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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목욕

SooyangLim 2022. 5. 26. 19:01

 화창한 어느 날, 밀 메이커가 먼지떨이를 들고 다니며 집 안 곳곳의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청소하는 날인 듯했다. 먼지를 다 턴 밀메이커는 시끄러운 진공청소기를 꺼내서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캬옹!"

 고양이는 깜짝 놀라 꼬리를 부풀리며 청소기의 시끄러운 소리를 피해 도망갔다. 그러다가 밀메이커가 청소를 위해 바닥에 내려놓은 이상하게 생긴 잉크통에 부딪혔다. 
 덕분에 특이한 그 잉크통이 엎질러졌다. 어둡고 푸른 계열의 색들 속에 반짝이는 별빛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잉크가 바닥에 쏟아졌다. 잉크가 엎질러지면서 고양이의 털과 바닥에 잉크가 잔뜩 묻었다.

 "……."

 밀 메이커가 청소기를 끄고 망연하게 그 광경을 바라봤다.

 밀 메이커가 낙담한 사이 고양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포근한 이불 위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그루밍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저 시끄러운 진공청소기를 피해 있는 게 최우선 목적인 듯했다. 고양이는 거기서 그대로 잠을 청했다. 때문에 이불에도 잉크 자국이 스며들었다.
 
 잠시 후, 밀 메이커가 고양이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왔다. 밀 메이커는 잉크통을 들고 바닥에 있는 잉크를 주워 담으며 점점 고양이에게로 다가왔다.

 고양이는 그런 밀 메이커를 흘낏 봤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잠들어 버렸다.

 밀 메이커는 바닥에 있는 잉크를 다 담고 나서는, 잉크가 묻은 다른 이불들을 둘둘 말았다. 그리고는 고양이가 잠들어 있는 이불까지 고양이와 함께 김밥 마냥 둘둘 말았다.
 그렇게 밀 메이커는 김밥 마냥 말려있는 고양이와 이불들을 모두 안고 세탁기 앞으로 걸어갔다. 밀 메이커는 고양이가 들어 있는 이불을 빼고는 모두 세탁기에 넣었다.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자신을 데리고 옮겨다니는 데도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고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폭신한 이불 안이라, 그러는 것을 알아도 신경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밀메이커는 이제 고양이가 들어 있는 이불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때까지도 고양이는 잘 자고 있었다.



 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양이 귀가 움직였다.

휘리릭

 밀 메이커가 갑자기 돌돌 말려 있던 이불을 들어서 그대로 펼쳐 버렸다.

풍덩

 덕분에 고양이는 그대로 그 아래 있던 욕조 안으로 빠져버렸다.

 "끼야옹?!"

 샤워기 소리가 안 나서 방심하고 있던 고양이는 기겁했다. 비록 매우 얕은 물이지만 고양이는 깜짝 놀라 맹렬하게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물 안에 무향인 샴푸를 미리 짜놨던 건지 움직일수록 거품만 날 뿐 나갈 수가 없었다. 그저 미끈거리는 욕조에 발톱 자국만 날 뿐이었다.



 그 사이 밀 메이커는 고양이 발톱에 다치지 않을 두꺼운 장갑을 꼈다.

 "애오오오옹! 애오옹~ 애오오오옹!"

 고양이는 아이 울음 소리 같은 소리를 냈다. 밀 메이커는 빠르게 거품을 내서 고양이 털에 묻은 잉크를 지우기 시작했다.

슈르르륵

 밀 메이커가 욕조 마개를 빼고는 물을 다 빼버리고는 옆에 받아놨던 물을 고양이에게 끼얹었다.

 "애오오오옹!"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샤워기를 틀어서 깨끗이 헹구어냈다. 밀 메이커는 이제 깨끗해진 고양이의 털에서 물기를 짜냈다.

 "이제 말리자."

 그렇게 말하고 밀 메이커는 고양이를 수건으로 둘둘 감아서 밖에 내려놨다.

 고양이는 수건 위에서 체념한 듯 눈을 감고 가만히 식빵 자세를 했다.

띠링

 그때 옆에 있던 식탁 위에서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식탁 위에 있는 밀 메이커의 휴대폰을 바라봤다.

「로봇 고장나서 시간 걸린다고 함 시계 주러 갈 테니 대신 전달 부탁」

 그 메세지를 본 고양이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이게 무슨 말이지?'

위잉

 그 때 밀 메이커가 어느새 다가와서 드라이기를 고양이를 향해 틀었다. 

 "휴대폰에 메세지 왔다옹."

 하지만 고양이의 말소리는 드라이기 소리에 묻혀버렸다.
 고양이는 따뜻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고양이는 털이 점점 뽀송해지는 것을 느끼며 잠들어 버렸다. 
 고양이의 털이 다 마르자 밀 메이커는 드라이기를 껐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띠링

 다시 한 번 밀 메이커의 휴대폰이 울렸다.
 밀 메이커의 목소리가 확 어두워졌다.

 "…젠장."

 밀 메이커가 중얼거렸다. 그 메세지는 안다미로에게서 온 메세지였다.

「고양이 찾는 중 근처에 있음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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