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2부. 납치범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납치범

SooyangLim 2022. 6. 16. 19:02

 여느 때와 같이 집 밖으로 나온 고양이가 맛있는 냄새와 매혹적인 냄새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원룸 건물이 가득 들어선 곳, 그 건물들 중 한 건물의 모퉁이 너머, 필로티 건물의 주차장의 cctv 사각지대에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뭐지?'

 냄새가 나는 곳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신비하고 투명감 있는 흰색의 머리 색을 가리려는 듯 캡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안 보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점퍼와 바지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너무나 수상하고 이제껏 보지 못한 낯선 이였다. 그런데, 어쩐지 고양이는 왠지 그를 잘 알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는 그의 수상한 행색에 멈칫 했지만, 너무나 좋은 냄새가 고양이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 냄새와 캣닙, 그리고 또 다른 알 수 없는 매혹적인 냄새가 섞여서 코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고양이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매혹적인 향기가 흘러나오는 밥그릇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안녕?"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냐옹?"

 고양이는 경계를 했다.
 그가 말했다.
 
 "그냥. 밥 주려고. 다른 고양이들은 다들 먹고 갔어."
 "…요즘 신기하고 예외적인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옹."

 고양이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이가 또 나타나자 놀란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다도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마당에,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이가 또 나타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보다, 고양이는 지금 저 매혹적인 냄새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슬쩍 한 번 물었다.

 "뭐 이상한 거 넣은 건 아니겠지옹?"
 "그럴리가. 다른 고양이들도 다 먹었어."

 고양이는 그의 말에 경계를 하면서도 안심하고 주춤주춤 다가갔다.

 고양이가 크게 한 입 먹으려는 순간, 갑자기 고양이의 몸이 붕 떴다.

 "그럼 그 고양이들은 어딨는데?"

 고양이가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린 이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밀 메이커였다.

 "오랜만이야."

 그가 인사를 했지만 밀 메이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양이가 버둥거리는 것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계속 말을 붙였다.

 "고생이 많았겠어."
 "……."
 "온전치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밀 메이커는 그의 말에 대꾸 없이 돌아섰다. 

 "이거 놓으라옹!"

 고양이가 찡얼거렸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밀 메이커는 말 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잘 가. 조만간, 아니… '곧' 또 봐."

 밀 메이커의 뒷모습에 대고 그가 말했다. 
 그의 말에 밀 메이커가 잠시 멈칫했다. 밀 메이커는 자신의 어깨너머로 그를 잠시 바라봤다가 다시 걸음을 뗐다.

 멀어져가는 밀 메이커와 고양이를 바라보던 그가 중얼거렸다.

 "찾았으니 이제 이건 필요 없겠군."
 
 그렇게 말하고는 고양이가 이끌렸던 음식이 가득 든 밥그릇 채로 발로 밟아 부숴버렸다. 

 그런데,
 그가 밟은 자리에 짓뭉게진 음식과 부서진 그릇이 있어야 하지만,

 그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다.

 "아참."

 그가 걸음을 떼려다가 뒤돌아섰다. 그는 어느새 주차장 뒤의 담벼락 위로 올라섰다. 그 담벼락 뒤 편 아래에는, 방금 그가 밟아버린 밥그릇에 담긴 음식 냄새에 이끌린 동네 고양이 몇 마리가 잠든 듯 축 늘어진 채 쌓여있었다.

 그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손을 뻗었다. 그가 손을 한 번 휘젓는 순간, 고양이들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그의 눈빛이 뒤도는 순간 그곳엔,
 아무 것도, 아무 일도, 아무도 없었다.

 

 집에 온 고양이는 방금 일로 단단히 삐져있었다. 고양이는 방 모퉁이 구석에 숨어들듯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너무하다옹.'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자신을 방해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고양이는 무언가를 입에 물고는 천천히 고양이가 아닌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석에서 우울한 기운을 풍기며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맛있는 거 안 주면 절대 용서 안 할 거라옹."

 고양이가 중얼거렸다.
 그 때, 밀 메이커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 먹자."

 고양이가 부루퉁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밥그릇에는 전에 고양이가 먹고 싶어 했던 한우 1++ 등급이 놓여있었다.
 고양이는 함박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잘 먹겠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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