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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기형 - 반항

SooyangLim 2022. 7. 18. 19:03

 "…끄응."

 벌써 몇 주가 지났다. 나는 길선웅의 공업사에서 수련을 하다 말고, 새로 맞춘 신발을 신고 바닥에 가만히 앉아서 고민 중이었다.

 "왜 그러고 있어?" 

 길선웅이 상자를 옮기기 위해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게 수련이랑 관련 있어요?"
 "당연히 있지."
 "그냥 호신술이잖아요? 그리고 발 쓰는 훈련이랑."

 그렇다. 수련이라고는 하는데 몇 주째 호신술과 길어진 발을 쓰는 연습, 그리고 실 조각을 움직이기 위해 뚫어져라 노려보기만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대체 이 실 끄나풀을 어떻게 하는 게 가능하긴 해요?"
 "얘기했잖아? 손대지 않고 네 마음대로 그게 움직이면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거고, 안 움직이면 그냥 꽝이라고. 근데 안 된 거 보니, 말짱 도루묵인 거지. 근데 네가 계속 해보겠다며. 심지어 지금까지도."

 사다리 쪽으로 이동하며 말하는 길선웅의 말에 난 시무룩하게 다시 실조각을 노려봤다. 손을 안 대고 움직이게 한다니. 대체 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냥 입으로 후 불어도 되잖아요."
 "그건 안 쳐준다고 했어~"

 길선웅은 그렇게 말하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박스를 맨 위 선반에 올려놨다.

 "근데 손도 안 대고 이걸 움직이면 마법이나 초능력 아니에요? 그게 가능하긴 해요?"
 "가능하다는 걸 네 눈앞에서 봤잖아?"
 "…그렇긴 하죠."

 난 수장과 호미금, 호미전이 했던 것을 기억하며 말했다.
 길선웅이 사다리를 타고 다시 내려오며 말했다.

 "여기서는 네가 못 할 게 없어. 네가 하려고만 한다면 말야. 근데 안 된다는 건 뻔 하지. 그냥 안 한 것이 거나, 안 된다는 거나. 뭐가 됐든 둘 중 하나라는 거."
 "하……."
 "그러니까 그냥 호신술 위주로 배우고 돌아가는 게 어때? 근데 괜히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 괜히 난리 날 수도 있고."
 "…싫어요. 해볼 거예요."

 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실을 노려봤다.
 길선웅이 옆에 앉아서 장부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래. 계속 그러고 있으면 시력은 좋아질 지도 모르겠네."
 "자꾸 그러지 마요. 어떻게든 해낼테니까."

 난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편의점에 다녀온 현사엽이 들어오다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마음가짐은 훌륭하네."

 현사엽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몸 쓰는 건 이제 제법 잘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건질 건 건졌어."
 "하……."

 난 그 말을 들으니 이제 그만 거기서 포기하라는 말로 들려서 괜히 약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띠리리리

 그때 공업사에 전화벨이 울렸다.

 "네~ 아, 안녕하십니까. 아? 네? 지금요???"

 길선웅은 긴장하며 전화받더니 뭔가 굉장히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길선웅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간부님들이 오신다고 하네?"
 "전에 온 그 간부들요?" 

 길선웅은 유난히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아니. 다른 분들이야. 상당히 까다로운 분들이야. 오체금님과 호심래님이…아."

 바깥에 검은 세단과 커다란 밴이 공업사 앞에 주차했다. 밴의 문이 잡아 뜯기듯 거칠게 열리더니, 삐쩍 마르고 엄청나게 큰 옷을 입은 사내가 내렸다. 그도 나처럼 아주 큰 발을 갖고 있었다.

 "길선웅이! 현사엽이!"

 그는 내리자 마자 큰소리로 껄렁하게 길선웅과 현사엽을 불렀다.

 "요즘 재밌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는 인상을 팍 쓰고 커다란 옷을 질질 끌며 다가왔다. 그의 커다란 발에 옷이 밟히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때 뒤의 검은 세단의 문이 열렸다. 롱코트를 입고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남자가 내렸다. 그의 롱코트 안에는 어쩐지 병원 환자복이 언뜻 보였다. 그의 얼굴을 가린 가면은, 전에 가서 봤던 본부의 긴 카페트만큼이나 어지럽고 다양한 색으로 만들어진 가면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길선웅이 굽신거리며 인사했다.

 "호심래님, 여긴 어쩐 일로……."

 현사엽이 가면을 쓴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인상을 쓰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며 말했다.

 "왜 그 친구한테 묻나? 나는 안 보이나?"
 "아, 아닙니다! 오체금님. 전 그저…"
 "그런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면 뭐야?"
 "네?"
 
 현사엽이 그의 급발진에 쩔쩔맸다.

 "어? 뭐야? 그런게 아니면 뭔데? 어? 어? 말해 봐. 말해보라고. 어?"
 
 오체금은 현사엽에게 얼굴을 바짝 다가서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난 오체금의 그 미소가 화를 억누르기 위해 짓는 미소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진정해라, 오체금."

 그때 옆에 있던 가면을 쓴 호심래가 말했다.
 하지만 오체금은 그 말에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하! 너는 지금 그 말이 나오나? 뭐, 넌 어쨌든 좋다 이건가?"
 "그만 해."

 호심래는 그렇게 말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왜 이런 걸 배우려 했지?"
 "네?"

 그는 어느새 이 소동에 나풀거리다 못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실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길선웅이 다급하게 내 앞으로 와서 막으며 말했다.

 "호심래님! 이건 저희가, 저희가 제안한 것입니다!"
 "비켜, 현사엽. 난 지금 너와 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길선웅도 굽신거리며 내 앞에 와서 다급하게 말했다.

 "호심래님! 이 아이는 아무런 잘못도…"



 길선웅이 갑자기 오체금에게 걷어차였다. 그는 몸이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져 쓰러졌다.

 "너네한테 안 물었다, 새끼들아."
 
 난 바로 길선웅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난 괜찮아."

 길선웅은 쿨럭거리며 일어났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난 버럭 화를 냈다. 

 "지금 나한테 화 냈냐?"
 
 오체금이 또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이제 나한테 다가왔다.

 "오체금님! 아닙니다, 아니에요! 얘가 그저 놀라서…"
 "비켜, 임마."



 "억!"

 현사엽이 턱을 맞고 쓰러졌다. 그 커다란 장신이 힘 없이 그대로 바닥으로 거꾸러졌다.

 "이, 이…! 야!"

 난 소리 지르며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내 주먹을 단번에 막았다. 그렇게 호리호리한테 어떻게 이런 힘이 나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트득

 오체금의 몸이 순식간에 팽창해서 옷을 터뜨릴만큼 커졌다. 심지어 실밥이 약간씩 뜯기는 소리가 났다.

 "해보자는 거네? 어?"

 그의 몸은 어느새 기괴하게 커지고 울룩불룩 이상한 모양으로 변했다. 이런 놈을 보고 좀 전까지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의 모습이었다고 한다면 아무도 안 믿을 것이다.
 그는 내 주먹을 잡고 그대로 확 끌어당겨 내 멱살을 잡았다. 



 그가 멱살을 잡고 그대로 나를 들어올리는데,

 "그만."

 갑자기 오체금의 몸이 나에게서 떨어져 확 밀려났다.
 호심래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뭐 하는 거야, 오체금."
 "히야~ 왜 막지? 어? 왜 막을까?"
 "네 맘에 안 든다고 공격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라고?"
 "하! 야, 호심래. 난 말야, 네가 맘에 안 들어. 너 때문에 또 열이 받네. 어? 항상 내가 너 때문에 희생하잖아. 아니냐?"

 오체금이 호심래에게 빈정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난 지금 이 녀석들이랑 꼬맹이를 좀 '교육'시켜놔야겠어."
 "그게 무슨 소용이지?"

 호심래가 말했다.
 오체금이 그 말에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뭐?"
 "그렇지 않나? 네가 그래 봤자 고통받는 건 오체전이잖아? 네가 아니라. 그리고 어쩌면 호체래가 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호심래가 다른 간부의 이름을 대며 말했다.

 "하! 그래서 나는 별 상관없으니 가만 있어라? 이럴 줄 알았다, 호심래. 너 아주 본색을 제대로 드러내는구만?"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순식간에 나에게 다가와 주먹을 휘둘렀다.

 "으악!"

 난 깜짝 놀라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 주먹은 멈추지 않고 공업사 한쪽에 쌓아뒀던 박스로 향했다. 덕분이 박스와 박스 안에 든 여러 부품들이 와르르 쓰러졌다.

 "앗…!"

 배를 붙잡고 여전히 바닥에 앉아 있던 길선웅이 놀라 소리쳤다. 난 또 화가 나서 그에게 덤벼들었다.

 "이게 무슨 짓…!"



 오체금의 손바닥에 내 손이 큰소리를 내며 막혔다.

 "미친 새끼."

 오체금은 기가 찬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하더니, 반대쪽 손을 휘둘러 내 뺨을 때리려고 손을 올렸다.



 이 순간 나는 그동안 배운 호신술을 이용해 그의 손을 피했다.

 "아니!?"

 오체금이 당황해서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난 그런 다음 그대로 그를 들어 올려,



 바닥에 매쳤다.

 "하!"

 그는 별 타격도 없는 듯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감히 날 공격해?"
 "먼저 공격했잖아요!"

 난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귀에서 이상한 이명이 들리는 듯 하더니, 내 얼굴로 바로 꽂아 들어오던 오체금의 주먹이 순간 멈췄다. 동시에 머리를 수냉 쿨러로 식히는 듯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재밌네."

 호심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으앗!"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그만하자고."

 호심래가 말했다.



 "으악!"

 공중에 뜬 내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사엽과 길선웅이 본인들도 아픈 몸을 이끌고 내게 엉금엉금 다가왔다.

 "너."

 호심래가 내 앞에 다가왔다.

 "좀 맘에 든다."

 그러더니 휙 뒤돌아서 오체금에게 갔다.

 "그만하고 보고하러 가자고."

 호심래의 말에 오체금은 못마땅한 얼굴로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쩐지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흘낏 쳐다봤다. 호심래도 내쪽으로 뒤돌아봤다. 그들은 그들이 타고 온 차를 타고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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