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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인의 일기 - 덜미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노인의 일기 - 덜미

SooyangLim 2021. 9. 6. 19:01

 홍화 남편의 집에서 밥 먹으며 소식을 전해 들은 장신의 남자는 옆에 있는 설참에게 말했다.

 "너 또 갈 생각 하지 마."
 "어차피 지금은 못 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회복 하려면 한참 더 있어야 된다."
 "응? 전에는 덜 나아도 그렇게 가겠다고 난리치더니?"

 장신의 남자의 말에 설참이 국을 후루룩 먹으며 말했다.

 "내가 전에 부상 있을 때 갔다가 거절 당했었다고 얘기했었지 않나?"
 "아 맞다. 까였다고 했었지?"

 설참은 까다라는 용어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맥락상 좋은 의미로 쓰지 않았다는 것은 눈치챘기 때문에 장신의 남자를 노려봤다.
 장신의 남자는 그런 설참을 보며 왜 그러냐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왜? 맞잖아? 부상 있는 상태니까 그냥 꺼지라고 한 거 아냐?"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아, 기분 상했어? 말이 심했네. 미안."
 
 장신의 남자의 빠른 사과에 설참은 뭐라고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말은 안 했지만 싸한 분위기를 풍겼다.
 홍화의 남편과 아이가 설참의 눈치를 살폈다. 
 장신의 남자가 홍화가 화난 기색을 보이자 괜히 맛있는 반찬을 밀어주면서 말했다.

 "…미안해. 응?"

 설참은 기분이 풀어진 듯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반찬을 받아먹었다.



 날이 가고 곧이어 살이 에리는 듯 추워졌다. 그 때까지도 옥실이나 설참은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리네."

 설참이 중얼거렸다. 추워지니 몸 곳곳이 시리는 모양이었다.
 설참은 홍화 남편의 집 마루에 걸터 앉아 눈이 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때, 부엌에서 어느덧 소녀가 된 홍화 남편의 딸이 나와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들고 왔다.

 "이거 잡수세요."
 "안에 아저씨랑 오라버니한테 주거라."

 설참이 장신의 남자와 옥실한테 주라고 말했다.
 홍화 남편의 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 안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이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버렸다. 곧이어 장신의 남자가 밖으로 나와서 설참 옆에 앉으며 말했다. 

 "따뜻할 때 좀 먹지. 왜 안 먹어? 좀 먹어."
 "난 됐다."
 
 장신의 남자는 품에서 갑자기 뭔가를 꺼내 설참에게 내밀었다.

 "그럼 이거 먹어."
 "…이건 어디서…?"
 
 고급 다과를 보자 설참은 얼떨떨하게 받아 들었다.

 "아까 낮에 나갔다가 팔길래 사왔어. 너 이거 좋아한다며. 홍화한테 들었어."
 "…잘 먹겠다."

 설참은 괜히 고맙다는 말을 못 하고 딱딱하게 말했다.

 "올 해 첫눈인데 많이 오네."

 장신의 남자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설참이 같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말했다. 설참은 장신의 남자가 주는 다과를 먹으며 멍 하니 눈 오는 것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장신의 남자가 물었다.

 "몸은 좀 어때?"
 "이제 많이 괜찮다. 날이 추워지니 온 몸이 시리긴 하지만."

 장신의 남자가 그 말에 자신이 입고 있던 두꺼운 코트를 벗어서 설참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추운데 왜 그러고 있냐."
 "됐다. 너 입어라. 난 들어가 볼 테니."

 설참은 당황해서 다시 옷을 벗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며 말했다. 그러자 장신의 남자가 설참의 손을 잡아끌어 다시 앉히며 말했어.

 "난 괜찮아. 너 눈 보려고 여기 있던 거잖아. 입고 있어. 난 별로 안 추워."
 "……."

 이번에도 설참의 입에서는 고맙다는 말이 맴돌기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 설참은 다시 가만히 앉아 다시 눈 오는 것을 봤다.
 그 때 장신의 남자가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너 이름이 진짜로 설참이냐? 눈을 벤다는 뜻 맞지?"
 "…굳이 따지자면 그런 의미겠군. 뭐, 지금은 그렇다."
 "지금은 그렇다고?"

 장신의 남자가 설참의 알쏭달쏭한 대답에 고개를 의아하게 말했다.
 설참이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다과를 하나 더 먹고서는 입을 열었다.

 "예전 이름이 설화였다."
 "설화? 그게 이름이라고? 본명?"
 "기명이다."
 "아, 어쩐지."

 장신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어쩐지 이쁘게 생겼더라니." 

 그 말에 다과를 먹던 설참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장신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는 남자애인 줄 알더니?"
 "그때도 곱상하게 생겼다고 생각은 했어. 남자애라고 생각한 건 처음 봤을 때 위장을 온 얼굴에 다 칠하고 있어서 못 알아 본 것도 있고, 군대에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으니까 그런 것도 있고."
 "…그랬군."

 설참이 다시 고개를 돌려 눈 오는 것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신의 남자가 또 물었다.

 "그럼 본명은 뭔데?"
 "모른다."
 "응?"
 "내 기억이 시작하는 부분부터 난 설화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난 버려진 아이였다."

 설참의 말에 장신의 남자는 할 말을 잃고 그녀는 가만히 바라봤다.
 설참은 그런 장신의 남자를 흘끗 봤다가 다시 하늘에 내리는 눈을 보며 말했다.

 "그런 표정으로 볼 것 없다. 내가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에 난 값비싼 옷을 입고 비싼 천으로 지어진 이불에 쌓인 채 한 겨울에 집 앞에 버려졌었다 들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어 맡기듯이 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
 "너는 모르겠지만, 그때 자신의 집 앞에 버려져 있던 날 거둬준 기녀는 당시에 막 기녀 생활을 시작한 구레아 최고 기녀였다. 살면서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 기녀셨다. 그분은 당시에 미모와 기예, 학식,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구레아 최고라 불리는 기녀이셨다. 난 그 분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으니, 그렇게 연민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장신의 남자가 회상에 잠긴 듯한 그녀의 눈을 보며 물었다.

 "그 분은 이름이 뭔데?"
 "의랑. 의랑 언니. 의랑 주목지."

 설참이 오랜만에 의랑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분이 내 이름도 지어줬었지."
 "아 그래?"
 "눈꽃이 피던 날 내가 왔다 하여 그리 지으셨다 들었다. 그리고 클수록 내가 얼음 속에 피는 눈꽃 같다 하며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하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 분은 요즘 뭐 하시는데?"
 
 그 말에 설참은 대답 없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봤다.

 "…미안."

 대충 눈치 챈 장신의 남자가 사과했다. 

 "수 년 전에 만세 운동이 있던 날 만세운동에 나간 우리를 구하시고, 이후에 9구역 간부 중에 하나와 함께 뛰어내리셨다."
 "아."
 "그리고 그 분의 시신 중 일부를 저들이 박물관에 전시해놨다."

 그 말을 들은 장신의 남자는 말문이 턱 막혔다.
 설참은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난 기명을 버리고 지금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

 그 때 갑자기 장신의 남자가 그녀를 안아줬다.
 설참이 당황해서 장신의 남자를 밀어내며 말했다.

 "!? 갑자기 왜 이러…"
 "그냥 안아주고 싶어서."

 장신의 남자가 밀어내는 설참을 더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말에 그를 밀어내던 설참은 멈추더니, 천천히 자신을 알고 있는 그의 팔을 잡았다.

 "…일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설참의 목소리는 약간은 떨리고 있었다.
 
 "항상 괜찮지 않아도 돼."
 
 그 말에 설참은 입술을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꽉 깨물고 눈을 감았다.

 "…감성적이군."

 설참이 약간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괜히 그렇게 말했다.

 "난 너처럼 억누르고 살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장신의 남자는 설참을 다시 놔주려는데, 이번에는 설참이 놔주지 않았다.

 "잠시만."
 "…추워서 그런 거지?"

 장신의 남자가 설참이 눈물을 들키기 싫어서인걸 눈치채고 말했다.
 설참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그대로 말했다.

 "응. 추워서."
 "그래. 추워서 그렇구나."

 장신의 남자가 설참을 가만히 안고는 말했다.
  
 "너 이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설화도, 설참도."
 "…고맙다."  

 두 사람이 그렇게 안고 있는 동안, 집에 들어가려다 두 사람 때문에 못 들어가고 계속 서 있던 홍화가 자신도 모르게 홀로 미소를 지었다. 밖에 숨어서 손이 시리도록 서 있던 홍화가 중얼거렸다.

 "첫눈이 오는 날 눈꽃이 녹을 줄이야."

  
 
마타마이니 행성력 4272년-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땀이 등줄기를 흠뻑 적실만큼 더워지더니, 연일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기 시작했다.

 "큰일이네."
 "마치 누군가가 자꾸만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조작하는 것처럼요."
 "…뭐?"

 장신의 남자가 옥실의 옆에 앉아서 중얼거렸다. 

 "정말 이상해요. 왜 이럴까요?"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냐?"
  
 장신의 남자와 옥실이 대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한동안 안 보였다더니 다시 돌아왔군요. 뭐 하다 오신 거예요?"

 홍화가 우의를 벗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들린 홍화는 한동안 안보이던 장신의 남자과 옥실이 방 안에 있는 것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묘하게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뒤따라 들어온 설참이 홍화가 우의 탈탈 털어 마루에 적당히 개켜놓았다.
 장신의 남자는 대충 얼버무렸다.

 "아, 뭐… 바빴어. 너도 바빴지?"
 "저야 뭐 늘 그렇죠. 요즘 일이 많아서요."
 
 설참이 문을 닫고 들어오자 홍화가 말했다.
 
 "새로운 소식이 있어요."
 "뭔데?"

 장신의 남자의 질문에 설참이 대신 대답했다.

 "김원이 이끄는 군대와 범백님이 이끄는 군대가 연합한다는군."
 "그래?"
 "결국은 둘이 힘을 합치게 됐어."

 설참이 만족스러운 듯 흐뭇하게 말했다.
 그 말인 즉슨, 이제 회복이 다 된 설참이 다시 떠난다는 말이었다. 때문인지 홍화는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장신의 남자는 김원과 범백의 연합 소식에 전혀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됐네."
 "그래서 말인데 도와줘야 할 일이 있다."
 "응? 뭘?"
 
 장신의 남자의 물음에 설참이 홍화를 바라봤다.
 홍화는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품 안에 든 밀지와 돈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언니가 군대에 합류하러 가는 길에 이 밀지와 자금을 전달해야 합니다. 내일 바로 떠나야 해요."
 "아 그래? 그거야 뭐…"
 "잠시만요."

 옥실이 갑자기 말을 막았다.

 "저희도 잠시 상의 좀 해도 될까요?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세요."
 "그래. 갑자기 결정 할 수는 없는 문제겠지."

 홍화와 설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장신의 남자는 의아하게 물었다.

 "왜? 또 안 된다고 하게?"
 "느낌이 영 안 좋아요."
 "왜?"
 "그게……."

 옥실이 머뭇거렸다.

 "시기상… 좋지 않아요. 아마 지금쯤이라면 곧…"
 "넌 맨~날 안 되고 맨~날 안 좋다고 하잖아."
 "제 컨디션도 안 좋은데 혹시나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할 거예요?"
 "그때는 비상 탈출해야지." 

 장신의 남자가 간단한 일이라는 듯 대꾸했다.

 "하……."

 옥실이 머리를 짚는 사이 갑자기 장신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갔다.

 "어,어디가요!?"

 장신의 남자는 문을 열더니 홍화와 설참이 있는 쪽에 소리쳤다.

 "나 갈게. 도와줄게!"

 갑자기 혼자 결정해버린 장신의 남자를 보고 옥실이 기겁해서 입을 쩍 벌렸다.

 "미쳤어요!?"
 "야, 이쯤 되면 그냥 니가 좀 적응해라."
 "아니, 도대체…!"

 옥실은 장신의 남자의 뻔뻔한 언행에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장신의 남자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내일 바로 떠나면 지금 바로 갈 준비 해야겠다. 안 그래?"
 "하……."

 옥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기차역으로 차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검문이 심해져서 기차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장신의 남자가 홍화에게 물었다.

 "신분을 위장했어요. 두 사람, 부부인 척 해요."

 홍화가 위조 신분 증명 서류를 장신의 남자와 옥실, 설참에게 내밀었다.

 "……."

 다들 서류를 품 안에 넣는 동안 옥실이 그 서류를 받아 들고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옥실이 장신의 남자에게 말했다.

 "그럴래?"

 장신의 남자가 품 안에 있던 서류를 옥실에게 넘겼다.

끼익-

 역에 도착해 보니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보안이 심해져 있었다. 
 그들은 검문소에 섰다.

 "부부?"
 "네."

 설참이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설참은 검문관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설참은 맞다는 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슬그머니 팔짱을 꼈다. 장신의 남자는 그런 설참의 손을 잡아줬다.
 그들은 유명인인 홍화는 먼저 들여보내고 따로 심사를 받고 있었다. 
 검문관은 옥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시종입니다."
 
 옥실이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에 도장을 쾅 하고 찍었다. 그리고는 들어가라는 고갯짓을 했다.
 그들은 기차에 서둘러 올라탔다.



삑 삑 삑 삑 삑

 검문관이 그들이 타고 나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방금 홍화와 홍화의 일행으로 보이는 이들이 기차에 탔습니다."

 그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기차의 승객을 더 이상 들여보내지 않고 봉쇄 해버렸다.



 "휴우. 그래도 잘 들어왔네."

 장신의 남자가 한숨을 쉬며 기차에 올라탔다.

 "홍화는 몇 번째 칸에 있다고?"
 "두 번째 칸."

 그들은 지금 있는 칸이 4번째 칸인 것을 확인하고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기차는 기관실이 있는 다음 칸부터인 첫째 칸과 두 번째 칸은 침대 칸이거나, 방 처럼 들어가서 마주 앉을 수 있는 객실 칸이었다. 세 번째 칸부터 다른 칸들은 의자가 중간 복도 통로를 기준으로  양옆으로 두 줄로 쭉 놓인 여러 명 수용 가능한 일반 칸들이었다.

 그들은 두 번째 칸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기차가 움직여서 몸이 기우뚱 했다.

 "뭐야? 벌써 출발해?"

 장신의 남자가 황급히 의자를 잡았다.

 "좌석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설참도 의자를 급히 잡으며 말했다.

 "…젠장."

 그 때 이상함을 눈치챈 옥실이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급히 소리쳤다.

 "…뛰어요!"
 "뭐?"
 "빨리 앞칸으로 뛰어요!"

 그들은 영문을 모른 채 옥실의 말대로 뛰기 시작했다.



 그들이 막 4번째 칸 문을 닫고 3번째 칸으로 들어가는데 뒤칸에서 우주 9구역 경찰들과 군인들이 4번째 칸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통과된 거 아니었어!?"

 장신의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옥실이 설참에게 소리쳤다. 

 "총 있죠? 기관실로 달려가서 당장 기차를 멈춰요! 그리고 마로 기차에서 뛰어내려요!"

 설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달려나갔다.

 "홍화씨 찾아서 내릴 준비되면 됐다고 소리쳐요."
 "알겠어."

 장신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도 급히 뛰어갔다.



 두 번째 칸 문이 열렸다. 설참이 먼저 앞 칸으로 뛰어갔다.
 장신의 남자도 뒤따라 홍화를 찾아 2번째 칸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옥실은 문을 3번째 칸의 문을 닫고는 못 건너오게 막아섰다.



 그들이 몸통으로 밀었으나 큰 소리만 났을 뿐 밀리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쿵쿵

  문 뒤쪽으로 고함을 지르며 욕하는 소리가 웅웅 거리며 들렸다.



 이번에는 더 많은 인원이 들이박았다. 여전히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2번째 칸에서 장신의 남자가 홍화를 찾아서 뛰어내릴 준비가 됐다고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 문 들 너머로 1번째 칸과 두 번째 칸 사이에서 홍화와 장신의 남자가 이쪽에서 내리겠고 소리쳤다.
 옥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어쩐지 문이 살짝 들렸다.

 "아, 이걸 어떡해야 돼?"

 옥실이 문을 막고 선 채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문이 또 살짝 들렸다. 그들은 용기를 얻었는지 더 세게 들이 박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연이어 문을 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비켜 봐, 이 멍청한 것들!"

 문을 들이박고 있는 이들 뒤로 간부인 듯한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머리 쓰네."

 옥실이 중얼거리며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기차가 내리는 방향으로 몸을 피했다.



 총성이 울리고 창문이 박살 났다. 유리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때,

끼이이이이익-

 기차가 급정지했다.
 


 순식간에 기차 1호칸까지 간 설참은 이미 연락받은 차장과 간식차를 끄는 직원과 마주했다.

 "비켜."

 설참이 양 손에 든 총으로 차장과 직원에게 총구를 머리에 겨누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바들바들 떨면서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가만히 있었다. 

 "…너희는 나한테 맞아서 기절 한 거야."

 설참은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의 머리를 가격해서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기차의 기관실로 들어가 바로 기관사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

 "멈춰."

 하지만 기관사는 손을 든 채로 설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정지 하는 게 뭐야?"

 기관사를 대답을 안 하려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은 어쩔 수가 없었다.
 대충 어느 것인지 눈치챈 설참은 기관사에게 말했다.

 "너도 나한테 맞아서 기절한 거야."

퍽 

 설참은 기관사의 머리를 가격해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설참은 바로 기차를 급 정지시켰다.  
 
끼이이이이익-

  
 
 기차가 급 정지하자 그들을 쫓던 경찰들과 군인들이 우르르 넘어져버렸다.
 그 사이 설참, 장신의 남자, 홍화, 옥실이 기차에서 내렸다.

 "어서 저쪽으로 도망가요!"

 옥실이 그들 쪽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 
 설참은 재빨리 기차 앞쪽을 돌아서 기찻길을 벗어났다. 장신의 남자와 홍화도 기차 앞쪽으로 모퉁이를 막 돌았다.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기차 앞쪽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

털썩

 옥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꼬맹이는 잡았고."

 총 쏜 놈의 목소리가 홍화와 장신의 남자의 귀에 선명히 날아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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