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Quiet? Quite! 1부 9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9화

SooyangLim 2022. 4. 7. 19:02

 하교 후 독서실에 안 가고 바로 집에 온 진우는 엄마에게 오늘 들은 얘기를 했다.

 "큰일이네. 너, 조심해야 해! 세상에 휴교하고, 시험도 미뤄진다니."

 진우 엄마가 조심하라고 다시 한번 일렀다.

 "…엄마, 그럼 게임 월드컵은…?"
 "당연히 안 되지! 시험 미뤄진 걸 떠나서 전염병 때문에라도 안 돼!"
 "앗……."

 진우는 조용히 절규했다. 그렇게 절망하던 진우는 문득, 이 일이 얼마 전에 김두원이 말한 놈들의 짓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잠시 먹을 것 좀 사러 편의점에 좀 다녀올게요."
 "마스크 끼고 나가!"
 "네!"

 진우는 급히 김두원이 있는 소속사 건물로 가려하는데,

 "어?"

 근처 학교가 일찍 하교 중이었다.

「중간 여고」

 "여긴… 그 누나 학교였던가?"

 진우가 다른 살아남은 아이이자 (진우 생각에)멤버쯤으로 생각하는 여고생, 수현을 떠올렸다. 진우는 혹시나 그 누나를 만나서 뭔가 물어볼 수 있을까 싶어서 학교 가까이로 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한 여고생이 모두 하교하는 틈에 집에 안 가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며 바닥을 살피고 있었다. 그 수상한 행동을 보고 진우가 가까이 가보니, 과연 수현이었다.

 "…어?"

 진우가 가까이 가자 수현이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진우를 봤다.

 "너 혹시 진우?"

 수현은 바로 진우를 알아봤다. 진우는 기쁜 마음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아처럼 많이 어릴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 같긴 하지만."

 수현은 진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안녕하세요."

 진우가 인사하며 목소리를 내자,

 "아, 완전 애는 아니구나. 목소리가 그때 들었던 것보다 낮네. 변성기 목소리가 나긴 나는 구나. 안녕."

 라고 수현이 말하며 인사했다. 
 진우는 수현이 뭐라 말하든 상관없이 자기가 묻고 싶은 것을 물었다.

 "저기 혹시, 이 전염병요, 그 놈들이 한 짓이에요?"
 "이게 그 놈들이 아니면 누구겠어. 이렇게 수상하게 퍼뜨리는데."

 그렇게 말하며 수현은 또 땅바닥을 살피며 걸어다녔다.

 "아, 여깄다." 

 수현은 그렇게 말하더니, 땅바닥에 묻혀있는 위쪽만 살짝 나와있는 음료수 캔 같은 것을 발견해서 파냈다.

 "이 일대는 내가 처리할테니 걱정 말고 집에 가. 거의 다 회수했으니까."

 수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캔 같은 생긴 것을 에코백 안에 넣었다.

 "아참, 집에 들어가면 손 꼭 씻고. 놈들이 이 캔 같은 것에 든 균을 통해서 퍼뜨리고 있거든."

 수현은 그렇게 충고하고는 진우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 진우의 학교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진우의 짝인 민수마저 전염병에 걸려버린 것이었다.

 "하……."

 진우는 민수가 없는 빈 자리를 보고 있자니, 화도 나고 우울해졌다. 

 "오늘은 단축수업이다."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내일부터 휴교니까, 다들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보자."

 결국 진우네 학교도 휴교를 해버렸다.



 "에이씨."

 진우가 하교 길에 분노와 허탈감, 우울함 등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어?"

 그렇게 툴툴거리며 집에 가던 진우는, 학교 교문 옆에 어제 수현이 찾고 다니던 캔이 묻혀 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아무래도 수현이 발견 못한 캔 중에 하나인 듯했다. 

 "이거 때문에…!"

 진우는 씩씩 거리며 화를 냈다. 그리고 당장 캔을 발로 밟아 납짝하게 터뜨려 눌러버렸다.

 "이젠 괜찮겠지."

 라고 진우가 중얼거리며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 갔다.  

 하지만 그건 진우의 착각이었다. 진우가 캔을 부숴버리는 바람에 일이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그 안에 있던 균이 그 일대로 순식간에 다 퍼져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우가 사고를 친 다음 날, 진우의 집은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왜냐하면 진우의 부모님까지 전염병에 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진우의 부모님은 병원에 입원 중이시고, 그 와중에 멀쩡한 진우는 집 안에 혼자 남게 되었다.

 "…왜?"

 진우는 한결 더 심해진 상황에 납득이 안 가서 멘붕이 왔다. 진우는 김두원이 있는 소속사로 급히 찾아갔다.

 김두원을 찾아가자, 마침 살아남은 아이들이 대부분 다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 사태에 대해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진우는 너무 어린 외국 아이가 하나 있어서 흠칫 놀랐다. 아마도 그녀가 다이아일 것이다.
 김두원은 진우가 오자 반갑게 맞이했다.

 "마침 잘 왔구나. 안 그래도 상황이 갑자기 심해져서 얘기하고 있었…"
 "부모님이 걸리셨어요."

 진우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부모님도 걸렸어."

 수현이 말했다. 그 말에 진우는 입을 떡 벌렸다.
 김두원은 일단 진우를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혔다.

 "…일단 앉자, 진우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진우는 자리에 앉으며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내 말이! 분명 캔도 회수했는데! 설사 남아 있더라도 이게 이렇게 심하게 퍼지다니……. 갑자기 왜 이렇게 심해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수현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저도 어제 분명 발견하자마자 부쉈거든요? 근데 왜 이렇게 심해진 건지……."

 진우의 말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부쉈다고?"

 김두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는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부수면 안 되는데……."

 잠자코 앉아 있던 주현이 골치 아픈 듯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왜 처리법을 안 물었어? 네 덕에 우리 학교도 휴교했잖아! 우리 부모님도 걸리고!"

 수현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부수면 안 되는 거예요?"  

 진우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수현이 화가 담긴 어투로 말했다.

 "그 안에 균이 들어있다고 말했잖아? 부수면 퍼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아."

 진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을 깨닫고 사색이 됐다. 진우는 시무룩해졌다.

 "얘들아, 일단 진정해. 이미 일은 터졌고, 수습을 해야지. 그리고 퍼뜨리려고 작정한 놈이 문제지, 진우가 알고 그랬겠니? 아예 작정하고 캔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이 밟으면서 퍼질 수 있게 만든 거니까……."

 김두원이 아이들을 달랬다.
 
 "그나마 희소식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주현이 말했다.

 "그래. 페니실린이 큰 효과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김두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두원이 물을 마시며 말했다.

 "제약 회사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으니까 곧 해결될 거야. 의료 기관에 지원 나가보니, 금방 사태가 진정될 것 같아."

 김두원이 의료 지원을 다녀온 일을 말하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다들 빨리 나을 수 있을까요?"

 진우가 여전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김두원이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변종이라 시간이 중요하긴 하단다. 시간에 따라 치사율이나 후유증이 다르니까."
 "그렇군요……."
 "지금 병원이랑 보건소에 사람이 몰리고 있어서 원활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곧 괜찮아질 거야.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 하고 있거든. 나도 곧 다시 나가 볼 거고."

 김두원의 말을 듣고 있던 주현이 물었다.

 "수요가 너무 커서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렇긴 하지. 그래서 부유층들이나 인맥을 중심으로 암거래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아. 물론 그것도 잠시겠지만. 페니실린 공급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긴 하거든."
 "참 우울한 일이에요."

 주현이 씁쓸하게 말했다.

 "아픈 건 누구나 아플 수 있는데, 나을 수 있는 건 누구나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주현의 말에 다들 말이 사라졌다. 
 숙연한 침묵을 깨고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우린 정말 운이 좋았죠."
 
 그때 가만히 있던 진우가 물었다.

 "근데 왜 우린 들키면 안 되는 거에요? 그냥 드러내고 활동하면 더 나은 거 아니에요? 저렇게 미친놈들인데? 그냥 다 얘기하고 도와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나요?"
 "모든 이들이 그들을 미쳤다고 생각할까?"
 "…네?" 

 진우는 김두원의 말에 정신이 멍해졌다. 
 김두원은 우울하게 말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활동한다는 건, 어쨌든 그게 옳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야. 그들은 '소수'의 희생이 전체를 위해 가치 있다고 믿고 있어.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소수가 소수가 아니고, 그들이 생각하는 전체가 전체가 아니라는데 있지만."

 진우는 도저히 그 말이 납득이 안 갔다. 하지만 진우가 납득하건 말건 김두원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누구든 알려져서 우리가 갖고 있는 치료자 명단을 뺏기기라도 하면, 그 명단에 있는 이들을 과연 가만히 놔둘까?"
 "……."
 "어떻게든 포섭하려고 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죽일 거야. 너한테 했던 것 처럼."
 "그래도… 만약에 문제가 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사람들한테 알리고 도와달라고 하거나……."

 진우의 말에 김두원이 말했다.

 "모든 경찰이 우리를 위해 싸워줄까?"
 "네? 그게 무슨…?"

 진우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 말하자 김두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덮으려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아니면 언론을 이용해서 온갖 말로 우리를 추악한 쪽으로 몰아가거나. 중요한 건 이미지니까. 아마 사람들에게 찝찝함이 남게 만들 거야. 결국 알맹이는 안 남고 껍데기만 남겨서 아무도 우리를 동조하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단다. 그렇게 우리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버릴걸."

 옆에서 주현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특히 나는 아주 좋은 가십거리가 되겠지."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진우의 물음에 김두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마치 한탄 하듯, 흘러가듯이 혼잣말처럼 중얼중얼거렸다. 

 "항상 그랬지, 항상……. 그럴 수도 있는 일들로 넘쳐 나는 거야, 언제나……. 근데 바로 그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뒤에 그럼에도라는 말이 없어지고 다들 그래 라는 말로 덮어버리니 혼돈이 오고, 그렇게 옳고 그름을 구분하려 하지 않고, 그래서 혼란해지고, 사색이 부족해지고, 그러면 더 혼란해지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야……."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김두원을 말을 다들 아무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또한 들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말을 이해할 생각을 안 했다.
 김두원은 혼잣말을 멈추고 표정을 다시 밝게 바꾸며 말했다.

 "자, 어쨌든 페니실린이 이미 걸린 사람들을 해결 해줄테니, 우리는 우리 일을 하자꾸나. 캔을 땅에 묻고 다니는 놈들을 잡아야지."

 김두원의 말에 진우가 불안해 하며 물었다. 

 "잡으러 다니다가 우리도 병에 걸리면 어떡해요?"
 "음……. 걸릴 수는 있지만……. 너희는 걸릴 확률이 아주 낮단다. 너희는 엄청 튼튼해지고 강해졌거든. 그리고 저들도 자신들이 해를 입길 원하질 않을걸?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의 정점이 너희니까 걸릴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봐야지. 자신들은 안 걸릴 만큼 조정을 충분히 했을 거야."

 김두원이 말했다.
 그러자 주현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전 제외요."
 "그래. 주현이는 좀 조심해야 되긴 해."
 "난 좀 크고 치료 받은 경우라서 튼튼한 정도가 좀 달라. 어릴 때 치료받을수록 강해지거든."

 주현의 말에 진우가 물었다.

 "왜 어릴 수록 강해요?"
 "남은 성장기가 기니까."

 김두원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다이아가 아마 가장 튼튼하고 강해질 거야. 아직 10살도 안 됐으니까."

 수현이 어느새 옆에서 담요를 덮고 자고 있는 다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난 상대적으로 약해. 그러니까 이거 잘 끼고 내가 말하면 도와주러 와야 돼."

 주현이 귀에 끼는 통신 장비들을 하나씩 나눠주며 말했다.

 "전에 보니까 대단하시던데……."

 진우는 예전에 주현이 싸우던 것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새벽 1시-

 다들 바깥으로 나와서 뿔뿔이 흩어져서 찾기 시작했다. 진우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주현과 같이 다니는 중이었다.

 "영화 같은 데서 왜 다들 건물 옥상 위로 다니나 했더니……."

 진우의 중얼거림에, 귀에 꽂힌 통신기기에서 수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cctv에 안 찍히려는 거랑, 높은 데서 보면 관찰하기 쉬워서지, 뭐."
 "전 멋져서 그런 줄 알았어요."
 
 진우가 약간은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때 갑자기 주현이 진우의 입을 막고 뒤로 확 끌어당겼다. 그리곤 진우의 귓가에서 주현이 진우에게 신호를 주며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쉿."
 
 진우가 숨 죽이고 두리번거렸다. 주현은 모퉁이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모퉁이 너머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수상한 놈들이 누가 봐도 수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방 속에서 진우가 부숴버렸던 캔을 꺼내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주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다른 이들에게 이 상황을 전달했다. 

 "놈들을 찾았어."


반응형

'소설(Novel) > 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Quiet? Quite! 1부 11화  (0) 2022.04.18
Quiet? Quite! 1부 10화  (0) 2022.04.11
Quiet? Quite! 1부 8화  (0) 2022.04.04
Quiet? Quite! 1부 7화  (0) 2022.03.28
Quiet? Quite! 1부 6화  (0) 2022.03.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