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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1부 16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16화

SooyangLim 2022. 5. 23. 19:01

 "…그랬었지."

 

 주현이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김두원이 가져온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홀짝 마셨다.

 "크흡…! 크흐흡!"

 진우는 주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옆에서 콧물을 잔뜩 들이마셨다. 진우는 주현의 첫사랑 이야기에 눈물 콧물 다 쏙 빼고 있는 중이었다.

 김두원은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괜히 휴지를 찾는 척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앞에서 멍청한 짓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냥 할 수 있는 한 그 사람한테 잘해줘. 나처럼 다시는 못 보고 후회하게 될 수도 있잖아?"

 주현이 약간의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으헝헝"

 주현이 미소를 지었건만, 진우는 그 미소에 더 통곡을 했다. 그 미소가 서글프고 씁쓸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김두원이 휴지를 가져왔다. 주현은 그 휴지를 건네 받아서 진우에게 내밀며 말했다.

 "너무 울지 마."

 그리고 주현은 진우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난 지금 괜찮으니까."

 주현은 그 때나 지금이나, 거짓말을 하면…….

 주현은 다시 진우를 보며 밝게 말했다.

 "어쨌든, 그 때 이후로 금방 캐스팅돼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지. 처음에 캐스팅 받았을 때는 딱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좀 그랬는데, 그 누나 말이 생각이 나더라고. 뭐든 돼봐야 안다고. 그래서 일단 연습생이라도 한 번 시작을 해보자 하고 시작했지."
 "…그래서 가수가 되신 거에요?" 
 "응. 그러고 얼마 안 되서 금방 데뷔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어. 그리고 그 이후로는 여자를 만난 적 없고. 나한테는 아직까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야."

 주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이게 내가 열애설이 안 나는 이유지!"
 "크흡…!"

 주현이 유머를 담아서 밝게 말했음에도 진우는 또 눈물 콧물을 잔뜩 뿜어냈다. 그 이후로 안 만난다는 사실에 더 진심을 느껴서인지 더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주현은 목소리를 낮추며 진우에게 당부했다.

 "아참. 이거 어디다 말하고 다니지 마? 팬들이 싫어할 것 같아서 말야."
 "네! 꼭 지킬게요!"

 진우는 고개를 맹렬히 끄덕이며 굳게 약속했다.
 


 다음 날, 진우가 다니는 중학교-

 진우는 유난히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아니, 조용한 것을 넘어서 냉랭하게 하루를 보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니고 싶었지만, 그게 안 돼서 말도 거의 안 하고 조용하게 보냈다. 그리고 진우는 침묵 속에서 하교마저 조용하게 하려 했다.

 "조진우."

 민수와 함께 집에 가려는 진우를 부아인이 불렀다.
 진우는 부아인 쪽으로 돌아봤다.

 "왜?"
 "얘기 좀 하자."

 부아인의 말에 진우가 잠시 고민했다. 그런 침묵 속에서 진우와 부아인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민수가 입을 뗐다.

 "…얘기 해. 난 먼저 갈게."

 그렇게 말하고는 민수는 진우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진우를 남겨두고 휑 하니 가버렸다.

 "……."

 진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부아인이 다시 물었다.

 "시간 돼?"
 "…가면서 얘기 하자."

 진우가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집 어느 쪽인데?"
 "ㅇㅇ 아파트."

 진우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을 말했다. 부아인은 아파트 이름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집이랑 많이 멀지 않네. 같이 가면서 얘기하면 되겠다."

 부아인은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뗐다가 다시 멈추며 말했다.

 "…그, 원룸 짓는 곳들 쪽으로 돌아가자."
 "그래."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원룸 건물들이 들어서는 공사장 쪽으로 향했다. 이곳은 일의 진척이 워낙 느렸다. 그리고 지금은 인부들이 쉬는 시간인지 공사장이 꽤나 조용했다. 

 "…있잖아."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며 걷던 그들의 침묵을 깬 건 부아인이었다. 부아인은 사람들이 없는 원룸 지대에 들어서자 말을 꺼냈다. 

 "사과할게." 

 부아인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진우도 걸음을 멈췄다.
 부아인은 괜히 땅만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화나게 해서 미안해. 사실… 뭐 땜에 화가 났는지는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화나게 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나, 난 그냥 네가 잠을 조금만 덜 잤으면 해서……."

 부아인의 사과를 들은 진우도 천천히 입을 뗐다.

 "나도 사과할게. 미안해. 그렇게까지 욱할 거는 아니었는데……." 

 진우의 말에 부아인이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아까보다 확실히 밝아졌다. 
 진우는 부아인을 보며 진지하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근데… 진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날 왜 그렇게 싫어해?"
 "어?"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따라다니면서 뭐라 하고 내가 싫어하는 커피우유를 던지고, 또 주고 말야……. 왜 그렇게 날 싫어하는데?"

 진우의 질문에 부아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아인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잠깐 말이 없다가 말했다.

 "너 안 싫어하는데?"
 "근데 지금까지 왜 그런 거야?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 우유를 자꾸 주고, 왜 따라다니면서…"

 진우는 부아인한테 따지듯 묻다가, 갑자기 공포에 질린 부아인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진우는 부아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뒤쪽에 가 있다는 점, 그리고 부아인과 주변에 점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왜, 왜 그래?"

위잉-

 카메라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진우가 뒤를 돌아보니 거대하고 이상한 로봇이 그들 뒤에 서있었다. 둥근 구체 모양의 몸체에, 팔다리가 한 쌍 씩 달린 로봇이었다. 둥근 몸체 중간에는 빨간 원과, 조금 위쪽에 까만 원으로 된 부분이 있었다. 까만 부분이 카메라가 달린 부분인 듯했다. 거기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저게 뭐지?"

 진우가 말했다. 그리고 부아인이 거기에 대답하기 전에 로봇이 팔을 휘둘렀다.



 좀 전까지 진우가 서있던 자리에는 로봇의 손이 땅바닥에 꽂혀있었다. 그 로봇은 정확히 진우의 머리통을 노리고 로봇이 공격했다. 부아인이 로봇을 공격하려는 것을 보고 급히 진우를 잡아당기지 않았더라면 다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괜찮냐!?"

 부아인이 덜덜 떨며 진우에게 소리쳤다. 진우는 부아인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의아한 눈빛으로 부아인을 쳐다봤다.

 '얘는 날 싫어할텐데 왜 날 구하지? 진짜 날 싫어하는 게 아닌가?'

끼긱

 로봇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에 박힌 손을 빼려는 듯했다. 

위잉-

 둥근 몸통 부분에 달린 카메라가 진우와 부아인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으아악!"
 "으악!"

 둘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뭐야, 저 로봇!?"

 부아인이 뛰면서 소리쳤다. 

 "로봇?"

 진우가 로봇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제 분명 주현이 형이랑 김두원 박사님이…….'

 진우는 어제 들은 말을 떠올렸다.

 '저 미친 로봇은 예고 없이 나타나더라고요. 제 생각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계속 테스트를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려는 건지 뭔지 요즘따라 더 자주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

 주현이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진우는 자신이 엄청나게 세졌다는 말을 상기했다. 그리고 예전에 병원에서 뛰어내렸을 때 응급차만 박살이 나고 자신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던 것을 상기했다. 진우가 중얼거렸다.

 "…테스트."
 "뭐?"

 부아인이 진우의 말에 돌아보는 데, 갑자기 진우가 뛰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로봇 앞에 마주하고 섰다.



 로봇의 팔이 진우를 향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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