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2부. 기형 - 나를 위한 / 학생의 보은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기형 - 나를 위한 / 학생의 보은

SooyangLim 2022. 8. 31. 19:01

 나는 병원의 천장을 보며 멍하니 가만히 누워 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몇 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분간이 제대로 가지 않았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귀에는 시계소리로 가득 찼다. 그 사이 나는 꿈에서 보고 겪었던 것들이 빠르게 휘발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필사적으로 잊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한참 만에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창을 가린 블라인드 너머를 봤다. 그곳에는 미약하지만, 동이 터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동이 터 온다는 의미는 분명했다. 이제 곧 수술에 들어갈 것이다.

 미약하던 빛은 점점 환해졌다. 햇살이 퍼지고 점차 밝아졌다. 그리고…….

드르륵

 "아침부터 여긴 왜…?"

 시계를 놔두고 간 친구놈이 이른 시간부터 병실에 들렀다.

 "오늘 수술 아니냐? 병문안 와줬는데 고마워는 안 하고 왜 그 표정인데?"
 "병문안을 무슨 이 시간에 와?"
 "야, 그런 편견을 버려. 방학이라 시간 넘치니까."
 "…이 새끼, 게임 한다고 밤샜구만."

 그렇게 말하고 놈은 책상 위에 있는 시계를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여기 있었네."
 "그럴 줄 알았다. 시계 놔두고 가서 온 거네."
 
 친구놈은 손에 쥐고는 자리에 앉더니, 어제 놔두고 간 빵 중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거 나 줄려고 산 빵 맞지?"
 "내가 샀으니까 내가 먹어도 되는 거 아냐?"

 친구놈이 뻔뻔하게 말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친구놈은 그런 내 표정을 보며 말했다.

 "수술 안 무섭냐?"
 "무섭지."
 "잘 해라."
 "…야."
 
 친구놈은 입에 빵을 잔뜩 쑤셔 넣고 우물거리며 왜 부르냐는 듯 눈썹을 까딱였다. 나는 약간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나 수술 하지 말까?"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아니, 그냥… 음……."
 "맘대로 해."

 친구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간다."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에 시계를 넣으며 밖으로 나갔다.
 


* * *

 "그래서 수술은 했고?"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묻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학생 친구는 무언가 대답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며 대화 내내 만지고 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마 요즘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메신저일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 폰을 넣고는 살짝 올라간 입꼬리로 밀 메이커를 바라봤다.

 밀 메이커는 그런 학생 친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또 물었다.

 "어머니랑은 잘 지내고?"

 그때 고양이의 등 뒤, 현관문이 있는 쪽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엄마가 빨리 오래. 너한테도 줄 거 있다고 같이 오래."

 학생이 열린 대문을 통해 밀 메이커의 집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말했다. 그는 아주 큰 발을 가지고 있었다. 

 고양이는 숨어서 밀 메이커와 학생 친구와의 대화를 듣다가, 발이 큰 손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깜짝 놀라서 움찔했다. 고양이는 늘 하던 대로 손님을 피해 숨으려다가 멈칫했다.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고 학생의 발을 확인하기 위해 쳐다봤다. 하지만 억누른 본능 탓에 몸을 잔뜩 움츠린 상태였다.

 집 안으로 들어오던 학생은 친구와 함께 있는 밀 메이커를 보고 놀라서 멈칫했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남의 집에 들이닥친 것에 대해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 치, 친구가 여기 뭐 드릴거 있다고 해서 드, 들어갔는데, 아까 그냥 들어오라고 해서……."
 "전에 고양이 잡는 거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밀 메이커가 학생에게 말했다.
 학생 친구가 학생에게 말했다.
 
 "감사 인사 하신다고 해서 불렀어."
 "아… 네……. 그, 고양이는 잘 지내죠?"

 학생이 어색하게 묻자 밀 메이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도 잘 돌아다니고 있죠. 언제든지 고양이 보고 싶으시면 와서 보세요. 귀엽거든요. 그냥 놀러 와도 좋고."
 "아, 하하. 하. 네……."

 학생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학생과 학생 친구는 가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 * *
+자투리 이야기

 친구가 가고 난 뒤, 엄마가 병실로 들어왔다.

 "쟤는 이 시간에 병문안을 와주네."

 엄마는 친구랑 마주쳤는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런 엄마의 말에 대꾸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응?"
 "나 수술 안 하면 안 돼?"

 내 말에 엄마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얼굴에 문득 꿈에서의 일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아니, 그러니까 뼈를 그렇게 한다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더듬거리며 말하는게 엄마는 

 "그럴래?"

 라고 말하며 환히 반겼다.
 나는 그 모습에 당황해서 물었다.

 "어? 그래도 돼?"
 "안 될 게 뭐 있어? 네가 발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니까 하는 건데."
 "어… 어?"

 내가 당황하고 있는데, 엄마는 한결 안도를 하며 태연하게 가져온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

 "아니, 나도 불안했다니까? 아니, 뼈를 자르는 수술이라니!"
 "……."
 "아니, 솔찍히 발 좀 큰 게 뭐? 발 크면 키도 많이 큰다는데. 또 아니? 2m쯤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농구선수 같은 거 해도 되고."

 엄마는 사과 껍질을 길게 늘어뜨려 깎으며 말했다.

 "나는 굳이 수술해야 하나 싶었다니까? 의사가 왜 그렇게 됐는지 말 하는데 솔직히 뭐라는 지도 못 알아듣겠고……. 그냥 듣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거지. 사람마다 하나씩 특이한 거 있는 건데 뭘 굳이 수술까지? 너도 살아보면 알겠지만, 사람마다 안 아픈 구석 없는 사람 없고, 특이한 구석 없는 사람 없다? 다 그렇고 그런 거야~"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접시에 사과조각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신경 쓰니까 수술 하는 거지, 엄마랑 아빠는 아무 상관없어.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 마음 아플까 봐, 그냥 아플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 내가 너 가지기 전에 얼마나 기도했는지 아니? 어떤 모습이든 우리한테 아기 하나만, 제발 하나만이라도 우리 가족이 되어 달라고……. 넌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했는지 아니? 100일을 꼬박…"
 "아, 또 그 소리."

 나는 또 나오는 레파토리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는 한참이나 기도 얘기를 하다가 젓가락을 찾으며 말했다.

 "아참, 너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메이커 신발은…"
 "아, 아냐. 됐어.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냥 하나 맞춰줘."
 "그래. 엄마가 맞춰줄게. 맞추는 게 더 좋은 거야! 그 메이커 그런 것도 결국 맞추는 게 더 고급 취급받는 거야, 알고 있니?"
 "아, 알았어 알았어."
 
 나의 진저리에 엄마는 웃으며 젓가락으로 사과를 하나 집어서 내 입에 넣어줬다.









반응형

'소설(Novel) > 캣츠비안나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부. 엑스칼리버  (0) 2022.09.05
2부. 탐사  (0) 2022.09.02
2부. 기형 - 마지막 선택  (0) 2022.08.29
2부. 기형 - 돌고 돌아  (0) 2022.08.26
2부. 기형 - 쳇바퀴  (0) 2022.08.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