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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4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4화

SooyangLim 2023. 10. 16. 19:01

 "아니, 무슨 개소리야. 몇 마디도 아니고 음 세 개 비슷하다고 무슨 표절……."

 주현은 억울해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상황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갔다. 논란은 순식간에 연예 뉴스란과 sns, 영상 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뒤덮었다. 게다가 이전에 발표한 곡들도 어거지로 엮어서 의혹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거 말도 안 되는데? 무대응으로 놔둬도 상관없을 것 같지 않아? 아니면 그냥 영상 내리라고 하거나."

 소속사 사장이 처음 의혹을 제기한 영상을 보며 말했다.

 "그게 소용있겠습니까? 저들이 필요한 건 논리가 아닌 걸 잘 아시잖아요."

 홍보 및 미디어 관리 팀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진저리 난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영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일이 너무 커졌어요. 계속 놔두면 결국은 주현이, 아니, 우리 애들과 우리 회사 전체가 다칩니다."
 "뭔 소리야?"
 "회사 전체로 번진다고요. 우리 작곡진과 프로듀서진들, 협업하는 해외 작곡진들까지. 전부 다 한테 화살을 돌릴 거라고요. 댓글 보셨습니까?"

 그가 댓글을 보여 주며 말을 이었다.

 "온갖 사람들이 나타나서 말을 보태고 있어요. 음악 좀 해봤다는 놈들까지 댓글에 나타나서 말을 얹고 있어요. 되도 않는 아이돌이 작곡을 하니 뭐니. 물론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니, 말이 돼? 이게 온전히 주현이만의 작품인 것도 아니고 내기 전에 우리가 몇 사람한테 돌렸는 지 기억 안 나? 작곡 명단에만 해도 몇 명이 올라 가있는지 안 보이나? 심지어 지금 온갖 곡들을 다 싸잡혀서 욕 먹고 있잖아. 이건 그냥 우기기야. 상대할 가치가 없어."

 사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기가 찬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뭐? 음악 좀 해봤다는 놈들까지 나타나서 댓글 단다고? 진짜긴 해? 음 세 개를 표절이라고 하는게 음악 하는 놈이야? 되도 않는 아이돌이라고?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하는 우리는 뭐야 그럼? 우리는 그럼 뭐, 음악 안 하는 사람들인가? 업계에서 우리가 몇 년을 일 했고, 같이 일 하는 사람들도 다 업계에서 알아주는 이들인데."
 "아니, 그……."
 "그리고 진짜 표절이면! 우리가 프로듀싱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온갖 작곡가들한테 돌렸을 때 뭐라도 한 소리가 나왔겠지. 안 그래? 표절 검사도 우리가 몇 번을 했냐고?"

 사장은 직원이 뭐라도 말 하려는 걸 잘라가며 열변을 토했지만, 미디어 관리 팀장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전체가 피본다고요. 이 의혹 때문에요. 이제 어딜 가든 욕을 할 겁니다. 상관없는 곳까지 따라다니면서요. 대응해야 합니다."
 "아니, 그냥 말도 안된다니까? 이건 우리가 말 올리면 그냥 논란만 커질 뿐이야."
 "하아……."
 "잘 봐! 장르도 다르고, 조성도 다르고, 코드도 다르고, 빠르기도 다르고 악기 배치도, 베이스도, 리듬도 달라. 그냥 억지로 비슷해 보이게 변형해서, 그것도 겨우 음 세 개가 비슷한 것 뿐이잖아? 이걸 진지하게 믿는 놈들이 문제라고. 심지어 한 마디도 아냐! 딱 음 세 개! 이게 표절이면 전 세계에 표절곡이 널렸겠다!"

 열을 내며 말하는 사장의 말에 팀장은 짜증 섞인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답답한 소리 하시네.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무슨 검증이라도 필요한 줄 아세요? '뭐 하나 인증받은 전문가가 아닌 이것저것 다 애매하게 하는 무능한 아이돌 따위가 제대로 된 작곡을 할 수 있을 리 없다'는 편견이 만들어낸 주장이 논리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거라고요."
 "뭐?"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정의롭고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주현이를 부당함의 상징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이건 그저 저들의 우월감과 만족감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피부로 느끼게 해야 합니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요."

 그는 그 영상의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회수가 60만이 넘습니다. 이추세면 곧 100만 찍을 겁니다. 게다가 여러 나라 언어로 댓글이 달리고 있어요. 기사까지 난 마당이라니까요?. 입 다물고 있기에는 일이 커졌습니다.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팀장의 말에 소속사 사장이 또 뭔가를 얘기하려는 순간, 갑자기 회의실의 문을 부술듯이 열고 다른 직원이 뛰어 들어왔다.

 "큰일났습니다!"
 "왜?"
 "클럽에서 열애설이 터졌습니다!"

 직원의 말에 소속사 사장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야야, 뭔 또 개소리야. 우리 애들 중에 그럴 애가 어딨어? 그런 헛소문은 그냥 넘겨. 무슨 황당무계한 것들까지 대응하려 하고 있어?"
 "그 전부터 sns 때문에 말이 나오던 상황이긴 했었는데……. 하마터면 새벽에 클럽에서 사진이 찍힌 모양입니다……."
 "뭐?"

 그 말에 소속사 사장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어제 콘서트 끝나고 다 숙소에 일찍 들어가서 쉬었잖아? 아니, 그보다 그럴 애가 어딨어. 비슷한 사람이겠지."
 
 사장은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말이 점점 빨라졌다. 
 직원은 주머니에 있는 자신의 폰을 꺼냈다. 그리고 인터넷에 돌고 있는 사진이 나와있는 페이지를 찾아 보여줬다.

 "그, 여기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사장은 낚아채듯 휴대폰을 가져가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진은 어둡고 약간 흐릿하긴 하지만, 절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이지, 요즘 휴대폰 성능은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사진은 단순 열애설이나 그냥 클럽 방문 사진이라기엔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아니, 이게… 사진이……."

 사장은 가만히 사진을 확대해서 봤다.
 휴대폰을 내어준 직원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때문에 지금 다른 일들까지 싹 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플 때 찍힌 사진이나, 순간 포착 등등 온갖 일들까지 다 떠오르고 있습니다. 춤 설렁이네, 태만하니 뭐니……."

 직원의 말이 끝나도 사장은 아무 말 없이 사진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그 숨 막히는 침묵의 시간 동안 사장의 얼굴은 점점 벌게지고 있었다.

 "…오늘 스케줄 있나?"
 "며칠 뒤에 합동 무대 때문에 주현이 빼고는 오늘은 없습니다."
 "다 오라 그래."
 "네? 다요?"
 "그래. 주현이도. 당장!"
 "지금 스케줄…"
 "끝나고 시간 빌 때라도 올 수 있잖아!"

 소속사 사장이 결국 고함을 질렀다. 직원들은 놀라서 말 없이 고개만 까딱하고는 바로 행동으로 착수했다.



 "하 젠장."

 소식을 전해 들은 주현은 일정을 하나 끝내고 쉴 틈도 없이 급히 소속사 건물로 향했다. 주현은 차를 타고 소속사로 가는 길에 폰을 들여다봤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아수장이 되어 있었다. 팬과 쉴더들이 곳곳에서 싸우고 있었고, 돌아선 팬과 안티들 그리고 이 일에 관심이 있는 대중들은 그야말로 송즈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거기다 온갖 기사들과 유언비어들까지 마구 쏟아지고, 또 그게 다시 가공돼서 유포됐다.

 "하, 씨……."

 주현은 한숨을 쉬고 메신저 앱을 열었다. 메신저 앱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었다. 갑자기 정적이 흐르는 곳과 불타는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김두원과 아이들이 있는 대화방도 마찬가지였다.

-진우:형 클럽 사진 진짜 ㅇㅇ(멤버 이름)에요? 12:32
-수현:야 12:32
-진우:왜요? 12:32
-진우:아, 아니에요, 형 12:36

 주현은 대화방을 보며 몇 분 사이에 수현이 진우에게 한 소리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주현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답 없이 대화방을 나갔다. 그리고 모든 어플을 닫고 폰 화면을 껐다. 그리고 운전 중인 매니저에게 물었다.

 "사장님 화 많이 나셨어요?" 
 "많이 안 났는데 스케줄 사이에 부르시겠니."
 "하긴 그렇죠? 하아……."
 "회사 앞에도 기자들이랑 팬들이 난리 났댄다. 지금 내 폰도 온갖 연락 때문에 불타는 중이다……."
 "하아……. 회사 분위기 장난 아니겠네요."

 주현의 걱정은 소속사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현실화 되었다. 평소 웅성웅성한 소속사 건물이 한겨울 새벽 공기 마냥 얼어붙은 채 고요했기 때문이었다. 전화기와 팩스는 선을 다 뽑아놨는지 조용했다. 그리고 주현과 매니저가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지금 제정신이야!"

 사장이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과 몇몇 회사 사람들은 이미 회의실에 들어와서 눈치 보며 서서 굳어 있었다. 주현도 쭈뼛거리며 다가와서 멤버들 옆에 가서 섰다.

 "이게, 이게 지금 말이 되냐? 어? 이거 손도 못 써! 알아? 어? 사진이… 이거 사진이! 하, 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이 자식이 클럽에서 취해갖고 눈 뒤집어져서는 이러고 사진까지 찍혀? 그것도 마지막 콘서트 끝난 날에!?"

 그렇게 사장의 고성 폭격을 듣고 있는데 불똥은 어느새 주현에게까지 튀었다.

 "주현이 너는 인마! 리더고 형이라는 놈이 이 자식이 이러고 있는데 뭐 했어?"

 주현은 그 밤에 몰래 호텔 밖으로 나가서 그러고 있는걸 내가 어떻게 아냐며 소리치고 싶었다. 입으로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억울함이 올라왔지만, 그저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듣고만 있었다.
 사장은 또 다시 사진이 찍힌 멤버에게 고성을 퍼붓다가 이제는 다른 내용까지 화두에 올라왔다.
 
 "…그리고 너 인마, 이거, 갑자기 회사에 말도 안 하고 몸이랑 얼굴에 문신 새길 때부터 알아봤다!"
 
 그 말에 클럽에서 사진이 찍힌 멤버가 갑자기 욱 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거랑은 관계 없잖아요?"

 옆에 있던 주현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하지 말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히 팔을 툭툭 쳤다.
 사장은 기가 찬지 열 받은 얼굴로 사진 찍힌 멤버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 멤버는 이때다 싶었는지 언성을 높여가며 마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슨 노예에요? 연애 좀 하면 어때서요? 클럽 좀 가면 어때서요? 전 거기 가야 겨우 숨통이 트인다고요. 자유를 느낀다고요!"
 "아니, 야."
 "거기서 술을 먹던 눈이 뒤집히던 뭘 하던! 신경 좀 꺼요. 내 사생활인데! 도대체 왜! 뭐가 어때서? 저도 성인인데?"
 "그만 해."
 "아니, 우리는 뭐 사람 아니에요? 내 몸에 내가 타투하겠다는데 그걸 왜 들먹거리는데요? 다 내 자유죠, 그건!"
 "그만하라고!"

 주현이 그를 붙잡으며 막으려 했으나 멤버는 그런 주현의 팔을 계속 뿌리치려고 발버둥치며 말했다.
 물론 주현의 힘을 어떻게 뿌리치겠냐만은.

 "아, 놔 봐! 내 일에 형까지 끌려나오는데 형이 왜 그러는데? 형은 안 억울해?" 

 주현과 멤버의 실랑이를 보던 사장이 입을 뗐다.

 "자유? 그래. 자유 좋다. 그럼 그 자유에 네가 책임은 질 수 있고? 아니, 그동안 책임지긴 했어? 네놈이 말하는 자유에 책임은 어딨어? 어? 말 해 봐라."
 "하, 나 참. 책임요? 그 때 타투 때문에 방송국 pd한테 한 소리 들은 것 때문에 그래요? 아니면 그 애들이나 보는 프로그램 짤려서? 아니면 cf 날아갔다는 거 때문에? 광고주한테 고개 숙여서? 아니면 내 앨범이랑 굿즈만 매출 떨어져서?"

 멤버가 계속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아~ 돈 땜에 그래요? 결국 돈이 문젠거죠? 물어주면 될 거 아니에요. 그 돈!"

 사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제 너 연애한다고 뭐라 했어? 네가 너 문신 하는 거 그 자체로 뭐라고 했어? 네가 언제 너 클럽 가는 거 그거 자체를 뭐라 했어? 내가 그렇게 고개 숙여가면서 빌고 돈 물어낼 때 너한테 그걸 다 시키기라도 했어? 내가 너한테 계약서 들이밀면서 돈 얘기 하기라도 했어?"

 사장의 목소리는 이체 점점 차분해지고 있었다. 사장은 한 템포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너 같이 책임은 진 적도, 지지도 않고 남한테 피해줘가면서 이기적으로 그렇게 자유 타령하는 놈들이 꼭 하나씩 나타나더라고. 너나 그것들이 말하는 자유를 뭐라고 하는 지 알아?"

 사장은 어쩐지 무언가 포기한 듯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방종이라 그래, 방종."

 사장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주현과 다른 멤버들, 그리고 매니저와 회사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왜 회사 사람들이랑 멤버, 매니저 다 불러서 그러는지, 그리고 멤버 중에서도 특별히 주현이한테 더 뭐라 그러는지 진짜 몰라? 멤버고, 회사 동료고, 인생을 몇 년이라도 더 산 연장자고,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책임을 지라는 거다. 너네가 지금 있는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일이 어떤 사람들과 연관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뭐 하는 인간인지, 위계가 아니라 그저 역할로서 어떤 자리에 있는지 생각을 하라는 거야. 어? 알아먹어?"

 그러더니 사장이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내가 이 말 해서 뭐 해? 여기, 돌아서면 꼰대라고 욕할 놈들 천지인데. 여기 이 휴대폰 안에, 이 인터넷 안에서 욕하면서 댓글 다는 놈들이랑 너네랑 뭐가 다르겠어. 안 그래?"
 
 사장의 말에 매니저가 뭐라고 답하려는데,

 "책임 진다고? 그래. 그래봐라. 이제 나가."

 라고 사진 찍힌 멤버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

 매니저가 다급하게 사장을 불렀다.
 사장은 매니저를 돌아보며 가볍게 말했다.

 "왜? 나 부를 것 없어. 저 놈이 지금부터 책임진다잖아. 그러니까 당장 나가. 당장 나가서 지금부터 책임지라고 해." 
 "사장님. 용서해주십시오."

 매니저가 간절하게 말했지만, 사장은 여느 때의 푸근하고 장난스런 분위기와는 달리 아주 냉정하게 말했다.

 "용서? 무슨 용서? 네가 왜 사과해? 자기가 책임 진다잖아."
 "사장님!"
 "자유롭게 살고 싶다잖아? 알아서 하라고 해."
 "아니, 사장님…!"
 "자, 다들 나가서 각자 일 해. 나도 이제 일 하러 갈테니까. 며칠 뒤에 합동 무대잖아? 준비해야지. 주현이, 너도 어서 개인 스케줄 가라. 늦겠다."

 그 말을 하고는 소속사 사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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