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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7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7화

SooyangLim 2023. 10. 26. 19:02

 최근 몇몇 논란들로 인해 성난 팬들과 다른 팬들의 알력 다툼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그날 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침묵을 했다. 몇몇 팬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건 소수였다. 음악 소리와 목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송즈 멤버들의 귀에는 그 소리가 안 들렸다.

 적막한 관중 앞에서 주현은 최선을 다해 퍼포먼스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들 앞의 세상은 적막했다. 주현의 노력은 침묵이라는 응답으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었다. 주현은 무대 중간에 마이크를 던지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헉헉"

 주현은 무대에서 내려온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다. 주현은 방금 전의 공연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방금 전의 무대가 주현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무서웠다.
 항상 그에게 환희와 희열, 행복, 아쉬움, 발전에 대한 다짐 등의 생각과 감정을 가져다 주던 무대였다. 하지만 방금 그 무대는 공포와 불안, 지옥을 선사했다. 

 무대 아래에서 대기 하고 있던 샤인데이가 송즈 멤버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차례로 그들을 안아줬다. 그들은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오늘 처음으로 보는 선배 품에서 5살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방금 침묵이 지나간 무대에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진행자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보려 애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샤인데이를 호명해서 무대 위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들리지 않던 환호 소리가 무대 아래까지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올라가셔야 됩니다."

 스텝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후배들을 위로해주고 있던 샤인 데이가 마지막으로 송즈 멤버들을 토닥여줬다. 그리고 거의 지각에 가까울 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를 끝나고 돌아왔지만 대기실은 고요했다. 바깥은 저렇게 시끌 벅적한데, 이곳은 그저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우린 마지막에 안 올라가고 바로 간다. 스케줄이 있다고 얘기하고 양해를 구했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매니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멤버들은 의자에 앉아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숙인 채 훌쩍이고만 있었다.

 "얘들아, 가자."

 매니저는 멤버들에게 다가와 따듯하지만 안쓰러운 목소리로 일으켜주며 말했다. 그들은 마치 도망치듯 급히 차를 타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송즈 멤버들은 숙소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갈 때까지도 말이 없었다. 주현은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그대로 스르륵 주저앉았다. 자신의 방 옆에 붙은 욕실에서 멤버가 샤워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누가 들을라 물소리 속에 자신의 감정 숨기고 있었다.

 주현은 주저 앉은 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폰을 들었다. 그러다 내려놓고, 또 들고, 다시 들기를 반복했다. 주현은 인터넷을 보기가 무서웠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인터넷 세상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불타고 있을 게 뻔했다. 그래도 메신저 앱은 켰다.
 혹시라도 뭔가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봐.

 하지만 모든 문자와 메신저 앱은 한겨울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논란이 됐으면, 다들 주현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다만, 딱 몇 명만 주현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우리 아들~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
 잘 보고 있어~^^
 오늘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엄마는 항상
 아들이 자랑스럽단다!

 주현의 엄마였다.

-아들
 오늘도 고생했다
 늘 멋지다 
 잘 자거라

 주현의 아버지였다.

-우리 이쁜 손주! 언제나,,, 멋진 공연 !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나 응원 한다 !

 주현의 조부모님이었다.

-형
 괜찮아요?

 눈치가 있긴 있지만 대처는 좀 부족한 진우였다.

 "하……."

 주현은 폰을 던지려다가 참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당분간 공식 활동은 없으니 다행인가……."

 주현이 중얼거렸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합동 무대를 끝으로 당분간 휴식기였다.
 그렇다고 스케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현은 울적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달래볼려고 동영상 앱을 틀었다. 현실 도피라도 할 생각인 듯 했다.

 "…어?"

 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아니, 이건 도 언제……."

 아까 부딪힌 걸그룹 멤버와 찍힌 사진 때문에 갑자기 열애설이 생겼다. 그냥 인사하다가 옷 장식에 부딪혀서 괜찮다고 웃으면서 예의 있게 얘기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다른 멤버들이나 직원들과는 대조되게 예의상 미소 짓는 표정 때문에 사귀니 마니 말이 돌고 있었다.

 "하, 씨……."

 주현은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이 일도 언제나처럼 오해를 받는 많은 여러 사정들 중에 하나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멘탈이 깨져서 터져나가는 날에 벌어진 일이었다.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어디에 뛰쳐나가서 달리면서 소리치고 싶었다. 이런 날은 그냥 술 한잔 기울이면서 하소연이라도 편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겠는가? 또 하나의 약점만 추가될 지도 모른다. 주현은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유명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세상 사람 다 알아보고 사진 찍혀서 논란에 또 다른 논란을 더 하는 일만 될 것이다. 

따끔

 주현은 그때 손목 안쪽에 샤인데이가 꽂아준 장식에 손목이 다친 게 느껴졌다. 춤추는 동안 쓸려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정신이 없고 마음에 타격을 입어서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

 주현은 그 장식을 빼서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주현은 눈에 가득 맺힌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서 샤인데이가 준 장식을 마치 품 듯, 어찌 보면 매달리듯, 또는 붙잡고 있기라도 하듯 몸을 웅크렸다. 

 "흑흑……."

 주현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펑펑 울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 아픈 마음과 현실에 다쳐 울면서도 주현은 생각했다.
 내일은 다시 웃어야 되니까 눈이 붓지 않기를.



스르륵

 주현의 깨진 틈을 타서 몸 속에 침입한 신경 독소는 이제 완전히 침투했다. 그리고 온몸에 퍼졌다. 이 신경 독소는 주현의 뇌를 서서히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주현은 늘 일찍 일어나는 평소와 달리 아침 연습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무슨 일인지 잠이 확 늘어난 주현은 늦잠을 자버렸다. 그러고 왠지 무거운 몸을 허겁지겁 이끌고 멤버들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얘들아 어제 일은……."

 차에 타자 매니저가 어제 침묵 사건에 대해서 위로를 건네고 기운을 북돋아줬다. 그리고 소속사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현은 매니저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잠에 빠졌다. 

 "안녕하세요."

 주현은 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연습실에 들어와서 오전 연습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다들 구령을 붙여서 다음에 나올 신곡을 위한 안무 연습을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주현은 안무 연습하기가 버거웠다. 유난히 몸이 무겁고 귀찮은 느낌이었다. 

 "잠깐 쉴까~?"

 안무 담당 멤버가 쉬자는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어제의 일 때문인지 다들 좀 가라앉은 분위기라서 그런지, 주현의 변화가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주현은 이런 날이면 멤버들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서 뭐라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차분하게 연습실 바닥에 앉아 가만히 쉬었다.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던 'STRONGEST'가 쓰인 모자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벌렁 누워버렸다.

삐삑

 주현은 휴대폰으로 예전에 물리친 사이비 잔당 놈들이 또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

 당장 달려가야 했지만, 어쩐지 몹시 귀찮았다. 하지만 어쨌든 가긴 가야 하는 일이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한 탕 하러 가?"
 "어."

 막내 멤버가 장난스레 물었지만, 주현은 꽤나 건조하게 대답하며 밖으로 나갔다.
 
 일이 터진 곳으로 가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니 진우에게 전화가 왔다.
 
 "형! 어디에요!? 저, 으악! 저 좀 도와줘요!"
 "너 지금 학교 아냐?"

 주현은 학교에 있어야 할 진우가 투닥거리며 싸우고 있음을 알게 되자 당황했다.

 "쉬는 시간이고 학교 근처라 나왔어요! 근데 생각보다 많아서…!"
 "그냥 도망쳐. 빨리 갈게."

 주현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대체가 돌아가지를 않는다니까."
 
 주현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제의 트라우마를 겪은 주현에게, 자신이 필요한 사건은 조금의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주현은 컴백을 위해 음악 방송을 하게 됐다. 여느 때처럼 대기실에서 준비를 하고, 멤버들과 각오를 다지며 무대 위로 올라갈 채비를 했다.
 그런데…….

 "헉"

 주현은 무대 위로 올라가기 직전,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 잠깐……."

 주현은 마이크를 쥔 손을 떨더니, 숨을 가쁘게 쉬었다. 도저히 지금 무대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이 완전 패닉 상태가 된 듯 했다.

 "괜찮아!?"

 매니저가 놀라서 상체를 숙이고 고꾸라지듯 있는 주현을 부축하려고 팔을 붙잡았다.
 
 "왜 그래!?"

콰직

 힘 조절이 안 됐던지 주현이 들고 있던 마이크가 과자가 으스러지듯이 산산조각 났다.
 그 모습을 본 멤버들과 소속사 관계자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주현에게서 한 발짝 이상 떨어졌다. 그리고 매니저는 흠칫하면서도 급히 상황을 수습하는 말과 함께 담요를 덮어 주현의 모습을 가렸다.

 "괜찮을겁니다. 아침부터 몸이 좀 안 좋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설명에도 이 모습을 직관한 방송국 관계자는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매니저는 주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 약 있는데 먹을래? 일어날 수 있겠어?"
 "아까…아까 먹었어요."
 
 주현은 쥐어 짜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은 지금 이 이상한 증상이 평소 힘이 폭주하는 증상과는 다름을 알았다. 만약 약효가 떨어진 거라면 마이크만 부쉈겠는가? 방송국 벽면과 바닥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약효는 남아있었다. 
 
 "잠깐 들어갈래?"

 매니저의 질문에 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든 당장 이 자리,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었다.

 주현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서 매니저와 함께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을 전부 내 보내고 매니저와 주현 둘만 남게 되자 매니저가 입을 뗐다.

 "사전녹화라 다행이다. 10분 정도 미뤘으니 약 먹으면 될 거야."
 "…그거 때문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매니저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약과 물을 내밀며 물었다.

 "그럼?"
 "잘은 모르겠는데……."

 주현은 매니저가 내민 약과 물을 손 댈 생각도 안 하며 말했다. 주현은 이제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좀 전에 자신의 상태를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약간……. 무서웠던 것 같아요. 패닉 상태가 된 느낌……."
 "무섭다고?"
 
 주현의 말에 매니저는 약을 다시 약통에 넣으며 말했다.

 "얼마 전 일 때문인가?"
 "네?"
 "그때 무대에서의 일 때문에 무대에 올라가는 게 무서워진 거라던가……. 어떤 것 같니?"

 매니저의 말에 주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그런갑다 하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는데요. 스트레스 받았었나봐요."
 "어휴."

 매니저는 한숨을 쉬며 주현 앞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물을 다시 한 번 권하며 말했다.

 "트라우마 생길만 하지." 
 
 주현은 말 없이 건네받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트라우마…인가? …그럴지도.'

 주현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얼마 없었고, 더 생각하기도 귀찮았다. 어쩌면, 그냥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라고 여기니 아주 문제가 간단해져서일지도 모른다.

 "괜찮겠어? 무대에 올라가도?"

 매니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안 괜찮으면 어떡하겠어요. 오늘 컴백 무대인데."

 주현이 대수롭지 않게, 하지만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요즘 주현은 묘하게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컴백 준비라는 명분 덕에 티가 크게 나진 않았다.
 하지만 매니저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좀 전에 방송국 사람들 다 본 거 알잖아. 말 나가는 건 시간 문제야. 이런 상황이면 컨디션 문제라고 하고 오늘은 그냥 넘겨도 돼."
 "…아니에요. 어떻게 그러겠어요."

 주현은 컴백 무대를 준비한 많은 사람들과, 이 무대를 보러 온 팬들을 생각하니 미안해져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주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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