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Quiet? Quite! Prologue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Prologue

SooyangLim 2022. 2. 14. 19:01

 "좋아! 좋아!"

 코치가 초시계를 들고 외쳤다. 수영장에서 선수들이 얼마 뒤에 있을 대회를 준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 안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는 한 선수의 귀에는 코치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물소리가 시끄러워서?
 아니다.
 그냥 귀에 들어오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 약간 어지러웠다.

첨벙

 그는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날치처럼 힘차게 날아오르던 접영을 멈췄다.

 "어?"

 갑자기 멈추자 코치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좀 전까지 수영을 하던 그는 레인을 구분 해놓은 코스 로프를 잡았다. 그는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몸에 힘을 더 빼고는 천천히 물 위에 떠가듯 천천히 부드러운 자유형으로 출발선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출발선에 와서 수경을 이마 위로 올렸다.

 "왜 그래? 쥐 났어?"
 "아뇨."
 "기록 엄청나게 잘 나오고 있었는데. 너무 무리 한 거야?"

 그가 출발선에 다가오자 코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모르겠어요. 딱히 그건 아닌데……."

 그렇게 대답하는 그는 숨 찬 기색 하나 없었다.  
 다른 동료 선수들도 에이스인 그가 갑자기 그러니 걱정 되는 지 그들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약간 어지러워서……."
 "어지럽다고?"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무슨 일이야? 어제 뭐 했어?"
 "아니. 컨디션 관리 한다고 들어가서 바로 잤어."

 선수 본인도 이 상황이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잠깐 나와 쉬는 게 어때?"

 코치가 말했다.
 선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그는 영 아쉬운 모양이었다.

 "코치님, 쉬자고 해도 이 친구는 안 쉬잖아요?"

 다른 선수가 말했다.

 "50미터만 돌고 와서 쉴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수경을 다시 꼈다.

 "어어, 무리 하지마."
 "그래. 컨디션 조절 해야지!"

 동료들과 코치가 말렸다.

 "체크만 해볼게요. 휘슬 불어주세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스타팅 라인에 섰다. 

 '50미터야. 힘내보자.'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휘익-

 휘슬 소리에 맞춰 입수했다. 물 속에서 잠영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접영으로 수면 위로 날아 오르기 위해 킥을 차는 순간, 엄청난 양의 수영장 물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폭탄이라도 떨군 것처럼 물이 튀어 올랐다.
 
 수영장에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연습 안 했어요?"

 안무를 짜 온 춤 담당 동생이 팀의 맏형이자 리더인 그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연습실 거울에 냉랭해진 분위기가 그대로 비쳤다.
 춤 담당 동생이 화를 누르고 최대한 좋게 얘기하려 노력하며 말했다.

 "아니, 형님 왜 이래요? 이상한데~? 너무 많이 틀리는데~? 어제 뭐 한 거에요? 따로 연습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따라 왜 이러실까? 뭐가 문제에요? 내가 봐줄게요."
 "미안해."

 화가 난 게 아니라 약간 어지러워서였다. 그는 멤버에게 굳은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사과를 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감은 상태였다. 이러는 와중에도 이미 그의 의식은 점점 날아가는 중이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밝은 표정으로 사과하고 다시 연습하자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표정이 완전이 굳어버린 걸 느낄 수 있었다.

 "…잠시만. 미안한데, 잠시만."

 그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짜증을 내는 거라 생각했던 춤 담당 동생이 욱 하는 것을 누르고 말했다.

 "마시고 바로 연습하죠. 오케이?"

 하지만 그는 지금 솔찍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다.

 "지금 뭐라도 먹어야 될 것 같아. 빨리."
 "…우리 좀 전에 밥 먹고 들어왔잖아요."
 "미안한데 뭐 좀 먹어야겠어."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사과했다.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어지러워서인지 말이 제대로 안 나와서 였다.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와……."

 그런 모습을 보고 그가 자신에게 성의 없이 대하는 거라 착각한 춤 담당 동생은 이제 누가 봐도 화가 난 게 보였다. 다른 동생들이 둘의 눈치를 살폈다.

 "하……."

 춤 담당 멤버는 한 번 더 화를 누르고 허리에 손을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잠깐만, 잠깐만 쉬자. 나 뭐 좀 먹어야 될 것 같아."

 그가 가까스로 눈을 뜨며 말했다.
 춤 담당 멤버는 그의 말에 눌러왔던 화가 점점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뚜껑이 열리기 직전인 게 눈에 선히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거의 반 정도는 날아가 있었다. 배보다 머리가 단 것을 찾고 있었다.

 "단 거 뭐든 먹어야 될 것 같아. 빨리, 빨리."
 "아니, 형. 너무 하잖아?"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춤 담당 멤버는 이 상황에도 먹을 것을 찾는 게 화가 나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까 먹었잖아요! 좀 전에!"

 춤 담당 동생이 결국 화를 냈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춤 담당 멤버는 더 있다간 험한 말이 나올 것도 같고 무슨 행동을 자신이 할 지 몰라서 결국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마 옥상에서 바람이라도 쐬면서 화를 삭히려는 모양이었다.

 다른 멤버들과 회사 직원들은 이 상황에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다.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 받다가 멤버 하나는 춤 담당 멤버를 따라가고, 막내 멤버는 그에게 다가왔다.

 "아이, 우리 형 왜 이러실까~"

 막내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다가왔다.
 하지만 이때 이미 그는 식은땀이 나고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통을 붙잡는데,

우직

 그가 들고 있던 쇠로 된 텀블러가 그대로 우그러졌다.

 "형…?"

 안무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던 멤버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다가오던 막내는 멈칫했다. 그래도 막내 멤버는 조금이라도 해결해보고자 그를 뒤에서 안고 살짝 포박하며 말했다.

 "아이. 왜 또 화내고 그래~ 무슨 일이야~"

 막내 멤버는 그가 단단히도 화가 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괜히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풀어보려했다.

 "잡지마, 비켜."

 그는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멤버들은 화가 나서 참고 있는 목소리로 착각했다.

 "하지마."

 그가 어지러워서  한 손으로 정수기를 짚으며 말했다.

 "왜 그러는지 말할 때까지 안 놔줄거야."

 막내 멤버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는 자신을 안고 있는 동생의 팔을 풀려고 했다.

 "오, 우리 형님, 힘 쎄졌는데~?"

 막내 멤버는 괜히 더 쎄게 안으려고 힘을 줬다.
 그는 지금 너무 어지러웠다. 

 "놔 봐. 나 뭐 좀 먹어야 될 것 같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동생을 매단 채 천천히 걸어갔다.

 "좀 있다 같이 맛있는거 시켜먹자, 형. 지금은 연습하고~"
  
 막내 멤버는 꽉 안고는 못 가게 막았다. 매달리기까지 하니 몸에 더 힘이 들어갔다. 이제 그는 지금 뭔가를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뒤덮었다. 너무 어지러웠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결국 힘 줘서 막내를 뿌리치며 소리쳤다.

 "아, 놔 봐!"

 그 말을 하며 뿌리치는데,



 막내 멤버가 그대로 안무실 저편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촤르르르-

 벽의 거울이 한 박자 늦게 쩍 갈라지더니 유리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울이 깨져서 마치 빛나는 폭포처럼 우수수 흘러내렸다. 

 "으윽……."

 막내 멤버가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 했다. 

 "무슨 짓이에요!"

 멤버가 소리치며 막내에게 달려갔다. 안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막내 멤버에게 달려가고, 이 소란에 밖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죄다 달려왔다. 

 "안 돼……."

 동생이 피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동생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훨씬 더 어지러워진 상태였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 들었다. 식은땀이 잔뜩 났다. 달려가려고 발을 들었다.
 하지만…



 다들 또 다시 난 큰 소리에 놀라 뒤돌아봤다. 그가 방금 발을 내딛은 곳이 박살나 있었다. 



 "…형?"

 그는 그대로 쓰러져 실신했다.



 "남는 시간 동안 피구하자."

 여고생들의 체육시간. 다들 그늘에 가서 쉬려고 하는데 체육 선생님이 공을 던져주며 말했다. 학생들은 안 쉬고 뭔가를 한다는 말에 투덜댔다. 

 "아, 쉬어야 될 것 같은데."

 그 중에 유난히 투덜대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 말에 다른 친구가 의아한듯 말했다.

 "너 피구 좋아하잖아?"
 "그건 그런데……. 오늘은 좀 쉬었으면 좋겠어. 배도 고프고."
 "진짜 대식가답다. 1교시부터 밥 생각이라니."
 "아니, 그게 아니고……."
 
 무언가 변명하려 했지만 괜히 밥 얘기 했다가 한 소리 더 들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다른 학생들은 언제 투덜댔냐는 듯 막상 피구가 시작되니 재밌게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쉬어야 된다고 투덜거렸던 학생은 가만히 서서 굳어 있었다.  

 '…이상한데.'

 그녀는 뭔가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공이 튀어서 그녀 쪽으로 왔다. 분명 타이밍이 늦었는데 순식간에 공을 잡았다.

 "…응?"

 놓칠거라 생각했는데 얼떨결에 잡아서 본인도 깜짝 놀란듯 했다. 공을 잡으니 터질듯 공이 찌그러졌다.
 그녀가 공을 잡자 학생들이 우르르 반대쪽 라인으로 달아났다. 피구를 잘하는 그녀라 그런지 잔뜩 경계했다.

 그런데 그녀는 왠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굉장히 어지러웠다.

 '…던져야 되는데.'

 시간을 너무 끌어서 누구를 맞추기에는 힘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공을 높이 올려서 자신의 편에게 넘기려 했다. 그녀는 손아귀에서 찌그러져 있던 공을 자신도 모르게 힘주어 잡았다.

퍽   

 "응?"

 공이 터졌다.

 "꺄악!"
 "뭐, 뭐야?"

 학생들이 공이 터지자 깜짝 놀랐다.
 놀란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데, 



 마치 무거운 게 떨어진 것 처럼 지면 파이고,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휘청

 그러더니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했다.

 

 으슥한 골목길 안.

 "…알겠습니다."

 남자가 건넨 종이를 다 읽자 젊어 보이는 여자가 종이를 접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마에 걸쳐져 있던 선글라스를 다시 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말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라이터가 켜졌다. 작은 불꽃은 이내 종이에 옮겨붙더니 큰 불꽃이 되어 종이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종이가 불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말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말 없이 반대 방향으로 뒤돌아 걸어갔다.
 
 "아참."

 여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에게 뒤돌아 보고 말했다.

 "회장님이 알려줘서 고맙다고, 잘 지내라고 전해달라십니다."
 
 여자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 어두운 골목길을 벗어났다.
 


반응형

'소설(Novel) > 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Quiet? Quite! 1부 2화  (0) 2022.02.28
Quiet? Quite! 1부 1화  (0) 2022.02.21
Daydream of prime of life Epilogue  (0) 2021.06.02
Daydream of prime of life 30  (0) 2021.06.01
Daydream of prime of life 29  (0) 2021.05.3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