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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소문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소문

SooyangLim 2022. 6. 23. 19:03

 어느 날 저녁, 고양이는 또 영역 확장이라는 명목 아래 가출을 했다. 

 "애오오오오옹"
 "웨오오오오오오옹"
 "애오옹!"
 "웨엑옹!"

 밀 메이커의 집 근처에서 초저녁부터 길 고양이들이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최근에 이 동네 대장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진 이후로 영역 다툼이 심화된 것 같았다.

 "대장 고양이는 어디 갔냐옹?"

 고양이는 숨어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가냘픈 삼색 암컷 고양이에게 다가가 같이 숨으며 물었다.

 "모르겠다옹.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졌다옹. 대장 고양이 말고도 몇몇 고양이들이 사라졌다옹."

 고양이는 동네 고양이들이 사라진 원인이, 며칠 전 매혹적인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주려했던 이의 소행이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그 일과 관련성을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의아해했다.

 "이상한 일도 다 있다옹. 누가 잡아간 건 아닐까옹?"
 "그럴지도 모른다옹. 요즘 이 동네에 이상한 이가 이사 온 건 아냐옹? 저기 파란 지붕집이다옹."

 삼색 고양이가 말했다. 
 그 말에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이상한 이?"
 "들리는 소문이 흉흉하다옹."
 "무슨 소문이냐옹?"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옹. 나는 어쩌면 그 막대기로 고양이들을 해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고 있다옹."

 삼색 고양이가 심각한 얼굴로 추측을 하며 말했다.
 그 말에 고양이가 납득이 안된다는 듯 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막대기가 보이면 미리 피하면 되는 거 아니냐옹? 처음부터 다가가지 않는다던가…?"
 "막대기만 문제가 아니라옹."

 삼색 고양이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

 "다른 고양이들도 하는 이야기인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옹. 보통 인간이나 생명체 같지가 않다고 다들 말했다옹. 그리고 그 막대기 말고도 이사할 때 수상한 물건들이 많았다고 들었다옹."
 "수상한 물건…?"

 고양이는 수상한 물건이라는 소리에 눈을 반짝였다. 

 "뭔가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난다옹."

 그 때 싸우고 있던 고양이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다가오며 말했다.

 "뭐가 재밌을 것 같냐옹? 여기 모여서 뭐 하냐옹?"

 그 고양이는 아마 방금 새로운 대장 고양이가 된 모양이었다. 방금 싸움의 여파로 얼굴에 상처가 크게 나있었다. 

 삼색 고양이는 귀를 눕히며 몸을 잔뜩 웅크리더니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고양이도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어필하며 재빨리 도망갔다.
 
 "휴. 큰 일 날 뻔 했다옹."

 고양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어?"

 고양이는 집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고양이는 집 거실에서 교복을 입은 이와 밀 메이커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

 교복은 입은 이는 염색한 듯한 밝은 갈색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머리 뿌리 쪽에는 어쩐지 고양이가 며칠 전 매혹적인 향을 내는 음식을 들고 있던 남자 같은 특이하고 투명감 있는 흰머리가 보이는 듯했다.

 교복을 입은 이는 밀 메이커에게 요즘 시대에는 거의 쓰지 않을 것 같은 회중시계를 건넸다.

 "그 학생 친구로 있다고 했던가?"

 밀 메이커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 친구라는 교복을 입은 이가 말했다.

 "응. 전에 고양이 잡을 때 봤지? 내가 문자 보내서 도와달라고 했었어."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고양이는 괜히 벽 뒤에 숨어서 몰래 듣게 됐다.
 밀 메이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억 나. 나한테 괜찮냐고 물은 학생이지?"
 "응."
 "근데, 어떻게 했는데?"

 밀 메이커가 물었다.
 학생 친구가 담담하게 말했다.

 "병실에 시계를 놔뒀었지. 수술 전 날에."
 "수술? 병실에?"
 "응. 까먹은 척 놔두고… 아, 처음부터 얘기 할까?"

 고양이는 귀를 쫑긋세웠다.




* * *

 몇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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