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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인의 일기 - 나즈대학살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노인의 일기 - 나즈대학살

SooyangLim 2021. 8. 30. 19:01

 "하링. 뭐해?"

 하링이라는 소녀는 이른 아침부터 풀 숲에서 친구들과 야생화를 따던 중이었다. 전 날 내린 비 덕에 꽃들이 물기를 머금고 피어있었다.
 꽃 바구니에 꽃을 이미 가득 채웠기 때문에 이제 내려가야 되지만, 하링은 계속 가만히 있었다. 친구가 불러도 하링은 풀숲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친구가 다시 하링을 불렀다.

 "하링!"

 하링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먼저 가. 나 갑자기 급해서……."
 "소변?"
 "응. 먼저 가. 금방 내려갈게."
 "알겠어. 빨리 와."

 친구들은 먼저 숲 바깥으로 벗어났다.
 하링은 친구들이 가고 나자 아까 쳐다 보던 풀숲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괜찮아요?"

 하링이 물었다.

 "…날 신고할 건가?"
 
 설참의 목소리였다. 설참은 지난어로 말하는 하링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설참은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풀 숲에 숨어있었다.  
 하링은 고개를 저으며 바구니에서 방금 자신이 딴 야생화 하나를 건네며 물었다. 

 "우리 군인이에요?"
 "…지난과 연합 중인 군대의 군인이다."

 설참은 피 묻은 손으로 꽃을 받아 들며 말했다.

 "구레아?"
 
 설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링이 말했다.
  
 "따라와요."
 "……."
 "곧 들킬 거에요. 피 냄새가 많이 나거든요. 우리 집으로 가서 씻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하링은 꽃 바구니를 덮어놨던 담요를 설참에게 건넸다.

 설참은 담요를 뒤집어 쓰고 하링을 따라갔다. 그들은 눈을 피해서 하링의 집으로 갔다.

 "하링! 꽃 따온 거 이리다…!"

 하링의 엄마는 집에 온 하링의 방에 들어가려다가 놀라서 멈칫했다. 설참은 하링이 가져온 바가지에 담긴 물과 천으로 피를 닦아내고 약을 발라 상처들을 동여매고 있었다.

 "누구…?"
 "구레아의 군인이래."
 
 그 말에 하링의 엄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재빨리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누구 본 사람 없어?"
 "없어."

 하링이 대답했다.
 설참은 하링의 엄마의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자 급히 말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나가면 죽을 거에요."

 하링의 엄마는 자신의 옷중에 평범해 보이는 옷을 내왔다.

 "이걸 입으면 눈에 안 띌 거예요."

 그리고 하링의 꽃바구니를 뒤집어서 꽃을 부어버리고 빈 바구니를 내밀었다.

 "군복은 여기에 넣어서 이동하면 될거에요. 위에는 꽃으로 덮고요."
 "…감사합니다."

 설참이 인사를 했다.

 "잠시만요."

 하링은 갑자기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부엌에서 자신이 먹을 주먹밥을 가져왔다.

 "이거 먹고가요."

 설참은 고개를 끄덕 하고는 주먹밥을 입에 우걱우걱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문을 나서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링의 엄마가 말했다.

 "…혹시……."
 "네?"
 "이 남자를 본 적 있나요?"
 
 하링의 엄마는 품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서 설참에게 보여줬다.

 "이름은 장화선. 몇 년 전에 군대에 들어가겠다며 나간 제 남편이에요."
 
 설참은 사진을 봤지만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하링의 엄마는 눈에 띄게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설참은 고개를 꾸벅 하고는 문을 열었다.
 그 때 하링이 말했다.

 "고마워요. 힘내요."
 
 설참은 하링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즈의 지난과 구레아 연합군 본거지-

 "수도에서 군인이 보낸 이가 왔습니다."

 그 말에 작전을 짜고 있던 장군이 급히 들이라고 말했다. 설참이 들어왔다.

 "급한 밀지입니다."
 "수도에서 왔다고? 안 그래도 어제부터 아무 소식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왜 전보를 보내지 않았지?"

 장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설참이 종이를 내밀었다.

 "전보를 보낼 수 없게 통신망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뭐?"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곧 이곳까지 밀려올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선전포고가 없었는데?"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장군은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급히 밀지를 뜯었다. 



전 날, 지나의 수도-

 그 날은 늦은 밤이었다. 그 날은 전 날부터 비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렸었다. 비가 그렇게 억수 같이 쏟아져도 전혀 시원해지지 않고 자꾸만 후덥지근해지고 있었다.



 총성이 울렸다. 마타마이니 쪽에서 울린 총성인지 주둔 중이던 우주 9구역 군대에서 울린 총성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전쟁을 시작할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 총성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늘에 떠 있는 문들이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 많은 함선이 내려왔다. 비와 함께 함선에선 무수한 광선과 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큰일났습니다!"

 군인 하나가 급하게 뛰어오며 소리쳤다. 하지만 지난의 수도의 사령관들은 말하지 않아도 이미 큰일이 난 것을 인식했다.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뭐야!? 왜? 왜 갑자기?"

 땅이 울리고 굉음이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삑삑삑삑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모든 통신장비들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모두 같은 소리와 문구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총성을 지난이 우리에 대한 중대한 도발로 규정한다.」

 이 말도 안 되는 형식의 전쟁 선포에 사령관 하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걸 선전포고라고 한 겁니까?"
 "이미 쳐들어왔는데 선전포고는 무슨 선전포고!"

 다른 사령관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그 때 다른 병사 하나가 급히 뛰어들어오며 말했다.

 "사령관님! 모든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됐습니다!"
 "뭐!?"
 "통신이 두절 되기 직전에 한 교신에 따르면 다른 곳은 아직 폭격이 시작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사령관들은 술렁거렸다.

 "…수도만 날리겠다는 의미일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다른 곳도 이런 식으로 갑자기 폭격을 가하겠다는 뜻일 수도……."

 그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서늘하고 참혹한 앞날이 그려졌다.

 "…다른 곳들에 빨리 소식을 보내야겠습니다." 

 

 "미친 놈들!"

 설참 앞에서 밀지를 뜯어 본 나즈의 장군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급히 전선을 구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설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식이 끊겨서 잘 몰라서 여쭤보겠습니다. 다른 곳들 중에서도 수도처럼 같이 통신이 끊긴 곳이 있습니까?"
 "……."

 설참은 장군의 침묵에 질문을 바꿔 물었다.

 "몇 곳이나 됩니까?"

 장군은 잠시 주저했다.

 "…지난 대륙 북부 대부분."

 장군은 그 대답을 남기고는 전쟁 준비를 위해 급히 밖으로 나가버렸다.   
 설참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장군이 나간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이 설참이 본 장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군악대의 승전의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렸다.
 나즈 중심가에 병사들이 길게 늘어서서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 함대가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착륙했다.
 문이 열리고 우주 9구역 고위 사령관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병사가 건넨 장군의 머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그 목을 높이 쳐들었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우주 9구역의 깃발이 일제히 올라가고 우렁찬 함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때 제일 고위 간부가 손을 들었다.
 갑자기 소리를 꺼버리기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점령은 끝이 아니다."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남은 잔당들을 찾아내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다시 비행 함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한 마디 말은 군대를 광기에 휩싸이게 하는 명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으아악!"

 곳곳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불길이 타올랐다. 

 "어디 숨겼어!"
 "전, 전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벌벌 떨며 살려달라고 빌거나 모른다고 소리쳤다.

 "몰라? 모르면 뒤져야지."

 군인이 쏜 빛의 광선이나 총성, 혹은 칼질에 수많은 이들이 스러져갔다.
 
 "꺄아악!"

 한 군인은 울며 도망가는 지난 여성의 머리채를 홱 잡아챘다.

쫘악

 그 군인은 옷을 잡아 찢었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다른 군인들을 불렀다. 그의 부모가 군인들 한테 달려들었다.



 부모가 한 순간에 죽었다. 여성이 울부짖었다. 그는 부모의 목을 들고 낄낄거렸다.
 그때 옆에 있던 군인이 말했다.

 "야, 총알이랑 배터리 아까워. 그냥 칼로 죽여."

 그때 다른 군인들이 여성에게 달려들어 유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나자 총성이 울렸다.

 "야, 어디 숨겼어?"

 옆에 다른 우주 9구역 출신 군인은 포로를 하나 끌고 왔다. 그는 포로로 끌려 온 남자의 머리통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입에 욱여넣어져 있던 천을 빼냈다. 포로는 군인들에게 소리쳤다.

 "그만 해! 그냥 민간인이라고!" 
 "대답이나 해."



 들고 있던 칼이 그의 신체 중 한 곳에 파고 들었다.

 "으아악!"

 우주 9구역 군인은 다시 물었다.
 
 "어딨어?"

 그 때 옆에 있던 다른 9구역 출신 군인이 말했다.

 "야, 쟤는 말단이야. 몰라."
 "아, 그래?"

푸확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설참과 몇몇 살아남은 이들이 나즈 중심가에서 벗어나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주민들이 학살을 당하고 있으니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알리며 달렸다. 어리둥절하게 있던 주민들은 설참의 말에 따라 도망가는 이도 있었지만,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있는 이들도 많았다.

 그 때 갑자기 저 멀리서,  
  
피융-



 "크악!"

 두꺼운 광선이 길게 비추더니 주민들에게 학살을 알리고 다니던 이의 허벅지에 꽂혔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리 한 쪽이 날아가버렸다.
 주민들은 그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왜 뛰는 거야?"

 저 멀리서 9구역 군인 중에 하나가 뛰어가는 주민들을 보고 말했다.

 "그러게? 왜 저렇게 무서워 하는 거지?"
  
 옆에 있는 9구역 군인이 시체들을 강과 옆에 파 놓은 구덩이에 밀어 넣으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야야, 잘 보고 해. 그건 살아 있잖아."

 옆에 있던 군인이 핀잔을 주며 말했다.
 강과 구덩이에 시체를 밀어넣던 군인이 귀찮은 듯 말했다.

 "아 몰라. 귀찮아."

 그는 살아 있는 이들도 그냥 구덩이에 밀어 넣었다.



 "젠장. 벌써 이곳까지 온 건가…!"

 설참은 입술을 깨물었다. 빠르게 진격해서 나즈를 헤집고 다니는 이들이 벌써 외곽까지 와버렸다.

 "여기요! 여기로 와요!"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설참을 불렀다. 설참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르는 곳을 봤다.

 "이리 와요!"  

 하링이었다.
 설참은 하린을 따라갔다.

 "어떻게 된 거에요?"
 "저 놈들이 민간인까지 학살하고 있어."

 설참은 뛰며 말했다.
 하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너도 이럴 때가 아냐. 빨리 도망 가."
 "하지만 저희는 아빠를 기다려야…"
 "아빠를 만나도 살아서 만나야 될 것 아냐!"

 그들은 하링의 집에 도착했다.
 하링의 엄마가 밥을 하고 있었다.

 "도망쳐요! 빨리!"

 설참이 다급히 소리쳤다.
 하링의 엄마는 깜짝 놀랐다.

 "네?"
 "지금 저들이 잔당들을 찾는다며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어요! 어서 도망가요!"
 "하지만 지금 어떻게……."

 그때 근처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하링과 엄마는 놀라서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이런!"

 설참은 일단 급한대로 장작과 짚단을 쌓아놓은 곳에 몸을 숨겼다. 설참이 몸을 숨기기 무섭게 그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우주 9구역 군인들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집 안을 수색 하는 듯했다.

 "안 돼애애! 엄마아!"

 갑자기 하링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설참은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가서 그들을 구하려는 순간,

 "엄마!"

 하링이 비명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곤 하링이 마당으로 내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집 안에서 무언가 끌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털썩

 그건 하링의 엄마의 시체였다.
 하링을 엄마를 부르며 목 놓아 울부짖었다. 곧이어 하링의 비명소리가 설참의 귓전을 찢고, 처참한 광경이 눈을 통해 뇌를 갈가리 찢었다.

촤악

 얼마 후 하늘로 솟구치는 낭자한 피를 끝으로 그 소리마저 멎었다.

 "가자."

 그들은 뭐가 더 없다고 생각했는지 하링의 집을 떠났다.

 어느새 주변이 고요해졌다. 

 "……."

 설참은 여전히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자책, 죄책감, 분노, 복수심,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느낌을 고스란히 받은 채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두 명이 설참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설참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곧이어 설참이 있는 짚단을 헤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설참은 가만히 있었다.

 "…가자. 나와."

 익숙한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장신의 남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옥실과 함께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는 기본적인 의문과 사고조차도 지금 설참의 머릿속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장신의 남자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설참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그런 설참을 바라보던 장신의 남자는 설참 앞에 쭈그려 앉아서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넌 네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한 거라고."

 설참의 눈에 옥실과 장신의 남자 뒤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차갑게 식은 하링과 하링의 엄마의 시체가 보였다.

 "…살릴 수 있었다."
 "나왔으면 너도 죽었을 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난 이렇게 또 다시…"
 "아니."

 장신의 남자가 설참의 말을 잘랐다. 설참의 말을 듣자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수십 번을 이렇게 무너졌을 것이다.

 "네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

 그 말에 설참이 고개를 떨궜다.

 "가자. 가야 돼."

 장신의 남자가 설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가야겠지……."

 설참이 그제서야 짚단 속에서 일어났다.
 옥실이 옆에 서 있다가 말했다. 설참의 팔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가는 동안 좀 자요."

 팔이 따끔했다. 설참이 이게 뭔가 싶어서 옥실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게 기억의 다였다. 설참은 스르르 쓰러지듯 잠들었다.

 

 설참이 눈을 떴을 때는 낯선 곳에 누워 있었다. 설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몽롱한 기운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어디지?'

 설참은 몽롱하고 멍한 느낌으로 둘러보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주 9구역의 높은 계급을 상징하는 표식이 달려 있는 군복이 벽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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