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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마트

SooyangLim 2022. 6. 9. 19:01

 "같이 가자옹."

 마트에 장보러 가는 밀 메이커를 따라나서며 고양이가 말했다.

 "안 돼."

 밀 메이커가 단칼에 거절했다. 밀 메이커는 얼마 전에 고양이를 노린다는 메세지를 받은 사실을 상기했다.

 "나도 갈 거다옹."
 "안 돼."
 "왜 안되냐옹?"
 "…마트에 고양이는 들어갈 수 없어."

 밀 메이커는 괜히 둘러대며 말렸다. 

 "그건 상관없지 않냐옹? 고양이 모습만 아니면 되지않냐옹."

 역시 핑계가 먹힐 리가 없었다.

 "나도 갈 거다옹."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에 쏙 들어갔다.

 "……."

 밀 메이커는 말 없이 고양이를 들어서 장바구니 밖으로 빼냈다.

 "나도 갈 거다옹!"

 고양이가 화를 내며 다시 장바구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밀 메이커는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데리고 마트로 갔다.

 마트 근처에 도착하자 밀 메이커가 말했다.

 "얌전히 있어야 돼."

 라고 말하기 무섭게 고양이는 입에 뭔가를 물고 장바구니 밖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뛰어내린 고양이는 더 이상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서오세요~" 

 대형마트 점원이 문간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밀 메이커가 쇼핑 카트를 끌며 마트 안으로 들어섰다.

 "어!?"

 마트 안에서 다시 고양이가 된 모습에 마트 직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두, 둔갑 고양이!?"

 마트 직원이 자신을 눈을 믿을 수 없는 듯 눈을 깜박이며 중얼거렸다.
 밀 메이커가 고양이에게 말했다. 

 "마트 안에 고양이가 들어가면 안 된다니까."

 밀 메이커의 말에 고양이가 카트 안으로 점프해서 들어갔다. 그리고는 카트 바구니 안에 놔둔 장바구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더니 고양이가 고기를 진열해 놓은 곳을 보며 말했다.

 "어! 저기 맛있는게 있다옹!"

 1++등급 한우가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 눈꽃이 내린 것 같은 마블링이 아주 예술이었다. 물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만큼 가격은 어마무시했다.

 가격을 본 밀메이커는 말없이 옆에 있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고기를 집어 들었다.

 "저거 먹자옹! 왜 이거 사냐옹?!"

 고양이가 항의했다.
 밀 메이커는 대답 없이 조용히 카트를 밀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때 또 고양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 보였다. 고양이가 소리쳤다.

 "저거 사달라옹!"

 이번에는 갓 잡은 생선을 회쳐서 파는 곳이었다.

 "저기 참치회도 판다옹! 맛있어보인다옹!"

 고양이가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붉은 빛깔의 참치회를 보며 적극 주장을 했다.
 밀 메이커는 이번에도 가격표를 한번 보고는 조용히 카트를 밀었다.

 "아, 왜 안 사냐옹!"
 
 고양이가 카트가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참치회에서 눈을 못 떼고 아쉬워하며 중얼거렸다.

 "참치……."
 "멸치."

 밀 메이커가 건어물 코너에서 멸치 한 봉지를 집어 들어 카트 안에 떨구며 말했다.
 
 "아니, 왜 이런 것만 사냐옹!" 

 고양이가 심통나서 말했다. 영 실망한 눈치였다.
 밀 메이커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란도 한 팩 집어 들어 넣으며 말했다.

 "계란 한 팩 더 살까?"  
 "흥. 맘대로 하라옹."

 고양이가 삐져서 말했다. 밀 메이커는 고양이가 먹는 캔을 우르르 카트에 넣었다.



 그 와중에 캔 하나가 고양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조심하라옹!"



 "…찾았다."

 마트 안에서 투닥거리던 밀 메이커와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이가 입가에 환희에 찬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집에 온 고양이는 사고 싶은 것을 하나도 못 사서 삐져있었다.

 "맛있는 걸 하나도 안 사다니! 참치랑 한우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안 먹을 거다옹!"

 고양이가 단단히 결심하며 중얼거렸다.

 그때 고양이의 코를 찌르는 맛있는 냄새가 주방에서부터 풍겨오기 시작했다. 아직 삐져있는 고양이는 괜히 그 냄새를 거부하려고 고개를 돌려 피했다. 하지만 냄새를 피한다 한들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잠시후, 고양이는 침을 줄줄 흘리며 밥이 다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까지 나는 듯했다.

 "밥 먹자."

 밀 메이커가 밥을 가져오자 고양이는 어느새 삐진 마음 따위 온데간데 없었다. 아까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맛있는 밥을 먹으니 고양이는 온몸이 행복으로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고양이가 밥 먹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밀 메이커가 말했다. 
 
 "고기랑 참치는 다음에 사 줄게."

 고양이가 그 말에 입안에 한가득 밥을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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