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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1부 11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11화

SooyangLim 2022. 4. 18. 19:01

 데이스씨의 어린 시절.

 "데이스? 엄마가 파이 해줄까?"

 데이스씨는 아들을 사랑하고 요리 솜씨가 좋은 어머니와 방 한 칸이 딸린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데이스씨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이었습니다.

 데이스 씨가 어린 시절 살던 곳은 아주 가난하고, 환경적으로 그리 안전한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경찰보다 깡패의 영향력이 더 큰 곳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마음을 졸이며 집에서 제법 떨어진 곳의 공립학교에 다녔습니다. 

 데이스씨는 같은 아파트에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부르는 별명으로 통칭 '제이'라고 불리는 같은 학년인 아이가 살았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데이스씨도 모릅니다. 어쨌든, 종종 아파트에서 마주치고, 또한 얼마든지 그와 함께 학교를 갈 수 있을 법한데도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서로를 아는 척하지 않았습니다.

 "……."
 "……." 

 서로 우편함 앞에서 마주쳐도, 어떠한 인사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 했습니다. 당시에 제이가 데이스씨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데이스씨는 모릅니다.

 하지만 데이스씨는 어쨌든, 제이가 무서웠습니다. 왜냐면 제이는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소년들과 어울렸고, 그의 형이 깡패들과 연관 있다는 소문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조용하고 소심하고, 학교에서도 늘 조용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데이스씨로서는 그런 제이가 무서웠습니다. 동시에 그런 소문에 휩싸인 제이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데이스씨의 어머니가 일은 나간 어느 날 낮. 데이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고함 소리와 총성 소리가 울렸습니다. 비명 소리와 울부짖는 들리고, 아파트의 모든 주민이 숨을 죽이며 집에 숨었습니다.



 두번째 총성이 울렸습니다. 울부짖는 비명 소리마저 멎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복도에 곧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무 데도 없습니다!"

 아파트 창 밖에 있는 차 앞에 있는 깡패들에게, 아파트 안에 있는 깡패가 창문 너머로 소리쳤습니다. 그 집은 제이의 집이었습니다.
  
 "젠장. 도둑 새끼 같으니라고. 조직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니."

 아파트 아래에 있던 깡패가 피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뱉으며 욕을 했습니다. 제이의 형이 깡패 조직이 거래하는 마약을 빼돌려 달아난 것이었습니다. 그 깡패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조직 룰 알지?" 
 "네. 처리하겠습니다."

 옆에 있는 깡패는 그렇게 말하더니 총을 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동생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안 보입니다. 동생이랑 같이 도망갔을까요?"
 
 그들이 제이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들이 제이를 찾아다닌 동안 제이는 소화전 안에 숨어있었습니다. 제이는 입을 막고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제이는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밖의 소리를 들으며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깡패 중의 하나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애가 몇 살이라고 했지?"
 "10살이 안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기 들어갈 것 같은데? 소화전."

 그가 소화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열어 봐."

 제이의 귀에 소화전 앞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이의 심장은 터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털컹

 문이 열렸습니다.

끼익

 "헉"

 제이가 눈앞의 사람을 올려다봤습니다.
 총을 든 깡패들이 소화전 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쉿."

 제이의 눈 앞에는 데이스씨가 있었습니다. 데이스가 손가락으로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린 뒤에 제이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

 제이는 가쁜 숨을 쉬며 그 손을 바라봤습니다. 제이가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야 윗층에 올라가 봐!"

 아랫층에서 깡패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깡패들이 연 소화전은 2층의 소화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이가 숨어있던 소화전은 제이의 집이 있는 2층의 소화전이 아닌, 데이스씨의 집이 있는 5층의 소화전이었습니다. 제이와 데이스는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급히 뛰어갔습니다.

찰칵

 조심스럽게 문이 닫혔습니다.

 "여기 앉아있어. 내가 망 볼게."

 데이스가 집 안에서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이는 식탁 앞에 앉아 덜덜 떨었습니다.

 잠시 후, 아파트가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복도와 문 앞에 있던 깡패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확실히 다 갔어."

 데이스씨가 말했습니다.

 "……."

 제이는 가만히 앉아서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데이스씨가 제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아?" 
 "…날 왜 구한 거야?"

 제이가 물었습니다.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스프 먹을래?"
 
 대답 대신 데이스씨가 말했습니다. 
 잠시 후, 제이는 데이스가 내민 따뜻한 스프를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데이스는 제이가 식사를 하는 동안 방에 있었습니다. 제이는 천천히 숟가락을 들어 따뜻한 스프를 한 입 떠먹었습니다.



 제이의 눈물이 스프 위로 떨어졌습니다.

 "흐윽……."

 제이는 흐느꼈습니다.

 "……."

 제이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데이스는 벽 뒤에 기대어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 현관 앞에서 제이가 데이스에게 말했습니다.

 "…나 갈게."
 
 데이스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제이는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거리로 나온 제이는 깡패를 피해 먼 도시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을 전전하던 제이는 도시의 어느 높은 빌딩 옥상 위에 몰래 올라왔습니다. 제이는 도시의 야경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프지 않게 한방에 죽었으면 좋겠다.'

 제이는 뛰어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짝짝짝

 "!?"

 갑자기 들려오는 박수소리에 제이는 놀라 뒤돌아 봤습니다.

 "노래를 엄청 잘하는구나."

 달빛과 도시의 불빛 아래 빌딩의 어두운 그늘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제이는 얼굴에 있는 눈물을 슥 닦고는 말했습니다.

 "다 들었어요…? 여긴 어떻게…?"
 "잠시 이곳에 들린 김에 쉬러왔단다. 이 사람 많은 도시에 여기만큼 눈을 피해서 쉴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니?"

 그는 살짝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습니다.

 "요즘 너무 바빴거든. 아무리 순방이라고 해도 늙은이에게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잡아서 말이지. 그래서 지금 이렇게 도시 야경도 보면서 쉬러 왔단다. 그나저나 노래를 정말로 잘하는구나, 아이야. 엄청난 재능이야."

 제이는 그늘 밑에서 어둡게 보이는 그의 범상치 않은 실루엣과 모습을 보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아, 난 이곳 사람이 아니란다. 아주, 아~주 먼 곳에서 왔단다. 이곳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모습을 조금 바꾸고 있지. 그래도 어색하게 보이기는 하겠구나. 아이야, 노래를 좋아하니?"

 그는 바닥에서 어디서 났는지 모를 무언가를 바닥에서 들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가져가렴. 선물이란다."

 그것은 기타였습니다.
 제이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 기타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타에는 작은 주머니가 끝으로 묶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돈은 제이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액수의 돈이었습니다.

 "…이걸 왜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
 "죽기에는 네가 아까워서."

 그 말을 들은 제이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아셨어요? 혹시 천사인가요? 아니면 신?"
 "하하! 그럴리가. 글쎄. 이곳에 내가 오게 된 건 누군가의 뜻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진 걸 알게 된 건 그래서는 아니란다. 오래 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더구나."

 그늘 속에서 얼굴이 가려진 이가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제이는 그의 생소해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외모에서 연륜을 느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어둠 속에 있던 이가 물었습니다. 제이는 어쩐지 그에게 말을 털어놓고 싶어졌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털어놓을 기회라서 일까요? 제이는 그에게 있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는 제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줬습니다. 제이는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하지만 난 네가 한 잘못이 아닌 일로 죽는 건 아쉽구나. 좀 더 살아보는 건 어떨까?"
 "…알겠어요."

 제이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닦고 말했습니다.

 "그저 열심히 살길 바란다. 네 뜻대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응원하마. 너는 충분히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아이란다. 너는 살 가치가 있어. 다른 누구도 아니라고 말해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지켜보마. 그러니 너는 언제나 너로서 살아가렴."

 제이는 그의 말에 어쩐지 더 눈물이 났습니다. 제이는 훌쩍이며 잠시 말을 못 잊다가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내려가봐야겠구나. 아마 경호원들이 지금쯤이면 내가 없어졌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을 테니."

 그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뒤돌아 내려가려고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달빛에 그의 뒷모습이 온전하게 비춰졌습니다. 그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말했습니다.

 "아, 내 소개를 제대로 안 하고 내 말만 했구나."

 그가 뒤로 돌아서자, 달빛에 그의 얼굴과 모습을 드러났습니다. 특유의 처진 눈매, 그의 타고난 특성인 큰 키가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오래됐지만 잘 관리돼서 반질거리는, 수십 년 전에 선물 받은 시계가 그의 고향인 창백하게 푸른 위성이 아닌 다른 행성의 위성의 빛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난 다른 행성인 마타마이니에서 온 우펜자란다."



수년 후-

 데이스씨는 쑥쑥 자라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도시로 나와 알바로 빵집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흠흠흠~"

 데이스씨는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노래는 제이의 노래였습니다.
 몇 년 전, 제이는 예명을 써서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발매한 지 두 달 만에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데이스씨는 매체에 제이가 나오자마자 알아보고 언제나 그 노래를 듣고 흥얼거렸습니다. 비록 먼발치에서 제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언제나 조용히 응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이스씨가 빵집 알바를 시작한 지 2년쯤 됐을 무렵, 그를 유심히 눈여겨보던 나이 많은 사장님이 데이스씨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본격적으로 빵 만드는 거 배워볼 생각 없나?"

 그렇게 데이스 씨는 사장님에게 빵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습니다. 가족이 없고 나이가 많은 사장님은 데이스씨를 마치 친아들처럼 아껴주고 챙겨줬습니다. 그렇게 6년 뒤, 나이가 많은 사장님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장님은 가게를 데이스씨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데이스씨는 사장님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따서 가게 이름을 바꾸고, 어린시절부터 영향을 받은 어머니의 레시피를 조합한 파이를 신 메뉴로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데이스의 파이는 도시에서 대박을 쳤습니다.

 "2호점을 내야겠어." 

 데이스씨는 다른 도시에 2호점을 열어서 체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2호점을 여는 도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세금 계산과 회계가 데이스씨에겐 너무 머리 아픈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회계와 세무를 다른 이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런 작은 가게를 맡아줄까?"

 데이스씨의 고민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세무와 회계를 같이 하는 크고 이름난 사무실들은 대부분 작은 규모의 데이스씨의 가게를 맡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하. 여긴 돼야 될 텐데."

 데이스씨는 몇 곳을 전전하다가, 얼마 전에 개업한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꽤 유명한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 따로 나와서 개업한 사무실이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신 데이스씨?"
 "네네."

 사무실 바깥에 앉아 손톱 손질을 하고 있던 직원 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무실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회계사님은 잠시 출장 가셨어요. 좀 있으면 오실 겁니다. 안에 들어가서 앉아 계세요."

 데이스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 안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습니다. 문이 닫히자, 데이스는 협소한 사무실 안을 둘러봤습니다.

 책상에는 「회계사/세무사 시에라」라는 명패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 프린터기와 함께 엄청나게 많은 서류들이 어지럽게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벽에 있는 책장과 캐비닛에는 책과 서류, 물건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데이스씨는 짐과 서류가 많아서 다소 난잡한 사무실을 보고 있자니, 정리와 더 큰 사무실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 때, 밖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아마 회계사가 온 모양이었습니다. 데이스씨는 인사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달칵

 문이 열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스씨. 시간 맞춰 왔죠?"
 "안녕하세……."

 데이스씨는 서류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그녀를 본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데이스씨는 심장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세차게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습니다. 데이스씨는 시에라에게 그야말로 첫눈에 반해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데이스씨는 두고두고 그 일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답고, 지적이고, 당당하고, 우아한 여자를 본 적이 없다고.

 "전 시에라입니다. 앉아서 얘기 나눌까요?"

 시에라는 능숙하게 고객을 안내했습니다.

 "2호점을 내시고 싶다고 하셨죠?"
 
 그녀는 서류를 검토하며 말했습니다.

 "매장이 작은 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안 돼요. 매장은 언제든 확장할 수 있는 거니까요. 언젠가 데이스씨의 가게가 전국 체인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거니까요."

 시에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우선 몇 번 더 만나봐야 될 것 같네요. 지금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2호점을 내고 시작하는 것은 검토해야 될 부분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에 대한 세율도 확인해야 해요."

 시에라가 데이스씨가 2호점을 내고 싶어 하는 도시의 법을 확인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데이스씨." 

 그렇게 데이스씨는 멍한 상태로 시에라의 사무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아! 일 얘기 밖에 못했어!"

 일 얘기 하러 간 데이스씨는 일 얘기 밖에 못 했다며 괜히 머리를 두드리며 자책했습니다. 한참이나 자책하던 데이스씨는 머리를 때리는 것을 멈추고 중얼거렸습니다.

 "…맛있게 드셔야 될 텐데……."

 데이스씨는 자신이 만든 파이를 마음을 담아 남기고 왔습니다. 데이스 씨는 부디 시에라가 맛있게 먹어주길 바랬습니다. 



 "하……."

 시에라는 넘쳐나는 서류를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시에라는 자신이 아침에 만들어온 도시락을 꺼내 먹으려다가, 멈칫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데이스씨가 가져온 파이를 쳐다봤습니다. 시에라는 파이를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오!"

 시에라는 맛있어서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침에 만들어서 가져온 절반은 새까맣게 타 있는, 맛없고, 구리고, 음식물 쓰레기 같은 도시락을 쳐다봤습니다.

 "……."

 시에라는 가만히 쳐다보다가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한 입 먹었습니다.

 "웩."

 시에라는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입에 든 것을 도로 뱉었습니다. 예전부터 공부나 일적인 것 외에는 말짱 꽝인 시에라는 조용히 중얼거렸습니다.

 "…요리 잘하는 남자랑 결혼 했으면 좋겠다."



 이후로 데이스씨는 일 문제로 시에라의 사무실을 몇 번 방문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방문을 하는 동안, 데이스씨의 가게는 2호점, 3호점, 4호점 등등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와 더불어 시에라의 사무실도 점점 커졌고, 직원도 늘어났습니다.

 사무실에 방문이 있을 때 마다 데이스씨는 시에라에게 종종 '감사의 의미' 라며 맛있는 요리를 갖다 줬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사의 의미는 저녁 식사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저녁 식사 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데이스씨가 시에라를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한 날, 시에라는 그 자리에서 데이스에게 약혼 신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처음 만날 날로부터 3년이 되던 날,

 "아빠, 가서 괜한 소리 하지 마요. 뭐 우리 딸이 잘났니 어쩌니……."
 "아, 알았어, 알았어."

 시에라는 부모님과 함께 데이스씨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두 사람이 서로의 부모를 소개해주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결혼을 위해서요.

 "어서오세요."

 데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긴장된 얼굴로 시에라와 가족들을 맞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데이스씨의 어머니도 집 밖으로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멋진 정원이군요. 그리고…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시에라처럼 요리가 말짱 꽝인 시에라의 어머니가, 군침이 도는 음식 냄새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습니다.

 "가족분들을 위해서 아들과 제가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답니다."
 "오, 말씀만 들어도 기대되는군요!"

 시에라의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와!"

 평생 자신들의 집에서는 보지 못한 정돈되고 깔끔한 집 내부와 상다리 휘어지게 차린 음식들을 보자, 시에라의 가족들은 본능적으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두 분이 오신다고 아들이 정성껏 준비했답니다. 아들이 오늘을 위한 술도 직접 골라왔어요."

 데이스씨의 어머니가 아들이 사 온 술을 꺼내며 말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시에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술을 보자마자 입에 미소가 걸렸습니다. 이 술에 대한 조언은 시에라가 도와준 거지만요.

 "어머,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부디 입맛에 맞으셔야 될 텐데……."
 "그건 걱정말게, 사위. 우린 지금껏 집에서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아니, 어쩌면 집 밖에서도."

 시에라의 아버지는 벌써 사위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말했습니다. 

 "하하. 부디 맛있게 즐겨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데이스씨가 자리로 안내하며 말했습니다.
 그 날, 시에라의 가족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식사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에라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 결혼하면 우리 좀 자주 부르면 안 되니?"

 시에라의 엄마가 택시 안에서 물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봤어."

 시에라의 아빠가 말했습니다.
 시에라의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사실 난 집을 보고 놀랐어. 집이 그렇게 깨끗할 수 있다니! 난 그런 건 텔레비전에서나 나오는 집이나 가능한 줄 알았어. 어떻게 그렇게 정리하고 살 수 있는 거지?"
 "우리집이랑 완전 딴 판이죠? 그 사람이 일하는 곳도 가봤는데, 늘 그렇게 깨끗하게 정리하고 사는 것 같더라구요."

 시에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 말에 시에라의 아빠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큰일이네."
 "왜요?"
 "우리도 그렇지만, 넌 우리 보다 더 하잖아. 집을 완전히 개판으로 어지럽히고 살잖아. 혹시 더럽다고 이혼당하는 건 아니겠지?"
 "아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에라와 데이스씨는 결혼했습니다. 둘 다 성공하고 번성한 사업. 그리고 모두의 축복 속에서 하는 결혼.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연인의 결혼. 

 그리고 결혼 한 지 1년 후,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 태어났습니다. 데이스씨는 아이를 처음 안아보던 날, 조심스럽게 아이의 작은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뻗었습니다. 아이는 그 작은 손으로 데이스씨의 손가락을 꼭 쥐었습니다.

 "아!"

 데이스씨는 작은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데이스씨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안녕 아기야. 너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보석 이란다. 그래서, 너를 다이아라고 부르기로 했어."

 어느새 옆에 다가 온 시에라가 데이스씨의 어깨에 기대며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다이아."

 부부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 다이아가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다이아는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다이아~ 여기 보렴, 다이아~"

 다이아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외할머니는 오늘도 아이의 사진을 찍던 중이었습니다. 

 "하라부지~ 이거!"

 다이아는 방금 만든 장난감 블록 조형물을 할아버지에게 건넸습니다.

 "선물이야? 아이고~ 고마워~" 
 "할무니랑 외할머니 꺼도 만드께!"

 3살인 다이아가 아장아장 걸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래!"

 다들 꺄르르 웃었습니다.

 "…음? 사진기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사돈."

 찍은 사진들을 보던 데이스의 어머니가 시에라의 부모님에게 말했습니다.

 "다이아의 한쪽 눈이 이상하게 찍혔네요?"

 데이스의 어머니의 말에 같이 사진을 보던 시에라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이상하군. 다른 사진도 그렇게 나왔는데…?"

 시에라의 아버지가 다른 사진들도 보며 말했습니다.
 모든 사진들에서 다이아의 한쪽 눈이 이상한 색으로 나왔습니다. 시에라는 연한 녹색과 갈색이 섞인 눈인데 말이죠.

 "…왜 이렇지…?"

 데이스의 어머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자기, 그냥 사진이 잘못 나온 게 아닐까?"

 시에라가 다이아를 데리고 병원을 가며 투덜거렸습니다. 데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이 불안해하시니까……. 이참에 우리 딸 어디 아픈 데 없나 건강검진도 받는 거지." 

 그리고, 그 날. 부부는 의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서 유감입니다만…….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더 있는 지도 더 검사를 받아봐야겠지만……. 암입니다."
 "…네?"
 "눈에 암이 있습니다."
 "암이요…?" 
 
 믿을 수 없는 말에 데이스씨와 시에라는 완전히 굳어버렸습니다. 침묵을 깨고 데이스씨는 의사의 말을 부정했습니다.

 "말도 안 돼요. 다이아는 고작 3살이라고요!"
 "젊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은 맞지만, 절대 안 걸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버님, 절대라는 것은 없으니까요. 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의사 역시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세상은 냉정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세상은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심지어 다이아는 이미 전이가 된 상태였습니다. 부부는 다이아의 항암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천문학적인 병원비를 위해 집을 팔아야 했고, 시에라는 사무실을 작은 곳으로 옮겨야 했고, 그럼에도 돈이 모자라서 일을 더 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데이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하고 가혹한 것은, 그렇게 작은 아이가 항암치료로 울부짖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길어지는 항암치료에 가족들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여보!"

 데이스씨는 코피가 나는 시에라에게 급히 달려갔습니다. 

 "괜찮아."

 시에라가 휴지로 코를 막으며 말했습니다.

 "…집에 가서 좀 쉬어요, 여보. 오늘은 내가 있을게."

 데이스씨가 간병을 하러 병원에 온 시에라에게 말했습니다.

 "어제도 자기가 있었잖아. 난 괜찮아."
 
 시에라가 코를 막으며 말했습니다. 1년이 넘어가는 항암치료에 부부는 체력적으로도 결국 끝에 다다랗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부모님도 도와주시긴 했지만,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그들의 체력의 끝보다 더 무서운 일이 닥쳤습니다. 

 "…현재 공인된 모든 항암치료는 다 시도해봤습니다만……."

 부부에게 다이아를 놓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버렸습니다.

 "아, 안돼요! 안됩니다, 의사 선생님!"

 데이스씨는 그 자리에서 의사에게 사정을 하며 매달렸습니다. 그건 시에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이아가, 저렇게 작은 아이가 버티고 있잖아요! 제발, 제발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제발!!"

 그렇게 자존심 강하고 당당하던 시에라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의사를 붙잡고 울부짖었습니다.
 의사가 당황해서 시에라를 일으켜 세우려 하며 말했습니다.

 "…공인된 것은 그렇다는 겁니다, 부인."
 "네…?"
 "실험약들이 있습니다."
 "실험…약이요?"

 시에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제 동료가 다른 나라에 가서 연구하고 있다고 연락을 주고받았던 약이 있습니다. 아직 공인은 안 됐지만, 아주 효과가 뛰어난 약입니다. 특히 성인에게는 엄청난 효과가 나타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성년이 아닌 어린아이들에는 효과가 제각각이고 엄청난 고통과 비용이…….."
 "할게요. 어떻게 해서든!"
 
 시에라가 소리쳤습니다. 

 "…외국으로 가셔서 치료를 받아야 해서 엄청난 비용이 들 겁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시에라가 데이스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정말로 빚더미 위에 앉은 상태였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시도하려면 빨리 가야 할 겁니다. 아이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언제 숨을 거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의사의 말에 데이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보."
 "알아요. 나도 가고 싶어."

 시에라의 간절한 말에 데이스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좋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보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들에겐 이제 돈이 없었습니다.
 시에라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께 더 빌리면……."
 "부모님들께 더 빌리는 건 무리야. 이제 부모님들도 자칫하면 빚을 져야 될 상황이야."

 데이스씨가 말했습니다.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어디가?"
 "1시간 만. 1시간만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동안 우리 딸이 버티도록 지켜 줘."
 
 데이스는 그렇게 말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가장 화려 한 곳. 중심가의 빌딩 숲으로 향했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래가 만들어지는 곳, 제이블 레코드 소속사 건물로 데이스씨가 걸어 들어갔습니다.

 "누구십니까?"

 당연히 가드가 데이스씨를 막았습니다.

 "제이블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성함이?"
 "데이스입니다."

 가드는 미심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연락을 했습니다.
 잠시 후,

 "곧 오실겁니다. 헬기를 타고 오신다고 합니다."

 라고 말하며 가드가 제이블 소속사 빌딩의 최상층으로 안내했습니다.



 최상층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타고 내리자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드러났습니다.
 
 "커피 좋아하십니까?"

 직원이 데이스에게 물었습니다. 데이스는 떨리는 손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커피와 값비싼 디저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곧 오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직원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10분쯤 기다리자, 옥상에 헬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랜만이야."

 그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어느새 시대의 아이콘이 된 가수 제이블이 내려왔습니다. 데이스는 억지로 밝게 미소 지으려고 노력하며, 평생 한 번도 발휘해 본 적 없는 친근감을 보이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오, 데이스."

 제이는 데이스를 본 순간부터 울컥하는 것을 억누르며 그를 안았습니다.

 "네 소식은 알고 있어. 비록 너를 찾아가보진 못했지만 말이야. 줄곧 너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네가 나를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였었지. 하지만 오늘 네가 찾아왔어!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일 거야, 데이스!"

 제이가 흥분하며 말했습니다. 그는 책상위에 놓인 데이스의 가게에서 파는 빈 빵 봉지 더미를 가리키며, 정말로 데이스를 알고 있다는 표시를 냈습니다. 

 "나도 노래 잘 듣고 있어. 이번에도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봤어."
 "하하. 고마워. 사실 방금 콘서트 연습하다가 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온 거야. 오늘 저녁에 스타디움 공연이 있거든. 요즘 투어 중이라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제이는 앉으라는 쇼파에 손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데이스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우! 왜 이러는 거야, 데이스!?"
 "제이."
 
 데이스가 덜덜 떨며 말했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이러는 거 염치없는 것을 알아. 하지만, 부탁이 있어. 내 딸, 내 딸이 아파. 그런데 치료를 해 줄 돈이 없어. 이미 난 딸의 치료비로 빚더미에 올라서 파산 직전의 상황이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널 찾아왔어. 부탁이야, 제이. 도와줘. 내가, 내가 어떻게든 갚을 게. 아내도 돈을 벌고 있고 나도 매장이 있으니까, 곧 갚을 수 있어. 내가 반드시, 반드시 갚을…"
 "데이스."

 어느새 제이가 데이스 앞에서 같이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고개를 들고 나를 봐, 데이스."

 데이스가 제이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제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수 년 전에 넌 나를 구하고 내게 수프 한 잔을 줬었지. 난 아직도 그날의 그 따뜻한 수프를 잊을 수가 없어, 데이스."
 "……."
 "데이스. 난 이제야 그 빚을 갚을 수 있게 됐어. 내게 너를 도울 수 있응 영광을 주지 않겠어?"

 그 말을 하며 제이는 데이스를 안아줬습니다.

 "오, 제이!"

 그 날 밤, 데이스의 빚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들 가족은 밤 비행기로 김두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좀 전에 콘서트가 끝났어. 나도 곧 갈게, 데이스."

 제이가 공항에 있는 데이스에게 전화로 말했습니다.

 "고마워, 제이. 정말로."
 "데이스."
 "응?"
 "고맙다고 말하지 마. 고마운 건 나니까."

 제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쑥스러운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하하."

 데이스는 살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거쳐 실험약 치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채 되지도 않아 다이아의 항암치료가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던 탓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는 다이아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 비명 소리는 수 시간이 지속되었습니다.

 "야!"

 어느새 도착한 제이는 병원에 있는 직원 하나를 붙잡고 멱살을 쥐며 소리쳤습니다.

 "괜찮은 거야? 괜찮은 거냐고! 저 소리는 뭐야? 뭐냐고! 뭘 하는 거야!?"
 "지, 진정하시죠……"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봐, 당신! 반드시 내 친구의 딸을 살려내!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용서 안 해!"
 "제, 제발 진정을……."

 직원이 쩔쩔매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저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하는 것 밖에는.

 그렇게 몇 주 뒤.

 "축하드립니다. 암이 모두 다 사라졌습니다."

 김두원이 데이스와 시에라에게 잘 하지 못하는 외국어로 더듬더듬 희소식을 전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다이아의 할아버지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습니다. 어느새 데이스와 시에라의 부모님도 병원에 와 있었습니다. 제이의 배려로 온 가족이 다 외국의 병원에 방문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다이아는 모든 암이 치료되었습니다.

뚜루루루

찰칵
 
 "데이스! 다이아는?"

 제이가 전화를 받자마자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제이……."
 "말 해 줘. 괜찮은 거야?"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데이스가 입을 뗐습니다.

 "앞으로 다이아의 대부가 되어 줄 수 있어?"
 "그 말은…?"
 "암이 모두 사라졌데."

 수화기 너머로 제이의 환호성이 들려왔습니다.



 몇 년 후-

 다이아는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다이아, 넌 허풍쟁이야."
 "아니야!"
 "맞잖아! 제이블이랑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왜 아는 척해?"
 "아니야!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 오시는 분이라고!"
 "거짓말."

 학교 앞 분수 근처에서 다이아의 반 친구가 다이아를 거짓말쟁이라고 놀렸습니다.

 "증명해 봐, 거짓말쟁이."
 "아니라고! 진짜란 말이야! 바쁘시기 때문에 귀찮게 해드리지 않는 것 뿐이란…"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다이아는 점점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화가 날수록 점점 어지러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쨌든, 다아아는 친구의 말에 반박했습니다.

 "말라 비틀어진 해골~ 거짓말쟁이~"

 학교 친구가 이제는 마른 편인 다이아의 외모를 가지고 놀렸습니다. 그는 다이아 앞에서 계속 얼쩡거리며 가는 길을 막고 놀려댔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이아의 친구가 그 친구에게 화를 냈습니다.

 "야! 그러지 마!"
 "맞잖아? 난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하는 것 뿐인데?"
 "저리 가!"
 "해골 바가지~"
 "비키라고! 들어갈 거야."

 다이아는 급속도로 나빠지는 컨디션 탓에 자리를 피하려 했습니다.

 "맞잖아? 새까만 해골."

 그 아이는 급기야는 인종차별을 했습니다.

 "저리 가!"

 화가 폭발한 다이아가 결국 그 아이를 밀어내려 살짝 밀쳤습니다.
 그 순간,

 "꺄아악!"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아이는 몸이 붕 떠서 분수에 처박혔습니다.

첨벙

 분수에는 피가 천천히 번졌습니다.
 밀친 다이아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렇게 세게 민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이 일어나자 당황했습니다.
 다이아가 놀라서 달려 가는 순간,



 땅바닥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습니다.

 "오! 대체 무슨 일이야!?"

 병원에 입원한 다이아와 친구가 있는 병실에 다이아와 친구네 가족들, 그리고 대부인 제이가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헐. 제이블이다."

 몸에 붕대를 잔뜩 감은 채 누워있던 학교 친구가 제이를 보고 입을 떡 벌렸습니다.

 "우리가 봤어요."

 그 자리에는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쟤가 다이아한테 제이블을 모르는 데 아는 척한다고 거짓말쟁이, 새까만 해골이라고 놀렸어요!"
 "놀려서 다이아가 비키라고 하면서 밀쳤어요. 그런데 쟤가 날아가서 분수에 처박혔어요."
 "살짝 민 것 같았는데, 날려버렸다니까요!"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었습니다. 

 "시끄러! 난 그렇게 약하지 않아!"

 밀쳐진 아이는 무엇보다 자신이 날아간 사실이 부끄러운 듯했습니다. 
 대충 사건의 전말과 사정을 파악한 어른들 사이에는 침묵이 감돌았습니다. 침묵을 깨고 시에라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어, 음, 네, 그래요……."

 시에라가 상대편 부모에게 말했습니다.

 "아이를 다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치료비는 분명히 지불하고 다 나을 때까지 열심히 돕겠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네요."
 "…알겠습니다. 그 점은 저희도 확실히 하겠습니다."

 상대편 아이의 부모가 머리가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는 치료를 받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힘이 폭발해서 저혈당으로 쓰러지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이전에 치료받은 연구진에게 연락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도저히 원인을 찾지 못한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밤-

 제이 회사 직원이 보고하러 왔습니다.

 "송즈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송즈? 요즘 떠오르는 신예 그룹? 갑자기 왜? 콜라보 요청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흐음……. 나도 해 보고 싶긴 해."

 제이가 고민하며 말했습니다.

 "근데 송즈 같이 그룹과 콜라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맞출 게 많거든. 게다가 지금은 휴식기란 말이지?"

 제이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왜 휴식기에 연락을 줬지? 지금 내가 휴식기인 건 그쪽도 분명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물론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가치가 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어. 물론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말이야. 어떨까……."

 제이는 고민하다가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일단 콜라보를 한다고 하고 몇 달만 있다가 같이 작업하자고 하는 건 어떨까? 지금은 시기적으로 좀……."

 제이가 고민하는데 직원이 말을 더 덧붙였다.

 "뭐 다른 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그리고 회사측 사람이 연락 온 게 아니라 멤버가 직접 연락이 왔어요."
 "뭐? 직접?"

 비지니스에 있어서 뜻밖의 상황에 제이는 놀랐습니다.
 직원이 전화기를 제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일단 통화는 해보시는 게 어떻겠어요?"
 "좋아."

 제이는 직원이 건넨 전화기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얼굴은 놀람으로 인해 굳어버렸습니다.

 "…이봐, 당신. 그걸 어떻게 안 거죠?"

 제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나도 치료 받았었으니까요, 제이블. 박사님이 곧 도착할 거예요. 부디 도움되길 바래요. 아, 우리 콜라보는 잊지 말고요. 당신이 휴식기인 걸 알고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말고, 앞으로 천천히 얘기해보죠."

 주현이 외국어로 제이에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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