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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기형 - 현사엽과 길선웅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기형 - 현사엽과 길선웅

SooyangLim 2022. 7. 4. 19:02

 의사는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남자를 잘 아는 모양인지 익숙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 주현이 왔어? 밥은 아직. 애가 밥을 안 먹었더라고. 밥부터 먹이려고."
 "먹고 바로 갈 거야."
 "아니,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었어? 어휴……."

 주현이라고 불리는 의사는 그 말을 하며 안쓰럽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쭈뼛쭈뼛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그래. 많이 먹어. 배 많이 고팠겠다. 모자라면 말 해. 우리 부모님한테 말해 놓을게."

 주현은 격려하듯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키 큰 남자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의사에게 물었다.

 "시간 많이 됐는데 어떻게 애가 밥을 안 먹었는지 몰라? 병원에서는 먹고 나왔어?"
 "아니. 아침에 밥 먹기도 전에 바로 퇴원 수속 밟던데. 난 급하게 나가길래 나가서 애 밥이라도 먹이려나 했지."

 그 말에 키 큰 남자가 놀란 듯 내게 물었다.

 "엄마랑 아침에 나왔어?"
 "네. 근데 집에 와서 계속 자고, 일어나서는 문자 온 거 보고 바로 나와서 먹을 틈이 없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다들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입을 달싹거렸지만, 더 이상 말하지는 않고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랬구나……. 아참, 우리 소개는 했나?"
 
 키 작은 남자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주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야? 통성명도 아직 안했어?"
 "아니, 그게… 애가 밥 안 먹었다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소개야 천천히 할 수 있는 거잖아?"

 키 큰 남자가 변명하듯 말했다.

 "이 아저씨들이 이렇다, 얘야. 그럼 밥 맛있게 먹고 가. 난 들어가 봐야겠다."
   
 주현은 혀를 끌끌 차며 나의 등을 한 번 툭 치고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가 버렸다. 
 키 큰 남자가 의사한테 잘 가라는 손짓을 하며 보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며 드디어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밥 먹으면서 편하게 들어. 내 이름은 현사엽이고, 이 친구는 길선웅이라고 해. 우리는 네게 안내를 밭기로 했어. 밥 먹고 나서 우리 본부 쪽으로 갈 거야."
 "본부요?"

 또 다시 어둠의 뒷 세계 같은 그런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길선웅이 말했다.

 "본부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지하 건물이야."
 "지하 건물요…?"
 "거기 우리 수장이랑 관료 같은 놈들이 있어. 귀족 같은 놈들도 있고."
 "수장…? 귀족…이요?"

 여기까지 듣고 나자 난 머리가 띵해졌다.

 '이 시대에 무슨 왕정 국가 같은 소리? 이거 반국가 단체 같은 거 아냐?'

 내 표정을 보고 길선웅이 말했다.

 "진짜 그렇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난 여전히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현사엽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냥 일종의 모임이나, 작은 사회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종종 문제 일으키는 놈들도 있지만, 우리가 뭘 나쁜 짓을 조장하고 그런 건 전혀 아냐. 오히려 사회 속에 잘 녹아들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지."

 길선웅은 계속 먹으면서 들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다 비슷비슷한 놈들이야. 개중에는 특별하게 능력이 있는 놈들이 있는데, 우리 같은 놈들은 그 놈들 덕도 보고 그런 거지.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아니고. 우리는 우리대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그런 거지 뭐. 서로 돕고 돕는 그런 거?"

 들을 수록 뭐가 뭔지 몰라서 아리송 해졌지만, 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현사엽이 내 물컵에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맞아. 그냥 서로 돕고 사는 그런 거지.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이런… 그러니까,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사람들 기준으로 이런 이상…한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조직하고 그런…건가요?"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말에 현사엽과 길선웅이 웃음을 터뜨렸다. 길선웅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상한 사람들? 그럼 사람들? 하하! 우린 그냥 사람이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사람. 왜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 그냥 다 같은 사람인데."

 길선웅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물컵에 물을 한 잔 따라 마시며 말했다.

 "거기나 저기나, 아니지. 세상 어디에나 다~ 그래. 그냥 누구 맘대로 정한 기준 뜯어버리고 내 기준 내가 세우고, 또 어쩔 때는 그렇게 만든 내 기준 내가 없애버리고 그냥 사람으로 살겠다 하고 사는 놈들이지. 내가 날 스스로 인정하고 살겠다, 그냥 그런 거야. 누구나 다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잖아? 아닌가? 그리고, 연대? 조직?"
 "너무 갔어, 너무."

 현사엽도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길선웅이 맞장구치며 말했다.

 "그래, 그래! 너무 갔어. 아니, 그게 다 뭐야? 너무 진지하잖아? 하하! 뭘 그렇게 어렵게까지 파고들어 생각해? 다 각자 알아서 사는 놈들이야. 그렇고 그런 놈들끼리 있으면 그냥 다 고만고만하거든!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뭘."

 길선웅의 말에 현사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러게. 아니, 근데 대체 애한테 어떻게 소개를 한 거야? 무슨 사명감이라도 주입시켰나?"

 난 괜히 머쓱해져서 괜히 국밥 그릇에 얼굴을 박고 먹었다. 그리고는 괜히 올라가는 입꼬리와 표정을 숨기기 위해 국밥 그릇을 들고 남은 국밥을 후루룩 마셨다. 
 뭔가 상상하던 것과 다른 것 같아서 약간은 김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내가 다 먹자 현사엽이 물잔에 물을 채워주며 물었다.

 "다 먹었어? 갈까?"
 "네!"

 난 내 발에 맞춘 듯한 신발을 신고 그들과 함께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어디 쯤에 있어요?"
 "여기서 가까워. 이 일대가 본부 근처야. 그리고 문이 많기 때문에 연결된 문이 있는 곳 어디든 들어가면 돼."
 "네?"

 난 알 수 없는 위치 설명보다, 그 뒤에 따라온 종잡을 수 없는 소리 때문에 어리둥절해졌다.

 "문이 많아요?"
 "응. 넓거든."

 그렇게 말하더니 그들은 근처의 작은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난 얘기만 들었을 때는 클 것 같았는데, 이런 작은 건물로 들어가자 의아해졌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여기에요?"
 "문 중에 하나야."

 그들은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 카페로 들어갔다. 현사엽이 낮은 천장에 머리를 박지 않기 위해 몸을 숙이고 들어가며 말했다.

 "문이 몇 개 있긴 한데, 넌 미성년자니까 들어갈 수 있는 문이 한정되어 있어. 몇 개는 드나들면 안 되거든."
 "미성년자는 왜 안돼요?"
 "청소년 출입불가 구역이랑 연결된 문도 있거든. 예를 들면 나이트 클럽 같은 곳들."
 "아……."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곳들과 문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괜히 또 불안해졌다. 

 "어서 와."

 카페에 들어가니 주인장이 길선웅과 현사엽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주인장은 누가 봐도 깔끔하고 훤칠하게 젊은 남자 주인이었다. 카페는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손님은 딱 한 테이블만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낀 웬 노인과 세련된 복장의 젊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노인이 그들이 들어오자 여자에게 물었다. 

 "누구야?"
 "오빠랑 선웅 오빠요."

 젋은 여자가 그들에게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하며 대답했다.
 현사엽이 그들에게 다가가며 소개해줬다.

 "어르신, 새 친구 데리고 잠시 들리러 왔습니다."
 "아아. 그렇구만. 반갑네."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허공에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현사엽은 나에게 둘을 소개해줬다.

 "여긴 내 여동생, 현사월. 이 어르신은 여기 건물주님이시고."
 "안녕하세요."

 나는 건물주 어르신의 악수를 받으며 깍듯이 인사했다. 그리고 현사월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

 현사월은 나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며 악수했다. 그녀는 현사엽만큼은 키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훤칠하게 키가 크고 시원하게 생긴 미녀였다. 난 그녀가 뭔가 크게 다른 구석이 없어서 슬쩍 위아래로 보려는데…

 "오빠보다 많이 작지?"
 "아? 네?"
 
덜컥

 난 그녀가 한 걸음 움직이는 순간에야 알게 됐다. 그녀의 한 쪽 다리는 스타킹을 신은 나무였다.

 "너 또 옷 그런 거 입고 다니냐!"

 현사엽은 동생의 과감한 노출을 한 옷차림이 영 맘에 안 드는 눈치였다.

 "시끄러. 왜 또 참견이야? 얘, 커피 한 잔 마실래? 내가 사줄게."

 그녀는 오빠인 현사엽 쪽은 눈길도 안 주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어봤다.

 "가야된다면서요? 시간도 늦었는데 보내줘요. 아무리 내가 카페 사장이지만, 지금 애한테 카페인은 먹일 시간이 아니지."

 카페 사장이 말했다. 그는 플렉스 풋 의족(C자형 날이 날린 의족)을 종아리 아래에 하고 있었다. 
 
 "그래. 지금 너무 늦었어."

 길선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 쪽으로 갔다. 현사엽도 고개를 끄덕이며 날 화장실 쪽으로 끌고 갔다.

 "잠깐만. 문 잠궈놨어요."

 카페 사장이 화장실 쪽으로 왔다. 그가 세면대 쪽에 뭔가를 만지니 거울 옆의 벽돌 같은 것이 열렸다. 그 안에 나타난 열쇠 구멍 몇 개에 열쇠를 차례대로 넣어 열자 거울 뒤쪽이 열렸다. 그 안에는 뭔가 검은 판 같은 것이 중간에 덩그러니 하나 있었다. 

 "비켜줘요."

 카페 사장의 말에 길선웅과 현사엽이 나를 데리고 뒤로 약간 물러났다.



 그가 긴 곡선을 그리며 다리를 올렸다. 플렉스 풋의 날 윗부분이 그 검은 판 앞에 위치했다. 검은 판에서 나온 붉은 불빛이 플렉스 풋의 윗부분을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바코드를 읽는 것처럼 그 플렉스 풋의 어떤 것을 읽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덜컹

 그러자 갑자기 세면대 뒤 쪽 벽이 열렸다. 카페사장은 다리를 올렸을 때처럼 유려하게 다리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청소 다시해야겠네."

 길선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중에 해. 우리 다시 이쪽으로 나올 거야."
 "그래요? 알겠어요. 빨리 오세요."
 "갔다올게."
  
 그 벽 뒤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나선형 경사로가 벽등을 따라 보였다.

 "어서 가자."

 현사엽이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숙이며 말했다. 우리가 경사로를 내려가기 시작하자, 방금 지나온 화장실 세면대 뒤쪽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저 친구 잘생겼지? 저 문의 문지기인데, 아주 능력 있는 친구라니까."

 길선웅이 말했다. 그 말에 현사엽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잘 되서 동생 데려갔으면 좋겠어."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자 길선웅이 말했다.

 "사월이가 저 친구 좋아하거든. 저 친구도 사월이한테 은근히 관심 있고."
 "아까 옷 봤지? 집에서는 저런 거 안 입고 있어. 쟤, 잘 씻지도 않거든? 근데 저래. 어휴, 내숭 떠는 거 보고 있으면 역겨워 죽겠다니까."

 현사엽이 친남매다운 디스를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길선웅이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자식, 말은 저렇게 해도 그래도 지 동생 엄청 아껴. 어릴 때 큰 사고가 났을 때 거의 죽을 거를 쟤가 막아서 다리 하나로 끝났거든. 그리고 쟤가 지금까지도 거의 먹여 살리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다 들려."
 "아 들렸나?"
 "낮말은 현사엽이가 듣고 밤말은 길선웅이가 듣는 거 몰라?"
 "얌마, 지금 밤인데 어떻게 들었냐?"

 그들은 그새 또 만담을 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에 도착하니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이제 진짜 다와간다."

 현사엽이 날 달래듯이 말했다.
 문을 여니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긴 복도가 나타났다. 우리는 그 복도를 또 한참 걸어갔다. 복도 끝에는 지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넓은 광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광장 중간중간에 분수대와 벤치, 조형물들이 있었고, 몇 미터 간격으로 우리가 지나온 것 같은 복도들이 여러 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광장 저편에는 이 거대한 규모의 광장만큼이나 커다란 문들이 있었는데, 그 문이 본부로 통하는 문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광장에 설치된 그 커다란 조형물들 높이만한 문 크기에만 견줘봐도 본부 건물이 얼마나 넓고 큰 지 체감 할 수 있었다. 본부 건물의 크기는 만약 누군가 이곳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려서 보여준다면, 원근법을 무시했다는 소리가 나올만한 크기였다.  

 "원래 여기에 사람 많은데, 지금은 새벽이라서 사람이 거의 없어. 아, 근데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다?"

 난 그 압도적인 크기과 화려한 조명들을 눈에 담느라 대답을 못했다. 아까 정장을 입고 아까 카페 사장처럼 플렉스 풋을 한 남자와, 엄청나게 복잡해 보이고 멋진 로봇팔 같은 의수를 하고 있는 여자가 근처 분수대에서 얘기를 하다가 우리를 보고 다가왔다.

 "어이~ 그 꼬마는 누구야?"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너네가 오늘 왜 있어? 간부들 있나?"  

 길선웅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물었다.

 "오늘 회의 있어."
 "아, 그래? 이런. 새 친구 데려왔는데."

 길선웅이 영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첫날부터 진귀한 구경하겠네. 오늘 전체 회의인데."
 "전체 회의야? 어쩐지 사람이 많더라니. 아니, 근데, 야, 이거……. 간부들 전부 다 보겠네."

 길선웅이 긴장하며 말했다. 그 말에 남자가 품에 있는 통신 기기를 꺼내서 뭔가를 전송하며 말했다.

 "나중에 들어가는 것 보다 지금 들어가는 게 낫지? 이 친구, 아직 어리니까 잠도 자야 되고.
 "그렇긴 한데……."
 "내가 얘기 해놓을테니 지금 들어가 봐. 아직 시작 안 했을 거야. 회의 끝나려면 시간 많이 남았어. 끝나고 들어가면 너무 늦어."
 "아, 그래 주면 고맙고."

 길선웅은 그렇게 말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사엽은 내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는 자신의 옷매무새도 다듬기 시작했다. 현사엽은 내 머리도 정리해주며 말했다.

 "신발이라도 우리가 사와서 다행이다. 슬리퍼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야? 너무 긴장하지 말고. 우리가 옆에 있으니까. 알았지?"
 "야야, 빨리 들어가자."

 길선웅이 긴장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난 양쪽에 둘의 손을 잡고 광장 너머의 커다란 문 쪽으로 향했다. 문 양쪽에는 덩치 좋은 이들이 몇몇 서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수어를 하며 다가왔다. 현사엽이 수어로 뭐라뭐라 얘기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큰 문을 가리켰다.

 "중간으로 가라고? 이런. 온 이목이 다 쏠리겠네."

 길선웅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 어떡하겠어. 즐겨야지."

 중앙문 옆에는 한 쪽 다리에 스케이트처럼 위협적인 날이 달리고, 유난히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서있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뭔가 비밀이 있는 듯 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까 수어를 하던 이와 마주보고 수어로 뭔가 얘기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세요."

 그녀가 거대한 문을 열며 말했다.

 "헉."

 난 문이 열리는 순간 압도 당해서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높고 화려한 천장과, 그에 반해 너무 넓어서 오히려 조도가 낮아 보이는 수많은 조명이 보였다. 그리고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색의 긴 카펫이 중앙의 길을 따라 깔려 있었다. 

 그 카펫의 양 옆으로는 모습이 제각각인 108명의 간부진들이 양 옆으로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모두 우리에게 꽂혀 있는 걸 느끼자 온 몸이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중앙을 향해 높아지는 카펫과 간부진들의 서 있는 길의 저 멀리 끝의 높은 곳에는, 단 한 자리만이 있었다. 그 한 자리에는 그렇게 크고 화려할 수가 없다 싶을 만큼 찬란한 옷을 입은 사람이 앉아있었다. 한복을 현대식으로 퓨전 해서 입은 여자 한 명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위압감에 압도당해 굳어 있는데, 길선웅이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저 자가 수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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