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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1부 3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1부 3화

SooyangLim 2022. 3. 7. 19:01

 "아,아니 잠깐만……."

 의사는 당황한 듯 두 손을 들고 뒷걸음질 쳤다. 그는 진우가 화가 난 거라 생각했는지 진정시키려고 빠르게 말을 뱉었다.

 "지, 지금 당장 뭘 하라는 게 아냐. 그냥 생각, 생각을 해보라는 거지."

 그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진우의 시선은 그의 손에 든 메스에 꽂혀 있었다.

 '괜히 덤볐나…? 아, 괜히 욱해서…….'

 진우는 겁에 질려서 몇 초 전 자신의 언행을 후회하고 있었다.
 의사가 물러나며 천천히 손을 내리는데,

 "으악!"

 진우는 메스에만 시선이 집중 되어 있다 보니 그가 어떠한 액션을 취한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깜짝 놀라 소리를 치며 침대 아래로 떨어지듯 몸을 피했다.

 "!? 잠깐 기다…"

 의사가 놀라서 진우가 떨어지지 않게 팔을 붙잡는데,

 "악!"

 진우는 놀라 소리치더니 팔을 뿌리쳤다.

슉 



 진우가 뿌리치자 그 의사는 순식간에 병실 저편에 큰 소리를 내며 처박혔다. 얼마나 세게 박혔던지 벽에 크랙이 생길 정도였다. 

 "으윽……."

 의사가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려 했다.
 진우는 그 모습을 보고 덜덜 떨며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방금 자신이 저지른 짓과, 이 힘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만약 저 의사가 아니라면 누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겁에 질린 모양새였다.

 "…진정해. 해칠 생각은 없어."

 의사도 보통 튼튼한게 아닌 모양이었다. 비록 고통스러운 표정이긴 했지만, 꽤나 멀쩡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를 내려 애썼다.
 하지만 진우는 그가 멀쩡하게 일어나자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가, 가까이 오지마요!"
 "진정해. 사람들이 올 거야."

 의사는 이 소란 때문에 사람들이 오니 진정하라는 뜻으로 말했지만, 진우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사람들?'

 아니나다를까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진우는 저 의사의 한 패가 와서 자신을 위협하거나 곤란하게 만들 거라는 뜻으로 이해를 해버렸다.

 진우는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도망칠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뒷편의 창문에 시선이 걸렸다.

 "어디야!? 어디서 난 소리야!?"

 바깥의 사람들이 이 소란의 원인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

 진우는 소리를 지르며 창가로 도망갔다.

 "안 돼!"

 의사가 소리쳤다.

드르륵

 "헉"

 아래를 내려다 본 진우가 숨을 삼켰다.
 아래에는 엠뷸런스와 사람들이 있었고 모든 게 조그맣게 보였다.

 '너무 높고 사람이 많아…….'

 진우가 창백해진 얼굴로 생각했다.
 그러나…

 "잡아!"

 어느새 병실 안에 사람이 들어왔다.
 진우에겐 이제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을 한 번 돌아봤다가 바로 팔로 얼굴을 감싸고…….

파창!

 창문이 단번에 깨졌다.
 저 멀리 보이는 타워와 산, 건물들, 불빛, 야경이 위아래로 뒤집혔다. 그리고 낙하와 동시에 불빛들이 못 알아보게 세로로 길어졌다. 

콰앙!!

 "꺄아아아아아아아!"

 앰뷸런스가 찌그러짐과 날카로운 동시에 여러 사람의 침묵과 귀를 찢는 비명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세상에!" 
 "어떡해!?"
 
 진우가 뛰어내린 병실에서 간호사들과 사람들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리고 그들 뒤쪽에서 피부과 의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리고 진우가 떨어진 앰뷸런스 주변, 응급실 앞은 완전 난리가 난 상태였다. 

 "사다리!"
 "빨리!"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앰뷸런스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와"
 "몇 층이야?"
 "미친 뛰어내렸어"
 "어머어머"

찰칵
찰칵
찰칵

 "살아있어?"
 "죽었겠지"

찰칵
찰칵

 "찍지마세요!"

 수 많은 인파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고, 당황한 병원 직원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란 속에서 진우는 앰뷸런스 위에서 안경이 삐뚤어진 채로 가만히 누워 있었다. 자신이 깨버리고 나온 창문이 보이는 병원 건물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하늘을 보며, 진우는 한 마디 뱉었다.

 "…x발. ㅈㄴ 아파."

 진우는 다시 또 어지러워지는 의식 속에서 중얼거렸다.

 "아, 어지러."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SNS인 핸드북에 페이지가 하나 올라왔다. 찌그러진 앰뷸런스 위에 사람이 있는 사진과 함께 짧은 글도 하나 올라왔다.


이지혜
「방금 전에 병원에서 사람 뛰어내림ㄷㄷ
사진
엄지척 1.8M 엄지 아래325 공유 6천 회 조회 32만」

댓글 보기
 프로필사진 Yejin Kim 헐
 프로필사진 Donghyun Lee ㄷㄷㄷ
 프로필 사진 신현수 뭐임? 자살?
 프로필 사진 Stephanie Jo 사고인가?
 프로필사진 유혜수 야 이런 거 올리면 안 되지 않냐;;
 ┖프로필사진 이지혜 왱?
 ┗프로필사진 유혜수 너가 피해자라 생각해보셈
 프로필사진 ㅇㅇ병원 글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그 핸드북 페이지가 사라지고 한 문구가 남았다.


 삭제된 게시물 입니다.


 하지만 사라지기 전 게시물에는,


「엄지척 1.8M 엄지 아래325 공유 6천 회 조회 32만」

 과연 모든게 다 삭제됐을까?
 그동안 얼마나 퍼져나갔을까?
 사람들 머릿속에도 삭제됐을까?



 병실에서 뒤에서 새파랗게 질려있던 의사는, 어느새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병원 직원들과 함께 울고 있는 진우의 어머니와 토닥이고 있는 아버지에게 제일 앞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와 저희 병원에서 책임지고…"

 얼마 뒤, 
 산소 호흡기를 차고 있는 진우의 귀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모두 정상입니다. 멀쩡해요."
 "기적입니다."
 "그냥 잠든 것 뿐입니다. 혈당 수치만 올라오면……."
 "곧 퇴원 가능합니다."

 진우의 부모님은 꿈에도 몰랐고, 진우도 아직은 몰랐다. 그 의사의 고개 숙인 사과는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진우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가 고개 숙였다는 것을. 





 갑자기 나무 막대기가 교탁을 강하게 치는 소리에 진우는 번쩍 눈을 떴다. 

 "조진우!"

 교실이었다. 진우는 자신을 꾸짖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오자마자 또 자니!?"

 학교에서 마귀할멈이라는 악명을 가진 나이가 많은 영어 선생님이 오늘도 굉장히 노한 얼굴로 진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민수가 옆에서 숨 죽여 킥킥거렸다.
 그렇게 진우가 한참을 혼나고 있는데, 교실 맨 뒷자리에서는 누군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종 칠 때 다 됐는데……."

딩-동-댕-동

 아니나 다를까 곧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다.

 "오자마자 자는 패기 지렸닼ㅋㅋㅋㅋ"

 쉬는 시간이 되자 민수가 옆에서 웃으며 깐죽거렸다.

 "ㅋ야 근데 니 있던 병원에서 누가 뛰어내렸데. 닌 그거 못 봄?"
 "…그거 난데."

 진우는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조용하게 대답했다.
 그 말에 민수는 진우가 장난친다고 생각했는지 여전히 킬킬 거리며 말했다.

 "ㅋㅋ ㅈㄴ 아팠겠네ㅋ 그때 왜 안 뒤짐ㅋㅋ"
 "ㅈㄴ 아팠음."

 진우는 웃음기 없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긁힌 거 빼곤 멀쩡함."
 "……."

 민수의 얼굴에서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찐?"
 "ㅇㅇ. 진짜."

 이제서야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된 민수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아니, 미친 새x야! 왜 뛰어내림!?"
 "몰라. 걍 패닉 상태라 보이는 게 그거 뿐이었…"
 "처돌았냐!!"

 그 때,

 "야, 받아!"



 진우의 머리에 커피 우유가 명중했다.

주르륵-

 그리고 그 커피 우유는 바로 터져서 진우의 얼굴, 안경, 머리와 옷까지 푹 적셔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

 민수는 그 모습에 완전 빵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칠판을 지우고 있던 칠판 당번인 여자아이가 보고 놀라 굳어버렸다. 그 칠판 당번은 진우가 은근히 좋아하는 여자 아이라서 진우는 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정신이 멍해졌다.

 "헐."

 커피 우유를 던진 친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맨 뒷자리에 앉은 친구였다.

 "ㅋㅋ 개박살났네."
 "ㅈ됨ㅋ"

 먼저 커피 우유를 먹고 있던 친구들도 다 빵 터져버렸다. 

 "야, 체육복 있냐?ㅋㅋ"
 "ㅋㅋ어쩌냐?ㅋㅋ" 

 다들 웃는 분위기로 가니 진우도 뭔가 더 액션을 취할 수가 없었다.

 반 친구들이 모두 웃는 분위기 속에서 커피 우유를 던진 맨 뒷자리 친구, 부아인이 드디어 한 마디를 말했다.

 "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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