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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1부 6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6화

SooyangLim 2022. 3. 24. 19:01

 "왔니? 아, 진우도 왔구나."

 김두원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전 빨리 나가야 돼요. 메이크업 안 받은 걸 까먹었네요. 빨리 가서 메이크업 받아야 되거든요. 준비하고 올게요."

 김주현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나가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진우는 김두원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안녕 잘 지냈니?"

 김두원이 밝게 인사했다. 
 그때 갑자기 김두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김두원이 휴대폰에서 뭔가를 누르자, 안쪽 공간의 벽에 내장된 수족관처럼 보이던 것이 휴대폰 화면으로 변했다. 수족관 풍경을 TV로 재생해놨던 모양이었다. 

「이수현」

 화면에는 전화 온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두원이 전화를 받자 방에 웬 여학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어, 그래 수현아."
 "박사님, 제가 마무리했어요."
 "고맙다. 수현아, 지금 영상통화 되니?"
 "왜요? 잠깐 밖에 안 돼요. 좀 있으면 청소시간 끝나거든요."
 "전에 얘기했던 진우가 왔단다."
 "아, 그 강약중에 다닌다던 중학생이요?"

 그렇게 말하는가 싶더니 앞의 화면은 어느새 영상통화로 전환됐다. 화면에는 교복을 입고 안경을 낀 여고생이 나타났다.
 김두원이 수현을 소개했다.

 "진우야, 너희 학교 옆에 중간 여고에 다니는 수현이야, 이수현. 고3이야."
 "아, 안녕하세요!"

 난 큰 화면에 대고 인사를 했다.
 수현은 약간은 시니컬한 목소리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 반가워. 근데, 거기에 인사해도 안 보여. 난 지금 박사님 휴대폰 화면을 통해서 보고 있어."
 "아? 아. 네. 안녕하세요!"

 진우는 수현의 말에 김두원의 폰을 향해 다시 고개를 꾸벅하고 인사했다. 
 김두원은 진우와 수현에게 말했다.

 "둘이 학교가 가까우니까 시간나면 근처에서 잠깐 얼굴 볼 수도 있겠네."
 "글쎄요. 될까요? 저는 학교에서 밤까지 공부하고 나오는데."

 수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때 수현 쪽에서 학교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청소시간 끝났어요. 갈게요."

 그러고는 그대로 뚝 끊겼다.
 통화가 끊기고 나자 진우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저 같은… 아니, 우리 같은 사람이 많나요?"
 "응?"
 "그러니까, 그… 치료받고 살아남은……."

 진우의 말에 김두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치료 받은 아이들은 외국에도 있고 많긴 한데… 슬프지만, 많지… 않단다."
 "그렇군요……."

 진우는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겁고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김두원은 무거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애써 주제를 바꿔서 진우에게 물었다.
 
 "…약 받으러 온 거지?"
 "아, 네."
 "약은 연구 중이니까 계속 개선될 거야. 한 달 분이면 되겠지?"

 김두원이 서랍에서 알약이 들어 있는 약통을 꺼내며 말했다.

 "나중에 다 먹어가면 다시 와서 받아가렴."
 "네."

 진우가 대답하는데 문이 열리고 주현이 다시 들어왔다. 그는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진우는 아이돌을 보며 김두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슬쩍 물었다.

 "형은 언제부터 저처럼 그런거에요?"
 "주현이는 약을 투여하고 거의 몇 달 만에 바로 증상이 나타났어. 가장 처음 증상이 나타난 케이스지."

 김두원의 말에 김주현이 다가오며 말했다. 

 "17살 때던가, 18살 때던가? 그 때 쯤에 치료 받았었죠. 가자, 진우야. 매니저 형이 데려다줄 거야."

 김두원이 진우에게 인사를 하고, 진우도 다시 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김주현을 따라나섰다. 그들이 방 밖으로 나가는 동안 그 장소는 다시 안무 연습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주차장으로 가자 매니저가 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는 길에 근처에 내려줄게."

 매니저가 진우에게 말하며 문을 열어줬다. 
 차에 타자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진우가 조심스럽게 주현에게 물었다.

 "…근데요, 형은 처음에 막, 그… 물건 부수고 그런 일 없었어요?"
 
 그 말에 운전하던 매니저가 대신 말했다.

 "둘이 씩씩거리며 싸우다가 우리 막내를 반 죽여놨지."
 "네에!?"

 진우가 깜짝 놀라자 김주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형! 양념치지 마요. 얘가 어디 가서 말하면 이거 큰일나요."
 "그때 안무연습실 거울 다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매니저가 추억에 잠겨서 말했다.
 진우가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김주현과 매니저를 번갈아 봤다. 김주현은 웃으며 추억에 잠겨 있었던 일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하하! 진짜 싸운 줄 알겠네. 싸운 거 아냐. 어떻게 된 거냐면……."


 
 때는 데뷔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다음 곡의 안무 연습을 하던 날. 주현은 그날따라 유난히 몸이 무거웠다. 몇 번이나 안무를 틀리자 결국 안무가이자 안무 선생님은 화가 나서 연습을 중단했다.

 "주현이 안 가르켜 줬어? 도와준 거 맞아? 아님, 연습을 안 한 거야? 지금 뭐야 이게?"

 안무가는 춤 담당 멤버에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주현이 사과를 했다. 안무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물었다.
 
 "…김주현. 오늘 왜 이래?"
 "……."
 "하기 싫어? 뭐 하자는 거야? 리더가 이따위로 할 거야? 데뷔했으니 이제 됐다 이거야?" 
 "아닙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주현은 머리가 멍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 배가 고팠다. 분명 연습 시작 전에 밥을 먹었음에도 그랬다.

 "…30분 뒤에 다시 올 때까지 연습해놔."

 그 말을 마치고 안무가는 밖으로 나갔다.

 "연습 안 했어요?"

 안무를 짜 온 춤 담당 동생이 팀의 맏형이자 리더인 주현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연습실 거울에 냉랭해진 분위기가 그대로 비쳤다.
 춤 담당 동생이 화를 누르고 최대한 좋게 얘기하려 노력하며 말했다.

 "아니, 형님 왜 이래요? 이상한데~? 너무 많이 틀리는데~? 어제 뭐 한 거예요? 따로 연습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따라 왜 이러실까? 뭐가 문제예요? 내가 봐줄게요."
 "미안해."

 주현은 화가 난 게 아니라 약간 어지러웠다. 주현은 멤버에게 굳은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사과를 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감은 상태로 보였다.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도 이미 그의 의식은 점점 날아가는 중이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밝은 표정으로 사과하고 다시 연습하자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주현은 스스로도 자신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린 걸 느낄 수 있었다.

 "…잠시만. 미안한데, 잠시만."

 주현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짜증을 내는 거라 생각했던 춤 담당 동생이 욱 하는 것을 누르고 말했다.

 "마시고 바로 연습하죠. 오케이?"

 하지만 주현은 지금 솔직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다.

 "지금 뭐라도 먹어야 될 것 같아. 빨리."
 "…우리 좀 전에 밥 먹고 들어왔잖아요."
 "미안한데 뭐 좀 먹어야겠어."

 주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사과했다.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어지러워서인지 말이 제대로 안 나와서였다.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와……."

 그런 모습을 보고 그가 자신에게 성의 없이 대하는 거라 착각한 춤 담당 동생은 이제 누가 봐도 화가 난 게 보였다. 다른 동생들이 둘의 눈치를 살폈다.

 "하……."

 춤 담당 멤버는 한 번 더 화를 누르고 허리에 손을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잠깐만, 잠깐만 쉬자. 나 뭐 좀 먹어야 될 것 같아."

 주현이 가까스로 눈을 뜨며 말했다.
 춤 담당 멤버는 그의 말에 눌러왔던 화가 점점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뚜껑이 열리기 직전인 게 눈에 선히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주현은 동생의 표정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거의 반 정도는 날아가 있었다. 배보다 머리가 단 것을 찾고 있었다.

 "단 거 뭐든 먹어야 될 것 같아. 빨리, 빨리."
 "아니, 형. 너무 하잖아?"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춤 담당 멤버는 이 상황에도 먹을 것을 찾는 게 화가 나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까 먹었잖아요! 좀 전에!"

 춤 담당 동생이 결국 화를 냈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춤 담당 멤버는 더 있다간 험한 말이 나올 것도 같고 무슨 행동을 자신이 할 지 몰라서 결국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마 옥상에서 바람이라도 쐬면서 화를 삭이려는 모양이었다.

 다른 멤버들과 회사 직원들은 이 상황에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다.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다가 멤버 하나는 춤 담당 멤버를 따라가고, 막내 멤버는 그에게 다가왔다.

 "아이, 우리 형 왜 이러실까~"

 막내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다가왔다.
 하지만 이때 이미 주현은 식은땀이 나고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통을 붙잡는데,

우직

 주현이 들고 있던 쇠로 된 텀블러가 그대로 우그러졌다.

 "형…?"

 안무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던 멤버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다가오던 막내는 멈칫했다. 그래도 막내 멤버는 조금이라도 해결해보고자 그를 뒤에서 안고 살짝 포박하며 말했다.

 "아이. 왜 또 화내고 그래~ 무슨 일이야~"

 막내 멤버는 그가 단단히도 화가 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괜히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잡지마, 비켜."

 주현은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멤버들은 화가 나서 참고 있는 목소리로 착각했다.

 "하지마."

 주현은 어지러워서  한 손으로 정수기를 짚으며 말했다.

 "왜 그러는지 말할 때까지 안 놔줄 거야."

 막내 멤버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주현은 자신을 안고 있는 동생의 팔을 풀려고 했다.

 "오, 우리 형님, 힘 쎄졌는데~?"

 막내 멤버는 괜히 더 쎄게 안으려고 힘을 줬다.
 주현은 지금 너무 어지러웠다. 

 "놔 봐. 나 뭐 좀 먹어야 될 것 같아."

 주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동생을 매단 채 천천히 걸어갔다.

 "좀 있다 같이 맛있는거 시켜먹자, 형. 지금은 연습하고~"
  
 막내 멤버는 꽉 안고는 못 가게 막았다. 매달리기까지 하니 몸에 더 힘이 들어갔다. 이제 주현은 지금 뭔가를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너무 어지러웠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결국 힘 줘서 막내를 뿌리치며 소리쳤다.

 "아, 놔 봐!"

 그 말을 하며 뿌리치는데,



 막내 멤버가 그대로 안무실 저편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촤르르르-

 벽의 거울이 한 박자 늦게 쩍 갈라지더니 유리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울이 깨져서 마치 빛나는 폭포처럼 우수수 흘러내렸다. 

 "으윽……."

 막내 멤버가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했다. 

 "무슨 짓이에요!"

 멤버가 소리치며 막내에게 달려갔다. 안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막내 멤버에게 달려가고, 이 소란에 밖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죄다 달려왔다. 

 "안 돼……."

 주현의 눈에 동생이 피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동생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훨씬 더 어지러워진 상태였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 들었다. 식은땀이 잔뜩 났다. 달려가려고 발을 들었다.
 하지만…



 다들 또 다시 난 큰 소리에 놀라 뒤돌아봤다. 주현이 방금 발을 내디딘 곳이 박살 나 있었다. 



 "…형?"

 주현은 그대로 쓰러져 실신했다.

  

 "…그때 병원에 목격자도 많아서 온갖 불화설 흘러나오고 난리도 아니었지."

 매니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내가 막내 왕따 시켰니 뭐니 해서 둘이 싸웠니 어쩌니 하면서 온갖 소설이 판을 쳤죠."
 
 진우는 한 때 인터넷을 달궜던 송즈의 데뷔 초 왕따설과 싸움설의 진실을 듣고 입을 떡 벌렸다. 

 "와……."
 "그래도 난 약과야. 다른 애들 중에 고3 여자애 하나 있는데, 걔는 예전에 학교 운동장에서 피구 하다가 공 터뜨리고 운동장 초토화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거긴 그래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 혹시 수현 누나인가요? 아까 통화 했었어요."
 "어어, 맞아."

 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떠올렸다.

 "수영 선수인 외국 애가 있는데, 걔는 수영장에서 난리가 났었다고 하더라고. 다행히 다들 큰 부상은 없었다고 하더라만은. 그리고 또 다른 나라에 지금 초등학생인 어린애도 있어. 걔는 학교에서 친구가 놀려서 가볍게 밀쳤는데, 하마터면 그 때 힘이 폭발해서 난리 났다고 하더라고."
 "네에!?"
 
 진우가 초등학생이라는 말에 놀라며 물었다.
 주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다친 애는 다행히 잘 회복했다고 하더라고. 천만다행이야."

 진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그 아이는 그럼 몇 살 때 병에……."
 
 주현은 서글픈 눈빛으로 말했다.

 "…4살이라고 들었어. 하아……."
 "4살……."
 "참… 그래……. 너도 그렇지? 마음이 참 그렇더라고."
 "……."

 진우는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주현은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봤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 때 차가 잠시 멈췄다. 침묵을 깨고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은 여기서 내려야 될 것 같은데."
 "아, 네!"

 진우가 퍼뜩 안전벨트를 푸는데,

 "녀석들 눈에 안 띄게 조심해. 아까처럼 티 내면 곤란해."

 라고 주현이 말했다. 진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아, 처음부터 나인 줄 알고 있었구나.'

 주현은 조용히 경고했다.

 "놈들이 계속 널 회유하려고 할 거야. 조심하고."

 그렇게 말하며 진우의 몸을 가로질러 팔을 뻗어 밴의 문을 열어줬다.

 "잘 가. 다음에 보자."

 진우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차가 떠난 자리에서 한참이나 가만히 서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땅에 발을 딛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있었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진우는 계속 멍한 채로 가만히 서있다가 중얼거렸다.

 "꿈 꾼 것 같네."



 다음날-

 "오늘 5교시 체육이다~"

 진우가 4교시 종 치는 소리가 나자 즐거워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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