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밖을 돌아다니고 온 고양이는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밖에서 감기 같은 것을 옮아 온 모양이었다. 늦은 밤이 되자 고양이는 더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
"……."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밀 메이커는 인터넷에 '고양이가 감기 걸렸을 때'를 검색했다. 잠시 후 밀 메이커는 고양이를 치료할 약을 구하러 집 밖으로 나섰다.
밀 메이커는 한 건물로 들어섰다. 밀 메이커가 늦은 시간까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의 문을 열었다.
단발 머리에 여자처럼 보이고, 눈을 알아볼 수 없게 하는 안경을 끼고 실험복 가운을 입은 이가 매대 뒤에 서있었다.
"어서 오세…아."
방금 들어 온 손님에게 인사하려다가 밀 메이커를 알아보고 말을 멈췄다.
"고양이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 미로."
밀 메이커가 친근하게 현재의 이름인 안다미로를 줄여 부르며 용건을 말했다.
"감기?"
안다미로는 수상하게 이죽이죽 웃으며 해골바가지가 그려진 수상한 약을 꺼내 내밀었다.
팍
그 순간 밀 메이커가 칼을 매대 위에 던져 꽂았다.
"장난이야."
안다미로가 킥킥 거리며 말했다.
"전에 광대놈한테 준 약은 뭐야?"
밀 메이커가 물었다. 얼마 전에 고양이가 밀 메이커를 미행해서 학교에 따라 들어왔을 때 고양이를 한방에 잠재웠던 약에 대해 물었다.
"그건 그냥 범용적으로 쓰는 신경 안정제야. 그리고 이제는 걔, 광대 아니니까 지금 쓰는 이름으로 불러 주는 게 좋을 걸."
안다미로가 감기약을 찾으며 말했다.
"지금 이름으로 부르면 이목 끌려서 그냥 그렇게 부르라던데."
"아 그랬어?"
안다미로는 약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5000원. 밥 먹기 전에 먹으면 돼."
"5000원?"
밀 메이커는 안다미로에게 약 값을 내밀었다.
안다미로가 문 밖을 나서는 밀 메이커에게 해골이 그려진 약을 흔들며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 약에 관심 있으면 또 찾아줘."
그 말에 밀 메이커가 주변에 박쥐를 날릴 것 같은 흉흉한 기운을 내뿜었다.
안다미로는 그렇게 밀 메이커에게 장난 치는 게 재밌는지 킥킥 거리며 배웅했다.
밀 메이커는 집에 도착해서 고양이 앞에 약을 내려놨다.
"약 먹자."
"약?"
고양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감기약을 바라봤다.
밀 메이커는 아픈 고양이가 먹을 특식을 준비하러 갔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가지고 와 보니 고양이는 이불을 둘둘 말고 약을 경계하면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
밀 메이커는 먹지는 않고 약만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밀 메이커는 결국 고양이가 도망 못 가게 이불로 꽁꽁 싸매고 약을 입에 넣어줬다.
"싫다오오오옹!!!"
고양이가 큰 소리를 내며 찡얼거렸다.
"밥 먹자."
약을 억지로 먹여서 삐진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만들어 놓은 특식에도 외면했다.
"나 안 먹는다옹."
고양이는 괜히 소리쳤다.
"나 안 먹는다고 했다옹."
밀 메이커는 고양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밥을 눈앞에 내려놨다.
"설거지 하러 갈게."
그렇게 말하고 밀 메이커는 방 밖으로 나갔다.
30분 쯤 뒤, 밀 메이커가 돌아와 보니 고양이는 밥을 다 먹은 상태였다.
"내가 먹은 거 아니다옹!"
고양이가 입가에 음식 부스러기를 묻힌 채로 괜히 소리쳤다.
"진짜 내가 먹은 거 아니다옹!"
밀 메이커는 말 없이 그릇을 들고 설거지를 하러 나갔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퍼지고 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올 무렵. 고양이는 하룻밤만에 완전히 나아서 이불을 내팽개치고 마당으로 놀러 나갔다.
"다 나았나보네."
놀러나간 고양이를 보던 밀 메이커가 중얼거렸다. 밀 메이커는 아침밥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돌아오며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마당에서 불만스럽게 파바박 흙바닥을 파던 고양이가 중얼거렸다.
"…좀 더 신경 써주면 좋을 텐데옹. 쓴 약 싫은데 강제로 먹이고 너무하다옹!"
툴툴거리던 고양이는 풀꽃 위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발견하고 나비를 쫓으며 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