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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1부 17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17화

SooyangLim 2022. 5. 30. 19:02



 "뭐해!?"

 부아인이 기겁하며 진우를 끌어당겨 피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피하느라 바닥에 나뒹굴었다.

콰과과과광

 로봇의 팔이 진우를 못 맞히고, 공사판에 쌓아 둔 철근 더미를 맞췄다. 덕분에 철근들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흩어졌다. 그리고 로봇은 방금 전의 공격 때문에 몸체가 살짝 휘청거렸다.

 그 와중에 진우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싸우려고 했다.

 "미쳤냐!?"

 부아인은 다시 진우에게 소리치며 잡아당겼다.

 "튀어야지, 뭐해!?"

 하지만 진우는 다시 그 로봇을 상대하려 했다.

위이잉-

 로봇이 다시 자세가 안정되자, 카메라를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야!"

 부아인이 다시 진우를 잡아당겼다.



 "뭘 덤빌 생각을 하고 있어!? " 
 
 부아인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진우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다시 진우는 로봇 팔을 피했다. 그리고 로봇 팔은 건축 중인 원룸 건물의 벽면에 꽂혔다.

 진우가 갑자기 부아인을 돌아보더니 물었다.

 "너 왜 날 돕는 거야?"
 "뭔 소리야?"
 "너 나 싫어하잖아."
 "뭔 개소리야! 안 싫어한다니까!"

 부아인이 버럭 소리를 치는데 이번에는 로봇이 팔을 번쩍 들어 진우를 향해 내려치려 했다.

 "으아악!"

 부아인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콰-앙!

 "으으…으…으?"

 굉음을 듣고 덜덜 떨며 웅크리고 있던 부아인은 갑자기 조용해지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있었다. 진우가 로봇 팔을 잡고 자신을 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부아인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 뭐야…?"

 진우는 부아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진짜 나 안 싫어해? 그럼 지금까지 왜 그런 건데?" 

위잉-

 다시 로봇의 카메라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다른 쪽 팔을 쳐들었다.

 "피해!"



 부아인이 소리치자마자 로봇이 팔을 휘둘렀다.

 "이런."

 진우는 그 로봇 팔을 피하면서, 잡고 있던 로봇 팔을 힘을 줘서 확 밀었다. 그러자 로봇이 그대로 붕 뜨더니,

쾅!

 그대로 몇 미터 뒤에 떨어졌다.

위잉
위잉
철컥 철컥
위잉

 로봇이 누운 채로 공중에서 팔다리를 휘저었다. 그 모습을 본 부아인의 입이 떡 벌어졌다. 
 로봇이 휘적거리면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모습을 보고 진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근데 저거 진짜 뭐지? 생각보다 너무 허접한데…?"
 "아니, 넌 진짜 뭐야…?"

 부아인이 갑자기 마주한 비현실적 상황에 얼 빠진 표정으로 진우에게 물었다.

끼익
드르륵

 로봇 몸체의 중간 부분의 붉고 동그란 창문 같은 부분이 열리더니 갑자기 총기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진우가 말했다.

 "헐. 야, 우리 ㅈ된 거 같아."
 "처음부터 그랬거든!"

 부아인이 그 모습을 보고는 기겁하며 말했다.

부웅-

 무언가 에너지를 모으는 듯한 불길한 소리와 함께 진우와 부아인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이런. 되려나?"

 진우가 주현이 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총구 같이 생긴 것의 앞부분이 붉은 빛을 내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튀어!!!"

 부아인이 소리쳤다. 



 진우는 도망가려는 부아인을 붙잡더니,



 위로 도약했다.

 "어?"

 부아인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발 밑에 로봇이 붉은 레이저 광선을 쏘는 모습이 보이고, 공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만인의 연예인이고 아이돌이자 자신의 우상이고 자신의 아이돌인 주현이 했던 것처럼, 진우는 점프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건물 위로 착지했다.

 "어어."



 하지만 진우는 건물 옥상에서 휘청 거리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덕분에 부아인도 같이 옥상 바닥에 같이 넘어졌다.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진우는 아직 착지가 미흡했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진우는 급히 전에 따로 받은 통신기기와 휴대폰을 꺼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위치 정보와 로봇에 대한 내용을 연락해서 알렸다. 

 "와, 진짜 개무섭네."

 그러고는 진우는 한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 와중에 혹시나 해서 로봇 쪽을 보고 있던 부아인이 기겁하며 말했다.

 "어어? 쟤 우리 노리는데?"
 "뭐?"
 "이쪽으로 와!"
 "아이씨! 나 아직 싸울 줄 모르는데!"

 진우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다시 부아인을 잡고는 뛰었다. 그리고 전에 했던 것처럼, 그리고 주현이 그랬던 것처럼, 건물 위를 펄쩍펄쩍 뛰어서 넘나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숙한 데다 다른 이를 데리고 가는 건 여전히 어려워서인지 착지할 때마다 넘어지거나 휘청거렸다.

 그렇게 도망다니는데, 

 "토, 토할 것 같아……."

 부아인이 입을 막으며 말했다.

 "아. 괜찮아? 잠시만. 일단 멈춰야겠어."

 진우는 부아인이 토할 것 같이 얼굴색이 변하자 바로 멈췄다. 일단은 그 로봇과는 좀 떨어진 곳으로 왔으므로 시간은 잠깐 벌 수 있었다. 

 "이렇게 도망만 다니다가는 끝이 없겠어."

 진우가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가 공사 중인 건물 옥상에 쇠파이프를 쌓아둔 것을 발견하고는 집어 들었다. 

 "…뭐, 뭐해?"
 
 부아인이 주저 앉아서 속을 좀 안정시키다가, 그런 진우의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그때 로봇이 쿵쿵 소리를 내며 진우와 부아인이 있는 건물로 뛰어오는 게 보였다.

 "얍!"

 진우는 그 파이프를 던졌다.

콰직

 로봇 팔의 관절에 파이프가 그대로 명중해서 구겨지듯 뜯겨나갔다. 그리고, 그 충격 여파로 뒤로 그대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 진우는 아쉬워 하며 말했다.

 "아, 몸통 맞추려 했는데."

 부아인은 쩐다라고 얘기하려다가 진우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 때, 로봇의 붉은 부분이 다시 열리더니 그들을 조준했다.

 "으악!"

 진우는 황급히 부아인을 붙잡고 건물 벽 아래로 몸을 숙였다.



 분명 빛 같은 걸 쐈는데, 퍽 하는 소리를 내며 건물의 외벽을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미친."

 그 모습을 본 부아인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우리 맞았으면 통구이됐겠는데?"

 진우가 그렇게 말하더니, 그 붉은 빛에 맞지 않기 위해 포복을 해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또 다른 쇠 파이프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사이에 로봇은 다시 일어나서 진우와 부아인을 쫓아오려 했다.
 물론, 진우도 그 시간 동안 로봇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재도전!"

 그렇게 소리치며 진우가 다시 파이프를 던졌다.

콰직

 이번에는 다른 쪽 팔을 맞췄다.
 그 모습을 본 부아인이 물었다.

 "…잘못 맞춘 거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맞아."

 진우가 솔찍하게 말했다. 로봇이 버둥거리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부아인이 진우에게 말했다.

 "우리가 벽 밑에 숨어있으면 공격을 안 하네?"
 "…그런가?"
 "저 검은 거 맞춰 봐."

 부아인이 로봇의 몸통 중간의 붉은 부분 위에 있는 검은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내 생각엔 저 안에 들어있는 카메라가 열감지 카메라 같아."
 "열감지 카메라?"

 그렇게 말하며 진우가 다시 또 파이프를 던졌다.

콰직

 이번에는 로봇의 다리를 맞췄다.

 "일단 우리 쫓아오진 못하겠네."

 진우가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로봇은 한쪽 다리로 뛰며 다가왔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많이 느려졌다는 것 정도지만. 
 하지만 진우는 실망하지 않고 다시 또 파이프를 던졌다.



 "예에에에!!!!"

 진우가 기쁨의 포효를 했다. 그리고 부아인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번에는 진우가 던진 파이프가 확실히 로봇의 검은 부분에 명중을 했다. 그야말로 제대로 관통했다. 

끼릭끼릭

 그러자 붉은 부분에서 나온 총 같은 것이 목표물을 찾아서 정신없이 돌기 시작했다.

핑-
핑-
핑-

 그러더니 갑자기 아무 데나 쏘기 시작했다.

 "으악! 저거 뭐야!?"

 부아인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부아인은 머리를 감싸 쥐고 건물 벽 쪽에 바짝 붙어 숨었다.

 "네 말이 맞나 봐! 저거 부수고나니까 폭주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진우는 날아오는 붉은 빛을 요리조리 피했다.

 "조심해!"

 그 모습을 본 부아인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진우는 다급히 남은 쇠파이프를 두 개를 집어 들고 다시 벽 뒤로 숨었다. 
 
 "으으."

 부아인은 덜덜 떨고 있었다. 

 "괜찮냐?"

 진우가 물었다.
 부아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가득 서려있었다.

 "아니이……."
 "아, 미리 미안."
 
 진우가 그렇게 말하고는 부아인을 붙잡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피했다. 이번에 이동한 곳은 아직 많이 공사가 덜 된 꽤나 높은 건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의 철근과 바닥이 뻥뻥 뚫린 쇠 구조물 위에 서있었다.

 "아까 우리가 있던 곳 위주로 공격하는 것 같아서."
 "으으……."
 
 부아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윙-

 그 때 로봇이 잠깐 멈췄다. 에너지를 모으는 중이거나, 아니면 과열돼서 식히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멈췄네. 근데 저거 약간 움직임도 둔해진 것 같아."

 진우의 말에 부아인을 얼굴을 가리고 덜덜 떨며 말했다.

 "아마 네가 맞춘 게 카메라 센서이지 않을까? 당황해서 막 쏘는 것 같던데."

 부아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떼고 주변을 봤다가,

 "으아아"

 라고 말하고는 다시 얼굴을 가렸다.

 "왜, 왜?"

 진우가 그런 부아인의 모습에 당황하며 물었다.
 부아인이 기겁하며 말했다. 

 "너무 높아! 그리고 바닥이……. 철근 뿐이잖아!"
 "높은 거 무서워 하냐?"
 
 진우의 질문에 부아인은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사과를 하며 말했다.

 "미안. 근데 높은 데 있어야 잘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으으……."
 "너무 무서워 안 해도 돼. 내가 잡고 있으니까 괜찮아."

 진우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부아인을 안심시키려 하며 말했다. 다행히도 그 말은 효과가 있었는지, 부아인의 몸의 떨림이 좀 약해졌다. 
 문득 진우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근데 너는 키도 큰 데 왜 높은 걸 무서워하냐? 겁이 많은 거야, 뭐야?"
 "키가 커도 5m가 넘지는 않잖아! 그리고 내가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네가 겁이 없는 거야. 어떻게 이걸 안 무서워해!? 게다가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저 이상한 로봇이 우릴 쫓고 있는데!?"
 
 부아인의 말에 진우가 대꾸했다.

 "아, 그건 나도 무섭지. 근데 예전에 죽을 뻔 해보기도 했고, 저거랑 관련된 거를 대충은 아니까 덜 무서운 것뿐이야. 그리고 예전에 더 높은 데서 떨어져 봤는데 안 죽었거든."
 
 그렇게 말하더니 진우는 다시 한 번 펄쩍 뛰었다.

 "으아아아"

 부아인이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감각에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자, 잠깐! 나 무섭다고!"

 부아인은 진우의 손이 자신의 몸에서 떨어지자 진우를 붙잡고 다시 덜덜 떨기 시작했다. 진우는 떨고 있는 부아인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여긴 그냥 옥상이야. 발밑은 안전해."

 그 말에 부아인은 눈을 가린 손과 진우를 붙잡고 있는 손을 살며시 내렸다.

 "…하."

 부아인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우는 전에 받은 통신기기를 꺼내 귀에 꽂고 연락을 시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는 통신을 하며 중얼거렸다.

 "…시간 끌라고요? 힘들 것 같아요. 지금도 너무 벅찬데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가만히 듣고 있더니,

 "…하. 네. 네. 네네. 일단은 알겠어요. 하는 데까지는 해볼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진우가 통신을 껐다. 그 모습을 보고 듣고 있던 부아인이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경찰이야? 신고 한 거지? 온 데? 우리 보고 시간 끌라고 했어?"
 "경찰……. 음……. 대충은. 처리할 수 있으면 처리하고, 안 되면 시간 끌고."
 "뭐? 저걸 상대로?"

 부아인이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진우는 로봇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시간 끌 수 있으려나? 저걸 멈추게 하면 좋을 텐데. 어떡하지?"

로봇은 이제 다시 진우와 부아인을 찾는 듯했다. 로봇은 다시 이곳저곳에 붉은 광선을 쏘고 있었다.

 "…내 생각엔,"

 그런 로봇의 모습을 관찰하던 부아인이 말했다.

 "저 붉은 색 레이저 같은 거 쏘는 거 안쪽에 핵이 있는 것 같아."
 "핵? 뉴클리어?"
 "아니. 코어."
 "아."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길 맞추면 되겠다."

 진우가 말했다. 부아인은 마구잡이고 날아오는 붉은 광선들을 피해 몸을 숨기며 말했다.

 "될까? 핵이면 가장 보호가 잘 되어 있을 텐데."
 "…같은 자리 두 번 맞추면?"

 진우의 말에 부아인이 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도는 해볼만 한 것 같다. 근데 너 에임 구리잖아."
 "…여러 번 도전해 보면 되지."

 그러고 진우는 부아인에게 말했다.

 "너 여기서 움직이지 마."
 "뭐? 뭐하게?"

 진우는 그대로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미친, 야!"

 부아인은 그런 진우의 모습에 기겁했다. 진우는 부아인에게 손으로 괜찮다는 오케이 사인을 보여주고는, 공사장에 굴러다니는 철근과 쇠파이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야야! 이쪽으로 온다!"
 "뭐? 갑자기?"
 "좀 전에 니가 뛰어내리는 바람에 들켰어!"

 부아인이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 어차피 잘 됐어."

 진우는 그렇게 말하더니 로봇을 향해 원거리로 파이프를 던졌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던 탓에 영 엉뚱한 데 파이프를 던졌다.

 "젠장."

 진우는 쇠 파이프를 몇 개 들고 로봇과 더 가까운 다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조심 해!"

 부아인이 진우에게 소리쳤다.

 "빠샤!"

 진우는 그렇게 외치며 던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맞췄다. 겉에 튀어나와 있는 광선을 쏘는 총 같은 장치를 부숴버렸다.

 "한 발 더 간다!"

 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신나서 또 던졌다.



 이번에는 철근이 핵으로 추정되는 중심 부위를 제대로 맞췄다.

끼익
끼익

 충격이 있었는지 로봇이 갑자기 덜덜거리며 멈췄다.

 "막타다!"

 진우가 다시 한 번 던졌다.



 이번에는 아까와 전혀 다른 소리를 내며 쇠 파이프가 로봇에 꽂혀버렸다.

끼긱끼긱

피유우우우-

 로봇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이상 현상을 보여주더니 그대로 가동을 멈춰버렸다.
 그 모습까지 확인을 한 진우가 건물 옥상을 껑충껑충 건너서 부아인이 있는 곳으로 왔다.

 "끝!"

 진우의 말에 부아인은 긴장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

 부아인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었다. 진우도 긴장이 풀려서 부아인 옆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어휴. 죽을 뻔. 겨우 해치웠네."
 "…너 뭐냐?"

 그제서야 부아인은 진우에게 물었다. 진우는 부아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예전에 죽을 뻔 했다는 건 또 뭐야? 더 높은 데서 뛰어내린 건 또 뭐고."
 "아, 그거……."

 진우는 자신의 정체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들었지만, 여기까지 본 마당에 뭐라고 변명하겠나 싶어서 솔직히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너보다 한 살 많은 건 아냐?"
 "…너?"
 "응. 나 일 년 꿇었어."
 "진짜!?"
 "응. 항암치료 때문에. 그 때 죽을 뻔 한 거지."

 진우의 말에 부아인의 표정이 굳었다.

 "…몰랐어."
 "당연히 모르겠지. 너 나랑 다른 초등학교였잖아. 민수는 알고 있지만."
 "초등학생 때였어…?"
 "응. 벌써 6년이나 지난 일이야. 어쨌든 그래서 난 16살이야."

 진우의 말에 부아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근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련이 있길래…?"
 "그 때 나는 진짜 죽을 뻔 해서 더 이상 가망이 없는 상태였어.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실험약 같은 걸 처방 받았거든? 지금 이렇게 강하고 튼튼해진 건 그 약의 부작용 같은 거야."
 "아하……."

 부아인은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어쩐지 쉽게 납득했다.
 그런 부아인의 모습에 진우가 신기해하며 말했다.

 "말도 안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로 믿네?"
 "저런 로봇까지 본 마당에 내가 못 믿을 게 뭐 있겠어? 그리고 네가 싸우는 것도 직접 봤잖아."

 부아인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몇 초 침묵을 유지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응?"
 "부작용이라고 했잖아?"
 "응."
 "힘 조절이 잘 안 돼. 그래서 전에 축구공 찰 때 내가 의도한 거랑 다르게 널 다치게 했던 것 같아."
 "아……."
 "그리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끌어다 쓰니까 몸에 항상 에너지가 모자라. 그래서 잠도 많고, 성장도 느린 것 같아."
 
 진우의 말에 부아인은 굉장히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진우는 담담하게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힘을 확 쓰거나 하게 되면 그대로 잠들거나 쓰러질 수 있어. 그래서 얼마 전에 입원도 했었고. 그 때 입원했던 병원에서 어쩌다 보니 뛰어내렸는데, 멀쩡 하더라고. 물론 밑에 있던 구급차 위로 떨어졌지만. 아, 죽으려 한 건 아니야. 그냥… 그냥, 미끄러진 거랑 비슷해."

 진우는 상세히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서, 지금 활동에 대해서 숨기기도 해야해서, 그리고 복잡한 사정이기도 해서 적당히 생략하고 설명했다. 진우의 말이 끝나자 부아인은 사과를 했다.

 "…미안. 난 그것도 모르고……."
 "아니, 네가 사과할 일은 아냐. 그냥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던 것 뿐이지.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들을 못 했던 것도 있고, 숨기고 싶었던 것도 있고, 별 거 아닌 걸로 괜히 욱하기도 했고, 오해한 것도 있으니까."

 진우의 말에 부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가 부아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다 처음 겪는 일이라 잘못한 게 많았던 것 같아. 먼저 사과해 줘서 고맙다."
 "아, 아니 내가 뭘……."

 부아인은 우물쭈물 말했다.
 그러다 진우는 퍼뜩 생각난 듯 부아인에게 당부했다.

 "아참! 이거 어디 딴 데 가서 말 하지 마!"
 "알았어. 걱정 마. 목숨도 살려줬는데 당연히 그럴 거야. 뭐, 어차피 어디 가서 말 해도 믿을 만한 내용도 아니고."
 
 부아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진우도 부아인의 말에 씩 웃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근데 저 로봇은 대체 뭐지?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그러게. 너도 아는 거 없는 거야? 난 네가 알고 싸운 줄 알았는데."
 "아니, 나도 몰라. 그냥 어딘가에 로봇이 있다는 말만 들었고, 실체는 처음 봤어."
 "그래?"
 
 부아인은 로봇 쪽을 바라보던 진우를 가만히 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근데 너 되게 멋졌다." 
 "응?"
 "너 완전 히어로던데? 멋지더라."
 "에이. 내가 무슨……."
 "진짜야. 적어도 나한테는 완전 히어로였어. 목숨 구해줬잖아."
 "에이, 무슨……."

 부아인의 말에 진우는 굉장히 쑥스러워하며 괜히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가만히 석양을 바라봤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네 얘기도 해주면 안 돼?"
 "어?"
 "그동안 나한테 왜 그랬는지. 왜 커피 우유 던지고, 잔다고 뭐라 그러고, 독서실 와서 깨우고, 피시방도 따라오고, 또 왜 어제 그렇게 커피 우유 주변서 긁은 거야? 진짜 싫었던 게 아냐?"

 진우의 물음에 부아인은 진짜로 억울해하며 말했다.

 "아니, 그건 진짜 오해야! 난 너 안 싫어해! 그건 그냥… 걱정해서 그랬다고."
 "걱정해서?"
 "네가 자꾸 자니까……. 커피 우유 먹으면 깰 것 같아서 준 거야. 커피 우유를 싫어하는 지도 몰랐어. 그리고 던진 거는 진짜 실수였고."

 부아인이 황급히 해명하며 말했다.

 "그리고 자꾸 뭐라고 한 건 네가 자꾸 자니까 선생님들이 수업 진도를 못 나가서 늦어지니까……. 독서실에서는 너 코 골아서 그랬고. 그리고 너 게임 월드컵 간다며?"

 진우는 그제서야 자신의 오해가 진짜 오해였음을 확인하고는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아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손목 다쳤을 때는 네가 일부러 세게 찼었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 때 네가 좀 띄겁게 사과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나도 일부러는 아니었어. 그리고 띄겁게 한 건… 미안해. 난 그 때 살살 찬다고 찼는데 그렇게 세게 나간 줄 몰랐어. 그래서 네가 엄살 부리거나 잘못 막았었다고 생각해버렸었거든. 미안해."

 진우의 말에 부아인은 이제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 있지. 이젠 괜찮아. 네가 고의가 아닌 것도 알았고, 왜 그랬는지도 알았으니까. 아, 손목은 이제 괜찮아. 아버지가 잘 낫게 엄청 도와주셨거든. 그래서 금방 나았어."
 "다행이다." 

 진우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부아인에게 궁금해하던 것을 물었다.

 "아, 근데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는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냐?"
 "나?"

 진우의 질문에 부아인이 아까와는 다른 열정에 찬 표정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핵융합을 연구하고 싶어."
 "핵융합?"
 "응. 그래서 과학고를 가고 싶거든. 그리고 대학은 그 쪽에 특화된……."

 부아인은 그 어느 때 보다 열심히 설명했다. 처음 듣는 전문 용어를 열심히 설명하는 부아인을 가만히 보던 진우가 부아인의 말이 끝나자 말했다.

 "…멋지다. 꿈이 정말 구체적이고 분명하네. 너 되게 어른스러운데?"

 그 말에 부아인은 괜히 쑥스러워했다.

 "아, 아냐. 그냥 하고 싶은 게 있다보니……. 너는 꿈 같은 거 없어?"
 "나? 난 지금 내 꿈을 살고 있는데?"
 "응?"
 
 진우의 대답에 부아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우는 다시 석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암이 있었을 때 그냥 평범한 모든 걸 하는 게 꿈이었거든. 게임이든 친구 만나는 거든 뭐든. 난 지금 행복한 걸 하고 있어. 그게 꿈이었고."
 "아……."
 "그래서 나는 미래 계획 같은 거 생각 많이 안 해봤어. 난 언제든 당장 죽을 수 있었으니까."

 진우의 말에 부아인은 말이 없어졌다. 진우는 말을 계속 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를 사는 게 내 꿈이었던 것 같아. 나한테는 미래도, 현재도 보장된 게 아니었으니까."
 "…있잖아."
 "응?"

 진우가 석양을 보다가 부아인을 돌아봤다. 
 부아인도 진우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한 살 더 많다고 해도 딱히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걸 알 것 같아. 형 같은 느낌이 있네."
 "그래봤자 학년은 같은데, 뭐."

 진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부아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젠 네가 이해돼. 네 행동들이나 그런 게, 다."
 "나도 이제 네가 이해 돼."

 진우는 쑥쓰러워 하면서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어. 아, 그리고 수업시간에 안 자도록 노력해볼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그래. 아참. 야, 너 게임 월드컵 가려면 성적 커트라인 있다며? 평균 80점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너도 공부 열심히 해야지!"
 "…그건 어떻게 알았냐?"
 "네 짝, 민수가 말해주던데?"
 "아니, 걔는 뭐 다 말하고 다녀……."

 진우는 괜히 툴툴거리며 중얼거렸다.
 부아인은 쾌활하게 말했다.

 "너가 그런 목표가 있는 것처럼 나도 그런 목표를 위해 살고 있는 것 뿐이야."
 "아아, 알겠어. 내가 꼭 공부에 방해 안 되도록 노력해볼게."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삐빅

 그 때 진우가 한 쪽 귀에 꽂고 있던 통신기기에서 주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우야, 내가 그 쪽으로 넘어가고 있거든? 뒷 일은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도 돼."
 "아, 네네. 알겠어요."

 진우의 말에 부아인이 물었다.

 "경찰이야?" 
 "어? 어어, 뭐……. 이제 우린 집에 가면 된데."
 "아 다행이다."
 "이제 내려가자." 
 "그래. …근데 이제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안 될까? 네가 잡고 움직이는 거 멀미 나."
 
 그들은 길고 짧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며 계단으로 내려가며 집으로 향했다.



진우 학교의 시험 마지막 날-
 
딩-동-댕-동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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