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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림
1부. 노인의 일기 - 창 본문
해가 바뀌었다. 4265년이 되었다.
전 해인 4264년에 우주 9구역은 마타마이니 행성의 지난이나 구레아 같이 계속 반발이 있는 국가들을 복종시키고 누르고자 했다. 동시에 자신들의 관리하는 우주 구역을 더 확장하고 정복하고자 일부 지역을 학살을 한 뒤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병참기지화를 하고자 했었다.
이러한 9구역에 분노한 이들 중 몇몇이 범백을 찾아왔다. 그 둘은 창과 윤이라는 이였다. 그들은 산해에 있는 범백을 찾아와 9구역에 항거하길 바랬다.
그리고 4265년 연초-
창이 거사를 치르기 전 말했다.
"사진이나 한 장 찍는 게 어떻겠소?"
"좋은 생각이외다."
범백이 창의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며 말했다.
"…이 날이 찾아왔구려."
"슬프십니까?"
창이 물었다.
범백은 잠깐 말이 없이 없었다. 카메라 만지는 소리만이 났다. 범백은 상념에 잠긴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대가 처음 날 찾아와서 했던 말이 생각이 나는구려. 영원한 쾌락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로 내게 왔다고 하였었지."
"지금도 그렇습니다."
창이 말했다.
범백이 사진 찍을 준비가 됐다고 손짓으로 알렸다.
창이 구레아 국기 앞에 서서 약간은 긴장한 듯 폭탄을 들고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영원한 쾌락을 위해 가는 것이니 슬퍼하지 마십시오."
위잉-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터지기 위해 준비되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플래시가 터졌다.
펑
펑
9구역에서 마타마이니로 통하는 문들 중 하나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식민화를 위한 행사를 위해 마타마이니에 왔다가 행사가 끝나고 다시 우주 9구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긴 일이었다. 그 비행체들 중에는 9구역 지도자들이 탄 기체가 있었다. 그 기체를 노리고 창이 폭탄을 던진 것이었다.
그러나 우주 9구역 지도자들이 탄 기체는 다음 기체라서 지도자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다. 위력이 제대로 나왔더라면 주변에 있는 기체들도 줄줄이 떨굴 수 있었겠자만, 그 정도로 강력하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꽤 거대한 비행체 하나는 9구역으로 가지 못하고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추락했다.
왜애애애앵-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범인을 찾기 위해 무수한 9구역 출신의 무수한 소형 비행체들이 날아올랐다. 어떤 방법을 써도 창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9구역으로 가는 하늘문인 게이트 옆에 숨어있던 창이 두 팔을 벌리고 한 걸음 내딛었다. 그에게 적용되어 있던 보호 장치가 모두 벗겨졌다. 이제 그에게 남아있는 단 하나의 장치는, 그를 하늘에 띄우고 있는 발판 뿐이었다. 창의 발 아래에는 추락한 기체가 저 아래 땅에 처박혀 있었다. 그 위에 서 있는 창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창은 긴장된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창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창은 보호구를 모두 해제하고 하늘 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시는 그 차가운 공기가, 참으로 상쾌하고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홀가분 했다.
이제 창은 자신이 평생을 살던 행성 마타마이니를 바라봤다. 9구역의 공세에 많이 파괴되었다 할 지라도 푸르렀다. 그리고 행성에서 밤을 맞은 부분은 마타마이니인들이 밝힌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다.
이제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혀 더 높은 하늘을 바라봤다. 우주가 보였다. 수 많은 별들과 은하가 보였다. 어찌 보면 무질서한 듯, 하지만 질서정연했다. 정교하고 광활하면서도 깊은 우주는 참으로 고요했다. 그리고, 그 또한 아름다웠다.
거짓말처럼 다리의 떨림이 멎고 심장 박동이 차분해졌다. 창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창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하늘에 떠있던 무수한 소형 기체들이 그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세상의 모든 기체가 자신을 향하는 것 같은 그 순간, 창이 말했다.
"내가 했소."
하늘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에 대한 소식은 마타마이니 행성 전체로 빠르게 퍼졌다. 마타마이니 행성 전역이 술렁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9구역은 마타마이니 행성 중 반발이 심한 국가들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그 중 한 지역이 산해(도시 이름)였다. 그 시기 산해는 아름다운 봄꽃이 만개한 계절이었다. 하지만 산해는 곳곳에 총구의 불꽃과 피가 튀어 올랐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의 목숨이 스러졌다.
이 잔혹한 참상에 결국 마타마이니 최강 국가들 몇몇이 우주 9구역과의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초기에는 9구역은 그 마저도 무시했다. 9구역은 확실한 복수를 위해 이를 갈고 있었다는 듯이 여러 차례 전력을 더 해가며 확실하게 짓밟았다. 그야말로 박살. 박살이었다.
결국 도시가 거의 초토화되고 나서야 9구역은 정전협정을 맺었다. 그때가 되서야 그들의 학살과 광기가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됐다. 마타마이니 역사에는 이를 산해 사변이라 기록이 되었다.
"더 나은 화력이 필요하네. 그날 봤지 않은가?"
범백이 말했다. 산해 사변이 한창이던 어느 날의 대화였다.
그들은 창의 거사 때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에 대한 부족함을 깨닫고 더 보강하고자 했다.
"아직도 그를 반대하는겐가?"
그는 장신의 남자의 도움을 받는 것을 반대했던 설참에게 재차 물었다.
"…어쩔 수 없지요."
설참은 영 탐탁잖았지만, 더 이상 장신의 남자의 협력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확실히 그의 조력이 필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범백은 다른 방에 머물고 있던 장신의 남자에게 찾아가 말했다.
"더 제대로 되고 성능이 좋은 폭탄이 필요하오."
장신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와드리죠."
범백이 나가고 나서 장신의 남자는 옆에 있던 큰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테이블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옷장 안에서 옥실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장신의 남자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옥실의 옷을 건네며 말했다.
"…이번에는 나도 양보 못해."
옥실은 옷을 입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어라?"
장신의 남자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옥실이 그런 장신의 남자의 반응에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물었다.
"왜요?"
"너 왜 이번에는 반대 안 하냐?"
"이번에는 도와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
"그래? 그럼 팍팍 도와주랴."
"그건 안 될 말이고요."
옥실이 딱 잘라 말했다.
"적당한 수준까지는 돕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적당한 수준?"
"어차피 제가 지금 상태가 상태인지라 많이 돕지는 못하겠지만요."
"네 최대치가 어느 정도야?"
장신의 남자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옥실을 바라보며 물었다.
옥실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왜 궁금한데요? 남 거에 관심 꺼요."
"궁금하잖아. 대단할 것 같아서."
"대단할 것도 없어요. 주인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니까 관심 끄세요."
"…네 주인은 어떤데?"
장신의 남자의 질문에 옥실이 멈칫했다. 옥실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대단하신 분이죠. 그렇지만 지금은 예전에 찢어지기 전에 비하면……. 그리고 또 그 분에 비하면……."
"그 분?"
"알 수 없는 분이죠. 그건 됐고,"
장신의 남자의 질문에 옥실은 장신의 남자의 관심을 끊으며 말했다.
"종이나 구해와요."
"종이는 왜?"
"폭탄 만드는 거 도울거라면서요. 말로 할 수는 없잖아요?"
"아아, 알았어."
"…엄청난 실력자에게 얻어오셨구려."
범백은 장신의 남자가 가져온 종이를 펼쳐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는 도저히 생명체가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는 도면과 정보가 적힌 종이를 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한 정교한 도면이었다.
"그 정도면 어느정도는 도움이 되겠지?"
"어느정도라 하셨소?"
범백이 장난치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굉장한 도움이 되오, 정말로! 정말로 고맙소!"
범백이 장신의 남자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장신의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도움 됐다면 다행이고."
그 때 문이 열렸다.
"계십니…아."
한 남자가 들어오려다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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