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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인의 일기 - 윤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노인의 일기 - 윤

SooyangLim 2021. 8. 9. 19:03

 범백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 윤! 마침 자네가 필요했다네. 들어오게."

 들어오려던 이는 '윤'이라는 남자였다.
 장신의 남자가 윤에게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시오. 나는 윤이라고 하오. 창처럼 거사를 치르고자 온 사람이오."

 윤의 말에 장신의 남자는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벅차오르는 모양이었다.
 
 범백이 윤에게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약하게 들뜬 흥분이 묻어 나왔다.

 "이 분이 우리를 도와주시기 위해 가져온 것을 보시오."
 "무엇입니까?"
 "거사를 위한 중요한 것들이오. 어떤가?"

 윤은 범백이 건넨 종이를 펼쳐봤다. 안그래도 부리부리한 윤의 눈이 더 커졌다.

 "…대단하군요. 이런 쪽에 정통하지 않은 제가 한눈에 보기에도 대단해 보입니다. 엄청나군요."
 "역시."

 범백은 미소를 띈 채 장신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고맙소."
 
 범백이 말했다. 범백은 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다.

 "윤, 나는 이걸 만들게 되면 도시락통이나 물통으로 위장할 생각이오."
   


 학살 그 자체였던 산해 사변이 있고 얼마 뒤, 우주 9구역은 그들의 치적을 기념하려 했다. 그래서 산해의 홍우 공원이라는 곳의 광장에서 기념 행사를 열게 되었다. 

 기념 행사날 아침.
 그들은 윤이 거사를 치르러 가기 전, 같이 식사를 했다. 그들의 식사 막바지 즈음, 무리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지금 몇 시입니까? 애시모르가 아침에 차를 갖고 윤을 태우러 오기로 했소."

 그 말에 윤과 범백이 시계를 꺼냈다.

 그 시계를 보자 장신의 남자는 우펜자가 떠올랐다.

 '…요즘 열심히 하고 있던데……. 그립네.'

 간간히 행성 해방운동을 하고 있는 우펜자의 소식이 들려왔다. 장신의 남자는 괜히 그가 그리워졌다.

 "범백 선생님. 저와 시계를 바꾸시지요."

 윤이 말했다.
 윤의 말에 범백이 그의 시계를 봤다. 언뜻 보기에도 퍽 좋은 시계였다.

 "나보다 좋은 시계인데 왜 바꾸자는 것이오?"
 "저는 이제 시계를 쓸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으니까요." 

 윤은 그리 말하며 범백과 시계를 바꿨다.

 그 때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애시모르가 왔나 봅니다."

 무리 중의 한 사람이 창 밖을 보며 말했다.
 범백이 말했다.

 "사진 한 장 찍고 가시지요."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타마이니 행성본과 국기 앞에 섰다. 그는 마지막 다짐으로 해방 선서문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었다.

 윤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가보겠습니다."

 범백이 고개를 끄덕이고 윤에게 도시락통과 물통을 건넸다. 윤은 폭탄을 받아 들고 애시모르의 차에 탔다.
 애시모르가 범백과 일행에게 차창 너머로 말했다.

 "끝나고 나면 위험 해질 테니 내가 그대들을 데리러 오겠소."

 차가 해방의 의지를 싣고 홍우 공원으로 떠났다.

 

 

 

 홍우 공원은 우주 9구역을 상징하는 상징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마치 우주 9구역의 선진화된 기술력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복잡한 기기들이 곳곳에 불빛을 내며 공중에 둥둥 떠있었다. 그야말로 위압감을 선사하면서도 신묘한 광경이었다.

 윤은 공원의 입구에서 경찰들과 군인들에게 간단하게 검사를 받고 홍우공원의 광장으로 들어섰다. 창의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에 최소한의 물건 외에는 대부분 반입 금지를 하고 있었다. 범백이 도시락통과 물통에 위장을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윤은 무사히 통과 해서 공원의 광장으로 들어갔다. 태연한 척 들어갔지만, 손에 땀이 흥건했다. 그리고 광장에 들어가서도 긴장되어 굳은 얼굴이었다. 산해를 박살내고는 승전 기념을 위해 흥겨운 분위기로 참석한 주변에 있는 이들의 분위기와는 윤은 사뭇 다른 분위기로 대기하며 서있었다. 

 잠시 후, 대학살의 주범들이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마련된 단상으로 올라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그들 하나하나가 최소 만명 단위로 학살을 한 인물들이었으며, 또한 그런 지시를 내렸거나 혹은 그만한 폭탄비를 쏟아부은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자랑스런 미소로 손을 흔들며 단상으로 하나둘씩 걸어 올라왔다.

 윤은 땀이 가득한 손으로 폭탄을 움켜쥐었다.

 마지막으로 우주 9구역 출신 장군까지 단상으로 올라왔다.
 윤은 두 폭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휙-

콰앙

 눈에 안 보이게 잘 장치된 보호막이 깨졌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주 견고하게 설치한 보호막이었지만, 단번에 깨졌다. 위력이 얼마나 센지 땅과 하늘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울렸다. 

휙-

 그들이 피할 틈도 없이 단숨에 두번째 폭탄도 날아갔다.



 두번째 폭탄은 터지는 범위와 주변을 흔드는 울림은 적었지만, 남는 것 없이 아주 깨끗하게 터진 부분만 싹 날렸다. 몇 만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이 그 자리에서 폭음과 함께 사라졌다.

 광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경찰들과 군인이 벌떼 같이 윤에게 달려들었다.

 윤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턱을 들고 가슴을 펴고 뒷짐을 졌다. 군인들과 경찰들 중에 한 명이 그를 발로 찼다. 그들이 윤을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윤은 발길질에 고꾸라지고,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질 정도로 맞으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윤은 고위 상관에게 체포되어 바로 즉결로 사형 판정을 받으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윤은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의연한 미소가 입가에 남아 있었다. 그는 총살을 위해 무릎이 꿇려졌다.



 그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드넓은 우주의 남의 구역, 남의 은하단, 남의 은하, 남의 행성, 남의 나라들을 박살 내고 식민지 삼으며, 남을 차례로 살해하고 다니던 우주 9구역은 창과 윤의 일로 바짝 약이 올랐다. 

 9구역은 이 두 사건의 배후로 범백을 지목했다. 그들은 범백에게 현상금을 걸었다. 그리고 제보하면 마타마이니에서의 부와 명예를 약속했다. 때문에 범백과 해방 운동가들은 피신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누구시오?" 
 
 집집마다 헤집고 다니던 9구역 출신 군인과 경찰들은 집 주인의 모습에 흠칫했다. 9구역 출신과 9구역 우호 관계인 아즈국과의 혼혈 외모를 가진 애시모르를 보자 그들은 자동으로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이 근처에서 수배자와 비슷한 인물을 목격했다는말을 듣고……."
 "수배자? 나를 말하는 것이오?"
 "아니, 그 저 그게 아니라 혹시 댁에……."

 그 말에 애시모르는 아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가 숨겨주기라도 했다, 그 말입니까?"
 "아, 아니, 저, 그게, 당연히 의심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그게……."

 그들의 애시모르가 화를 내자 쩔쩔맸다.

 "감히 나를 의심하다니! 썩 꺼지시오!"

쾅!

 애시모르가 씩씩 거리며 안색을 붉히더니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가 버렸다.

 창문가에서 군인과 경찰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던 애시모르가 커튼을 닫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수색망이 좁혀져 오고 있소."

 숨 죽이며 집 안쪽에 숨어 있던 범백과 다른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왔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될 것 같소."

 애시모르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시모르가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아내를 불렀다.

 "여보. 부탁 좀 하나 해도 될까?"
 "무슨 부탁?"
 "이 사람과 부부인 척 하고, 이 사람이 산해를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애시모르의 말에 애시모르의 부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굳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범백과 동료들이 산해를 벗어나고 얼마 뒤, 설참은 얼마 뒤 구레아 북쪽에 위치한 있는 3성(지명)으로 이동했다. 3성은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9구역이 새롭게 병참기지화를 위한 목적을 위해 침공을 시작한 곳이었다. 때문에 지난과 구레아국이 연합해서 대응하려 했다. 설참은 그 연합 군대에 참전하고자 이곳으로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설참을 홍화도 따라갔다.

 "…우리는 왜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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