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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1부 2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2화

SooyangLim 2022. 2. 28. 19:02

끼이익-

병실 문이 열렸다.

 "진우야 안녕? 잘 지냈니?"
 "누구세요?"
 "난 김두원이라고 한단다. 예전에 마지막 항암치료 할 때……."

 김두원이라는 이름을 듣자 진우는 눈이 동그래져서 그를 쳐다봤다. 과거 젊었던 그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아! 그 때 그 의사 선생님! 기억나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다, 진우야. 다들 오랜만에 보니 많이 컸구나. 어이쿠, 꽁꽁 묶어놨구나."
 "아 이거 묶은…어?"

 진우는 다들 이라는 말에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들 이라는 건…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질문을 하면서도 진우는 이 자리에 김두원이 와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불안을 가중되고 있었다.

 "저…다시 재발했나요?"

 그 말은 하는 진우의 머릿속은 이미 가장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으로 다시 끌려가고 있었다.


* * *

 7년 전-

 아직 어린 나이이던 진우에게도 대장암이라는 단어 자체의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암’이라는 한 글자는 충분히 심각하고, 경악할만한 단어였다. 

 "어떻게 그동안 몰랐어!? 계속 아팠잖아!"
 "그걸 왜 내 탓으로 돌리는 거야? 평소에 원래 야채도 안 먹고 변비도 자주 걸리고 병원 가도 항상 장염이 자주 걸리니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여보는? 그냥 애가 먹고 싶다하면 아무거나 사주고 그랬잖아!"

 병명을 처음 알게 된 날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 진우의 병을 여태껏 몰랐다는 이유로 진우의 엄마와 아빠가 언성을 높이며 싸웠었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자는 척 하고 있던 진우는 자꾸만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항암 치료가 몇 번 반복됐다. 주사를 맞고 링거를 맞으며 몸에 멍과 흉터가 생기기 시작하자, 진우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방사선 치료 또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몇 번이고 울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진우는 어느 날, 병실 밖에서 몰래 울고 있던 부모님을 보게 됐다. 

 진우는 그 날부터 울지 않게 됐다. 아파서 눈물은 흘리고 있어도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참고 있었다.  

 그러나 수차례의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차도만 있을 뿐, 다시 또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린 나이 탓에 암세포는 너무나 빨리 자라났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나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병명을 알게 된지 1년 쯤 지났을 때, 결국 더 이상의 공인된 모든 항암치료가 소용이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진우는 진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다.

 자신이 시한부임을 알게 된 날, 진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진우는 그 날 그냥, 많은 것을 담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

 며칠 뒤, 김두원이 진우에게 찾아 와 인사를 했다. 그는 현재 어떤 약물을 연구중이라고 했다. 실험약이지만, 성인에게는 항암 치료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던 약물이라고 소개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진우 같은 소아나 청소년에게는 확률이 낮지만 어쩌구 저쩌구…….

 사실 진우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해도 가지 않았다. 많이 아플거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진우는 그냥 흘려들었다.

 "…괜찮겠니?"

 김두원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묘하게 진우의 눈을 피하며 물었다. 진우는 그 부분에서 얼마나 힘들지 직감했다.

 "……."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못 해보고 보낸다면, 남은 삶을 어떻게 견디겠는가?

 그 날, 진우는 자신이 아닌 남겨질 부모님을 위해서 마지막 항암 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가 온 그 날은,

 진우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병원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잘 참던 아이가 그렇게나 심각하게 비명을 지르고 실신하고 깨어나면 다시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치고…….

 진우 부모님은 의료진들만 있는 그 방 바깥에서 진우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그저 듣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진우에게도, 진우의 부모님에게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심지어 그 약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 기간 중에 그 어떠한 종류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보조 약물도 쓸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 약물은 치료 후에도 한동안 진우가 정신과 치료도 받게 해야 될 정도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 약물은 그런 정신적인 문제를 모두 만회할만큼 효과가 있었다.

 "확실히 모두 사라졌습니다."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1년 넘게 진우를 고생하게 했던 온몸에 전이된 암세포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 약물을 쓴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몇 주 만의 일이었다.


 퇴원 한 이후 진우의 두피에 머리카락이 까슬까슬하게 다시 자라나기 시작한 날,

 “2학기부터 다니면 된단다. 1년 반 만이지?”

 진우는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됐다.

 “야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생일 날이 되었다. 
 그 때도 짝이었고, 지금도 어쩌다보니  짝인 민수가 생일을 진우의 챙겨줬다. 더 이상 못 받을 것 같던 생일 선물도 받았다.

 진우의 웃음은 이제 일상으로 녹아들었다.



* * * 

 "저…다시 재발했나요?"

 진우의 불안을 알고 있는 듯 김두원은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 재발하지 않았어."
 "그럼 왜……."
 "오히려 너무 건강 해진 게 문제지."
 "네?"

 김두원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진우는 눈이 땡그래졌다.

 "지금 네가 자꾸 실신하고 조금만 힘을 써도 폭주해서 물건을 부수는 건, 네가 너무 튼튼해져서 생긴 문제란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끌어 써서 저혈당 증상이 온 거야.”
 "너무 튼튼해졌다고요?"
 "6년 전에 네가 치료 할 때 쓴 약에 대해서 해줄 이야기가 있단다."
 "어떤…?"



* * * 

끼이익-

 늦은 시각, 진우가 있는 병실 문이 열렸다.

 "안녕?"
 "누구세요?"
 "아, 나는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야."
 "피부과요?"

 진우는 뜬금없는 분야의 의사가 들어와서 의아하게 물었다.

 "아무래도 계속 이런 천에 묶여 있으면 피부에 안 좋으니까."

 그가 둘러대듯 대충 말했다. 
 진우의 상반신은 특수한 재질의 붕대 같은 것으로 딴딴하게 감겨 있었다. 진우는 이렇게 싸매어진 이유를 말하려 했다.

 "아 이건 물건을 계속 부숴서…"
 "그건 네가 힘이 좋아서 그렇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묶어두면 쓰나?"

 의사가 메스 같은 것을 꺼내서 허리 아래쪽에 감겨진 부분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그리곤 베어진 부분을 쉽게 손으로 뜯어버렸다.

찌익-

 '어? 이거 특수한 재질로 된 거라서 쉽게 안찢어진다고 했는데? 이거 감을 때 여러 사람이 그렇게나 힘들게 묶었는데, 이렇게 쉽게 찢어버린다고?'

 진우는 그가 쉽게 베고 찢어버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넌 지금 아주 건강하단다."
 "네?"

 의사가 이제 팔꿈치 아래쪽 허리 부분의 붕대를 베어내면서 말했다.

 "네가 정신을 잃은 건 갑자기 강한 힘을 써서 혈당이 내려가서란다."
 "……."
 "억울하지 않니? 이렇게 묶여있는 게 말이야."

 의사가 서걱거리며 베다가 팔 쪽 부분을 베어버릴 때 쯤에 칼질을 멈췄다.

 "세상에는 남이 뛰어나면 이렇게 묶으려들기 마련이란다. 좀 더 잘하면, 좀 더 세면, 좀 더 잘나면 누르려 들지. 그런 사람은 그에 걸맞게 알아서 하게 놔두면 될 텐데 말이야."

 의사가 진우의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같이 더 나아진 사람들이, 우리 같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에게, 그건 아니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니?”

 그는 메스를 든 손으로 진우의 한쪽 어깨를 언뜻 보기엔 다독이는 것처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그는 흥분한 듯 말이 약간 버벅 거리고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부당하게 뺏으려 드는 사람들에게," 

 진우가 어깨에 올려 진 손을 봤다. 

 "그렇게 기어오르는 사람들에게,"

 메스의 날이 목 옆에 와있었다.

 "그건 아니라고 각인 시켜야 되지 않겠니?"

 의사가 진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는……."

 진우가 그 의사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봤다.

 "제가 항암치료 때문에 더 세졌다고 해서 남들한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렇게 생각한다니 안타깝구나. 하지만 진우야, 생각해보렴.”

 의사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메스는 이제 팔꿈치에서 어깨 쪽으로 움직이면서 진우의 몸을 묶은 천을 베어내며 올라오고 있었다.

 "결국 널 이렇게 묶어놨잖니? 난 널 자유롭게 해주려는 거란다."

 진우가 조만간 목 쪽으로 올라올 메스를 흘끗 봤다가 다시 의사를 바라봤다.

 "제가 묶여있다고요?"

트득

 "!"

 의사의 메스 진행 방향 위쪽의 천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제가 묶어달라고 한 건데요."

 진우가 힘을 주자마자 붕대처럼 묶여있던 하얀 천이 한 순간에 마치 날개가 펼쳐지듯 찢겨져 터져버렸다.

 의사가 뒷걸음질 치면서 그의 흰 가운이 진우가 앉아있는 침실 뒤쪽의 검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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