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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광대

SooyangLim 2022. 11. 14. 19:03

띵동-

 벨소리에 밀 메이커가 집 문을 열었다.

 "슈퍼스타 등장!"

 문을 열자 집 문 앞에 한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약간 내리고는 해맑게 웃으며 포즈를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예전에 학교에 갔을 때 도서관 관장과 함께 있던 남자였다.

 "꺼져."



 밀 메이커는 면전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아이, 매정해~!"

 그는 문전박대에도 아랑곳 않고 웃으며 다시 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띵동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광기 어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집 주인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밖에 뭐냐옹?"

 고양이는 처음에 몇 번 울리는 벨소리에 방 안에 있다가 나오며 물었다. 고양이는 잔뜩 뿔이 난 표정이었다.

 "시끄럽다옹."

 곧이어 벨소리 폭격이 시작됐다.

 "…미친 거 아니냐옹? 얼마나 돌아버린 거냐옹?"
 "……."

 밀 메이커는 대답 없이 자리에 문 쪽을 바라봤다.
 고양이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옹?"
 "……."
 "…대단하다옹. 대체 누구냐옹?"

 듣다보니 고양이는 이 미친 벨소리 테러에 신경질이 나는 걸 넘어서 이제는 신기한 모양이었다.

 "귀찮은 놈."

 밀 메이커는 간단하게 대꾸하고는 드러누워버렸다.

 "?"

 고양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밀 메이커를 바라봤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설명도 없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벨소리는 잠잠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띵동 띵동

 이번에는 약간 더 차분하게 누르는 벨소리가 들렸다.

 "아 또……."

 밀 메이커가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반대로 돌아누웠다.

 "뭐 해? 집에 있어? 문 좀 열어줘."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이 목소리, 엑스칼리버 아니냐옹?" 

 고양이가 목소리를 기억하고는 물었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문 열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옹?"

 계속된 벨소리와 고양이의 말에 결국 밀 메이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엑스칼리버가 서 있었다. 엑스칼리버가 머쓱해하며 말했다.

 "내가 데려왔어."
 "네 놈이 원흉이로구나."

 밀 메이커가 엑스칼리버의 멱살을 쥐고 짤랑짤랑 흔들었다. 
 그 틈을 타서 초인종 폭격자는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내가 부탁했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가져온 고양이 장난감을 꺼내 들었다. 엑스칼리버는 밀 메이커에게 멱살을 쥐어 흔들리면서 체념한 듯 우는 목소리로 해명했다.

 "광대가 끈질기게 졸랐어……."
 "어휴."

 밀 메이커가 한숨을 쉬며 엑스칼리버를 내팽게치듯 내려놨다. 초인종 폭격자는 광대라고 불리는 모양이었다. 

 밀 메이커의 한숨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광대는 하관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내렸다. 그는 반짝이는 표정으로 고양이에게 돌진했다.

 "캬옹!"

 그의 얼굴을 본 고양이는 놀라서 후다닥 숨기 시작했다.

 "고양이야~!"

 광대는 애정을 잔뜩 표출하며 숨으려 하는 고양이를 꺼내서 껴안았다. 그 모습을 보며 엑스칼리버는 허허 웃더니 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었다.

 "키야오옹!!!"

 고양이는 질색팔색을 하며 버둥거리며 광대의 품을 벗어나려 했다. 애정이 과한 것도 문제지만, 그가 뿌린 무지막지한 향수 냄새 때문에 고양이에겐 더 고역이었다.

 "이 놈은 왜 집까지 온 거냐옹!!!"

 고양이가 발톱을 세워 파파팍 할퀴기 시작했다. 광대는 고양이의 버둥거림과 감정 실린 냥냥 펀치를 맞자, 그만 고양이를 놓쳐버렸다.
 광대는 아무래도 예전에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는 듯했지만, 환영받는 인사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이~ 우리 고양이~ 앙칼져~"

 광대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제는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집이 또 그대로네~ 도대체 변화가 없다니까? 방구석 좀 봐! 휑하기 그지없네, 그지없어. 가구 좀 바꾸지 그래? 인테리어가 대체 이게 뭐야? 아, 텔레비전은 바꿨나? 수리공 녀석이 바꿔줬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쏘다니는 광대와 달리 가만히 있던 밀 메이커는 골치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제발 가만히 좀 앉아 있어……." 
 "분위기 환기야, 분위기 환기~ 아, 냉장고에 뭐 들어있나 볼까~?"

 광대는 이제 집주인의 눈치는 내던져버리고 냉장고 문을 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런 난장판에도 엑스칼리버는 그저 허허 웃으며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밀 메이커가 표정 없지만 표정이 있을 것 같은 얼굴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너… 그 뭐야, 샤인 뭐시기인가? 그 노래 부르는 일 그거는 안 하고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바쁘잖아?"
 "아, 그거?"

 광대는 냉장고 안을 둘러보다가 멈추고, 밀 메이커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 스케줄 펑크냈지!"
 "……."

 광대는 매력적인 윙크로 눈을 찡긋하고, 손으로 쌍권총 포즈를 날리며 말했다.

 "고양이도 보고 반찬도 얻고! 좋지?"
 "……."

 밑도 끝도 없이 당당한 대답에 밀 메이커는 어이가 탈출해버렸다. 밀 메이커는 광대를 바라보며 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흉흉하다옹……."

 고양이가 숨어있는데도 풍겨오는 밀 메이커의 흉흉한 기운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뭔가……."

 그 와중에 고양이는 뭔가 본능적인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그동안 밀 메이커의 흉흉한 기운이고 나발이고, 광대는 밀 메이커가 정리해놓은 집의 냉장고를 마구 흐트러뜨리며 헤집고 있었다.

 "몹쓸 녀석……."

 밀 메이커가 중얼거렸다.

 "이거 맛있겠다! 나 갈 때 이거 싸 줘! 아 아니지. 맛 좀 보고 가져갈까? 그릇 뭐 있어?"

 광대는 냉장고 안에서 주인의 허락도 없이 꺼낸 음식을 먹어 보기 위해 찬장의 그릇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할게."

 밀 메이커는 찬장을 뒤지는 광대쪽으로 오며 말했다.

 "아냐~ 내가 할 게~"  
 "됐으니까 제발 가서 가만히 앉아 있어."
 "내가 해야지~"
 "내가 한다고. 앉아 있어. 제발. 좀."
 "에이~ 어떻게 그래~"

 광대는 한사코 거절하며 말했다. 그리고 웃으며 가늘게 뜬 눈의 홍채와 동공을 고양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데."
 
 숨어서 촉각을 곤두세운채 듣고 있던 고양이의 눈이 커졌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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