식당에는 환한 불빛과 함께 맛있는 요리 냄새가 흘러나왔다. 함께 하루를 끝내고, 또는 하루를 시작하거나, 또는 하루를 보내는 중인 기사들도 식사 중이었다. 그리고 간혹, 이 시간까지 공부를 하다 나온 몇몇 학생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가곤 했다.

 쓰레기 장에서 몇 걸음 밖의 바깥.
 지금은 새벽 3시와 4시 사이의 어딘가.
 고요하지만, 분주하고 시끄럽다.
 이 시간에도 도시는,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개인의 공간에서는 주현과 주변 몇몇만 있어도 꽉 찼었다. 조용해 보였고, 안락해 보였기도 하고, 번잡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한계였다. 결국 있는 건 주현 혼자, 또는 그들 뿐이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오면, 이전과는 달리 너무나 시끄러웠다. 시람들이 북적이며 춤추는 곳이라 화려하고 넓고, 또 사람들도 너무나 많아 보였었다. 하지만 거기 있는 사람은 결국 소수였다. 넓어 보였지만 결국 그 몇 평, 몇 제곱미터 그런 걸로 정의되는 공간이 다였다.
 
 대로변은 너무나 넓찍해서 사람이 없어 보였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이 새벽에 쓰레기차가 다니고, 누군가는 하루를 시작하거나, 다음날을 위해서 준비 중이었다.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그렇게 안 보이고 흩어진 소수는 사실 지구의 전부였다. 너른 세상은 몇 평 몇 제곱이 정의하기엔 너무 컸다.

 그러나 이 넓은 세상의 주현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개인의 공간을 가질 거고, 다수로 착각하게 되는 소수의 공간에서 지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대로변에 나왔다가 개인의 공간과 소수의 공간을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모두가 그렇듯이.

삐빅-

 주현의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

「잘 들어갔어~? 내가 아들처럼 사랑하고 아끼는 거 알지? 오늘 우리 얘기한 거 잊지 말고~ 좋은 술 들어오면 또 알려줄게! P.S.우리 착한 후배! 잘 하고 있다! 화이팅!」

 다 읽은 순간,

 심장이 벌렁거리고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그 자리에 있던 장식이
 한계까지
 파고들고

 "우웨에에엑"

 주현은 그대로 다 토해냈다. 주현은 오늘 먹은 모든 술과 안주를 게워냈다. 
 마치 위장이 아무 것도 용납하지 않는 것 마냥.

 언제까지? 

 머그컵 안의 음료가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

 "헉 허억 헉"

 그렇게 게워내고서야 주현은 자신이 토해낸 토사물 위로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하늘을 보기 위해 몸을 뒤집다 보니 몸에 자신이 토한 것들을 뒤집어쓰고 뒹굴어버렸다.

 "……."

 주현은 악취에 동화된 채 쓰레기장에 숨어 쓰레기들처럼 웅크린채 하늘을 가만히 바라봤다.

 울타리 밖의 쿵짝이는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쾌락에 찬 목소리들, 음주운전 차의 경적 소리와 바퀴 끄는 소리. 

 대로변의 쓰레기차가 움직이는 소리, 출근하는 사람들의 차 소리, 새벽을 헤치고 달리는 트럭 소리, 일을 나서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그 사이 쓰레기장.



 그때,

왜애애애애애앵

 고요한 새벽 하늘을 찢는, 이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나타났다. 그건 경찰의 사이렌 소리였다. 그리도 시끄럽던 술 냄새가 날 것 같은 경적 소리와 바퀴 끄는 소리가 멈췄다. 사이렌 소리가 나자 울타리 밖의 노랫소리가 조용해지고, 쾌락의 목소리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경찰이 오면 어떻게 될까?

 '…오든지 말든지.'

 주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젠 어찌 돼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으니 주변이 조용해졌다. 하늘은 어느새 새까만 어둠에서 어스름한 푸른 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탁 탁 탁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렸다.

삐비비빅-
…… …… 삑
삐비비빅-
……치직… 삑
삐비비빅-
…… 삑-

 쉴 새 없는 무전 신호와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하지만 주현은 그런 것은 전혀 관심이 없는지 가만히 하늘만 보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는 주현의 발치에서 멈췄고, 무전 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 상황이 제법 오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전은 누군가를 계속 불렀다.
 한참만에야,

찰칵

 "쓰레기장. 수색 완료했습니다. 별 건 관계자… 아니, 주취자 찾았습니다. 인계 후 바로 퇴근하겠습니다."

찰칵

 발치의 누군가가 말했다. 그 사무적인 톤은 두번째임에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주현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발걸음 소리는 부스럭거리며 겉옷을 벗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이제 쓰레기장의 쓰레기를 헤치고 다가왔다. 그 발걸음은 이제 주현 바로 귓가까지 다가와 섰다.

 "일어 나."

 목소리의 주인공이 오물을 뒤집어 쓴 주현에게, 손을 뻗었다.
 주현이 천천히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거기엔 미경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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