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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인의 일기 - 총동원령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노인의 일기 - 총동원령

SooyangLim 2021. 9. 2. 19:01

 설참은 깜짝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곧 설참은 그 군복에 적힌 이름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군복은 우주 9구역에서 강제로 복무를 하게 된 왕자의 군복이었다.

 "휴."

 설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문득 설참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왕자님한테 온 거지?'

 그 생각을 하다가 이제야 설참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것보다 거기서 날 어떻게 찾아내서 여기까지 데려온 거지?'

 그 때 장신의 남자가 옥실과 대화를 하며 착잡한 표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젠장."
 "그나마 도간(지명)까지 와서 다행인 줄 아세… 어? 깼어요?"

 옥실이 일어나 있는 설참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원래 구레아로 바로 가고 싶었는데… 일이 좀 있어서 못 가고 도간으로 오게 됐어요. 나즈 서쪽 루사(지명 이름)에 숨어 있던 범백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왕자님께 오게 됐어요. 왕자님께 전할 것도 있고, 구레아로 갈 수 있게 도움도 요청하기 위해서요."

 옥실의 대답에 설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왕자님께 도움을 요청을 한다고?"
 "뭐 어때. 서로 도움 주고 받는 거지."

 장신의 남자가 가볍게 대꾸하자 설참이 발끈해서 화를 냈다.

 "그것도 상대를 가려가며 해야지! 왕자님께 폐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 때 장신의 남자와 옥실 뒤로 왕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난 괜찮다. 어차피 곤란한 일들은 홍화가 다 알아서 처리해 주기로 했으니."
 "왕자님!"

 설참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려 했다. 왕자는 일어나지 말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부상도 깊은데 누워 있게."

 왕자는 그리 말하고는 방에 들어와 벽에 걸쳐뒀던 군복 겉옷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옷을 입기 위해 손을 뻗었다 멈칫했다. 그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면목 없고… 미안하네."
 
 무슨 말인지 알아챈 설참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저야 말로 이런 일을 겪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장신의 남자가 갑자기 끼어들어 말했다.

 "자자, 여러분. 우리 자기 잘못 아닌 일로 자책하지 맙시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잖아. 그거면 된 거지."
 "그리 말 해 줘서 고맙네."

 장신의 남자의 말에 왕자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옥실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밝게 말했다.

 "설참씨도 정신 차리셨으니 이만 구레아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시겠어요?"
 "그러도록 하지. 아참, 이건 잘 전달 부탁하네."

 왕자가 장신의 남자에게 밀지를 건네며 말했다.
 장신의 남자는 품 속에 밀지를 집어넣었다.
 왕자는 모자를 눌러쓰며 말했다.

 "다들 옷을 바꿔입고 밖으로 나오게."

 그들은 위장을 위해 9구역 관련자인 것처럼 복색을 바꾸고 왕자를 따라나섰다. 
 
 밖을 나서니 9구역의 점령이 완료된 도간의 모습이 보였다. 도간은 매우 흉흉한 상태였다. 감시는 삼엄했고, 분위기는 어딜 가든 날이 서 있었다. 왕자는 그래도 9구역 감시를 피해서 거주민들의 편의를 봐주려 노력하고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폭격과 자원의 탈취로 인해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제대로 갈 수는 있는 거 맞냐?"

 삼엄한 감시 탓에 장신의 남자가 옥실에게 투덜거리며 말했다.

 "걱정 마요."

 옥실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구레아로 가는 항공 기체를 타고 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는데, 우주 9구역 출신 군인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이동하는 모든 이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열어."

 군인이 그들한테 다가와서 소지품 가방을 열라고 했다. 그들은 군말 없이 가방을 열었다.
 다행히 걸리는 것 없이 통과됐다.

 "잘 가게."

 왕자가 그들을 보내며 말했다.

 "도착하면 홍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다.
 항공기체는 빠르게 날아올라 구레아로 향했다.



구레아 수도-

 구레아에 내리자 그들은 또 군인들에게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우주 9구역의 표식이 있는 곳에 예를 표하고 나서야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행태는 공항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지내는 학교나 공공기관 등에는 우주 9구역 지도자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사진을 향해 예를 갖춰 경배하도록 했다. 

 장신의 남자가 설참에게 말했다.

 "야, 가면 치료부터 받아."
 "알겠다."
 "어?"

 설참이 순순히 따르자 장신의 남자가 의아한 듯 설참을 바라봤다.

 "왜 그러는 것이지?"
 "웬 일로 뭐라 안 그러고 바로 받아 들이냐?" 
 "딱히 뭐라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 때 그들 앞에 홍화의 차가 다가왔다. 홍화는 차에 내리며 말했다.

 "오셨군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오늘은 어쩐지 좀 괜찮아 보입니다?"
 "아, 기본적인 치료는 하고 왔어. 제대로 된 치료는 다시 해야겠지만."

 장신의 남자가 대신 대답하자 설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홍화는 잠시 멈칫하고는 그런 장신의 남자와 설참을 잠시 번갈아 봤다가, 다시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잘 되었군요. 지체하지 말고 어서 의원에게 갑시다."

 홍화는 그들을 차에 태웠다.
 
 '자주 보더니 친해졌군요.'

 홍화는 그리 생각하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도 차에 탔다.



 "…확실히 수상하군."

 홍화의 차를 멀찍이서 미행하며 지켜보던 우주 9구역 요원들 중에 한 명이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다른 콧수염이 난 요원이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이 증명된 듯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터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부터 계속 병원에 들락거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해방 운동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흐음."
 "자금 내역을 조사해 봐야 됩니다."

 콧수염이 난 요원이 재촉하듯 말했다.
 
 "…행동 동선이랑 자금 내역 상세히 조사해 봐."
 "네!"



 나즈 대학살이 있고 나서 우주 9구역의 수뇌부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들은 그들의 군인들에 잔학하고 광기에 찬 행태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그 때, 그 중 한 명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나왔다. 

 "어쨌든 우리 군을 위해서 해소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기발한 생각이라도 해낸 듯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타마이니력 4271년-

 아름다운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 홍화가 저녁 시간에 노래 연습을 하던 중 시종이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총동원법?"

 소식을 듣던 홍화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식을 가져온 시종에게 되물었다.
 시종은 안경을 치켜 올리며 대답했다.

 "우주 9구역이 우주 방어를 위한 전시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통제하고 운용하겠다는 법이랍니다. 구레아에 다음 달 10일 자로 공포한다 합니다." 
 "허! 이제 아예 대놓고 마음대로 구레아를 주무르겠다는 말 아니더냐?"
 "맞습니다."

 홍화가 피고 있던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탁 쳤다. 재떨이에 재가 후두둑 떨어졌다. 몇 번이고 재떨이는 내리치듯 털었다. 시종이 착잡한 표정으로 그런 홍화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지켜보던 시종이 조심스럽게 홍화에게 물었다.

 홍화는 대답 없이 다시 담배를 곰방대에 꾹꾹 눌러가며 가득 채웠다. 홍화는 불을 붙이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마치 한숨을 내쉬듯 연기를 길게, 아주 길게 뿜어냈다. 그리고는 장식장에 장식만 해둔 고가의 술을 한 병 꺼내 아름다운 유리잔에 콸콸 따랐다. 홍화는 그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홍화는 시종에게 말했다.

 "…나중에 얘기할테니 일단 나가 봐."
 

   
 설참의 몸은 회복 자꾸만 시간이 갈수록 회복이 더뎌졌다. 그래서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와도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옥실도 마찬가지였다. 옥실은 어쩐지 컨디션이 좋아질 듯 하다가도 또 안 좋아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붓고 있는 듯 했다.

 '아니, 왜 이렇지?'

 옥실은 옷장 안에서 의아한 듯 생각했다.

 '주인님이랑 떨어져 있어서?'

 옥실은 자신의 주인을 떠올렸다.

 '…아냐. 이전에 혼자 심부름 하러 갔을 때도 괜찮았었잖아.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옥실은 왜 그런지 계속 생각해봣지만,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옥실의 속을 아는 지 모르는지, 장신의 남자는 매일 설참과 투닥거리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맘 때 쯤, 김원이 새로운 군대를 조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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