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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기형 - 선택

SooyangLim 2022. 6. 27. 19:03

 태어날 때는 괜찮았었다. 
 하지만 크면서 점점 신체의 다른 부위 보다 발이 빠르게 자랐다. 
 그래서 점차 갈수록 키에 비해 발이 크다는 말은 자주 듣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발이 크면 키가 많이 큰다는 속설이 있어서 키 많이 크겠네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까.
 남들보다 좀 더 클 수도 있지. 

 문제가 되기 시작한건 중학생 때부터였다.
 엄청난 속도로 발이 자라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입학 할 때 250mm 정도이던 발은 겨울 방학이 되기 직전에 이미 280mm까지 자랐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라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서 2학년 개학 전날에는 300mm를 달성했다. 키가 2m쯤 되는 것도 아니고, 163 정도 되는 작은 키에 너무 심하게 큰 발이었다. 누가 봐도 단순히 몸에 비해 큰, 균형이 안 맞는 정도의 발 크기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니 드디어 다들 심각해졌다.

 커도 이건 너무 크잖아?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낀 부모님과 나는 급하게 병원을 찾아갔다.
 처음엔 딱히 어떤 원인을 찾지 못 한 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몇 병원을 더 맴돌았고, 찾아갈 때마다 병원의 규모는 커졌으며, 날씨는 어느새 따뜻해지고 나무에는 꽃이 지고 푸른 잎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내 발은 어느새 약 315mm 정도까지 자라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도 어디서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 한 병원이었다. 규모에서부터 압도될 만한, 지금까지 찾아갔던 병원 중 가장 큰 병원이었다.

 그 전까지는 살면서 몇 번 해봤거나 혹은 대충이라도 알 것도 같았던 검사들에서, 이제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번의 검사들이 이어졌다. 검사를 진행할수록 점점 많은 의사들이 나의 발에 대한 문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여러 검사를 받고 나의 담당 의사 외에도 여러 의사들을 보다 보니, 슬슬 나는 실험 대상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검사를 안 하게 되고 며칠 뒤, 난 나의 담당 주치의의 방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안경을 낀 흰머리가 반쯤 내려앉은 나의 담당 의사는 무언가 복잡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환경이 어떻고 오염이 어떻고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떻고 호르몬이 어떻고 나의 유전자가 유전적으로 어떻고 뼈가 어떻고…….

 나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으며 그를 바라보다보니, 내 눈에는 어느새 입만 움직이는 나무 인형이 덜걱거리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나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들이 오가고, 몇 번의 눈물을 보고, 사과를 듣고, 나는 입도 뻥긋 안 하고, 알 수 없는 서류에 내키지 않는 싸인을 하고, 그런 서류들이 몇 번 오가고…….

 정신 차리고 보니 결국 나는 병실에 앉아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웬 수술이냐?"

 친구놈이 병문안이랍시고 찾아왔다. 이 친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로, 어릴 때 한약 잘못 먹었다며 머리가 하얀 녀석이다. 이 놈은 허여멀건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 학교에서 유일하게 염색을 허가 받고 지금은 연한 갈색의 머리를 하고 있다.
 이 썩을 놈의 자식은 내 병문안을 온 주제에 지가 먹을 것만 잔뜩 사왔다. 병실 침대 옆의 탁자에 먹을 것을 잔뜩 늘어놓고 지 혼자 처먹고 있었다. 놈은 입 안에 음식을 잔뜩 넣은 채로 말했다.

 "야, 근데 발 크면 그냥 큰 대로 살면 안되냐?"
 "…몰라."
 "발 크면 키 커진다던데. 야, 너 나중에 갑자기 키가 막 2m 넘게 자라는 거 아니냐?"
 "그게 될 리가. 발만 그렇데, 발만. 발만 기형적으로 자라는 거라나 뭐라나."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야, 그건 모르지. 우리 아직 중학생이잖아. 아는 형은 고등학생 때 확 컸다던데? 너도 나중에 확 클 수도 있잖아. 네 잠재력을 믿어 봐."
 "아, 몰라."

 난 고개를 저으며 이 자식이 사 온 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친구놈은 갑자기 조용히 입 닥치고 있다가 심란해 하고 있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물었다.

 "…수술하기 싫냐?"
 "수술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근데 왜 해?"
 "몰라, 새꺄. 그만 처먹고 가. 나 잘 거다."
 "이거 다 먹고 갈 건데."

 그 말에 난 어이가 없어져서 말했다.

 "내 병문안 핑계로 니 먹을라고 왔지?"
 "어."
 "가. 가라고 새끼야."

 난 빵을 던지며 쫓아냈다.

 "까칠하긴. 야, 나 간다~"

 친구놈은 낄낄 웃으며 먹은 쓰레기는 하나도 치우지 않고 가버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쓰레기를 치웠다.

 "어? 아, 이 새끼는……."
 
 개자식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요즘 쓰지도 않는 회중시계를 놔두고 갔다. 무심결에 시계 뚜껑을 열어보니 시계 뒤판의 거울과 이상할 정도로 많은 시계 바늘이 보였다.
 난 홀린 듯 가만히 시계 뒷판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난 수술 끝나면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이 보이게 탁자 옆에 잘 세워놨다. 



 깊은 밤이 되었다.
 배려인지 죄책감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 나는 2인실 병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도무지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병실 창문에 내려진 가로로 된 구식 블라인드의 살 하나를 살짝 눌러서 밖을 바라봤다.

 멋드러진 도시의 야경이 보였다.
 문득 도시에 곳곳에 박힌 붉은 종교 표식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나 많다니.
 저 많은 것들 중에 나를 위한 건 있긴 할까?
 
 나는 가장 가까이 보이는 표식을 가만히 응시했다.
 저 멀리 높게 뻗은 멋진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큰 종교 표식들 옆의 판자촌 주택들이 보였다. 
 다음 순간에는 종교 표식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비친 창문을 보였다.

  왜 종교 표식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종교 표식이 필요 없어 보이는 곳은 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시계의 바늘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깊은 새벽이었다. 시계 바늘은 어느새 3시 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다시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때였다.

 "기분이 어때?"

 갑자기 등 뒤의 병실 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무 놀라서 놀란 소리도 못 냈다.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중절모 비슷한 모자를 쓴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내게 말은 건 것이었다. 그는 손에 한쪽 손에 뭔가 구 형체의 뭔가를 만지면서, 문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서 있었다.
 문 쪽은 어두워서 그 사람에 대한 자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들고 있는 구형태의 물건이 뭔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옷도 검다 보니 무슨 그 사람은 온통 검게 보였다. 

 내가 그를 본 첫 느낌은 언뜻 보기엔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그것도 아주 세련된.
 하지만 곧이어 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

 이 시간에 병실에 외부인이 들어온다고?
 도대체 병원 사람들은 뭐 하고 있는거야?

 "내일 수술이잖아. 기분이 어때?"

 그가 묻거나 말거나, 나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이 사람한테서 도망쳐서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고 도움을 요청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또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건 병원 사람들이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 이미 뭔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세요?"
 "도망이라니. 어지간히도 무서워 보이나 보네."

 남자는 손에 있던 구 형체를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전혀 딴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 딴소리는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신경 안 써도 돼. 아무 짓도 안 했어. 잠깐 대화하러 온 것뿐.” 
 
 그는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예…?"
 "긴장 할 것 없어. 해를 끼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도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긴장을 안 하라는 건지.
 그는 다시 물었다.

 "내일 수술하지?"
 "……."
 "하고 싶어?"
 "네?"

 어쩐지 말투가 온화한 것도 같다.

 "난 기회를 주러 온 거야. 네가 선택할 기회."
 "무슨…?"

 남자가 구 같은 것을 만지던 손을 멈췄다.
 
 "세상은 네가 아는 세상과 모르는 세상이 있어. 나는 지금 네가 모르던 세상을 알려주러 온 거다."
 
 이 무슨 이 세계물 같은 소리?

 "다만 이쪽으로 오게 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돌아갈 수도 없다."

 뭔가 범죄 같은 느낌이 났다.
 마치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가 덧붙였다.

 "범죄 같은 건 아니고. 물론 그런 데에 연루된 놈들도 있기는 있지만."

 이상하게도 마지막 말에 무서움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람은 내가 지금 듣고 어디다 말 할 수도 있는데, 뭘 믿고 나한테 이런 말을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갖은 의문들을 뒤로 하고 용기 내서 입을 뗐다.

 "왜…저한테 이런 말을 하시는 건가요?"
 "네 발."

 어둠 속에서 둥근 구체를 들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나의 발을 가리키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얼떨떨하게 반문했다.

 "네?"
 "그게 입장 카드나 다름없어. 우리는 남들과 다른 사람들이거든. 네 발과 같은 사람들의 세상이지."

 그 말에 뭔가 약간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다.

 "저 같이 병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건가요?"
 "병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어두워서 그의 표정이 보이진 않아서 비웃는 느낌인지 그냥 웃는 건지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쩐지 그가 웃으니 나의 긴장도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뭐, 그런 식으로도 말 할 수도 있겠네."

 그는 문에서 기대고 있다가 여전히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말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침대에 한쪽 팔과 몸을 기댔다.
 그가 가까이 오자 그의 얼굴에 있는 흉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든 구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였다. 그는 새빨갛다 못해 피 색 같이 어두운 색의 사과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건 아니고. 우린 네가 봐왔던 사람들과는 좀 다른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네가 그런 발을 가진 것처럼 그런 사람들. 우린 좀 다른 기준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야."

 난 그가 왜 나한테 왔을지를 유추해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뭘 원하는 건가요? 제가 그 세상에 가서?"
 "원하는 건 없어. 네게 새로운 세상을 소개시켜줄 뿐, 뭔가 해주길 원하는 건 아냐. 네가 새로운 세상에 간다고 해서 당장 무언가 새롭게 바뀌는 건 없어. 그냥 다시 일상생활을 하고 지내는 거지. 원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원하지 않으면 만날 필요도 없고."
 
 그 말에 난 매우 의아해졌다.

 "그럼 왜 온 거죠? 굳이…? 그쪽한테는 어떠한 이득도 없는 거 아닌가요?"
 "무언가 이득이 있어야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 이득이란 건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분명한 건 너는 지금 선택해야 될 순간이고 그 앞에 우린 기회를 주는 거야."
 "네?"
 "내일 수술 할지 말지."
 "아."

 이 사람은 수술을 말리러 온 사람인가? 뭔가 자기편이 하나라도 더 필요해서 그런 걸까?
 
 "그런데 제가 수술 한다고 해도 제가 들은걸 다른 사람한테 말하고 다니거나 그럴 수도 있잖아요. 지금 당장 소리 질러서 병원 사람들을 부를 수도 있고."
 
 그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그가 문쪽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지금 이상하다고 못 느끼나?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네?"

 그러고 보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아무리 병원이 조용하다고 해도 이 병원은 규모가 커서 한밤중에도 시끌시끌하게 소리가 나는데, 지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지금 대화는 너와 나 밖에 몰라. 네가 수술한다고 결정하면 지금 이 순간은 사라지고 넌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이 무슨 마법 같은 소리?
 그는 이상한 소리를 너무나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만약 안 한다 해도 이미 싸인 다 했는데요. 이미 늦었어요."
 "아니. 아직 안 늦었어. 내일 아침에 수술하기 싫다고 말 한 마디만 해도 모든 게 바뀔 거다." 
 
 참 신기하게도, 오늘 처음 만난 이 남자의 말에 점점 뭔가 아리송해져가면서 동시에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기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
 "믿기지 않겠지?"
 "…네. 너무…갑작스럽기도 하고……."
 "시간을 좀 줄까?"

 남자는 어느새 내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내일 아침에 부모님이 오셨을 때 그 대답을 기준으로 답하면 돼. 그걸 네 의사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네?"

 그는 어느새 내 눈앞에 바짝 붙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사과의 향을 음미하듯 한 번 맡더니 그대로 떨궜다. 덕분에 내 품 안으로 그 사과가 떨어졌다.

 "네 거야. 처음부터."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널 위험하게 할 짓은 안 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어느 쪽이든 네 마음이니까."

 남자는 그 말을 하며 손으로 나의 머리를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슥슥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서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창문틀에 앉았다. 그리고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붉은 종교 표식과 고층빌딩, 낮은 층의 야경을 뒤로하고 그가 웃고 있었다.
 눈도 가렸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보이는 양 행동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럼 이만."

 남자는 그 말을 남기더니 뒤로 떨어지듯 밤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순간,
 갑자기 모든 소리가 돌아왔다. 마치 온 세상이 멈췄다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이 되었다. 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서인지 몹시 피곤했다.
 새벽에 종종 간호사분들이 내 상태를 체크하러 왔지만, 난 계속 깨어있었다. 간호사분들이 웬만하면 조금이라도 푹 잘 것을 권유했지만, 난 눈을 감아도 계속 잠이 오지 않았다. 조금만 지나면 다시 눈이 떠지곤 했다.

 수술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아니면 눈을 가린 그 남자와의 대화 때문인지 모를 일이었다.

 엄마는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왔다. 
 아무래도 수술 전에 뭔가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온 모양이었다.

 "잘 잤니? 곧 수술이네."
 
 엄마는 분주하게 내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잠 좀 잔거 맞아? 피곤해 보이는데. 준비 다 됐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왠지 이 질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요."
 "응?"

 엄마는 내 대답에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준비 안 된 것 같아."
 "어?"
 "엄마. 나 수술하기 싫어."
 "뭐?"
 "수술 안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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