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Quiet? Quite! 1부 13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13화

SooyangLim 2022. 5. 2. 19:01

 "니들 뭐 하냐?"

 덩치 좋은 남자 선생님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교실 문 옆에 서있었다. 방금 낸 소리는 선생님이 가지고 다니는 긴 막대기로 문을 치며 난 소리였다.

 "살판 났네, 이것들이~?"

 그렇게 말하며 덩치 좋은 남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세의 기적처럼 가르고 교실로 들어왔다. 체육 선생님 보다 더 몸을 키우는 중인, 3대 500을 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는 학교 공식 근육질 선생님이었다. 그는 험악한 표정을 하고 웃긴 말투를 하며 들어왔다. 

 "이야~ 내 수업 끝나자 마자 싸우고 있어? 웃기는 놈들이네."



 선생님이 지팡이처럼 바닥에 막대를 내리쳤다. 그 소리에 진우도, 부아인도, 반 아이들도 모두 놀라서 흠칫했다.

 "니들은 뭐 하냐아? 왜 안 말리고 있어?"

 선생님이 계속 웃긴 말투로 말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기 따위는 없었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진우와 부아인이 싸우면서 만든 분위기와는 천지차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진우와 부아인이 아무리 싸우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내봤자, 저 덩치좋은 선생님이 걸어들어오면서 내는 분위기만은 못했다. 왜냐하면 일단 저 덩치 좋은 선생님이 들고 다니는 막대기부터가 진우의 가슴팍까지 오는 길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여기서 아무리 까불어봤자 중학생은 중학생이었다. 게다가 진우나 부아인츤 최소한 앞뒤 안재고 선생이고 나발이고 눈이 돌아가서 덤비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리고 저 거구의 선생님의 몸은 성인 중에서도 크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압도적인 덩치였다. 그러니 아이들이 바짝 움츠러드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저 선생님은 그저 근육 키우기에만 열중하는 속은 여린 선생님이었지만.

 사실 지금은 진우가 훨씬 더 힘이 세겠지만, 어쨌든 겉보기와는 다르니까.

 "둘이 따라 나와라."

 진우와 부아인은 말 없이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로 들어가자 선생님은 자리에 앉은 채고 진우와 부아인을 자신의 자리 옆에 세웠다. 

 "참, 나. 생전 안 싸울 것 같은 놈들 둘이 싸우다니."

 그 말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잔소리 폭격이 시작됐다.

 덩치 좋은 선생님은 이맘 때의 중학생 남자 아이들에게는 그 어떠한 혼내는 방식 보다 잔소리 폭격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에 쥐가 날 만큼 잔소리를 짜내서 50분이 넘게 퍼붓기 시작했다. 퍼붓는다는 말인 즉은, 종례시간까지 수업이 없는 이 선생님의 스케줄상 종례 시간까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부아인이든 진우던 동나이대 대비 인내심은 킹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둘은 그저 억울한 표정으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덩치 좋은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처럼 울며불며 죄송하다는 말이 안 나와서 속으로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원래는 워낙 순한 놈들이라 대충 알아먹었겠거니 하고 일단 화해를 시켰다.

 "…알겠냐? 악수하고 화해 해."

 둘은 쭈뼛거리며 손을 잡았다.

 "…미안."
 "…미안하다."

 둘은 마지못해 서로의 관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억지 화해를 하고서야, 교무실 문 밖을 나설 수 있었다.

 둘이 말 없이 교실로 돌아갔다. 종례가 끝난 뒤였으므로 다른 아이들은 다 집으로 간 상태였다. 다만 각자의 친구가 하나씩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말 없이 짐을 챙기고 각자의 친구와 함께 하교를 했다.

 "…왜 그랬냐?"

 민수가 물었다.
 진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몰라."

 한참만에 진우는 대답했지만, 엄말히 말해 그건 대답은 아니었다. 그냥 대답을 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얘들 말 들어보니까 걔가 니 싫어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민수가 말했다. 

 "그런 나한테는 왜 그러는데!?"

 민수의 말에 갑자기 진우가 버럭 소리를 쳤다. 
 진우의 반응에 민수가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 뭐 걔는… 그냥 진짜 니 잠 깨울려고 그랬을 수도 있지…?"

 민수는 진우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둘은 말 없이 계속 걸었다. 그리고 민수는 계속 진우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근데 그렇게까지 욱해야 될 일이었냐…?"
 "…하……."

 진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 스스로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몰라."

 진우는 다시 한 번 대답을 피했다. 그리고는,

 "집에 갈게. 잘 가."

 그렇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어? 어. 잘 가……."

 민수는 그 자리에서 서서 멀어지는 진우의 뒷모습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근데 저 방향은 집 방향 아니지 않나…?"

 민수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저 미친 로봇은 예고 없이 나타나더라고요. 제 생각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져서그런 것 같아요. 계속 테스트를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려는 건지 뭔지 요즘따라 더 자주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
 "안녕하세요."

 진우가 주현의 소속사인 잘나가 엔터테인먼트 안에 있는 김두원이 있는 곳에 들어서며 우울하게 말했다.

 "어 그래. 진우야, 안녕. 약 받으러 온 거야?"

 오늘따라 스케줄이 널널한 주현이 최근에 나타난 기계 로봇에 대한 대화를 김두원과 하던 중에, 들어오는 진우를 보며 말했다. 

 "네에……."

 진우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터덜터덜 걸어들어왔다.
 그런 진우를 보고 김두원이 마실 것을 권하며 대화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뭐 좀 마시고 가지 않을래?" 
 "좋죠."
 
 진우가 김두원이 준 음료를 쭉 빨아먹었다.

 "…무슨 일 있었니? 기운이 없어보이네."

 김두원이 진우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게요……. 아… 음……. 사실 오늘요……. 친구랑 좀 싸웠어요."

 진우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냈다.

 "싸웠다고? 그 친구 괜찮아!? 안 죽었어!? 너 지금까지 싸운 적 없었다며? 왜 싸운 거야?"

 주현이 깜짝 놀라 질문을 잔뜩 했다.

 "아, 몸싸움은 아니고요. 아, 아닌가. 거의 그럴 뻔 했으니……."

 진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강해졌으니 싸우면 누구든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말했다.

 "그럴 뻔 했다는 건 무슨 뜻이지?"

 김두원이 의아해 하며 말하자 진우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거의 직전까지 갔었다는 거죠. 엄밀히 말하자면 말싸움이 아닐까 싶은데요……."
 "응…? 직전까지 갔다는게 무슨…?"
 "그게…"

 진우는 두 사람에게 오늘 있었던 일과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수랑 오다가 약 생각도 나고, 좀 걷고 싶기도 해서 이쪽으로 왔어요."

 다 들은 주현이 마실 것을 호로록 마시며 말했다.

 "…근데 나도 민수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긴 하다. 네가 기분이 나쁜 것은 이해하지만……. 걔가 진짜 너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 전체적으로 서로 오해가 좀 섞인 것 같은데……."

 그 말에 진우가 발끈해서 말했다.

 "아니,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대한다고요?"
 "뭐, 내 생각일 뿐이지만……. 잘 생각해 봐. 네가 커피우유 싫어하는 거 걔는 모르잖아. 아냐? 걔 생각으로는 너 자꾸 자니까 깨워주려고 그런 것 같은데."
 "어……."
 "던진 것도 진짜 싫어해서는 아닌 것 같은게, 다른 애들한테도 줬다며. 너는 멀리있었고. 그 때 사과도 했다며. 당황해서 잠시 가만히 있다가 사과한 것 같은데 말야. 띄겁게 들린 건 온전히 네 관점 아니야?"
 "어… 으음……."

 주현의 말에 진우는 팔짱을 끼고 듣다가 눈 깜빡이는 것을 잠깐 멈췄다. 생각해보니, 부아인이 자신이 커피우유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렇게 들은 것도 온전히 자신의 생각이긴 했기 때문이었다.
 주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 수업시간에 졸기는 한다며? 진짜 걱정해서 그런 것 같지 않아? 수업시간에도 자고 독서실에서도 자고. 특히나 독서실에서 코 골면서 자는 거 그거 되게 짜증나는 일이기는 하거든. 누가 됐든 깨우고 짜증낼만한 일이긴 해. 게다가 수업시간에도 계속 자고 있으면 그 정도로 공부 좀 하는 애 입장에서는 네가 자꾸 그러면 짜증 날 것 같긴 한데."
 "음……."

 진우는 여전히 못마땅한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러다가 다시 또 반박했다.

 "아니, 근데 굳이 피씨방까지 따라와서 그러는 건 좀 에바지 않아요?"
 "걔가 너 게임 월드컵 가는 거 얘기 들었다며. 그거 때문에 성적 조건 걸린 거 듣고 얘기한게 맞다면, 진짜 도와줄려고 그런 것 같지 않아?"
 "으음……."
 
 주현은 또 마실 것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그리고 너 걔 손목 나가게 한거는 네 잘못 같아."
 "네? 왜요?"
 "걔가 잘못 막았다는 말을 아예 안 하고 네가 너무 세게 찼다고만 계속 말했잖아. 잘못 막은 거 아니냐는 애들 말에도 그렇게 말했다며."
 "그…렇죠?"
 "우리는 살짝 힘을 내기만 해도 엄청 쎄다는 걸 잊으면 안 돼. 얼마 전에 정수처리장에서 싸운 거 기억 나지?"
 
 진우가 주현이 멋지게 싸우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현은 담담하게 그들의 신체강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놈들도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신체가 쎄진 놈들이라고 얘기 안 했던가? 놈들은 거의 강화 인간 같은 게 된 거라고. 그거 다른 일반인들한테 했으면 대부분은 그냥 즉사야. 그냥 뼈 부러지는 선에서 안 끝났어."
 "어……."
 "네가 살짝 찼다고 해도 절대 살짝 찬 게 아냐. 강도가 얼마나 세게 나오는데……. 게다가 넌 성장기라서 며칠 전과 같은 느낌으로 힘을 줘도, 며칠 후에는 더 강하게 출력 될 거라고."

 주현이 하나하나 짚으며 말하자 진우는 더 이상 반박을 못하고 말이 없어져버렸다. 그리고 옆에서 김두원도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진우는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만에야 드디어 상황을 정리한 진우는 진심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우가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김주현이 음료를 마시며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 천천히 대화해보는 게 어때? 오해일 수도 있잖아." 
 "하……. 전 대체 왜 그렇게……. 하 진짜……."

 진우는 한숨을 쉬며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허허. 그럴 수도 있지."

 김두원이 허허 웃으며 진우의 컵에 음료를 더 따라줬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렴. 나중에 얘기해 볼 기회가 있겠지.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대화 해 볼 수 있으면 좋고."

 김두원이 그렇게 말하며 진우의 컵에 음료를 더 채워줬다. 
 하지만, 진우는 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두원과 주현이 자신을 이해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살짝 했다.

 "…하. 모르겠어요."

 진우는 웅크린 채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근데 왜 그렇게까지 화 낸거야? 너도 교탁 엎어질 때는 놀랐다며?"

 그 말에 진우가 고개를 들어 주현을 바라봤다. 억울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보니 갑자기 울분이 차올랐다. 진우는 괜히 주현에게 짜증내듯이 말했다.

 "형은 당연히 이해 안 되겠죠. 잘 생겼고, 만인이 다 좋아하니까."
 "응?"

 진우의 갑작스런 말에 주현이 당황했다.

 "형 같은 잘생긴 인기남은 이해 못하겠지만, 저는 못생기고 작은 찐따라서 괜찮은 여자가 앞에 있으면 괜히 그렇게 된다고요. 화 안 낼 것도 더 화 나고 그런 거죠." 

 진우는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부루퉁한 얼굴로 솔찍하게 시인하며 말했다.

 "게다가 걔가 그렇게 챙기는 거 보니까 더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심지어 앞에 그 일들까지 전부 쌓여서 전 엄청 억울했다고요. 그래서 더 욱했죠, 뭐."

 진우의 말에 주현이 피식 웃었다. 김두원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풋풋하네. 첫사랑인가?"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진우는 지금까지 실컷 말해놓고는 괜히 부끄러워 하며 발끈했다. 하지만 곧 그 애를 떠올리더니…….

 "…사실은… 맞는 것 같아요."
 "부럽네. 난 이제 기억도 잘 안 나."

 김두원이 진심으로 부러워 하며 말했다.

 "박사님은 첫사랑을 회고하는 것 보다 슬슬 마지막 사랑을 찾으셔야 되지 않을까요…?"

 주현이 장난치며 말했다.
 김두원은 주현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주현아…… 소개 좀……."
 "ㅎㅎ……. 저부터 찾고요……."

 둘은 씁쓸하게 웃으며 음료를 한 모금씩 마셨다.
 진우는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처럼 잘 생겼음 좋겠다……. 진짜 저 같이 삽질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다들 좋아해 주고……."
 "하하."

 주현이 진우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그리고 약간은 허탈한 듯 웃었다. 그리고 과거를 반추하며 말했다.

 "꼭 그렇진 않아. 어떻게 외모로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겠어? 그리고 나도 삽질 해."
 "엥? 형이요? 완전 편하게 다가가서 원하는 사랑을 쟁취할 것 같은데?"
 "에이. 설마."

 주현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진우가 주현의 반응에 관심을 갖고 물었다.

 "형도 첫사랑 있었어요?"
 "없으면 그게 이상하겠지?"
 "어땠는데요? 형도 막 싸웠어요?"
 "나?"

 진우의 물음에 주현은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 했던, 
 주현의 10대 때의 어느 날-




 

반응형

'소설(Novel) > 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Quiet? Quite! 1부 15화  (0) 2022.05.16
Quiet? Quite! 1부 14화  (0) 2022.05.09
Quiet? Quite! 1부 12화  (0) 2022.04.25
Quiet? Quite! 1부 11화  (0) 2022.04.18
Quiet? Quite! 1부 10화  (0) 2022.04.1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